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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5 [책] 은하영웅전설(다나카 요시키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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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글자크기 10으로 11장에 달하는 긴 글이니 스크롤에 주의하세요^^).
(이 글에는 내용 누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본편 全10권, 외전 全4권...
그리고 110편에 달하는 OVA 애니메이션, 3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까지...

내가 읽은 SF소설 중에서 가장 긴 장편 소설이지만 출퇴근길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그 여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의 순위가 바뀌게 하였고, 그 1위의 자리마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자동으로 그간 1위였던 "조정래"씨의 "아리랑-태백산맥-한강" 연작은 2위로, 2위의 "이영도"씨의 "눈물을 마시는 새"는  3위로 순위조정이 되었다^^;;)

1982년부터 연재가 시작된 이 오래된 고전의 명성은 그간 한두번 들은 것은 아니었으나, 일단 내가 SF소설에 흥미가 없었고 발간된지 너무 오래되어 시시할 것이라는 잘못된 예상 때문에 손에 잡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현시점, 2009년의 대한민국에서 현 정권의 패악질과 노,김 두분의 전직 대통령의 연달은 서거는 심각한 정지적 아미노 상태를 본인에게 야기시켰고, 그때 많은 사람들이 "소설상의 내용이 현재의 한국의 상황과 닮았다!" 라고 추천하는 의견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
이 소설은 단훈한 SF소설이 아니라 이념과 사상의 대립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문제를 우주라는 광활한 배경위에 펼쳐 놓은 수준 높은 픽션인 것이다!!!

어차피 순수문학에 목을 맬 만큼 순결주의자는 아니기 때문에 초장편 SF소설을 손에 들게 된 계기는 위와 같다.

일전에 마음에 드는 소설에 대해서 글자크기 10으로 16장에 달하는 독서감상문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길어질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사상적 고민, 정치적 학습, 사고의 확장...등과 더불어 깊은 감동까지 선사한 명작에 대한 예우로써 최선을 다한 리뷰를 써보려고 한다.


1. 세계관의 이해.

(1-1) 대략적인 줄거리.

이 소설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공상과학 소설이다.

서기 2801년, 지구는 우주로 뻗어나가는 과학력을 바탕으로 쇠잔해져가는 지구를 벗어나 은하연방을 건설하고 서력 대신 우주력을 사용하게 된다.

우주력 310년, 은하연방은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라는 정치가가 등장하고, 세력을 잡은 그는 전제정권을 옹립함과 동시에 "골덴바움 왕조"의 초대 황제로 즉위하고 독재정치를 시작한다.

우주력 527년, 독재자들의 폭정에 핍박받던 민주공화주의자들은 "알레 하이네센"의 영도아래 1만광년에 이르는 도주를 감행하여 바라트성계에 "자유행성동맹"이라는 공화국을 만들고 100여년간 몰래 숨어서 힘을 키운다. 그리고 우주력 640년에 드디어 "은하제국"과 정식으로 대립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서장(序章)이고, 우주력 790년대부터의 전개가 소설의 시작이다.

(1-2) 은하계의 세력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은하계의 세력은 7:3 정도로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의 세력도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순 평면적인 대립구도 만으로는 10권에 이르는 장대한 대하소설을 이끌어가지 못한다.

알데바란계의 행성 "오딘"을 수도로 하는 "은하제국"과 바라트성계의 행성 "하이네센"을 수도로 하는 "자유행성동맹" 사이에는 1만광년에 이르는 머나먼 거리가 있고, 그 사이에는 많은 항성계와 행성들이 있다.

그 사이에 위치하는 행성 "페잔"은 고도의 경제력을 가진 세력들이 예전 은하제국의 골덴바움왕조 시절부터 정치적 공작과 금전적 로비를 통해 자치권을 획득하여 거주하는 상인들의 별, 즉 정치적으로는 중립인 경제 자치 지구이다.

거대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수, 식량, 금융을 움직여서 제국과 자유동맹에 대량의 채무를 지워 놓는 방법으로 페잔인들은 자유와 안전을 도모하며, 페잔이 없으면 군사전제정권인 은하제국이든, 제국과 싸우기 위해 어쩔수 없이 군사력을 키워야 하는 자유행성동맹이든...체제를 유지할 수 없으므로 페잔의 존재는 매우 교묘하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작가의 균형감각이 가장 빛을 발하는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알고보면 이것은 우주력이 시작될 때부터 버림받은 지구의 잔존세력들이 뒷조종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폐허가 된 지구에서 규합된 세력은 무력,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독특하게 "종교"라는 개념으로 묶여 "지구교"라는 형태로 우주 역사에 깊게 개입한다.

이상과 같이 (은하제국-자유행성동맹-행성 페잔-지구교) 의 4개 세력이 소설 진행의 주축이 되며, 공간적 배경은 (은하제국 - 자유행성동맹)을 연결하는 "이젤론 회랑"과, (은하제국 - 페잔)을 연결하는 "페잔 회랑"이 전투와 점령의 주무대가 된다.


2. 작가의 의도적 설정.

(2-1) 과학적 한계 설정.

우주를 무대로 하는 SF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외계인, 초능력, 초월적 존재, 불가능한 무기..."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전제는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현생인류는 모두 "지구에서 퍼져나간 영장류 인간"라는 것이 대전제이다.

거기다가 상식선에서 실현 가능한 "우주선 함대, 단좌식 전투정, 레이져, 하전입자빔, 백병전용 크리스탈 도끼, 에너지 중화자장, 수폭, 핵공격..."등의 과학적 군사기술만이 등장한다.

다만 우주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물리학적 전제를 통해 우주 생활과 전투가 가능함에 근거를 제시하는데 바로 "중력과 관성"의 제어를 통해 공간의 통제가 가능해지고, 연계되는 시간의 제어를 통해 항성간 이동에 "워프"라는 수단을 만들어 놓아 대략적인 시공간적인 이용에 대해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바가 미래사회의 획기적으로 발달된 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세계와 자원이 무한해져도 변함없는 인간군상" 이라는 점에서 쓸데없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글의 헛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은 과감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작가의 균형감각에 찬사를 보낸다.

SF 소설 저술의 가장 큰 장점이 무한한 상상력의 발휘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유치원생도 가능한 시도이고...
오히려 그러한 당연한 작가로서의 욕구를 자제했다는 점에서 "다나카 요시키"의 훌륭한 점과 이 소설의 특징이 드러나 보이는 것임에 주목해야 한다.

(2-2) 의도적 분열조장.

시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한 영토와 자원의 획득이 가능해진 시대에서 왜 인간은 추악한 역사를 반복하는가???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나는 이해하였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진시황, 알렉산더와 로마의 카이사르, 독일의 히틀러와 일본의 군국주의자들...
그들은 왜 나타났는가?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에서 권력의 정점에 서있던 "루돌프 폰 골덴바움"인종적, 혈통적, 국가적 우월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더급하고 추악한 것들이 인간의 모습을 했다고 해서 자신과 같은 풍요를 누린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는 "히틀러"와 같은 인종주의를 제창하며 독일계 북방민족만이 우월하다는 차별을 시작하고 정치,군사,경제의 모든 부분에서 타인종을 배제시킨다.
(이때부터 제국군은 대부분 금발에 파란눈의 백인이며, 언어, 성명, 지명 또한 모두 독일식 조어를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전 우주에서 가장 뛰어난 자신만이 신민들을 다스릴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사로잡혀 "황제"로 등극하게 되며, 위와 같은 인종주의와 혈통주의에 입각해 자신의 핏줄만이 지배자가 될 수 있음을 확고히 하고 인류의 역사적 시계를 "전제군사국가"가 판치던 수백, 수천년 전으로 되돌려 버린다.

따라서 반대급부적으로 생성된 "자유행성동맹""은하제국"의 위와 같은 차별과 분열의 찌꺼기, 조각들을 모두 받아들이게 되며, 그것이 국가 성립의 자원이자 정치적 바탕이 된다.

바로 "민주공화제"의 정의인 "자유와 평등"을 내걸게 되는 것이며, 인종적으로는 다민족 공동체의 모습을 띠게 되고,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상대적 가치를 부각시키게 된다.

이러한 의도적 분열조장은 소설 전개에 있어서 주인공들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많은 사건 발발에 상당한 개연성을 제공하는 안전장치로 작용한다.

(2-3)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의 서술은 시종일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이루어진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완전 대립되는 위치의 두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적당한 거리에서 살피고 전해준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한 SF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대하소설"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게 하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바로 "사관(史觀)개입" 이다.

소설 전개상 특정 사건이나 인물의 행동등에 대해서 작가는 "후세의 역사가에 의하면...", "XXX의 회고록에 의하면..." 등등의 표현을 빌려서 특정 부분에 치우치거나 주관적인 해석 혹은 판단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실록이나 사서가 아닌 다음에야 단순 소설에서 이런 독특한 장치를 이용해서 객관적인 사실 전달 이외에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나아가 그보다 넓은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3. 정치관의 이해.

(3-1) 군사전제정권과 민주공화정권의 대립.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의 시대에서 왜 인간은 역사적으로 후퇴하여 정치적인 대립을 계속해야 하는가???" 라는 것이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현대의 정치, 경제적 개념을 보았을 때 (민주주의 VS 사회주의), (자본주의 VS 공산주의)로 명확히 갈리는 시대는 지났다.

더군다나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가 살고 있는 일본은 자본주의의 바탕위에 입헌군주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치적 개념을 학습하기는 어려웠을 텐데, 현대시점에서 명확하게 대립하는 정치이념적 사상을 제시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부분 보다는 보다 원초적이고, 시대가 면해도 바뀌지 않는 대립점...인종차별적인 부분이나 종교적인 부분, 혹은 단순한 패권야욕...등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서기 2800년대에 난데없이 "전제군사정치로의 회귀"라는 사건은 설득력이 조금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태동하는 민주공화주의의 싹을 바라보게 해준다는 점을 평가하자면 위의 단점은 작은 부분으로 치부할수 있을 정도이다.
(단, 이렇게 단순한 대립만 시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주의하자, 바로 다음 챕터에서 심화되어 정치대립에 대해 말할 것이다!)

이렇게 쉽게 정치적 이념의 성립과 개념, 대립점을 설명하기도 쉽지 않은데...
나보다 어린 친구나 내 자식을 낳으면 10대때 꼭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설정과 묘사가 아닐 수 없다.

(3-2) 개혁하는 전제독재정권.

아...드디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우주력 790년까지 지속되던 은하제국의 "골덴바움 왕조"는 예전의 패왕의 지위는 잃어버리고 주색에 빠져 구사는 등한시하고 폭정을 일삼는 쓰래기들이 되고 말았다.
(마치 하나라 걸왕, 은나라 주왕 처럼 말이다...)

이때 은하제국의 젊은 군인중에 단연 두각을 나타내던 희대의 미남이자 제국 최고의 전략가인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이 나타나 20대 초반에 순식간에 공적을 쌓고 제국 최연소 (준장---->원수)까지 승진하며, 썩어빠진 제국의 정권을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그는 천재적인 군사적 재능에 힘입어 출세함과 동시에 청렴하고 이성적인 성품을 발휘하여 제국의 정권을 장악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5세에 황제에 오른 "엘윈 요제프"가 봉건 귀족들의 음모에 의해 행방불명되자 제국을 손에 넣고 "로엔그람 왕조"의 시조가 된다.

그가 밟아나가는 단계는 전형적인 전제군사정권에서 상층부로 올라가는 과정이며, 그 또한 체제의 변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에 의해 자신이 속한 국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신민들을 편안하게 살게 하겠다는 의지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800년간의 "골덴바움 왕조"의 허례허식을 모두 철폐하고, 국고를 여는 것과 동시에 조세를 반감하고, 봉건 귀족제도를 폐지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강경 개혁을 감행하였으며, 그 자신은 조금의 사치와 주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 청렴한 주군으로 자리잡아 간다.

그리스 철학주 중 수위를 달리는 "플라톤"의 위정론에서는 "철인정치"라는 말이 나온다.
"도덕적으로 완전한 철인만이 다른 사람들을 다스릴 수 있다" 는 정치론이었는데,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은 그러한 "철인정치"에 걸맞는 최고의 주군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나라는 평안해지고 국민은 살기 좋아졌다.
가장 비민주적으로 성립된 국가이지만, 가장 민주적인 시정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By the people은 아니지만 For the peaple은 절대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전제독재정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젊은 패왕을 비난하고 공격할 수 있을까?

첫번째 딜레마의 등장이다.

(3-3) 부패,타락하는 민주주의.

두번째 주인공인 "양 웬리"는 민주공화제를 주창하는 "자유행성동맹"의 장군이다.

전제독재정치의 폭압에서 어렵게 탈출하여 300년 가량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겨우 겨우 살만한 기반을 마련한 "자유행성동맹"방대해진 자유와 권리의 바다 속에서 표류하여 전형적인 대의민주정치의 오류를 반복해가며 썩어가고 있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와 국민을 위한 정치는 사라지고, 대충 대중적인 인기만을 획득한 정치가들이 자신들만의 보신과 이익에만 매달리는 이전투구를 반복한 끝에 "자유행성동맹"의 정치는 뿌리까지 썩고 말았으며, 은하제국과의 전투에 목숨을 걸면서 민주주의 수호에 나서는 군부를 압박하고 이용하기만 한다.

시위 및 반정부행동을 하는 시민들은 폭력으로 억압하고, 매스컴은 조작하며, 정치적 대립자는 살해하거나 매장해 버린다.
(2009년 한국의 상황과 똑같지?)

제국군의 모략에 휘둘리기도 하고, 경제자치행성 "페잔" 뿐만 아니라 "지구교"와도 얽히고 섥혀서 더러운 정치적 타락의 끝장을 보여준다.

주인공 "양 웬리"는 원래 역사학자가 되고 싶어했던 샌님같은 군인이었지만 누구도 따르지 못할 천재적 군사 능력으로 33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할 때까지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명장이자, 항상 자국 국민과 군인의 생명을 최우선을 하여 대중적인 인기 또한 엄청난 "자유행성동맹" 군부에서 가장 최고위인 원수까지 오르는 인물이다.

하지만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국가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천만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지만 정작 위기상황이 왔을 때 총평의장 "욥 트류니히트"제국군에 군사적 항복을 하고 자신은 제국으로 망명해 버린다.

이때 "양 웬리"는 제국의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의 함대를 궤멸시키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안전한 곳에 숨어 자신이 살 궁리만 하던 동맹 정부가 "무조건 항복"을 하는 바람에 눈앞에서 적을 놓아보내주고 패장이 되고 만다.

"민주공화제"가장 민주적으로 성립된 정권이지만 가장 비민주적인 시정을 하는 국가.
(By the people이지만 그것이 For the people이 아니기 때문에 빛을 바랜다).

과연 "민주공화제" 라는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 쓰래기들의 행동은 지지받아야 하는가?

두번째 딜레마의 등장이다.

(3-4) 냉철한 현실 정치 감각.

앞서 말한 대로 작가인 "다나카 요시키"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입헌군주제를 표방하는 나라인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런 그가 이렇게 어렵고 더럽게 꼬인 두 정치체제의 장점과 단점, 성립과 패착...등을 명확하게 비교하여 서술할수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단순히 정치학적 관점에서 서술만을 한것이 아니라 시공간상의 설정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힘입어 이렇게 재미까지 줄수 있는 저술을 해내다니...감사할 따름이다.

더군다나 맨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내가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 이유가 "2009년의 한국 정치 상황과 똑같다!" 라는 점은 30년의 시간적 공백을 건너뛰어서도 놀라움을 안겨준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허점인 국민의 정치 무관심 및 이윤추구에 갇힌 정략 없는 공약만 판치는 선거에서 도둑놈에게 나라를 맡기고...

권력자라는 놈들은 시민을 속이고, 삥뜯고, 폭력으로 탄압하고, 언론을 조종하고, 정보를 날조하고...

어쩜 이리도 확실하게 "망해가는, 후퇴하는 민주주의의 Streo type"21세기 한국땅에서 보여준단 말인가!!!

씁쓸하기 그지없다.


4. 그외의 특이점.

(4-1) 다양한 캐릭터.

-몰락한 하급 귀족에서 완벽한 철인이자 미남자로 성장하여 은하제국의 썩을 뿌리를 직접 제거하고 황위에 오른 자, 불치병으로 서거하는 짧은 생애 동안 검약하고 정직했던 군주, 천재적인 군사 능력으로 모든 전투에서 선두에 섰으며 "양 웬리"를 제외하고는 패배한 적이 없는 명장,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전쟁을 싫어했지만 어쩔 수 없이 군인이 되어 자신이 책임질 국민과 전우들을 위해 천재적인 전략전술을 발휘하여 생전에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의 명장, 수동적 운명론자 였지만 능동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고자 끊이없이 노력했던 인간, 결국은 대세의 판단은 역사에 맡기고 군인으로서의 판단에 의해 민주공화정부의 잘못된 명령도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정직한 군인, "양 웬리".

위의 두 주인공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인물들이 은하세계의 4개 세력에 가담하여 중요한 역할들을 해내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맹점을 이용해 권력을 악용하는 썩어빠진 정치인 "욥 트류니히트".
-경제자치지구 페잔의 맹주이면서 갖은 모략으로 제국과 연맹을 괴롭히는 "아드리언 루빈스키".
-지구교를 장악해 우주를 장악하려는 맹목적 테러리스트 "빌리에 주교"
-제국에 충성을 바치지만 개인으로서 황제에게 도전하는 제국의 쌍벽中 1人, 金銀燿瞳 "오스카 폰 로이엔탈"
-충직하게 제국과 황제, 그리고 친구 로이엔탈의 곁을 지키는 제국의 쌍벽中 1人  疾風怒濤 "볼프강 미터마이어"
-모든 제국군의 미움을 받지만 황제에 대한 충심 만으로 냉철하게 살아왔던 "파울 폰 오벨슈타인"
-미모와 뛰어난 지략으로 양 웬리를 보좌하고 이젤론 공화국의 정치적 주석이 된 "프리데리커 그린힐"
-미모와 1개함대에 버금가는 전술가인 황비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
-양 웬리의 후계자가 아니라 추종자가 되고자 했던 이젤론 군사령관 "율리안 민츠"
-황제의 어릴적 친구로 뛰어난 군사적 재능과 충성심으로 황제의 그림자가 되었던 "지크프리드 키르히아이스"
-제국의 명장이었으나 구귀족에 의해 능욕당하고 종국에는 자유행성동맹의 객장으로 삶을 마감했던 비운의 "빌리바르트 요하임 폰 메르카츠"

(4-2) 본격적인 전략, 전술, 전투의 묘사.

이전의 어떤 대하 역사 전쟁 소설을 보았어도 누가 어디서 누구와 싸워서 이겼다는 내용만 나와있지 전쟁과 전투에 대한 기본 개념을 알려준 소설은 없었다.

나는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열국지..."등의 소설을 보아 왔지만 이번에 "은하영웅전설"을 읽고 나서야 (전략/전술)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알기 쉽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 놓은 문구를 그대로 써 보겠다.

"전쟁을 등산에 비유한다면, 올라가야할 산을 정하는 것이 정치, 어떤 길을 어떤 방법으로 오를 지를 정하는 것이 전략, 그렇게 정해진 길을 가장 효율적으로 오르는 것이 전술이다".

"전략이란 상황을 만드는 기술, 전술이란 상황을 이용하는 기술이다".

또한 여타 소설에서는 몇만대군, 총포칼, XX장군...등의 직접적이고 대략적인 묘사만 나왔지 섬세한 함대 및 군의 이동과 전투에 대해 묘사한 소설은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수만대의 함대 운용과, 인공요새의 수성전, 수천만의 군인이 움직이는 대군의 접전, 그리고 피와 살점이 튀는 백병전까지...그 자세한 묘사에 한번 놀라고, 그것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의 전략,전술에 대해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우주공간이라는 3차원의 공간에서의 전투를 100% 살리지 못하고, 2차원적인 전투에 약간의 3차원적 상상력이 더해진 정도에 그치는 바람에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4-3) 넘쳐나는 명언들.

-한마리 사자의 지휘를 받는 100마리의 양떼는 한마리 양의 지휘를 받는 100마리 사자의 무리를 쉽게 이긴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선행을 하는 자는 혼자서 하기를 바라고, 악행을 하는 자는 여럿이 모이길 바란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인간이 나이순대로 죽어가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이다(알렉산도르 뷰코크).

-국가의 흥망 따위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양 웬리).

-체제에 대한 민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두가지만 있으면 된다. 공정한 재판과 공평한 세금제도, 다만 그뿐이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정치권력과 매스컴이 결탁하면 민주주의는 비판과 자정의 능력을 잃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앓게 된다(프레데리커 그린힐)

-공무원이란 패거리들은 권력자의 처벌을 두려워할 망정 민주주의의 주인인 시민에게 헌신하는 따위는 하지 않는다(오스카 폰 로이엔탈).

-정치부패란 정치인이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양 웬리).

-부패한 민주주의는 독재정치라는 화초를 키우는 온실이다(양 웬리).

-직위가 높아질수록 발상이 유치해진다(양 웬리).

-국민을 해칠 권리는 국민 자신 이외엔 누구에게도 주어져있지 않다(양 웬리).

-문제는 제도 보다는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게 있다(볼프강 미터마이어).

-민주주의국가에 군대가 존재하는 의의는 민간인의 생명을 지키는데 있다(춘 우 쳉).

-매와 참새는 시점이 다르다. 백만장자는 금화 한닢 줍기를 귀찮아 하지만 가난뱅이에겐 생명이 달려있다(양 웬리).

-민주국가의 시민에게는 국가가 저지르는 죄와 오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저항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양 웬리).

-결국 권력자는 늘 잘라내는 쪽에 선다. 팔다리를 자르는 일은 분명 아픈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잘려나가는 팔다리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눈물이든 자기도취로 보일 것이다(발터 폰 센코프).

-동맹은 독재국가에 속해 존속하기보다 민주국가로서 멸망해야 마땅하다. 건국이념과 시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 따위는 없어(알렉산도르 뷰코크)

-정치권력이란 하수처리장과 같은 것이다. 없으면 사회적으로 곤란하다. 그러나 그곳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겐 썩은내가 베는 거야(양 웬리).

-전제정권이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의 죄이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시민의 책임이다(알렉산도르 뷰코크).

-트류니히트 의장은 시민의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가 원수로 뽑혔다. 그것이 착각이었다 해도, 그 착각을 수정하는데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해도, 시민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된다(율리안 민츠).

-전제정치도 마찬가지이다. 때때로 폭군이 출현한다고 해서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정치적 이익을 무시할순 없다(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한가지 정의에 대해 그 반대 방향에 동량,동질의 정의가 반드시 존재하지는 않는 것은 아니다(양 웬리).

-내가 싫어하는 것은 자기만 안전한 장소에 숨은채 전쟁을 찬미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을 전쟁터로 떠밀고는 후방에서 안락한 생활을 보내는 무리이다(양 웬리).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급과 정보이다. 전쟁을 굳이 하나의 경제활동에 비유한다면 보급과 정보는 생산이고 전투는 소비에 해당한다(양 웬리).

-승리의 원인을 도덕적 우월로 돌리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양 웬리).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물어도 좋은 일과 물어서는 안될 일을 구별하게 된다는 것이다(양 웬리).

-시민에 대한 공공 서비스의 균등성은 사회의 민주성과 비례한다(양 웬리).

-인간이란 주의니 사상이니 하는걸 위해 싸우진 않아! 주의와 사상을 몸으로 나타내는 사람을 위해 싸우는 거다! 혁명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혁명가를 위해 싸운다!(더스티 아텐보로).

-전략가는 "다수로 소수를 치는 일"을 사고의 기본으로 삼지만, 전술가는 종종 "소수로 다수를 치는 일"에서 쾌감을 느낀다(양 웬리).

-전략을 옳으니까 이기는 것이지만, 전술은 이겨서 옳은 것이다(양 웬리).

-전술은 전략에 종속되며, 전략은 정치에, 정치는 경제에 종속된다(양 웬리).

-우주는 하나의 극장이고, 역사는 작자 없는 희곡이다(양 웬리).

-그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최악의 결과라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양 웬리).

-음모와 테러리즘으로는 결국 역사의 흐름을 역행시킬수 없다. 하지만 정체시킬 수는 있다(양 웬리).

-기억해라. 독재자란 출현시킨 쪽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해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 죄는 똑같다(양 부친).

-모욕받을 정도로 약하지 말고, 공포를 줄 정도로 강하지 말라(페잔 국시).

-인긴사회에는 두가지 사상의 흐름이 있다. 생명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사상과, 생명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상이다. 사람이 싸움을 시작할 때는 전자를 구실로 삼고, 그만둘 때는 후자를 구실로 삼지(양 웬리).

-평화라는 것은 무능이 최대의 악덕으로 취급받지 않는 행복한 시대를 가리키지(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특권은 사람의 정신을 부패시키는 최악의 독이다(빌리바르트 요하임 폰 메르카츠).

-윗사람의 면전에서 너무 칭찬을 하면 안된다. 상대가 연약한 사람이라면 자만하여 망하게 만들고, 융통성 없는 인물이면 윗사람에게 아첨하는 놈이라고 싫어할지 모른다(양 웬리).

-이 전투에 달린 것은 고작 국가의 존망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양 웬리)

-신 따위를 생각해낸 인간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다. 그 기획력과 장삿속은 알아줘야 한다.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나 부자라는 것은 "귀족,지주,사원" 이지 않는가?(보리스 코네프)

-신념이란 실수나 어리석은 짓을 정당화하기 위한 화장에 불과하다. 화장이 진하면 진할수록 그 밑의 얼굴은 추악하다(양 웬리).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일은 돈 때문에 살인을 하는 일보다 하등한 짓이다. 왜냐하면 돈은 만인 공통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신념의 가치는 당사자 한명에게만 통용되기 때문이다(양 웬리).

-전술차원에서의 우연은 전략차원에서의 필연이 남긴 잔광의 파편에 불과하다(양 웬리).

-"정치 따위는 나하고는 관계없어" 라고 하는 한마디는 그 말을 한 사람에 대한 권리박탈 선언이다. 정치는 자신을 경멸한 사람에게 반드시 복수하는 법이다(양 웬리).

-국가는 인간집단이 살아가기 위해 상호보완관계를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도구에게 인간이 지배당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양 웬리).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말을 다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양 웬리).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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