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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성 문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자타공인 코믹 키드인 나는 1400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고,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데, 특히 한국 작품들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 1월의 어느 추운날...


남산의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까지 혼자 찾아가 단관 개봉 에다가 전국 관객 300명도 안되는 개망작 "오디션" 을 보고 왔던 것이다.


그때 든 생각이 "아...이제 한국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거나 극장에 걸리는 일은 영원히 없겠구나..." 였다.


극장 개봉되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 완전한 독립 영화가 아닌 이상 자본이 투입되고 회수가 되어야 하는 상업영화라는 말인데, "원더풀데이즈, 마리이야기" 를 비롯하여 몇몇 의미있는 작품이 있긴 했지만 흥행엔 실패했고 10년의 제작기간 동안 자본을 낭비했던 "오디션"그 내리막길의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다.


물론 "뽀로로, 타요, 강아지똥, 장금이의 꿈, 마법천자문, 올림포스 가디언" 등의 성공작이 있기는 하지만 아동용, TV 방송용 이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데 "돼지의 왕" 이 독립 영화계를 넘어 극장 개봉 상업영화로 다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너무 가슴이 벅차 오르고, 이 작품은 완성도나 흥행을 떠나 제작과 개봉만으로도 "한국 극장용 성인 애니메이션의 부활" 이라는 훌륭한 가치를 가진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못 만들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감독인 "연상호" 씨가 각본, 감독 에다가 작화까지 직접 하였는데, 이분은 특이하게도 독립 애니메이션 시절 때에도 혼자 작업하는 1인 스튜디오 방식을 고수해 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장편인데다가 3D를 2D로 바꾸는 작업 등 같이 한 동료들이 있지만, 중요한 작업은 감독 혼자 다 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작업 방식의 장점은 본인이 쓴 각본을 본인이 연출을 함으로써 오는 이미지 전달이나 스토리 텔링이 거의 감독의 의도와 100% 맞아 떨어져서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이 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돼지의 왕" 같은 경우는 무거운 주제와 잔인한 시퀀스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 전달이 매우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었으니...바로 작화의 문제이다.


배경이나 인물 감정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신경을 쓴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사실적이고 건조하게 디자인된 인물 상들은 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물론 주제의식과 이야기 전달이 뛰어나므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특이함과 동시에 멋지다고 생각한 부분은 오디오 부분을 "선녹음" 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는 사람들은 전문 성우가 아니라 일반 배우들이다.


어찌 보면 표정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생긴 한계에 성우보다 불리해 보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등의 배우들은 멋지게 감정선을 살려 주었다.


영화 "똥파리" 로 감독과 배우로서 큰 찬사를 얻었던 "양익준" 의 목소리 연기는 역시 좋았지만, 내가 깜짝 놀란 것은 "오정세" 씨의 더빙 이었다.


충무로 실사 영화에서 간간히 조연으로 이름을 올리던 그는 약간 연극적인 요소와 억양으로 감정을 과장스럽게 이끌기는 하지만 그것이 영화에서 처럼 코믹한 요소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번 애니메이션 에서는 매우 사실적으로 보이게 했는데, 아마도 그가 맡은 극중 배역인 "황경민" 이라는 캐릭터가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 감정의 기복이 심한 배역이었기 때문에 그의 장점이 잘 발휘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종반부의 옥상 씬에서 "정종석(양익준)""황경민(오정세)" 가 맞부딛히는 장면은 시각적인 부분 보다 청각적인 부분에서 감정의 폭발을 매우 잘 그려내고 있어서 감탄스러웠다.



사실 이 영화를 평가 하려면 이런 하드웨어 적인 부분 말고 뛰어난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본격 성인 애니메이션을 표방 하듯이 소재 자체가 매우 신랄하고 풍자적인 데다가, 주제 역시 가볍지 아니하고, 보여지는 이미지 역시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고어 적이기도 하다.


자세히 쓰고 싶지만, 이미 각본에 대한 기사나 리뷰가 많이 나와 있고...불과 1시간 30분안에 이런 대단한 내용을 담아 놓은 감독이자 각본가인 "연상호" 씨에게 미안한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한다.



간단히만 쓰자면 맨날 주어지는 먹이만 먹고 자신을 살찌우며 복종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돼지" 들이 주인공 "종석, 경민" 을 포함한 대다수 사람들의 포지션 이고, 그런 돼지들을 괴롭히고 억압하고 잡아먹는 포식자들은 "개" 이다.


개에게 시달리는 돼지들은 생각이 없는 걸까?


물론 "종석"이 처럼 분노와 수치심을 속으로 삭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반복되는 폭력 앞에서는 결국 순종이 학습되어질 뿐이다.


마침 너무 어린 나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중학교 1학년" 으로 설정된 나이는 그런 고민이 생길 무렵임과 동시에 지나치게 학습되지 않은 절묘한 시점이기도 한데, 이 부분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동물농장, 파리대왕,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그런 돼지들을 증오하면서 개들에게 대항하는 "철이""惡을 이기려면 더 악해지는 수 밖에 없어...결국 괴물이 되어야 해" 라며 개 보다 더 독하게 개들을 공격하고, 그런 철이를 주인공들은 "돼지의 왕" 이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을까? 작은 가족, 교실, 학교, 회사, 사회...이 모든 것을 바꿀수 있을까?


잠시나마 주인공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개들에게 대항했던 전학생 "박찬영" 조차도 개들에게 굴복하자 주인공들은 "순종과 극복"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고 극중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고양이 귀신은 "그래 너희들이 뭘 할수 있겠어? 병신은 병신들끼리 서로 위로하면서 살아라 ㅋㅋㅋ" 라고 비웃으며 사라진다.


작은 사회인 가족과, 큰 사회인 학교에서 절망 밖에 남지 않은 주인공 들에게 이제 희망은 "돼지의 왕 철이" 뿐인데, 그 강철같던 사고와 변하지 않을 것 같이 세상을 저주하던 "돼지의 왕" 조차도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계획된 최후의 방법, 월요일 아침 조회시간의 운동장 공개자살을 포기하고 만다.


그 사실에 실망한 "경민"...

그 사실을 용납하지 못한 "종석"...


그들이 만든 충격적인 비극이 15년이 지난 현실에서 밝혀지는데, 그들은 15년의 세월을 지내면서 "돼지의 왕" 의 오리지널 사상을 이루어 냈는가?


惡보다 더 큰 惡이 되어 개 들을 이겨내고 세상의 위에 섰는가?


사업이 망해 큰 빚을 지고 아내까지 살해한 경민...

작가의 꿈은 커녕 자서전 대필이나 하면서 아내를 구타하는 무능력한 종석...


15년 전의 "순종" 과 "극복" 사이의 시험을 극단적으로 이겨냈던 그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다.


 이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결국 불완전했지만 그들의 이상이었던 "돼지의 왕" 을 따르는 것 일 뿐인가?



후...

매우 재미있기는 하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불쾌한 영화이다.


감독인 "연상호" 씨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다.


이런 내용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수단으로 인해서 어린이가 주인공이라는 유치함과 어색함을 상쇄시키고, 극단적이며 자극적인 내용과 화면을 용납하게 해준다.


만약 실사 영화로 만들어 배우들이 연기했다면 "똥파리" 만큼의 현실성도 없었을 것이고 "박하사탕" 만큼의 감동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꼭 한번 보기를 권하고 싶다.


2011 부산 국제 영화제 에서 3개부문을 수상하였고, 프랑스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받았었던 명작이니까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는 분이라도 볼만한 작품이니까 찾아 볼만하다.


영화 자체의 가치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이런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아직도 만들어지고 아직도 극장에 걸릴 수 있다는 희망에 감사하면서 꼭 집접 한번 보기를 권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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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X...
아, 씨X...

이 영화를 보면서 수십, 수백번을 중얼거렸던 말이다.

보는 내내 눈을 돌리고 싶었고, 가슴을 쥐어 뜯고 싶었다.

너무 적나라하게 까발리면 불편하다.

누구나 그런 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그럴 자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류승완""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보다 처절한 날것의 폭력이 화면을 뒤덮고,
"이창동""오아시스" 보다 거북한 끈질긴 억압, 비난, 고통이 정신을 괴롭힌다.

독립영화와 예술영화가 일반 상업영화와 다를 수 있는 점은 작가, 감독의 주관의 독창성과 표현의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그 경계를 넘어서면 아름다운 영화가 포르노가 될 수도 있고, 현실적인 영화가 하드고어 BDSM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근데 또 자기 역량에 맞지도 않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 어영부영 해 버리면 예전 "장선우""나쁜 영화"에서 그랬듯이 자기기만과 관객 사기로 귀결될 수도 있으니 정말 아슬아슬한 경계를 잘 지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똥파리"는 대단한 결과물을 보여주어서 놀라울 뿐이다.

각본, 제작, 주연, 감독 등 거의 혼자 북치고 장구친 "양익준"씨는 2년에 걸친 시간동안 정말 "이사람, 이 영화 찍고 영화판 그만두려고 그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뭐, 영화 찍으려고 전세방 내놓았었다는 일화는 너무 유명하니 차치고라도, 배우나 스텦들과의 관계나 인터뷰등을 보면 정말 더이상 제시할 수 없는 최고의 카드를 만들어 내놓았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현실"이라는 무섭고도 무거운 대상에 치이는 두 남,녀 주인공이 서로 끌리고 기댈 수 있었던 교집합은 "가정 폭력"이다.

"가정 폭력"이 이 영화의 주제나 마찬가지인데, 이대로만 이해하면 너무 세련되지 못해서 아마츄어 같으니 "가정폭력에 의한 사회 패악의 재생산과 반복" 정도로 결론 짓기로 하자.
(순전히 내맘대로).

하지만 그렇게 완벽하고 흠잡을 곳이 없는 이 영화에서 굳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을 얘기해 보라면 결말에 대한 부분이 좀 아쉬웠다.

다른 현실 세계를 실감나게 그린 영화와 다르게 폭력계, 암흑 세계에 몸 담고 있는 주인공이 현실극복을 하는 수단이자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말은 언제나 "손씻기"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그 한계 안에서 얼마나 식상하지 않게 마무리를 짓느냐...
이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양익준" 감독의 결론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너무 상식적이어서 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원류를 굳이 따지자면 "브라이언 드 팔마""스카 페이스"에서 시작해서 역시 동일 감독의 "칼리토"에서 완성된 너무도 유명한 결말, 한국에서 찾자면 "이창동""초록 물고기""유하""비열한 거리" 까지...

너무 자주 보아왔던 결말이다.

어쨌든 기분은 드럽지만...
정말...잘 봤다...

근데 이 먹먹한 가슴과 머리는 어쩌란 말이냐!!!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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