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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발 오사카행 심야버스에서 내리니 아침 8시였다.


그런데...그런데...비가 온다!


오늘은 이번 일본여행에서 내가 가장 기대하고 있었고, 가장 많은 준비를 한 "유니버설 스튜디오" 를 구경하는 날인데... ㅠㅠ



어쨌든 10시 개장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상가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면,양치질을 하고 편의점에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먹다가 9시가 좀 넘어서 매표소를 향해서 출발했다.


비가 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지만, 내일 쿄토까지 여행가는 길에 비오는 것보다는 낫다고 자위하며 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 정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표를 사서 입장 대기하는 곳으로 갔을떄 시간이 9시 30분이었다.


비가 오길래 그래도 사람이 없을 테니 빨리 구경하고 갈 생각이었는데, 이런... 사람이 엄청 많다.


미리 조사한 정보에 의하면 10시에 문이 열리자 마자 여기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하여 "스파이더맨 "어트랙션에 줄을 선다고 한다.


가장 인기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도 어떻게든 비집고 서서 문 열리자 마자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스파이더맨이 제일 재밌어!!!"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평일에도 2-3시간씩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대인기라고 한다.


오늘은 비가 오기 때문에 전체 관람객 수는 평소보다 적다고는 하지만, 문제는 10시 입장과 동시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을 향해 뛴다는 것이다.


정말 좀비들 처럼...


질서를 잘 지키는 일본인들이 이럴 정도면 정말 대단한 인기인가 보다.


어쨌든 팔팔한 대학생이었던 나는 정말 미친듯이, 비에 젖는 것도 신경 안쓰고 뛰어서 10명 안쪽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근데 뒤를 돌아보니 아직 일행이 못 쫒아 왔네...


그래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어트랙션을 탈수 있어서 만족했다.



헉~헉~ 거리는 숨을 고르면서 길고 긴 대기줄을 지나가는데, 좌우로 아기자기하게 영화상의 모습들을 재현해 놓았다.


주인공 "피터 파커" 의 방을 옮겨 놓은 듯한 모습.


이런 대기줄이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는데, 여름 성수기에 오면 3-4시간을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정말인가 보다.


하긴...이젠 한국도 에버랜드에서도 몇시간 기다려야 하는 일이 많지.



와우~ 정말 재미있다.


3D 영상과 함께 정신없이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있으면 정말 스파이더맨처럼 빌딩 사이를 날아 다니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어트랙션 탑승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이러한 기념품 샵들이 자리잡고 있다.


방금 전 탑승의 감동을 생각하면 바로 구매할수 밖에 없는 인형,기념품들이 많다.




어린시절, 정말 흥분해서 보았던 영화 "백 투더 퓨쳐" 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트랙션들은 소재가 되는 영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진행이 되는데, 실제 배우들이 출연하여 만든 번외편 영상들을 보여준다.


"백 투더 퓨쳐" 라이드는 앞선 스파이더맨 처럼 3D 영상과 함께 움직이는 좌석에 착성하는 놀이기구인데, 악당 버즈가 브라운 박사의 연구실에서 타임머신 자동차를 훔쳐서 도망가자 박사가 관객들에게 똑같은 자동차를 주며 악당을 쫒아가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정신없이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미래와 과거를 오가면서 쥬라기시대, 미래도시, 화산지대..등을 지나게 된다.


엄청 재미있었다.



20여년 전의 영화지만, 지금도 화재 영화 중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분노의 역류" 어태랙션 이다.


여기는 탑승하는 놀기이기가 아니라 감독과 배우가 영화촬영 뒷이야기를 해주고, 신제로 어떻게 불 붙는 장면을 찍었는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주연배우 "커트 러셀" 이 나와서 영화 뒷이야기를 해주는 비디오를 보고 나면, 감독인 "론 하워드" 가 나와서 영화 촬영 방법에 대한 비디오가 스크린에 보인다.


근데 불만인 것이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더빙을 해놓은 점이었다.


차라리 영어로 나오면 좀 낫곘는데, 일본어로만 들리고 자막도 없으니 내용을 알수가 없었다.


아마도 나이어린 일본인 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외국인 관람객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서 기분이 나빴다.



영화에서 마지막 씬이었던 공장터 화재장면을 세트까지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실제 화재와 폭발을 재현하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관객석까지 열기가 전해지고 휘발유 냄새가 난다.



아미티 해변마을에 도착하니 선착장에 커다란 죠스가 잡혀서 메달려 있었다!!!


말이 해변마을이지 유니버설 스튜디오 중앙을 흐르는 작은 개천? 강? 이다.



80년대 여름을 주름잡았던 납량특집영화 "죠스" 이다.


생각해보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가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많이 만들어졌다.


"E.T, 죠스, 스타워즈..."



죠스 어트랙션의 구성은 해변마을 "아미티" 를 출발하는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면서 선장역할의 여자분이 주변 설명을 해주고, 배 운전해서 파도를 넘고...하다가 갑자기 죠스가 나타나서 공격하고, 선장은 총을 쏘면서 싸우고...


이런 유치한 내용이다.


그런데 선장 역할의 여자분이 일본인 특유의 오버하는 하이톤 연기로 매우 재미있게 해줬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인 스트리트에서는 저렇게 캐릭터 탈을 뒤집어쓴 영화 주인공들이 춤을 추고 돌아다니다가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어 준다.


딱따구리가 유니버설 것이었나 보네...



비교적 최신작 이었던 "슈렉" 의 인기는 대단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스튜디오 내부의 식당들을 둘러 보았는데, 대부분이 1000엔이 넘는 고가에다가 여느 유원지와 마찬가지로 부실한 구성 뿐이었다.


그래서 밖에서 먹기로 하고 나오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딱 1회 손에 도장을 찍어주고 외부로 나갔다가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


스튜디오 밖에는 전철역까지 이어지는 거리에 "유니버설 시티워크" 라는 상점가가 길게 이어져 있고 많은 식당들이 있다.


우리는 맛있다고 소문난 일본 패스트푸드점인 "모스 버거" 에서 먹었는데, 역시 한국이나 미국 패스트푸드 점과는 다른 알차고 독특한 맛이 있었다.


한국에도 들어오면 좋을텐데, 이전에 대만에 갔을 때는 모스버거를 본 적이 있다.



아침도 편의점에서 해결해서 배가 고팠는데도 햄버거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운 이유는 바로 1시에 시작하는 "워터월드" 쑈를 보기 위해서 였다.


이것은 하루에 한번, 1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놓칠수가 없는 쇼 였다.


1000명도 넘게 수용할 듯한 야구장만한 쇼장에 입장하면 원하는 자리에 앉을수 있는데, 앞쪽의 파란색 좌석은 물을 뿌리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비를 입은 사람만 앉을 수 있다.



저 넓은 바다?와 건물들이 무대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커서 깜짝 놀랐다.



드디어 쇼가 시작 되었다.


악당들이 제트스키를 타고 묘기를 부리며 침략해 오는데, 물대포와 기관총으로 공격한다.


배우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적의 대대적인 습격에 요새가 함락 직전이다.



펑~~~


역시 실감나는 폭발이 화약 냄새, 휘발유 냄새와 함께 우리를 덮친다.


무지 돈을 많이 쓰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비행기도 바다에 추락한다.



30분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출연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추운 날씨에 비까지 오는데 물속에서 연기한 배우들이 진심으로 멋있었다.


나갈때 알게된 사실인데, 저 물은 모두 따뜻한 물이다 ㅡ.,ㅡ;



길을 가다가 영화 박물관 같은 곳을 발견했다.


내부에는 출연 배우들이 직접 사인한 영화 포스터들이 진열되어 있고, 포스터와 기념품을 판매도 한다.


좋은 점은 저렇게 실물사이즈의 피규어 들이 있어서 사진도 찍고 좋았다.



어흥~~시스가 나타났다!!



비교적 최근작인 "슈렉" 을 테마로 한 어트랙션 이다.


4D 라고 쓰여 있는데, 3D 영상을 보여주면서 좌석이 흔들리는 기존 어트랙션과 달리 좌석 여기 저기에서 바람, 물, 냄새가 뿜어져 나와서 현실감을 살려낸 영화이다.


"스파이더맨" 처럼 과격한 움직임이 없어서 어린이들도 많은데, 정말 소리 지르면서 좋아한다.



대기 줄에 서있으면 여기 저기에서 슈렉1,2 영화의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기다리면서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해서 어트랙션의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좋은 장치인 것 같다.



두번째 쑈인 "몬스터 락앤롤" 쑈이다.


하루에 3회 하는데, 시간에 맞춰 미리 가서 가운데 쪽에 앉을 수 있었다.



우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인 "비틀쥬스" 의 주인공이 메인 롤이다.


각종 괴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모두 외국인들인데, 비틀쥬스 한명만 일본인으로 해서 계속 혼자 말하면서 쑈의 진행을 한다.



이 4명이 주인공 급으로 쑈를 진행한다.


모두 외국인인데, 계속해서 힘든 춤을 추면서 라이브로 노래까지 한다.


노래는 대부분 알기 쉬운 유명 팝송 이어서 즐기기에 무리가 없었다.


늑대인간,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모두 유니버설에서 만든 영화 캐릭터인데 이렇게 또 상업적으로 이용하다니 정말 알뜰살뜰 하다.



엔딩에서는 출연한 몬스터들이 모두 나와서 노래하면서 인사를 한다.


춤과 노래가 신나게 어우러져서 20분의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재미었다고 말하던 "E.T" 이다.


그러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가장 정성을 쏟은 곳이 여기라는 말도 맞는 것이, 입구에서부터 영화 스토리에 따라 E.T가 발견된 숲을 재현해 놓고 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정교한 나무와 꽃들이 긴 대기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정도의 세트를 만들려면 그냥 진짜 나무를 심는게 싸게 먹혔겠다...싶었다.



어트랙션의 주요 내용은 자전거같이 생긴 탈것을 타고 숲속에 들어가서 ET를 찾다가, 하늘로 올라가 달을 지나 공중비행을 하고, E.T의 고향 행성으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좀 지루한 감이 많았지만, 귀여운 E.T를 잔뜩 만난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사실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본적도 없겠지...ㅋㅋ



마지막으로 탄 것은 "터미네이터2" 였다.


3D 영화가 주체인데, 이것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최초의 3D 영화이다.


슈렉이 2001년, 스파이더맨이 2003년인 것을 생각하면 1992년에 개봉한 터미네이터의 3D버젼은 유니버설에서 20세기에 유일한 3D 어트랙션 이었을 것이다.



커다란 스크린에 입체안경을 쓰고 3D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라이딩이다.


극장개봉 영화와는 다른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진 내용을 실제 출연했던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데, 진행 중간에 갑자기 스크린이 꺼지고 배우들이 무대로 뛰어 올라와서 총을 쏘고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을 연츨한다.


나는 재미있게 봤는데, 내용이 지루했는지...하루종일 비맞고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그랬는지...일행들은 모두 잠이 들어 버렸다.



역시 어트랙션을 끝내고 나오면 이어져 있는 기념품샵~


여기에는 실물 사이즈의 T-900 사이보그 피규어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와~ 사고싶다.





5시가 되어가는 때에, 우리는 하루종일 비맞고 돌아다니느라 몸도 지쳐있었고 발은 퉁퉁 불어 있었다.


폐장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몰릴 것 같은데, 우리는 여행 케리어까지 코인로커에서 찾아서 끌고 가야 하므로 조금 서둘러서 한가할때 나왔다.


전철을 타고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려고 기다리는데 마침 스파이더맨 페인팅을 한 전철이 왔다.


운이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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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아카데미 수상작 시리즈인데, 각본상을 수상한 "허(her)" 라는 작품에 관심이 가서 다른 작품들보다 먼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영화가 한국 개봉 계획은 없다...

 

이미 대기업 자본에 잠식당한 한국 극장가에서 이런 돈 안되는 영화는 걸어 주지도 않겠지만, 수입도 안된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고, 때문에 포털 영화 사이트 등에도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거의 전무 하다.

 

그래서 가능한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테니, 길다면...그래도 보세요!!!ㅎ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각본상 수상의 사실에 주목한다면 역시 영화 감상의 초점은 시높시스라고 봐야 한다.

 

어찌 보면 21세기 전후를 흐르는 시간에서 소설, 만화, 영화 등에서 많이 등장한 "인공지능(AI)" 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조금 식상할 수도 있다.

 

다만 차이점을 찾는다면 이전의 "전영소녀(비디오걸), 아이 러브 서티" 등의 만화에서는 인간인 주인공이 실체를 갖게 된 AI 와 만나게 된다는 것과, "블레이드 러너, AI" 등의 영화에서 처럼 아예 AI가 탑재된 객체(대게의 경우 로봇)가 주인공이 되어 인간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는 AI 가 가진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 이겠다.

 

 

여주인공 "사만다"순전히 컴퓨터의 OS(운영시스템) 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실체도 없고 단지 목소리 만으로 주인공 또는 인간들과 소통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AI는 첫등장 부터 거의 완성된 인격체 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굉장히 빠른 발전속도를 보여서 금방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 버린다.

 

대게의 경우 이러한 미래를 무서워 하던 1900년대 에는 인간을 뛰어 넘는 AI 들이 기계를 점령한다거나 인류를 파멸로 이끌게 되는 시나리오가 많았는데...최근의 경향은 이와는 좀 다르다.

 

"아이작 아시모프""로봇, 파운데이션" 시대와 "제임스 카메론" "터미네이터"  세계관은 이제 사라지고 좀더 철학적이고 본질론적인 고민들이 진지하게 소설, 영화 등에서 보여지게 된 것이다.

 

이 시기의 과도기에서 나온 기형 작품이 바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인데, 사실 이 영화는 SF소설의 아버지 정도 되시는 "필립 K. 딕" 이 쓴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을 꿈꾸는가" 가 원작이다.

 

왜 기형적이냐 하면 AI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인간을 공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SF물과 비슷하지만, 로봇들이 가지게 된 "감정, 생각, 의지" 등이 테러 행동의 원인으로 깔리면서 굉장히 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좀더 발전하게 되면서 아무 근거없는 기계 문명에 대한 공포심은 사라지고, "감정, 생각, 의지" 를 가진 AI 로봇들의 인생역정(?) 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그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바이 센테니얼 맨" 등의 영화들이 등장하게 된다.

 

좀 무리하게 가져다 붙이자면 "메트릭스" 까지도...ㅎㅎ

 

 

 

어쨌든 그러한 SF 발전상에서의 AI는 이제 실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친구이자 연인이자 그것을 뛰어넘는 초자아의 단계까지 왔다.

 

이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을 맡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매우 욕심이 많았는지, 120분이 넘는 시간동안 매우 재미는 없지만 의미가 가득한 화면과 이야기 들을 집어 넣어 놓았다.

 

AI가 인격을 갖는 과정, 지식과 예술성을 습득하고 발휘하는 모습, 자신의 존재의 한계를 깨닫지만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감정의 발전, 결국 인간과 다르다는 것을 한계가 아닌 장점으로 발전시켜 일종의 초월 존재가 되어버리는 허무함 까지...

 

시종 아름답고 조용하고 섬세한 화면을 통해서 이러한 것들을 보여주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대화들로 120분의 장편 드라마를 가득 채우는 감독의 연출력도 각본 능력 만큼이나 대단하다.

 

 

이 감독이 "잭 애스"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하지만 오래전 비흥행작 이었던 "존 말코비치 되기" 등에서는 번뜩이는 천재성과 철학적 이해도를 보였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이니, 역시 사람을 볼때는 단면만 보아서는 안될듯 하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이 정적인 영화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2개의 목소리 중에서 AI OS 역의 담담하면서도 허스키하면서도 섹시한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 은 마지막에 자막이 올라가기 전까지도 과연 누굴까...라는 강렬한 의구심을 가지게 할 정도로 멋진 목소리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기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져서 이젠 아무도 친"리버 피닉스" 와 비교도 하지 않고 한명의 명배우로서 인정하는 "호아킨 피닉스" 도 너무나 멋진 연기를 보여 주었다.

 

덤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나온 "에이미 아담스" 도 보니 좋았고~

 

어쨌든 그다지 새롭지 않은 소재 이지만, SF라는 장르에서 귀중한 소재를 가져와서 그것을 매우 독특하고 담담하면서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니, 좀 길어서 지루하더라더 한번 보세요~~~^^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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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다리던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고, 올해도 변함없이 아카데미 수상작 시리즈를 써 보기로 한다.

 

우선 영예의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을 선택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어제 시상식에서 유명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가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는데, "월드워Z" 에 이어서 제작자로서도 훌륭한 출발을 보이는 것 같아서 팬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기뻤다.

 

부인인 "안젤리나 졸리", 친구인 "조지 클루니" 처럼 직접 기아, 난민, 환경, 정치 문제에 뛰어들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 깊은 영화를 만드는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근데 사실 "노예12년" 의 주제인 인종차별과 흑인노예에 대한 영화예술계의 관심과 환기는 1970~90년대에 많이 이루어 졌었고, 많은 명작들이 나왔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사람은 "스티븐 스필버그""스파이크 리" 감독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흥행 감독이라는 평가 때문인지 작품성 있는 영화로 아카데미를 노크하기를 여러번 시도 했는데, 그 첫번째가 1985년에 만든 "컬러퍼플" 이었고, 이 영화는 "흑인, 여성, 빈민, 학대" 등 민감하지만 중요한 코드들을 여러개 가진 데다가, 심지어 각본은 퓰리쳐상 수상작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필버그라는 인물에 대한 아카데미의 거부감과 흑인영화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서 무려 11개부분에 노미네이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개의 상도 받지 못했다.

 

물론 타겟을 유대인으로 바꾼 1993년작 "쉰들러 리스트" 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한 7개부문에서 수상을 했는데 말이다...흠...

 

근데 더 웃긴건  이후 야심차게 만든 1998년작 흑인 노예들의 반란 영화 "아미스타드"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 셀러 원작으로 멋진 영화를 만들었지만 아카데미에서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아카데미가 왜 보수적이라고 비판 받는지 알만 하지 않나?

 

(여담이지만 "칼라 퍼플"은 드라마적인 면이 매우 뛰어나고,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성기의 "우피 골드버그" "오프라 윈프리" 등 가장 성공한 흑인 여성의 젊은 모습을 볼수 있으니 꼭 한번 보세요~^^)

 

 

 

또한 흑인 감독이면서 흑인 영화를 많이 만든 "스파이크 리" 감독은 원래 정치 시사적인 영화들을 많이 만들기는 했었고, 그중에서도 자신이  흑인으로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그린 "브룩클린의 아이들" 이나 "똑바로 살아라" 같은 영화와 함께 많은 흑인 인종차별과 인권에 관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흑인이 흑인 영화를 만드니까 더 심도있고 더 진지하게 큰 영화도 만들고, 매우 자세하고 지엽적으로 작은 영화도 만들었다.

 

큰 영화인 1992년작 "말콤 X" 는 실존인물의 삶을 배경으로 진지하게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해서 그리고 있는데, 워낙에 유명하지만 사람들이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자주 혼동하고 잘 알지 못하지만...그는 목사가 아니라 이슬람 회교주의자 이다 ㅡ.,ㅡ;;

 

(곁다리로..."덴젤 워싱턴" 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는데, "말콤X" 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였지만 수상 실패...이후 수차례 노미네이트 되었지만 계속 실패...결국 2002년 "트레이닝 데이"로 겨우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니....더럽고 치사한 아카데미가 아닐수 없다)

 

그리고 그중에 작은 영화로써 매우 드물게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 중에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가 바로 "정글피버" 인데, 성공한 흑인 남자와 가난한 백인 여자의 연애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눈과 배척을 그려내고 있다.

 

1800년대나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단순한 흑인 인권과 인종 차별이 아닌 현대사회에서의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저변에 깔려있는 비겁함 등이 잘 그려진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각각의 흑인을 다룬 영화들의 성격을 분석해 보자.

 

1. 칼라퍼플- 가난한 흑인 여성의 학대와 핍박의 삶

2. 아미스타드- 흑인 노예들의 반란과 자유에 대한 법정 싸움

3. 말콤X- 한 개인으로서 흑인의 인권 투쟁에 뛰어드는 과정

4. 정글피버- 현대에도 이어지는 인종차별, 사랑에 국경은 없지만 인종차별은 있다

 

 

대충 정리하자면 이런데, 늦었지만 오늘 2014년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 의 성격을 살펴 보자.

 

5. 노예12년- 흑인노예 개인의 삶의 굴곡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노예생활.

 

 

딱 이정도 이다.

 

사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그다지 감동을 느끼지도 못했고...자유의 소중함도 깨닫지 못했다.

 

흑인 삶의 애환이나 드라마를 보려면 "칼라퍼플" 이 더 낫고.

자유의 의미를 깨달으려면 "아미스타드" 의 법정씬이나 "말콤X" 의 투쟁을 보면 된다.

 

그러나 "노예12년" 이 갖는 장점에 대한 나의 생각은 "리얼함" 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1840년대 일어났던 실화를 직접 겪은 "솔로몬 노섭" 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데, 아마도 역시 흑인인 감독 "스티브 맥퀸" 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작위적인 감동 드라마 대신 매우 건조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전설의 드라마 "뿌리" 에서 보여지던 흑인 노예의 삶이 이러했을까?

 

벌목을 하고 목화를 따고 이러한 일상과 함께 흐르는 흑인 민요와 송가 들은 매우 아름답지만 슬프고, 그것을 보여주는 화면은 맑고 화창한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나의 점으로 움직이는는 까만 노예들 이다.

(관심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영화의 음악감독은 무려 "한스 짐머" 이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비출때면 이마에 방울방울 맺힌 땀방울...분장이 아닌 진짜 땀방울...

 

이 영화는 철저하게 노예를 보여준다.

 

인상깊던 장면은 백인 감시관에게 대들다가 디지게 얻어맞고 나무에 목메달린 주인공(플랫)의 모습을 롱테이크 풀샷으로 몇분간 보여주는데(아마도 영화상 실제 시간은 반나절 정도), 햇빛이 쏟아지는데 플랫은 목이 졸려 식은땀을 흘리면서 살기위해 깨끔발을 들고 버티려 하고...플랫이 맞을땐 판자집에 들어가 숨어있다가 몰래 눈치보고 나와서 각자 하던 일을 하고...여자는 목메달린 플랫 주위를 쓸고...애들은 뛰어다니면서 놀고...

 

이 한 장면에서 노예의 삶과 일상, 그것에 대한 흑인의 생각과 인식을 아주 잘 표현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극단적인 클로즈업의 화면을 1분 넘게 보여주는 장면이 많은데, 예를 들면 갑자기 화면 전환이 되면서 흑인 할머니 얼굴이 움직임 없이 1분정도 보여지다가 갑자기 장례식 노래(요단가~어쩌구 저쩌구) 노래를 부른다 던가...주인공 얼굴이 30초정도 클로즈업 되어 있다가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던가...악덕 주인 앱스의 처참한 미래와 대비되도록 너무 깨끗하게 보여지는 송충이(???자벌레???) 의 모습...

 

이런 장면들의 상징이나 복선이 매우 흥미롭게 보였고, 어떤 장면에선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잘 보여준 것 같다.

 

 

 

"스티브 맥퀸" 감독의 연출경력은 매우 짧고 이번이 겨우 3번째 영화 인데다가, 들어서 알만한 유명한 작품도 없어서 처음에 이런 대작 영화를 맡긴 "브래드 피트" 를 이해할 수 없었으나...결과물을 보고 나서는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근데 "브래드 피트"가 배스 역할로 직접 출연한 것은 좀 에러...아닐까 싶다. 극의 흐름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노예12년"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눈물나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가 되었겠지만, "스티브 맥퀸"매우 절제된 연출로 또 다른 감흥을 주어서 너무 좋았다.

 

어쨌든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을만한 영화니까 꼭 보시고~ 가능하면 위에 언급된 영화들도 찾아 봅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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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아니라 미국 방송국인 HBO에서 제작방송한 10부작 미니시리즈 드라마이다.

하지만 왠만한 헐리웃 대작 영화의 제작비보다 많은 1억2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HBO의 뜻이 Home Box Office 임을 보듯이, 10편의 에피소드가 정말 영화보다도 멋진 결과물을 보여주기 때문에 당당히 영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2001년에 제작,방영 되었지만 지금와서 다시 꺼내보게 된 이유는 최근 미국 HBO에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후속편 격인 "퍼시픽" 을 방영하기 시작해서, 이왕이면 처음부터 다시 보자는 의미로 다시 꺼내보게 된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의 성공에 힘입어 "스티븐 스필버그" "톰 행크스" 가 다시 뭉쳐 만든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을 시작으로 하는 유럽 전선에서의 나치와의 전쟁을 주로 그리고 있다.
("퍼시픽"은 말 그대로 태평양에서의 일본과의 전투가 주로 나온다)

주인공들이 속한 미육군 101공수사단 506공수보병연대 소속 "이지 중대(Easy company)"공수부대이기 때문에 낙하산을 타고 적진 깊숙히 홀로 낙하하게 된다.

낙하지점에서 지휘관과 동료 전우들을 찾고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그들은 항상 전쟁의 한복판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수많은 위험에 처하게 되고 수많은 전우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 보아야만 한다.

영화 제목이 "Band of Brothers", 셰익스피어의 글에서 따온 이 단어를 직역해 보면 "전우" 인데, 여기서부터 이 영화가  현대전을 소재로한 영화나 혹은 적나라한 전쟁의 모습을 그려내는 여타의 많은 영화와 차이점이 보이게 된다.

단순히 물량전 양상으로 나아가서 화려한 전쟁씬만 늘어 놓을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역사와 실존 인물들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Stephen Ambrose" 원작 소설에서도 느껴지듯이 전쟁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세밀하게 나타낸다.

예를 들어 1편 "커래히 훈련소" 7편 "Braking point"에서는 "지휘관의 능력이 부대원들의 생사를 좌우한다"라는 명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4편 "보충병" 에서는 생사고비를 함께하지 못한 보충병과 부대원간의 신경전과 갈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6편의 "바스통(Bastogne)" 에서는 3개월간 음식,병기 지원 없이 한겨울의 숲속 참호에서만 버텨야 했던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 부대원과 융화되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위생병의 이야기가 그려져서 눈물이 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 에피소드는 2003년 미국 각본가 연맹상을 수상하였다 ㅠ.,ㅠ)

또한 군국주의 옹호와 잔인한 폭력성으로만 비추어질 것을 대비하여 9편 "Why we Fight" 편을 통해서는 나치가 유태인수용소에서 행한 만행을 보여주어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릴 수 있었던 점은 2시간짜리 장편영화가 아니라 10편짜리 드라마라는 형식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투입된 3년의 시간, 1억 2000만달러의 제작비, 대사 있는 배우만 500명, 총 1만명의 엑스트라...그것은 영화, 드라마를 통틀어서 앞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아, 참...
"퍼시픽" 이 그 기록을 깨고 있지...
ㅡ.,ㅡ

어쨌든 몇년만에 다시 본 영화지만 그 감동은 여전하고...아니 더 했다.

최근에는 한국 육군 논산 훈련소에서도 교육 자료로 "Band of Brothers" 를 단체 상영해 준다고 할 정도로 사실성에 철저한 영화임과 동시에 남자가 아니더라도 전쟁의 의미를 이해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전우애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꼭 한번 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제 "퍼시픽" 보러 고고씽~^^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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