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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기나긴 출퇴근길에는 어렵고 지적인 책 보다는 시간이 빨리 가는 무협지와 환타지 소설이 훨씬 잘 어울리는데...

 

그런 책들 중에서 다 읽고 난 후에도 무언가 여운을 남겨주는 책은 많지 않기에 감상문을 남기는 경우도 별로 없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이 크게 완성도가 높지는 않지만 매우 독특하고 재미 있어서 글을 써보게 되었다.

 

제목인 "묘왕동주(苗王東走)" 의 뜻은 중국 서남쪽 남만땅의 묘족 왕이 동쪽으로 달려 중원을 평정한다는 뜻이다.

 

중원 산동장가의 둘째아들 "장옥평" 이 적들을 피해 묘족들의 땅으로 피하고, 그곳에서 묘족 아합족의 왕(타루가) "단탈" 을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장옥평을 쫒아온 적들에게 아합족이 몰살당하고, 왕비 "나라아합" 이 납치당하게 되자 공동의 적을 처치하기 위해 묘족의 왕 "단탈" 과 산동장가의 후손 "장옥평" 이 3년후 중원에 나타나게 된다.

 

전통적인 무협지의 주제인 "가문의 복수""빼앗긴 명예와 여자"...

 

이 과정이 1부의 내용인데, 그간 흔하게 보아오던 지명과 배경이 아닌 남만 묘강 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들이 자못  흥미롭다.

 

끝도없이 펼쳐진 열대 밀림 속에서 찌는 더위와 습도, 갖가지 야생동물과 독초, 독충, 독특한 풍습을 가진 야만인들...

 

범람하는 무협지 속에서 차별성을 두기에 좋은 소재이긴 하지만, 실제 자료 조사나 배경 설정이 어렵기 때문에 "무협" 이라는 카테고리 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남만 묘강땅을 배경으로 한 작품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은 "좌백" 작가"설기린 외전", "한백림" 작가의 "천잠비룡포" 정도가 떠오른다.

 

묘사의 현실성과 재미로 보았을 때는 "설기린 외전" 이 단연 독보적이다.

(설기린 외전은 누구나가 꼽는 한국무협의 명작이니 어쩔수 없는 일...)

 

하지만 여기서 "묘왕동주" 가 특이한 점은, 비단 묘족의 왕 뿐만이 아니라 중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해동의 검객 "박한" 이 등장하는 것이다.

 

옛 조선의 검객인 "박한" 은 해동검법의 우수함을 확인하고 스승의 패배를 설욕하고자 중원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던 중에 주인공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이로써 중원인 "장옥평", 묘족왕 "단탈", 해동인 "박한"...

국경을 초월한 독특한 삼총사가 결성된다 ㅡ.,ㅡ;;

 

주인공인데 순하디 순해서 존재감이 약한 중원인 "장옥평"

묘족의 왕으로 단순무식에 가공할 독공으로 가장 고수인 "단탈"

말한마디 못하는데 존재감은 가장 강한 검객 "박한"

 

어쨌든 스토리 전개 자체는 복수를 테마로 해서 무난한 편이지만, 소재의 독특함과 인물들의 개성이 잘 어우러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식상한 무협에 질려 있다면 한번쯤 손에 잡아볼만 하다고 추천하고 싶다.

 

1995년 출간된 구작인데도 매우 세련되고 재미있으며, 무협지로는 드물게 2006년 애장판으로 재발매 되기까지 한 명작이다!!

 

작가인 "이재일" 씨는 원래 출판사 직원인데, 밤마다 직접 하이텔 무림동에 글을 올리다가 하이텔 무협 공모전에서 "칠석야" 라는 단편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 데뷔한 사람이다.

 

한백림 작가 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이다.

 

"무협을 사랑하여, 직접 쓰게 되었다"

 

다른 작품인 "칠석야, 쟁선계" 또한 매우 재미있다고 하니 찾아 봅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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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참 동안을(거의 1년 이상을) 빠져있던 작가 "이영도" 씨의 책들을 보고 감상문을 쓸 때에는 그때 그때의 감동 때문에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새, 피를 마시는 새, 폴라리스 랩소디" 를 각자 하나씩 글을 남겼었다.

그렇게 했을 때 작품 하나 하나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과 감흥 전달이 가능하긴 하지만, 한 작가의 작풍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난잡하고 방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 작가의 시리즈 연작물을 하나로 묶어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그 저간에는 작품 하나 하나보다는 작가 본인에 대한 관심과 평가를 적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3달간 푹~ 빠져있던 한국 신무협 소설 작가인 "한백림" 이 그런 마음이 들게한 장본인이다.

3달의 시간 동안 "무당마검(전8권), 화산질풍검(전7권), 천잠비룡포(13권연재중)" 세작품 28권을 읽어 제꼈으니, 3일에 한권씩 읽어나간 꼴이다.

한창 무협소설을 읽던 중고딩 시절 이후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책을 읽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역시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에" 라는 단순한 이유이다.

2007년 6월 28일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당신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무협소설 10선" 에 하버드에서도 중국문학 교재로 쓰인다는 "김용" 선생의 "영웅문"과 함께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학계(?) 에서도 인정받은 명작이라는 사실도 작용을 했고..


1. 100권에 이르는 장대한 구상.

3개의 작품은 제목은 각각 다르지만 모두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물이다.

14세기말~ 15세기초 명나라 초기의 중국 대륙을 배경으로 황실, 군대, 강호무림, 상인, 도인, 술사...등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 섥혀 돌아가는데, 주된 스토리는 원나라 말기에 세상을 어지럽혔던 8황의 재림을 막기 위해 10명의 영웅들이 모인다는 것이다.

8개의 무력 단체인 8황이 다시 세상에 나오자 100년전 그들을 제압했던 강력한 세력인 4패의 후예들과, 현재의 재능있는 영웅들이 10명 모여 "제천회" 라는 집단을 이루고 대항하는 내용인데, 소설의 전개는 각 편마다 10명 영웅들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최후에 8황과의 대결을 그린다는 것이 작가의 원대한 밑그림이다.

현재 3편인 "천잠비룡포"가 연재중인데, 10명의 이야기가 모두 등장하려면 아직도 7편이 더 남았고, 작가 예상으로는 총 100여권에 이르는 장대한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밝혀진 제천회 10익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으며, 그들은 9대정파와 6대세가 뿐만 아니라 사파와 녹림, 낭인의 무리도 있으니 그야말로 다양하다.

-제천회주: 진천(무적진가)
-1익: 명경(무당마검)---------연재완료
-2익: 청풍(화산질풍검)-------연재완료
-3익: 단운룡(의협비룡제)-----연재중
-4익: 백무한(소림신권)
-5익: 월현(환신전)
-6익: 귀도(낭왕전)
-7익: 승뢰(천상신병 금마광륜)
-8익: 단문도(팽가오호도)
-9익: ??? (천룡의 후예=천룡상회주)
-10익: ??? (파천의 태검)



2. 역사,지리상 방대한 스케일.

수많은 주인공들이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만나고 스치고 그물처럼 얽히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작가의 욕심 탓인지 너무 커져버린 스케일도 장점이라면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1편 "무당마검" 에서는 황실과 군대와 연계하여 중원 북부 몽고 초원에서 원나라 잔당들과 군대식 전투를 벌이기도 하고, 동쪽 끝의 장백산(백두산)에서 한국 무예를 접하기도 하며, 남쪽 해안에서 왜적들을 몰아내기도 한다. 단순 무협이 아니라 전쟁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2편 "화산질풍검" 에서는 사방신검을 찾아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는데, 주로 장강 줄기를 타고 다니며 지리적 특이성 보다는 다른 제천회 주인공들과의 만남, 적들인 8황의 등장과 대결 등 인물 관계가 주가 된다. 무공 이외에 상단전(두뇌)를 이용한 초능력(염력)이 자세하게 밝혀진다.

3편 "천잠비룡포" 에서는 남쪽 끝 남만땅(오원) 오지에서 토착민족과 원나라 잔당들의 전투가 그려지고, 사천과 적벽을 아우르며 "삼국지"의 관우,장비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봉신연의, 대당서역기" 등의 이랑군신,염라마신,저팔계,사오정,제천대성 같은 적들이 등장하기도 하는 등... 그 지리적, 역사적, 문헌적 스케일의 방대함이 기가 질리게 한다.


3. 대놓고 등장하는 奇緣,奇寶,奇人,奇事.

무협 소설의 재미와 한계의 양날 검으로 여겨지는 것이 기이한 인연, 기이한 무기나 보물, 기이한 영물과 영약, 기이한 은거고수, 신선과 강시 등의 비현실적인 것들 이다.

대부분의 무협 소설들이 영웅물 이다 보니 주인공은 젊은이가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들이 어린 나이에 실력을 갖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특수한 도움이 필수 불가결이지만, 그로 이한 개연성의 상실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으로 인해 재미를 잃게 할 수도 있으니 양날의 검이라고 하는 것 이다.

더군다나 100권에 이르는 한백림 시리즈에서는 제목에서부터 "무당마검, 천잠비룡포, 금마광륜..."등 특정 기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 기보들의 소유주가 시리즈의 주인공이 됨을 쉽게 알수 있다.

심지어는 2편 "화산질풍검", 3편 "천잠비룡포" 에서는 각각 사방신검과 천장비룡포, 사일적천궁 등의 기보들을 찾는 여정이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소설에서의 비중도 높다.

거기에 덧붙여서 신화속에 등장하는 "서왕모, 동방삭" 등의 인물과 더불어 전설속의 신수들도 나오고, 몽고 무격들의 주술과 함께 주인공들 또한 염력, 소환술, 부적술 등의 이능력이 발휘되기 때문에 소설 자체에서 허용되는 관용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것이 얼마나 소설의 완성도를 망가뜨릴 지는 모르지만 나의 개인적인 감상에서는 분명히 minus가 아니라 plus 였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4. 시대를 잘 만난 젊고 천재적인 작가.

이쯤에서 이런 광오한 구상을 해낸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안생길 수가 없는데, 의외로 "한백림" 이라는 작가는 젊고 특이한 경력의 사람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 30대 초반인데, 성장과정은 나와 비슷하게 중,고등학교때 수없이 많은 무협 소설을 보면서 국어, 논술 실력을 키웠고, 마침내는 자신이 직접 글을 쓰게 된 케이스 이다.

시리즈의 시작편인 "무당마검"의 경우 작가가 중학생때 초고를 썼다고 전해지며,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상의 장르문학 사이트인 "고무림"에 연재를 시작한다.

당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었는데, 특이한 점은 그가 현역 의대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의대생의 입장에서 자신이 배운 학문과 정면 배치되는 "경혈, 기(氣), 내공" 등을 다룬 다는 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는데 그는 "의대 학부 수업때 들은 한의학 수업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라고 밝히고 있어서 순수하게 열린 마음이 이런 명작들을 완성하게 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90년대 말 "이우혁"씨의 "퇴마록"을 시작으로 이제는 원고를 탈고 하고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상에 연재를 하고, 그것이 인기를 얻어서 출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누구나 쉽게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장점 때문에 "고무림" 등에서도 무협지 꽤나 읽었다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소설을 연재 했지만, 작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인기를 얻는 것은 한정된 사람들의 이야기 였고, 그렇게 인기와 상업성이 입증된 연재 글들에 출판사들이 달려들어 계약을 하고 출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백림" 또한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하면서 얻은 인기 덕에 출판 소설가로 등단하게 되었는데, 그 인기가 벌써 10년간이나 지속되고 있다.

그 10년 동안, 그는 힘든 의대 생활을 마치고 서울 성모병원 수련의가 되어 잠도 못자는 와중에도 글을 연재하여 벌써 28권의 책을 써내려 갔다.

작가가 조금이라도 글을 쓰고 연재를 해야 책이 나오기 때문에 독자들은 목을 빼고 기다리는데, 작가의 특수한 상황은 장기적인 연재 공백이 생길 때도 있어서 "작가 잠적 의혹" 소문이 생기기도 하고..."한백림 작가 소설은 언제 나오나요? 작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라는 지식in 질문들이 심심찮게 보이기도 한다.


100권의 장대한 글이 언제 완결될 지는 모르지만 나오는 대로 꼭 찾아서 보게 될 것 같다.
나도 수백권의 무협지를 읽었지만 이사람 소설은 진짜 재미있거든!!!

제발 죽기 전에 완결 좀 내주세요, 제발~~~~

(p.s: 작가에 대한 내용은 중앙일보 2010년 3월 23일자 기사 "우리시대 이야기꾼: 의사작가 한백림" 편을 참고 하였습니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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