[공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봄을 맞아 뭔가 새로운 문화생활을 영위해 보고자 마련된 시간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할애하게 되었다.
사실, 이쪽 계통에는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관련업계에 연이 닿아 있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였고, 그의 연줄로 쉽게 표를 구할수 있는 대신에 작품 선택의 폭은 굉장히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게 된 것이 대학고 상상마당 4관에서 시연되고 있는 "오!당신이 잠든 사이"라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다.
TV를 보면 "그리스, 헤드윅, 렌트" 등 해외 유명 뮤지컬이나 대형 공연등이 많이 범람하고 있는데, 사실 저렴한 가격에 질 높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한국 공연 시장도 커졌고 자생력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놈의 삐끼들 좀 없애준다면!!!)
내가 30평생 동안 본 뮤지컬은 중학생때 "넌센스", 대학생때 "명성황후", 일반인이 되어서 "형제는 용감했다" 이렇게 단 3작품 밖에 없었다.
그중에 "명성황후"는 워낙 대작이라 예술의 전당에서 봤었고, "형제는 용감했다" 또한 문외한인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배우(정성화씨)들이 나오고 두산아트센터라는 큰 공연장에서 봤기 때문에 사실 이번 소극장 뮤지컬은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작은 세트와 좁은 좌석...
그러나 그만큼 무대가 가깝기 때문에 배우의 표정 하나, 숨소리 한움까지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상쇄시킬만 하다.
작품 극본 자체로 본다면,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수순을 밟아 가지만 계속해서 웃음과 감동의 끈을 쉽게 놓아주지 않고 이끌어 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전의 "형제는 용감했다"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등장인물별 액자식 구성의 평면적인 회고장면, 적절한 암시를 통한 반전, 그로 인한 억지 감동의 피날레...
단 2작품을 보았는데 이러한 정형성이 느껴진 다는 것으로 한국 창작 뮤지컬에 대한 평가가 낮아지려 하고 있었는데, 두 작품의 극본, 연출이 "장유정"이라는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에서 관련성을 찾게 되었다.
1976년생으로 그리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멜로드라마, 김종욱찾기" 등 여러편의 창작 뮤지컬을 만들었고, 또한 한작품 한작품이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인지 아래와 같은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2008 제2회 더 뮤지컬 어워즈 베스트소극장뮤지컬상 - <형제는 용감했다>
-2007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 작사?극본상 - <김종욱찾기>
-2006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작사 극본상 -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어떻게 보면 그녀의 처녀작인 "오!당신이 잠든 사이"는 약간의 어설픈 면도 있지만 그것을 웃어넘길 만큼 재미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유명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출연하여 롱런을 하고 있는 공연일 것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본 뮤지컬이 매우 재미있어서 좋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마지막으로 급하게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운데줄 좋은 자리를 마련해준 오랜 친구, 김정빈군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에도 부탁하기 위한 떡밥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