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 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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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현대 영상 기술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영화 "아바타"를 IMAX 3D로 보고 와서 전율과 흥분을 느끼며 생각한 것은 "21세기를 맞은 세상은 너무도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여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형문자부터 시작해서 그림과 문자로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기 시작한지 수천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우리는 단순히 글자의 나열로 이루어진 책을 보면서 흥분하고 감동하며 눈물 짓기도 한다.
결국 "감정이라는 비논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를 가진 인간" 이라는 동물은 현란한 시각효과와 3D를 넘어선 4D를 구현해내는 세상에서도 그 불안정한 요소 때문에 움직이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 의 명저이자 "장 자끄 아노" 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장미의 이름" 에서 독을 뭍혀 숨겨놓은 책은 왜 "아리스토텔레스" 의 "시학: 희극편" 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글,음악,그림,영화...결국 모든 표현물에서 중요한 것은 "메세지" 이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요소에 충실하게 되면 수천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의 시청각을 현혹하는 기술의 발전이 앞을 가리어도 "사람의 감정" 은 움직이게 되어있다.
일본에서 때늦은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썸머워즈"는 몇년 전 "시간을 달리는 소녀" 라는 2D 애니메니션으로 전세계 영화제 27회 수상이라는 믿을 수 없는 쾌거를 올렸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2009년 최신작이다.
앞서 말한 "아바타"에 비하면 수천분의 일에 불과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그 결과만으로도 가치를 증명하지만, 한국에서는 개봉관이 적은 데다가 상영기간이 짧아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8월1일에 일본 개봉이었는데 8월13일 한국 개봉이었다는 점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내용은 뭐, 찾아보면 다들 알겠지만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시높시스를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최첨단 보안기술로 만들어진 ‘OZ’는 핸드폰, 컴퓨터, 게임기 등으로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는 사이버 가상 세계. 전 세계 누구나 개인 ‘아바타’를 통해 쇼핑, 영화나 음악 등 현실과 똑같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교통, 의료, 소방 등 공공서비스 뿐만 아니라 각국의 군사, 행정까지 조절할 수 있는 ‘OZ’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세계였는데…
나 ‘고이소 겐지’ 17살. 특기는 수학이지만 수학올림픽 국가대표에 실패하고 지금은 ‘OZ’의 서버관리 아르바이트로 무료한 여름방학을 지내고 있다. 어느 날, 나의 짝사랑 ‘나츠키’ 선배로부터 약혼자 노릇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선배의 고향 나가노 우에다에 내려가게 된다. 시골마을에서 만난 90살의 할머니와 27명의 대가족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날아온 한 통의 문자 메시지. 천재수학 소년의 명성을 걸어 수수께끼 숫자의 메시지를 하룻밤에 해석한다! 그것이 ‘세상의 위기’가 될지도 모르고… 다음 날, 모든 시스템이 마비가 된 ‘OZ’와 현실 세계. 심지어 내가 이 혼란을 일으킨 범인으로 지명수배되다니! ‘OZ’는 정체불명의 침입자로 붕괴되어 현실 세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나 ‘고이소 겐지’ 17살, 그리고 27명의 대가족은 인류의 운명을 걸어 일생일대의 여름 전쟁에 나선다!
참 흥미로운 점은 2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이외에도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세상의 발전에 따라 "OZ"라는 가상공간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이지만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곳은 일본 나가노의 시골이고, 주인공은 요즘 세상과는 맞지 않는 4대가 모여사는 27명의 대가족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세상의 위기가 왔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난 90세 할머니의 무기는 아날로그 전화였고, 세상을 구한 것은 결국 가족의 단결된 힘이었다.
심지어 가상공간 "OZ" 에서 나쁜 놈인 AI "러브 머신" 과 싸우는 방식은 "고스톱" 이다...
이쯤되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바보라도 감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작품이 쉽게 제작되고, 극장에 걸리고, 흥행을 할수 있는 환경을 갖춘 일본이 부럽다.
대표적인 2D 애니메이션이면서도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동화적 내용과 친환경적 소재로 만들어졌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있는 나라...일본.
한국에서는 몇일 전에 아무도 모르게 "천계영"씨 원작의 "오디션"이라는 2D 애니메이션이 제작된지 10년만에 겨우겨우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단관개봉한 일이 있었다.
국가 시책으로 콘텐츠를 정해서 지원해준 작품도 이런 꼴이 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만 한국 영화계를 생각하면 십자가에 못 밖아야 할 인물중에 "심형래, 장선우" 감독이 있다.
그들은 한국의 우수성을 내보이는 일이 무조건적인 규모의 확대와 기술의 전시라고 생각하고 엄청난 돈과 시간을 영화에 쏟아 부었으나 실패하여 한국 영화계를 암흑기로 이끈 감독들이다.
"심형래"는 바보로 남았으며, "장선우"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악의 영화, 영화계의 재앙 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남들이 하는 걸 쫒아서 앞지르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남는 것은 없다.
애초에 기반과 단위가 다른데 뛰어드는 것 부터가 무리이다.
차라리 돈도 안들면서 모든 극과 재미의 완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텔링"에 힘썼다면 훨씬 나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아바타, 반지의 제왕" 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워낭소리, 똥파리" 같은 영화를 만들 것인가?
어느 것이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한국 영화의 방향성은 항상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있어야 겠다.
어쨌든 "썸머워즈" 영화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봤지만...
요즘의 "오디션" 을 생각하면 극도로 우울해져서...
상관없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재밌다는 말이니까 꼭 찾아서들 보세요~~~
기회가 된다면 남산의 "서울 애니메이션 센터"에 가서 "오디션"도 봐 주시구요 ㅠ.,ㅠ
(4호선 명동역에서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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