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핥는 개미핥기

[닥터 노구치]- 한의학도라면 봐야할 만화 1탄

DreamSEA 2009. 1. 20. 21:24

(2004.01.04)에 작성한 글입니다.

방학동안 그다지 바쁜 일도 없고 해서 언젠가 쓰려고 했던 "한의학도라면 꼭 봐야할 만화"시리즈를 써보려고 한다.

먼저 그 첫째로 일본 만화인 "닥터 노구찌"를 소개한다.
이 만화는 워낙에 유명한 만화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항상 그렇듯...내 주관만으로 글을 쓸 예정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읽기를 바란다.

처음에 이 만화를 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쯤 전인가?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
그 당시 스스로의 만화를 보는 눈에 절대적인(지금 생각하면 조잡하고 편견에 가득찬 오만^^;;) 자심감에 차 있던 나는 책을 펴보고 그림이 시원찮으면 "뭐야 이거!!! 이렇게 그림을 성의없이 그리다니! 이건 독자에 대한 모독이다!!!" 라고 판단하여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때문에 그 유명한 TOUCH나 H2같은 만화도 당연히 안 봤다^^;;

이 만화는 나와 같이 항상 만화책을 돌려보던 친구가 가져와서 공짜이기 때문에 보았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은 예상을 뒤엎는 감동이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그렇게 별 진지함 없이 넘기던 책장에는 어느새 한 페이지를 넘기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길 이 만화의 강점은 "감동"이다.

일본 산골의 지지리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엄마의 실수로 손에 화상을 입어 손가락이 손바닥에 오그라 붙는 "조악손"이 되어 사람들에게 놀림과 멸시를 당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의사라는 자신만의 사명을 다하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나도 이 "감동"에 철저히 농락당하였고, 읽다 보면 어느덧 흐르는 눈물로 책장을 적시기 일쑤였다.

그럼 개인적으로 이 만화를 평가해 보겠다.

이 만화를 보다보면 지극히 착하고 성실하며 정의로운 주인공의 주변엔 언제나 항상 그를 시기하고 멸시하며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 존재한다.
노구찌가 어릴 때도 나이 들었을 때도...일본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에서도...그런 놈들의 존재는 항상 있다.

이런 극단적인 선악 구조는 일본의 소년 만화에서 자주 찾아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HAPPY"라는 작품을 기억하는가?
테니스 만화로 너무 착해서 짜증이 날 정도인 주인공과, 어쩜 그렇게 사악한지 얄미운 라이벌 소녀의 존재, 그리고 모든 역경을 딛고 정상에 서는 주인공...
사실 이런 주제는 그 옛날 캔디 시절부터 있어 왔으나 매우 현실적이며 다소 진지하고 깊이 있는 작품(마스터 키튼, 몬스터 등)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이 작가도 소년 만화를 그림에 있어서는 이런 극단적인 선악구조를 통해 왕따와 이지메에 둘러싸인 일본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주인공을 인정하고 무릎꿇으며 사죄하는 악당들을 보면서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통쾌한 카트르시스 또한 "닥터 노구찌"에서는 잘 이용되고 있다는 말을 덧 붙이고 싶다.

그리고 조금 다르게 분석하자면 이것은 "일본 위인 전기"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국가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해 시도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1. 국가의 언어를 지키는 것.
2. 국가의 위대한 인물을 부각시켜 자긍심을 되찾기 위한 위인전 발간.

우리 나라도 일제 시대에 이런 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해 "우리말 사전"이나 "이순신전"같은 책들이 간행되었다.
일본에서는 이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에 나라 전체에 역병처럼 퍼져있는 "국민적 패배감"을 이겨나가기 위해 이런 작업을 안 했을 수 없고, 동양의 작은 나라인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이란 국명보다 먼저 이름을 세계에 떨쳤던 "노구찌 히데오"를 발굴해 낸 것이다.
실제로 "노구찌 히데오"의 위인 전기는 일본에서 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다.

하지만 만화나 책에 나온 것보다 실제 그의 알려진 업적은 그리 크지 않다.
뱀독이나 매독, 황열병 연구등의 분야에 있어서 의학에 공헌한 바는 크지만 절대적으로 내세울 만한 결과물은 제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업적이 지나치게 축소되었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많이 있으니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일이다(물론 노벨상은 못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작품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역시 앞에서 말한 "감동"이다.
만화에서는 그의 "의학적 업적"보다는 "장애와 동양인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서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
내가 감동한 부분도 의학도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느낀 것이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이렇게 인간의 심금을 울리도록 구성하는 것도 대단한 역량이 아닐 수 없다.

으음...
어째 쓰다보니 굳이 의학도가 보아야 할 만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져 버렸지만...
1997년 완간 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으며, 그 인기에 힘입어 다시 "디럭스판"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휴먼 드라마...

방학때(특히 명절때)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면 꼭 빌려다 보시길...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시울을 적실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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