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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7 [책]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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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09년 3월 발간되었고, 나는 5월초에 구입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5월 23일에 가셨으니 남겨진 의미는 너무나도 컸으나 미뤄지고 미뤄져서 이제야 다 읽게 되었다.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겠지만, 생각보다 책이 어렵고 생각과 고민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아서 읽는 속도도 늦어졌고, 심지어는 출퇴근길 전철 안에서 책에다가 자를 대고 줄을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뻘쭘해 했던 기억이 있다.

행정부 요직인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내려오고, 참여정부가 할 일을 마친 시점에서 자칭 "지식소매상"인 유시민씨가 그것을 뒤돌아보며 저작 활동을 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었고, 더군다나 취임 초기부터 수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국민들의 욕을 얻어드시고 계신 현 대통령에 대한 전반기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강부자 내각 통치 1주년을 기념하는 2009년에 발매되었다는 사실에서 이 책의 가치는 기존의 저자의 저작에 비해 (원본가치+시기적 특수성+주제의 적합성)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구성은 2부로 되어있고 내 개인적인 요약은 아래와 같다.

-1부 헌법의 당위: 대한민국 헌법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의미, 국가의 존재, 국민의 의무와 권리, 입법,행정,사법의 분리와 언론과의 관계에 대한 친절한 설명.

-2부 권력의 실재: 헌법을 바탕으로 성립된 권력인 정당정치, 대통령,장관등의 행정부, 국회의원등의 입법부,말단 공무원 등의 권력 구성요소의 역할과 처지, 성과에 대한 판단.


하지만 책의 목차를 벗어나서 내용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의식은 제목인 "후불제 민주주의"가 잘 말해주고 있다고 보인다.

저자의 말을 따르자면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치루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 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뤄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 라는 의미이다.

대한민국은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민주공화국이 되면서 정치 지도층과 일반 국민 모두 그 개념과 가치를 고민하지 않고 권리와 의무를 개인적인 이해에 따라 행사하다 보니까 나라 꼴이 이모양이라는 것이다.

개혁정당과 참여정부 인사였던 작가의 입장에서 그간의 억울한 일과 잘못된 이해를 밝히는 내용 또한 필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지만, 그럼으로써 상대적으로 현재의 이명박 정권에 대해 "문명 역주행"이라며 비판의 칼날을 들이미는 부분은 정말 감명깊고 통쾌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말의 의미처럼, 현재의 대한민국이 이런 처지에 처한 것은 정치세력과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자 개인의 잘못이 더 크다는 점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고 알리려 하고 있다.
(근데 지나치게 계몽적인 언조는 아니니 걱정 마시라...)

이제라도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를 공부하고 이해해서 대의정치로서의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희망의 메세지가 원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월 18일 김대중 대통령 서거...

비록 이 책이 출판된 후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런 사태를 맞이해서야 과거를 한탄하며 후회하는 것을 "선불"하지 않은 국민들이 짊어지고 갚아나아가야할 "현실"이자 "부채"라는 점을 책에서는 예견하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작가는 자조적인 의미로 세계 정치사와 한국 근대사에서의 국민의 무책임과 방기를 언급한 것이지만 그것이 또 바로 현실로, 너무 큰 일로, 너무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되니 더욱 가슴아프고, 더욱 슬프고, 더욱 억울할 수 밖에...

앞으로라도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공부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도 유시민씨의 책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어오고 있지만 이번 책은 그중에서도 너무나도 시기적절하게 중요한 내용을 말해주고 있어서 감히 가장 훌륭한 저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줄쳐가면서 읽은 주제에 무슨 감상문이고 요약이 있겠는가?
그냥 위의 간단한 소감과 함께 책에서 내가 줄친 부분 몇구절만 인용하는 것으로 감상문을 대신하고자 한다.

(리뷰를 목적으로 한 직접 쓴 인용이므로 저작권법에 저촉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혹여 문제가 된다면 이하 부분은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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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그 "가치있는 무엇"의 대표적인 예가 "민주주의"이다.

-이명박 정부 5년은 우리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절차의 소중함과 "후불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더 깊이 체험하는 학습기간이 될 것이다.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당신을 위해서 존재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만인이 신봉하는 것처럼 보이는 명제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는 자유이다.

-권력복종에 대한 "문화유전자"...박정희의 절대권력에 대한 공포감과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추종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유신헌법은 두뇌는 명석하나 심성은 혼탁한 명문대학 출신의 법률전문가들이 만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양복입은 침팬지"라고 부르는게 합당하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심성이 나쁘면, 머리 나쁘고 심성도 나쁜 사람보다 훨씬 더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를 일으킨다-->뉴라이트.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권력자의 선의에 크게 의존하는 취약한 민주주의이다.

-"진보""당위"를 추구하고, "보수""존재"를 추종한다.

-진보의 경쟁력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의 힘이며, 망할 때는 거의 언제나 "연합하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질서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관용이 없는 보수는 "극우"가 되고, 관용이 없는 진보는 "극좌"가 된다.

-헌법은 이미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를 공고히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그 자체가 진화를 추동하는 동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진보는 경쟁 그 자체를 혐오하고, 보수는 경쟁 그 자체를 예찬한다.

-민주공화국은 호모사피엔스의 문명사에서 일어난 제도 진화의 최고봉이다.이는 두개의 토대 위에 선 건축물이다.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토대로 한 "법률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인격적 가치의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시스템"이다.

-"국가경쟁력"은 국민 개개인이 각자가 지닌 잠재적 능력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한 발휘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모든 국민들이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공감을 이루고 협동함으로써 공동체의 환경 적응력과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국가의 총체적 능력을 의미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이타주의를 배워야 한다. 집단의 생존과 번영은 개체에게 이익을 준다. 나라가 잘되면 개인이 잘 될 가능성이 커진다.

-"애국"을 국가라는 공동체의 생존과 번영 가능성, 또는 국가의 다원주의적 경쟁력을 높이는 행동으로 규정한다.

-"헌법애국주의"는 헌법의 규정과 정신을 온전하게 실현하는데 기여하면 애국이 되고 그 반대면 해국이 된다.

-시장은 권력보다 확실히 강하다.

-"법치주의"는 국민이 법을 지키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권력자들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주권자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나의 기본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미네르바"...표현의 자유는 오류를 말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한다...한나라당 대변인의 말처럼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지만 그 책임의 범위와 책임지는 방식을 권력자가 정하는 것은 아니다...권력의 기분에 따라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언론재벌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시장권력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위 권력자들은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한 헌법 제20조의 존재를 아예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 김일성이라는 "왕"이 살아서 통치했고, 죽어서도 통치하는 왕조국가라고 하는 편이 진실이다. 교육과 언론을 국가가 장악해 국민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는 전체주의국가 내지는 파시즘 국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두명의 전임 대통령이 그토록 힘겹게 열었던 남북 공동 번영으로 가는 "좁은 문"을 단시간에 너무나 손쉽게 봉쇄해 버렸다.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 기준과 의식은 비판과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냉철한 자기성찰이 없으면 대중은 타락하고 권력은 추악해진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보다 어렵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것은 언론을 대통령과 국가권력을 미화하고 홍보하는 나팔수로 삼기 위해서이다.

-언론권력 역시 다른 권력을 길들여 자기에게 복속시키고 싶어한다. 매일 1000만부 가까운 부수를 찍는 거대 보수 신문들이 한목소리로 똑같은 악플을 5년 내내 달아대면 어느 대통령, 어느 정부도 견디기 힘들다.

-실현할 수 없는 공약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을 정말로 지키려고 집착하는 것이다(대운하).

-언론인은 낚시꾼과 닮았다. 언론인은 주관적 시각으로 "사실"을 낚는다.

-국민은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싶어한다. 대통령은 제한된 권력의 소유자로서 일을 제대로 하려면 입법부인 국회의 협력을 받아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은 그 누구도 정파를 초월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정파를 초월한 대통령을 원한다.

-헌법 제7조의 정치적 중립은 공무원이 지켜야할 의무라기 보다는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공무원의 권리에 속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모든 것이 금지된다".
-독재 국가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금지되며, 법률이 허용한 것도 금지된다".

-대통령직은 분명 헌법과 법률의 절차에 따라 국민과 맺은 계약의 산물이지만, 예전의 대통령은 운명이 맺어준 만백성의 왕처럼 말했다. 우리 마음속의 왕을 죽여야 민주공화국이 산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좋게 보면 "인격적 철인"이고, 나쁘게 보면 "제도화된 괴물"이다.

-대통령 뒤에 숨어 자기를 지키려는 이는 많아도, 자기 몸을 던져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관은 청와대 수석회의가 아니라 국무회의이다.

-장관은 대통령이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를 잘 이해하고, 국무위원이자 특정 행정부처의 수장으로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장관과 대통령은 철학과 정책의 Code가 어느 정도는 맞아야 한다.

-"말"을 활용하지 못하는 권력자에게 남는 수단은 "힘" 밖에 없다.

-똑똑한 자들은 언제나 참을성이 없다. 지식이 많을 수록 참을성은 줄기 때문이다.

-"피터의 원리"는 위계질서를 가진 모든 조직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무능력이 입증되는 지위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무능을 인식할 수는 있지만 인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존감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대통령과 장관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며, 대통령과 장관에게 책임지는 존재도 아니다. 그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며 국민에게 책임진다.


-장관의 4가지 조건은 "공사구분, 존중과 배려, 지적능력, 상급자의 신임"이다.

-감시와 비판을 무서워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나태해지고 부패한다.

-모두의 책임이 되면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리더는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시기 전략 과제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실무자들이 방법을 잘 찾지 못할 때는 돌파구를 열어주어야 한다.

-영어는 연구자에게 지적 자유와 독립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필수조건이며, 지성의 힘을 기르는 중요한 수단이다.

-정당은 정치적 이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모인 결사를 말한다. 당의 모든 권력은 당원으로부터 나온다.

-유권자들은 정치인과 정책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정당에는 관심이 없다.

-민주노동당의 주장은 항상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한강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정치와 정당체제가 보수편향으로 흐르는 것은 선거제도와 지역주의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타난 모든 정책은 집권 세력의 이념적 지향과 현실 제약 조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회자유주의"는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를 인정하면서 그 장점을 취하는 중도통합 또는 중도진보적 이념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시대적 과제에 잘 대응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역량이 부족한 중도 정권은 그것이 중도진보이든 중도보수이든 좌우 양쪽에서 오는 이념적 공격에 취약하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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