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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7 [집행자]- 복잡한 생각, 멍한 마음, 잔인한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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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흥행에도 실패했고, 그다지 큰 기대를 하고 본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고 나서 내린 판단은 매우 잘 만든 영화라는 쪽으로 바뀌었다.

일단 교도소를 배경으로 살인제도를 그린 영화라는 점에서 "데드맨 워킹, 우리들이 행복한 시간" 등의 영화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교도관과 사형수와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린 마일" 과 가장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2년간 실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대한민국.
그러나 희대의 연쇄살인범 "장용두" 의 검거를 기점으로 국민 여론을 고려한듯 사형명령이 내려진다.


현재의 한국 상황과 비교해 보아도 "유영철, 조두순" 등의 흉악범들이 자주 등장하고, 검찰과 법원의 판결에 만족하지 못한 여론이 안좋은 반응을 보이곤 했으니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끊임없는 생명존엄과 인권논리에 대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사형집행이라는 일은 이제 직접적으로 언급하기에는 진부한 소재가 되었고, 그렇다고 겉만 가리고 포장해서도 안되는 민감한 문제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2가지의 방향에서 사형집행에 관한 접근 방법을 설정하고 있다.


1. 제3자 이지만 직접적 행위 주체로 내몰리는 교도관.

12년만의 사형 집행이라 교도관들 또한 모두 사형 집행 경험이 있을 리 없고, 유일한 경험자인 "박인환"과거의 사형 경험에 의한 트라우마에 괴로워 하며 정년을 눈앞에 둔 교도관이다.

그는 20년 장기 복역수에게 고구마도 삶아주고, 내기 장기를 두어서 감자탕도 사다 주는 인정많은 교도관이다.

하지만 "장용두"의 사형 집행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2명의 사형수가 들러리로 같이 형집행을 받게 되는데, 그 2명중의 한명이 "박인환"이 친하게 지내던 장기 복역수였다.

다시금 옛날의 악몽이 떠올라 괴로워하던 그 였지만, 장기 복역수가 "이왕 가게 된다면 자네 손으로 보내주게.."라며 부탁을 하고 자신 또한 오랜 친구를 보내준다는 마음으로 형 집행 당일 출두한다.

이런 인정적인 부분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하여 설정된 인물이 바로 "조재현"이다.

10년차 교도관인 그는 죄수들은 "죄를 지은 동물" 로만 여기고 절대 연민이나 자비심은 보여주지 않는다.

신참내기 교도관인 "윤계상" 을 교육시킬 때에도 "이런 철창이 있는 곳은 세상에 두곳 뿐이야. 하나는 동물원..나머지 하나는 교도소지.." 라는 말로 죄수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강하게 각인시킨다.

그런 그이기에 아무도 사형 집행에 자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형집행을 하겠다고 나서게 되고, 그 일에 대해 조금의 두려움이나 고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사람이었기에 결국은 더 크게 넘어지는 것인가...

그 스스로는 별것 아닌 죄인 심판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형을 집행하고 나서 들리는 사형수들의 환청과 환각에 매일밤 시달리게 되고 정신은 황폐해져 가며 결국 정신착란까지 일으키게 된다.

결국 여기서는 "사형 제도의 윤리성" 보다는 영화 제목인 "집행자" 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교도관" 의 입장에서 "사형 집행" 이라는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응하는 방식, 그리고 이후의 상태 까지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된다.


2. 촌스럽게 직접적으로 생명의 존엄을 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인공 "윤계상" 의 역할은 무엇인가?

갓 신참 교도관이 된 그는 "조재현"을 통해서 죄수들의 습성과 다루는 법을 배워가면서 나름대로 관록을 붙여가며 교도관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처럼 나온다.

하지만 그런 교도관의 입장만이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여자친구 "차수연" 이 등장한다.

같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먼저 시험을 포기하고 교도관이 된 남자친구 "윤계상"을 바로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그녀는 처음에 자신은 아직 편의점 아르바이트 하면서 공무원 학원에 다니는데 직장에 출근하는 남자친구를 자랑스러워 하기도 하고, 험난한 교도소 생활을 걱정해 주기도 하는 평범한 여자친구로 나온다.

그러나 가끔씩 보이는 "윤계상"폭력성과 잔인성이 교도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보이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변해버린 남자친구에게 비난과 조언을 전한다.

또한 단순한 조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의식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그 조건은 바로 "임신" 이다.

죽여야 하는 아버지, 죽어야 하는 사형수, 살아야 하는 신생아...

"차수연" 은 자신 스스로도 아직 시험 공부중인 백수이지만 불안한 마음에  남자친구 "윤계상" 에게 기대려고 하며 그의 결정을 기다린다.

"윤계상" 의 입장에서는 아직 교도관으로 취직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아 자리도 못 잡았고, 갑자기 취직하자마자 사형 집행을 하게 되어 엄청난 압박감에 현실 도피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낙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사형 집행일이다.

사형을 치루고 힘든 하루에 치여 미칠것 같았지만 여자친구와 아기를 생각하며 결국 아기를 낳기로 결정하고 여자친구를 찾아가는 "윤계상"...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쉽사리 결정을 못하고 피하기만 하는 비겁한 남자친구를 버리고 혼자 낙태를 하고 온 여자친구였다.

12년만에 벌어진 사형집행 이라는 사건이 3명의 죄수를 죽였고, 1명의 교도관의 사직과 1명의 교도관의 정신착란...그리고 1명의 태아의 낙태로 끝맺음 되었다.


이 영화는 다른 사형수를 그린 영화처럼 유치하게 직접적으로 생명의 존엄성을 논하지도 않고, 주변 인물과의 사랑 등으로 억지 눈물을 자아내지도 않는다.

다만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고 복합적으로 당사자들의 모습을 그리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질 뿐이다.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것도 있고 나는 재미있게 보았으니 추천해 봅니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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