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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별로 글을 쓰고싶지 않은 영화라서 그냥 있었는데, 여기저기 맹목적인 칭찬 혹은 대놓고 보여주는 내용에 까대는 의견들이 많아서 내 의견을 써보자고 생각했다.

나는 원작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러나 무진 자애학원이 아니라 광주 인화학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뭐 적당히 소설 원작을 배제한 객관적 사실과 영화화 된 작위적 부분에 대해 거리를 두고 평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주로 까대는 사람들의 의견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내용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거북한 과정에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 이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그 화살은 인화학교 사건 관련자에게나 쏘아 보내야지...

그리고 까대는 또다른 배경은 "쪽팔림" 일 것이다.

영화에서 종반부에 "공유" 가 물대포를 맞으면서 아이들의 사건을 알리려고 애쓰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런 일에 정의롭게 나서지 못하고 멀찍이 서서 팔짱끼고 구경하던 행인들과 다름 없다.

"가담자, 동조자, 방관자" 의 입장인 자신들의 모습이 비추어 보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겠지.

배우들이 말한 "사건의 중압감" 을 느끼기는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기는 싫은 사람들...


어쨌든 결국 까대는 사람들의 말은 전혀 들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근데 naver 평점 9.35점을 받을 만큼 훌륭한 영화도 아니지만 ㅡ.,ㅡ;)

원작 소설이 가진 화제성과 완성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연출하는데 부담감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감독 "황동혁" 씨는 상업영화 경험이 "마이파더" 밖에 없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젊은 감독이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 감독 본인은 그런 부담감에서 해방된 것인지 생각보다 아주 잘 만들어진 결과물을 들고 나왔다.

사건의 충격을 보여주는 전반부와 법정싸움으로 이어지는 후반부를 연결해 주는 고민하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와 군중,여론의 배신에 대한 모습까지 적재적소의 구성과 함께 섬세한 연출이 잘 어우러 졌다.

영화 시작부에 교장실이 보이는 모습이 부감숏으로 찍혀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게 교장실에 숨겨진 CCTV로 보여지는 각도였다니...이런 쓸데 없는 섬세함이 디테일을 살려주어서 베테랑 감독 같기도 하다.

물론 작위적이고 너무 뻔한 장면과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 묘사가 좀 유치하고 하지만...이정도면 잘 뽑아낸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배우들의 연기이다.

군대에서 읽은 원작 소설 때문에 출연하게 되었다는 "공유" 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사실 "커피 프린스" 등의 트렌디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는 많겠지만, 뭐 대표적인 필모그래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기력을 보여줄만한 기회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것이 내 평가였다.

근데 군제대 후 복귀작으로 이런 비주류 인권영화(?) 를 선택하고, 또 그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을 내보이기 보다 극중의 인물 역할에 충실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큰 배우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X헌, 권X우...등등 나이가 먹어도 후까시 잡는 역할이 최고인줄 아는 몇몇 발전 없는 배우들이 꼭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반면 "정유미" 는 조금 실망했다.

영화 자체에서 크게 거부감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초반부에는 전작인 "내 깡패같은 연인" 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고, 후반부에는 "공유" 에게 가려서 거의 존재감이 없어진다.

배우로서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백상예술대상, 영평상 "여자신인상",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 황금촬영상 "여우주연상" 을 수상하며 착실하게 성장하고 인정을 받아오던 걸출한 초엘리트 여배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등장분량도 적고 흥행도 못한 영화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이 더 빛났던 것 같다.


어쨌든 영화 자체로도 그리 욕먹을 영화는 아니니까 많이들 극장가서 보세요~

내가 증오하는 "가문의 XX" 시리즈 따위에게 흥행에 지면 안되니까...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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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공지영" 씨의 작품중에 "도가니" 가 영화화 되고 나서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조심스러운 성격상 좋다고 맘놓고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지...

마침 "공지영" 씨가 출연했던 "무릎팍도사" 를 시청하였기 때문에 그녀의 패미니스트적인 성향과 강박적인 자유로움에 대해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초기작 부터 찾아보기로 하였고, 그래서 고른 것이 데뷔작 부터 시작해서 단편, 중편 소설들을 모아 놓은 "인간에 대한 예의" 였다.

"인간에 대한 예의" 는 총 9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모음집인데, 작품들이 너무나도 전형적으로 그녀의 사상을 나타내고 있어서 유기적인 어울림이 있다.

소설들의 배경은 거의 다 1990년대의 현대이고, 주인공이 꾸는 꿈이나 추억이나 회상은 모두 1980년대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소설집의 제목인 "인간에 대한 예의" 와 몇몇 작품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인 "정화" 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거쳐 현대의 대규모 잡지사에 근무하는 현대 여성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역시 작가인 "공지영"의 분신이라고 볼수 있겠고, 그녀의 패배주의와 우울함이 작품 전체에 퍼져 있다.

"얍삽하게 빨리 빠져나온 인간들" 인 그녀와 대기업이나 자영업으로 돈을 벌어 잘 살고있는 사람들이 전형적인 민주투사였던 "정석" 의 소식을 매개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인데, 그 죄책감과 패배의식에 대한 자위와 억지 반전이 진부하게 서술되어 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런 식이다.


"너는 도망친 사람이니 입을 다물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나도 입을 다물지도 모르지만,
무서워서 도망친 비겁자라고 욕한다면 진심으로 그들에게 나의 비겁함에 대해 사죄할 용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80년대의 아들이며 딸이었다.
80년대의 아들이며 딸들은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옳으면 승리한다는..아아..너무도 단순했지만 너무도 굳게,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먹고 자란 사람들 이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실제 80년대를 보낸 사람들에게 퍼져있던 공공의 정서를 그렸다는 점에서 분명 진부하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 내러티브는 시의적절하고 풍부하다고 할 수 있겠다.
(80년생인 내가 평가할 깜냥은 못되지만...)

그것은 80년대를 지나왔다며 잊고 자위하던 주인공이 70년대와 싸우다가 무기수로 수감되었던 "권오규" 를 만나고 그의 책(책속의 책) "인간에 대한 예의" 를 돌이키면서 상대적인 자괴감에 빠지는 순환관계로 화해를 이루려고 한다.

작가이자 화자이자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이를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킨 사람"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70년대 실패한 반독재 민주화 운동 때문에 감옥에서 죽고 장기수가 된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80년대 노동운동에서 도망친 현대인들이 느끼는 죄책감...

이정도로 책은 요약될 수 있겠다.

어쨌든 별로 유쾌하거나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본질론적 고민을 다룬 미국 락밴드인 "Killers" 의 노래 Human 이 생각났다.
(뭐,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책이랑 노래가 별 상관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ㅡ.,ㅡ)

능동적으로 시대와 역사와 현상에 맞서 싸우고 대응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인간" 이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나는 소설을 읽자 마자 이 노래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I did my best to notice
when the call came down the line
up to the platform of surrender
I was brought but I was kind
(나를 부르는 신호가 왔을 때 난 알리려고 최선을 다했지.
난 굴복의 연단 위로 올라가야 했지만 인간다움을 잃지 않았어
)

and sometimes I get nervous
when I see an open door
close your eyes, clear your heart, cut the cord
(활짝 열린 문을 보면 가끔은 불안할 때도 있어.
눈을 감아, 마음을 비워, 그리고 줄을 끊어!
)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my sign is vital, my hands are cold
and I’m on my knees looking for the answer
are we human or are we dancer
(우리는 인간인가, 아니면 꼭두각시 인가?
내 육신은 살아있지만, 내 두손은 차가운걸
난 무릎을 꿇고 해답을 찾고 있어
우리는 인간인가, 아니면 꼭두각시 인가!
)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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