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영화가 보고 싶다.
억지로 눈물을 쥐어짜지도 않으면서 그냥 내 이야기 같고...내 주변의 이야기 같은...그런 사랑 영화 말이다.
물론 운명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에 관한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하고 눈물 흘리게 했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노트북, 업클로즈 앤 퍼스널, 편지, 클래식, 번지점프를 하다, 연애소설, 선물, 국화꽃향기, ...ing, 내머릿속의 지우개,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etc..
하지만 그런 것들은 개연성과 현실성의 상실 때문에 결국 "남의 이야기"가 되고 감정 이입이 잘 안되게 마련이다.
근데 또 웃기는게, 너무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내 가슴의 딱정이를 뜯어내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회의감만을 남기는 지독한 영화들은 부담스럽다는 사실이다.
"봄날은 간다,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 연애, 행복, 연애의 목적" 같은 영화 말이다...
(감정이입이 쉽다 보니까 한국영화들이 많다).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 가볍게 보며 공감할 수 있는 영화들이 좋다.
이번에 본 영화는 사실 극장용 영화는 아니고 케이블 영화 채널인 OCN과 롯데시네마에서 지원한 TV용 영화제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프로젝트명은 "장감독 VS 김감독" 인데 "전투의 매너"를 만든 "장항준" 감독과 "색다른 동거"의 "김정우"감독이 각각 비슷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동시 상영을 하고 관객들에게 평가를 맞기는 이슈성 이벤트이다.
그리하여 2008년에 제작된 영화는 롯데시네마에서 단관개봉을 거쳐 바로 캐이블티비 OCN에서 상영에 들어갔고, 결과는 장감독이 72%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뭐 TV용 영화라는 사실은 차치고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영화, 즉 스토리에 임팩트가 없고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영화를 두고 "TV 드라마가 더 낫겠다..." 라고 말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자.
맞다, 사실 이런 소재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히 트렌디한 단막극(베스트극장, 드라마시티)의 단골소재로 등장했었던 것이다.
근데 공중파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이런 류의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비로 CATV이지만 이런 기획을 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근데 소재가 그렇다고 해서 영화 자체가 그리 모양새 빠지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 초짜 입봉 감독도 아니고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등 장편영화 연출 경험이 많은 데다가 "박봉곤 가출사건, 불어라 봄바람, 귀신이 산다" 등 각본, 각색 경력 또한 화려(?)하기 때문에 완성도는 꽤 훌륭한 편이다.
장소 섭외와 소품들도 괜찮고 화면 때깔과 연출, 편집도 TV영화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훌륭했다.
그리고 이런 저예산 영화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캐스팅 또한 만족할 만 했다.
사실 영화계에서 거의 얼굴을 보기 힘든 "서유정, 강경준" 이라는 카드는 어찌 보면 모험이었을텐데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역을 잘 소화해 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자세한 스토리 언급은 안할테고, 그렇다고 남들에게 적극 권하기도 어려운 영화라서...
보고 싶은 사람은 찾아서 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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