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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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에는 역시 다량의 스포일러성 문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시 매우 애태우며 기다렸던 영화였고, 나름대로는 만족을 하며 영화관을 나왔다.
사실 한국에서 "거장"이란 말을 쓰기에는 참 애매한데,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홍상수"등 현재 가장 큰 name value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히 마이너적인 마인드와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봉준호" 감독이 대중의 기호를 잘~ 건드리면서도 자신의 색깔과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섞어내는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 소재와 연출이 조금 더 감독 중심이 되면서 기존의 타협성을 조금 버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만큼 멀어진 관객과의 거리를 매울수 있는 것은 "유명 배우들의 열연" 정도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좁은 시장에서 연기라는 부분에서 인정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명작, 혹은 명감독의 작품에 출연함으로써 연기력에 대한 공증을 꽝~ 받으려는 배우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주관이 있는 감독은 연출 의도에 맞는 배우를 직접 캐스팅 하거나 의도적으로 망가뜨리기도 하는데, "최민식, 김혜자, 변희봉"등이 전자이고, "원빈, 이영애, 유지태, 박해일, 고현정"등이 후자이며, "김상경, 송강호, 오광록" 등은 감독의 분신이자 화자이자 페르소나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감독과의 숨바꼭질"과 "디테일한 연기" 일 것이다.
1. 의도적 중의법적 표현, "mother" or "murder"
감독이 밝혔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엄마인데, 하지만 엄마, 어머니...는 어감이 좀 약하다.
게다가 시나리오상 마지막 반전에 대한 복선의 의미로 중의법적 장난을 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 때문에 "mother" 라고 쓰고 "murder"라고 읽는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는 선택이다.
2. 여전한 현실 비판의 칼날.
이미 "살인의 추억", "괴물" 등의 전작에서 신랄하게 보여준 것이지만 답답할 정도의 현실, 대한민국의 지금을 다시 한번 비꼬아서 보여준다.
"살인의 추억"때 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지방 소도시의 경찰로 대표되는 한국의 경찰력은 여전히 멍청하고 단순하여 살인사건 현장에서 이름적힌 공이 하나 나왔다고 살인범으로 확정짓는다.
변호사는 수임료만 밝히고 피고인의 말은 듣지도 않으며, 여자끼고 룸싸롱에서 아직도 요정정치를 해대며, 돈으로 검사와 관계인을 매수하는 짓을 대놓고 한다.
돈이 없어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불쌍한 애를 내버려 놔둔 주제에 애가 죽었다고 하자 우르르~ 나타나 울고불며 난리를 피우는 매정한 친척들.
본드를 불어대고 불법 핸드폰 개조를 하는 고등학생, 야매로 침을 놓는 아줌마, 돈만 받으면 사람을 개 패듯이 패는 사람들...
각종 불법 행위와 사회의 어두운 면이 여실히 드러나 보이는데, 물론 봉감독의 line은 거기까지...
절대 그 이상을 넘진 않고 더 건드리지도, 명확히 보여주지도, 대안을 내놓지도 않는다.
3. 다양한 복선의 의미.
우선 영화 오프닝에서 김혜자씨가 활량한 벌판에서 혼자 덩실덩실 춤추는 장면은 엔딩의 관광버스에서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과 이어진다.
하지만 감독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그 춤은 즐거워서 추는 춤이 아니라 "피하고 싶은 현실"을 잊기 위해 추는 춤사위이다.
오프님의 댄스씬은 첫번째 비밀인 영화 중반의 도준이의 살인사실을 확인한 후 추는 춤이다.
엔딩의 댄스씬은 두번째 비밀인 영화 종반의 엄마의 살인사실이 밝혀진 후 추는 춤이다.
또한 엄마의 보라색 코스츔, 도준이의 "바보"라는 말에 대한 과민반응, 진태의 골프채, 고물상 노인의 우산, 아정이의 핸드폰, 정신병원 탈출한 쌀도둑...
그리고 잊고 싶은 기억을 없애주는 허벅지의 침자리....
이 다양한 복선들이 감독의 의도에 따라 시간 순서를 넘나들며 제공되므로, 감독과의 숨바꼭질에서 지지 않으려면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고 line drive를 따라가야 한다.
4. 의도적이고 작위적인 관객 세뇌.
익히 알고 있듯이 "헐리우드 5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극 초반이나, 등장인물의 등장과 함께 그 인물의 성격이나 설정들을 최단시간안에 관객들에게 설득하고 전하기 위해 여러 사건 에피소드를 초반 배치하여 두는 것이다.
4-1> 순수한 도준이.
예를 들어 "도준"이가 술집에서 술을 먹고 돈이 없어서 대신 내는 것은 골프공 2개인데, 아마 낯익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폴 빌라드"의 단편소설 "이해의 선물"에 등장하는 얘기를 그대로 차용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사탕값 대신 버찌씨를 내고 2센트를 거슬러 받던...다들 아시죠? ^^;;).
나는 이걸 통해서 "도준"의 순수성을 보여주겠다는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했는데(아마 맞을걸?), 이건 사실이 아니라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영화 종반으로 갈수록 드는 것은 어쩔수 없는데...
이것 또한 감독의 의도라면...실컷 놀아날만 하다.
4-2> 가짜 진범 진태.
또한 "진태"와 "도준"의 관계를 보여주는 골프장 벤츠 사건 또한 평소 둘 사이에 이용하고 이용 당하는 관계를 보여주는 것인데...
이로 인해서 단순한 관객은 초반부터 "진태"가 진범이라는 진부한 설정에 넘어가 버릴 수도 있지만, 너무 뻔한 덫을 밟을 정도로 현재의 관객들은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것이 영화 중반을 넘어가면서 확인된다.
4-3> "엄마"이자 "여자"인 "사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엄마"와 "도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영화 초반 그녀는 좀 모자라는 아들이 걱정되어 따라다니며 약 먹이고, 옷 입히고, 밥 떠먹이는 착한 엄마이다.
하지만 중반 넘어서 넌지시 제시되는 장면들 중에서 같이 동침을 하는 장면이라던지...5살때의 기억이라던지...진태가 그녀를 대하는 방법이라던지...
석연찮은 부분이 많이 보인다.
가장 크게 의심되는 결론은 "엄마"는 아들을 "남자"로 보고 있었다는 점이자 "진태"와도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 감독은 떡밥만을 던져 놓을 뿐이지 결론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관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할 뿐이다.
5. 한의사로서 씁쓸한 辯.
뭐 봉감독의 시나리오 작업에서 어느 정도로 엄마의 직업이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결론이자 주제인 "끊을 수 없는 관계, 덮어두어야 할 진실" 을 위해서는 침도 필요하고 혈자리도 필요하다.
근데 무허가 약방에, 야매 침법에 비전문가적이고 비전문가적인 지식으로 인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일을 유모어나 단순한 수단으로 넘길 수 없는 현실때문이라서...
더 씁쓸했다.
어쨌든 쓸데 없는 말이 길어져서 스포일러가 많아진듯 한데, 나는 재미있게 보았으니 적극 권해드릴테니 극장에서 내려오기 전에 꼭 보세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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