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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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씨의 책을 대부분 읽어 보았고 많이 낚인 사람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녀를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그저 조금 독특한 사람이고, 운이 좋았던 사람이고, 약간의 마이페이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 같다.
독특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로 남들과 다른 생각과 그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결단성, 과감성이 있다는 뜻이다.
운이 좋았던 사람이라는 점은 오해의 소지가 좀 있는데, 해외 배낭여행객 중에 읽고 나서 가장 후회하는 책 1위가 한비야씨의 "바람의 딸" 시리즈와 "중국 견문록,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이고, 2위가 류시화씨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풍문이 있다.
오지와 위험지역에서의 주의점과 위험성은 제외시키고 아름다운 점과 재밌는 에피소드만 늘어놓다 보니 그것만 보고 헛바람 든 젊은이들이 많이 따라했다가 몸 버리고, 돈 버린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여자분들이 한비야씨의 예를 들면서 만류하는 가족,친구들을 설득하고 인도 등지로 떠났다가 심한 꼴 당했다는 이야기는 너무 자주 들려서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마지막으로 마이페이스 사기꾼 같다는 말은 그녀가 자신의 신념대로 꿋꿋하게 사는 것은 상관 없으나 그것을 책으로 내고 강연을 다니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도 국내 유명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비야씨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상당수 남의 얘기를 각색한 것이라는 의심이 많이 퍼져 있는데다가 그녀가 최근까지 몸 담고 있던 월드비젼이라는 구호 단체에 대한 의구심 해결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월드비젼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으니, 마이페이스라면 할 말은 없지만 뭔가 뒷끝이 깨끗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울 뿐이다.
(1995년에 월드비젼에서 주최하는 페민24라는 모금활동과 24시간 굶기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도 좀 껄끄러운데, 확실하지 않은 사실 언급은 명예훼손이 되니 조심해야겠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번 책은 이전의 여행기라던가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글은 아니다.
제목인 "그건, 사랑이었네" 에서 느껴지듯이 예전에 비해 좀 더 편하고 깊게 자기 얘기를 하는 듯한 구성의 에세이 집이다.
9년에 걸친 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 생활을 중단하고 유학길에 오르면서 그간의 생활을 정리하는 느낌으로 쓴 듯 한데, 이전의 여행기나 구호 이야기 보다는 재미도 없고 강렬하지도 않지만 그만큼 쉽게 읽히고 거부감 또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친구 얘기를 하다가 산이 좋다고 하다가, 글쓰기 얘기를 하다가 첫사랑 얘기를 하고...구호 얘기를 하다가 자뻑에 빠지고...하는 점에서 좀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신문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모아 놓은 듯 성의 없어 보이는 것은 좀 아쉽다.
앞서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썼으나 그녀의 존재 자체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한계만 정해놓는다면 그녀 자체의 인생은 매우 재미있고 보람찼을 것이고 매우 부럽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 이들에게 세상이 넓다는 것을 알려 주었고, 세계에는 자연재해, 전쟁,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알렸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2000년도에 2만명이었던 월드비전 후원자가 2009년엔 33만명으로 엄청나게 증가했고, 그녀가 TV와 매체에 노출이 될 수록 기부, 후원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 졌으니 말이다.
또한 최소한 그녀가 실천에 옮기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나조차도 그런 결단성, 판단력, 행동력이 없기 때문에 존경하는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존재 자체는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마치...김운X 前IOC 위원이 죄가 많긴 했지만 그의 로비력과 기타 능력 덕분에 올림픽, 태권도 등 많은 성과가 있지 않았나?
계륵 같긴 하지만 그런 쇼맨쉽 있는 상징적 존재가 필요하긴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돈을 주고 사기는 조금 안타깝지만, 이전의 그녀의 책들을 읽어오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읽어 볼만 하다.
아래는 책읽다가 줄 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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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향한 몸부림은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젊은이라면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봐야 할 것이다. 나는 숲속의 낙타인가, 사막의 호랑이인가.
<한비야의 추천도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作)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作)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作)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作)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作)
-진리의 말씀 법구경(법정作)
-청바지를 입은 부처(수미 런던作)
-이슬람교(발터 M 바이스作)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피트 그리그作)
-의식혁명(데이비드 호킨스作)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作)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作)
-개발 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권해룡作)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作)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作)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作)
-살아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편지(김선규외 作)
-데미안(헤르만 헤세作)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作)
-열하일기(박지원作)
-황진이(홍석중作)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루쉰作)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다- 꼭 읽어야 할 한국 명시 100(신경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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