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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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지만 영화라는 것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이 되면서 영화관람을 취미로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러한 씨네마키드들이 발전해 가는 방향은 대게 2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첫번째는 종합예술로서의 영화라는 매체에 빠져서 큰 스크린의 스펙타클, 다채널의 현장감있는 음향등 구조상의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대작(혹은 레퍼런스) 위주로 찾아보게 되는 사람들.
두번째는 문학이나 미술, 미디어등과 연립되는 예술매체로서의 영화 개념에 빠져들어서 영화를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며 주제를 연구하고, 감성을 느끼고, 감독과 배우를 공부하고, 따라서 고전주의나 독립영화 같은 마이너 작품들에도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두번째 부류이다.
나라는 인간은 워낙에 우유부단하여 위의 두 부류에 모두 속하고자 한다.
액션 대작이나 한국영화는 되도록이면 큰 극장가서 보고 싶고, 작은 영화와 생각하게 하는 영화는 나의 작은 골방에 쳐박혀 보는 것을 선호할 뿐 어떤 영화든 크게 가리지 않고 본다.
어쨌든 그래서 요즘 글을 쓰는 "아카데미시리즈"같은 쓸데 없는 짓도 하는 것이고, 오늘 얘기할 "렛미인" 같은 독립영화에 대하여 흥분하여 잠을 설쳐대는 것이다.
일전의 "ONCE", "우리학교" 와 최근의 "워낭소리"의 흥행에 힘입어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메이져 자본이 멀티플렉스를 이용해 영화계를 지배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일반 관객이 접할 수 있는 작품은 한정되어 있다.
심지어 예전에 "노인을 위한 나라"나 "Juno"같은 영화는 아카데미 수상작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10개관도 못되는 필름이 걸렸었으니,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들은 그 입지가 더욱 작을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씨네콰논"같은 업체는 자발적으로 일본 영화들을 수입해서 독립상영관에 걸고 있는데, 이런 회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영화도 엄청난 수상경력이 아니었으면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내 생각이다.
수상경력은 아래와 같다.
-2008년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관객상.
-2008년 시체스국제영화제: 유럽장편영화부문 금상.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최우수촬영상.
-2008년 에딘버러국제영화제: 디렉터스 쇼케이스부문 수상.
-2008년 판타시아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
-2008년 낫필름페스티벌: 비평가상.
-2008년 트라이베카영화제: 최우수작품상.
-2008년 뉴샤텔영화제: 최우수판타지상.
-2008년 우드스탁영화제: 장편부분 작품상.
또...사설이 너무 길어졌다.
어쨌든,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생소한 스웨덴 영화이다.
"잉마르 베르만"정도만 기억나고...덴마크 영화지만 스웨덴인이 나오던 "라스 폰트리에"의 "킹덤" 정도만이 이 북유럽 영화에 대한 향수의 전부이다.
영화를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이 (감독의 의도가 어느정도 반영되었겠지만), 스웨덴 겨울의 차갑고 하얀 세상과 주인공의 밤의 시간을 나타내는 어둠의 묘한 대비이다.
일단 눈 덮힌 북유럽의 풍경과 금발의 파란눈 꼬맹이가 등장하는 장면만으로도 동양인인 나에게는 충분히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만들어 내었다.
영화 카피가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순전히 자연광 빛을 이용한 조명을 통해 화면을 구성하고 분위기를 조성해 낸 감독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또한 위의 카피는 영화 제목인 "Let me in"과 함께 생각해 봐야 하는데, 영화상에서 흡혈귀인 이엘리는 어디 들어갈 때 항상 "들어가도 되나요?" 라고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들어가며, 목을 물고, 빨아낸다.
영화의 원제가 "Let the right one in"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인공 오스칼과 흡혈귀 이엘리의 마음의 공간을 허락함과 그곳에 들어와 자리잡는 과정이 더욱 아름답고 신비롭게 보이게 된다.
설정상 12세인 두 소년, 소녀는 그 나이대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순수한 교감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데, 잠깐잠깐 섹슈얼한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흡혈귀" 혹은 "드라큐라" 등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이던 선정성, 폭력성은 최대한 절제되어 표현되어 진다.
오랜 세월동안 12세에 머물러 있는 리엘리, 영화 초반부에 그녀는 어느 중년의 남자와 같이 살고 있고 그 남자는 리엘리에게 피를 공급하기 위해 밤거리에서 살인을 하고 피를 담아와서 그녀에게 먹이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주인공 오스칼의 옆집에 이사오면서부터 그 동네에는 피가 빠져나간 시체들이 늘어나게 되고 신문에는 살인마에 대해 떨들석하게 보도되고 있다.
경찰관의 참관수업 등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추리력등에 비상한 두뇌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 주인공 오스칼은 집앞에서 만나 친해지게 된 리엘리가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이혼가정에 살며 학교에선 왕따인 오스칼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결국 연쇄살인을 하던 중년남성이 꼬리가 밟혀 잡히게 되고, 그는 리엘리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얼굴에 염산을 부어 얼굴을 뭉겐 후에 자신의 피 마저 굶주린 리엘리에게 먹이고 죽는다.
여기서 리엘리는 무척 냉정하게 일련의 행동들을 받아들이고 행하는데, 그 직후 오스칼을 찾아와 벌거벗고 그의 침대에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이중적이면서도 묘한 감정이 들에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충격적인 종반의 사건 이후 같이 떠나는 오스칼과 리엘리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영화 초반 빛과 어둠의 대비와 더불어 중년 남성과 오스칼의 자리 대치로 인한 묘한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영화는 마무리되어 진다.
결국 얼마 후, 혹은 수십년 후 오스칼의 미래가 바로 중년남성의 처참하게 죽은 모습이 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오스칼 또한 리엘리를 먹이기 위해 살인을 계속하게 되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죽을 것이다.
12세 소년, 소녀의 순수한 교감과 사랑은 이러한 처참한 미래에 대한 명백한 암시에 의해 더욱 대비되고 더욱 공포스럽게 된다.
사실 이런 장르와 유럽영화의 흐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매우 지루한 영화일 수 도 있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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