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협'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4.23 [책] 표류공주 (최후식作) 5
  2. 2011.02.11 [책] 호위무사(초우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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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해 100권 정도는 우습게 책을 읽는 사람이지만, 감상문을 쓰는 작품이 적은 이유는 주로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독서를 하는 까닭에 70% 가량이 읽기 쉽고 시간이 빨리 가는 무협,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전철안에서 피곤한 몸으로 움베르토 에코 나 앙드레 지드 를 읽는다면 절로 멀미가 나고 10분만에 잠이 들 것이니까 @.,@)

 

어쨌든 그렇게 읽은 무협, 판타지 소설이 매년 수십 수백권이 되지만, 그중에 이렇게 감상문을 쓰는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읽거나 감독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표류공주" 라는 작품은 처음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여자 공주가 주인공인 소설인 줄 알았으나 한문 표기인 "漂流空舟(홀로 떠내려가는 빈 배)" 라는 글자를 보고 나서 작품의 심오함을 예감했다.

 

이 작품에는 명문정파의 후기지수, 절대 미남과 절세 신공,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이런 것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모진위"태어날 때부터 등이 굽고 팔다리가 뒤틀린 데다가 추악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 요절할 운명을 타고났으니, 불행한 시작부터가 찝찝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장애로 인해 어릴때 죽어야 할 운명의 "모진위" 는 모자란 진원지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태어나자 마자 무위조식의 권법인 "용무권" 을 죽어라 익히고, 소년일 때는 굳어가는 몸을 살리기 위해 기예단(연극단)에 들어가 유연함의 무공인 "비연류" 를 익히고, 연극을 위해 "추혼십이절" 을 익혔으며, 죽지 않기 위해 살수들에게 살인기술을 배웠으며, 목숨을 빚진 댓가로 "천지신공" 을 억지로 배우게 된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는 시한부인생의 불구의 추남에서 환골탈태한 절대고수가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주인공 "모진위"원하거나 스스로 선택해서 배우고 익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적 약점과 환경 때문에 억지로 떠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신체적 일신상의 변화를 가지고도 "표류공주" 의 제목이 뜻한 바가 표현이 되지만, 결정적인 것은 모진위의 성장과 감정변화에 따른 주제의식의 표출이다.

 

이 소설의 플롯과 전개는 "비극의 서사" 이다.

 

그에게 삶을 연명하게 기회를 준 것은 아버지의 원수인 "하상곤" 이었다.

 

그에게 의술을 베푼 "황경", 용무권을 가르쳐준 사부 "도학정", 최고의 무공 추혼십이절을 전수한 사부 "구노인", 내공으로 새생명으로 태어나게 해준 천지신공을 전수한 사형제 "희노애락 사괴", 황궁의 절예를 사사한 "유진목"...

 

비웃음과 학대와 고난과 슬픔으로 얼룩진 "모진위" 의 인생에서 몇 안되는 호의와 사랑을 보여준 이들은 모두 죽었다.

 

그것도 직접적으로 "모진위" 를 감싸거나 돕다가 죽게 된다.

 

그에게 유일하게 인간의 감정인 "사랑" 을 느끼게 한 여인 "채경령"은 악당들의 조종으로 꼭두각시처럼 그녀의 아버지를 살해하게 됨으로써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버렸고, 어릴적 부터 유일한 친구였던 "목선민" 은 적대세력으로 만나 생사결판을 내게 된다.

 

 

주인공의 인생이 흘러가는 것을 작가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때로는 무미건조하게...때로는 절절한 감정을 묘사하면서 서술해 간다.

 

그것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의 마음은 먹먹해지고 가슴은 답답해져 온다.

 

"모진위" 는 왜 살아야 하는가?

그 구차하고 구질구질하고 주변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삶을 왜 이어가야 하는가?

 

이 물음이 궁극적으로 독자와 작가가 직접 물어보고 토론하고 싶지만 "모진위" 라는 비루한 인간의 비통한 삶을 통해 인생의 불가역성을 관조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그냥 그렇게 서술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슬프고 아프다.

 

마지막 사부이자 사형제인 "희노애락 사괴"가 각자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을 재료로 "천지신공" 의 완성을 꾀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불구에다가 오성도 떨어지고 내공도 없는 "모진위" 만이 천지신공을 완성하고 환골탈태를 이루게 된다.

 

그가 천지신공을 완성할수 있었던 이유를 "모진위" 자신도 모르고 사형제도, 작가도, 독자도 모른다.

 

아니, 모른척 한다.

 

4부에 해당하는 복고맹과 채가장의 싸움에서 맹목적으로 "채경령" 을 돕고자 자신의 수명을 줄어들게 하고, 목숨까지 걸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모진위" 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희노애락"의 4가지 성정 이외에 "사랑" 이라는 단서를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표류공주" 라는 한 개인의 힘으로 어찌 할수 없는 흐름에 따른 인생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척 하면서 너무도 잔인하게 사건에 개입하여, 결국은 최후의 주제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슬프고 비극적인 결말을 만들어 낸다.

 

이 재수없는 작가놈...

 

평생을 자기 뜻대로 살지 못하고, 구박받고 멸시받고 고생만 한 불쌍한 모진위를...

 

그리고 채경령을...

 

 

어쨌든 이 소설은 한국 무협계에서 흔치 않은 주제와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고, 발간 10년이 넘어서도 신무협 팬들에게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명작이니 아직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꼭 찾아 봅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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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시 무협소설이다.

5일이나 되는 긴 연휴동안 나가서 놀기도 많이 하였지만 시간도 보낼겸 다시 고른 소설책이 무협지 "호위무사" 이다.

"초우"라는 다소 생소한 작가의 작품인데, 의외로 여러 곳의 독자들이 추천하는 소설이었다.

저번에 말한 "용대운, 야설록.." 등의 8~90년대 작가들이 아니라 2000년대 들어서 독자였던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쓴 소설, 혹은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하던 소설...그러한 신무협, 신환타지 소설의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은 진짜 인터넷에 연재되다가 인기를 얻어 출간된 사례이다)

한창 영웅들의 복수극에 빠져있던 소재의 한계에서 벗어나 거지, 문지기, 표사, 현상금사냥꾼...환타지의 세계로 순간이동한 무협지의 주인공등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이 신무협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호위무사"는 말 그대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호위무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호위무사의 삶을 그리기 보다는 그냥 초반부터 절대 고수인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나열되기 때문에 통속적인 무협지의 범주에 맴돌아 사실 유니크한 소재의 특수성이 퇴색되는 안타까운 점도 보인다.

좋은 점도 있는데, 신진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단체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용부, 봉성, 공부...등의 복잡한 배경과 함께 그 내부의 단체들간의 음모와 격투를 잘 그려내어서 나름대로 필력을 느끼게 해준다.

근데 일을 너무 벌려놓고, 등장인물을 많이 내세웠는데 그 마무리가 너무 대중없고 간략하여 아쉬운 부분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유의깊게 살펴본 점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김용""영웅문" 에는 "항룡십팔장""탄지신공, 일양지, 타구봉법" 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리고 "항룡유회"니 어쩌구 하는 초식 이름도 무협지 깨나 본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무협에서 무당파는 당연히 태극권, 화산파는 매화검법...등의 대표적인 무공은 있지만 묘사되는 초식은 그냥 휙~ 퍽~ 하고 나면 반경 10장이 초토화...라는 식의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호위무사"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연재당시) 초짜 작가 치고는 고심을 많이 했는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무공의 초식까지 모두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소천대검식""산검탄월우"를 펼치면 검기가 우산처럼 퍼져서 적들을 공격한다거나...하는 식으로 독자의 머리속에 주요 무공의 도해를 주입시켜 주어서, 책을 보면서도 입체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나름대로 체계를 잡아 신검합일이니..심검이니...하다가 "마음이 일어나면 形이 되고, 氣에 神이 따르면 검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검론을 펼쳐 놓는다.

무협지에 빠삭한 강호제현들의 눈에는 가소로워 보일 수도 있지만 색다른 재미를 주는 부분이다.

2000년 초 즈음부터 인터넷에 연재되다가, 2005년 책으로 10권 완결 출판된 소설로서 나름 유명해서 찾아보기 쉬우니 한번 읽어 봅시다.

그리고 앞서 감상평을 올린 "군림천하"와 마찬가지로 "호위무사" 또한 "황성" 이라는 작가가 만화로도 그려서 인기를 얻었으니, 만화로 보고 싶은 사람은 naver 만화에 가서 보세요~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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