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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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계에 실망하여 직접적인 정치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 기회를 더불어 정치를 소재로 한 만화들에 대한 리뷰를 해보고자 마음 먹었다.
한국에선 내가 알기로 본격 정치 만화는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이 일본 만화가 될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가장 먼저 선택된 작품은 역시 우리집 서재에도 소장되어 있는 "히로가네 켄시"의 작품, "정치9단"이다.
"리얼리즘 망가"의 대표주자인 "히로가네 켄시"는 회사원의 성장단계를 잘 보여준 "사원시마, 시마주임, 시마과장, 이마부장, 시마이사, 시마상무, 사장시마" 의 장대한 시리즈 만화를 비롯하여, 방송계의 뒷면을 보여준 "라스트 뉴스"와 본격 정치가 만화를 표방한 "정치9단"까지 각각의 작품에서 철저한 고증과 구성으로 완벽한 리얼리즘을 구현하여 현실세계를 반영한다.
이번에 소개할 "정치9단" 또한 이러한 리얼리즘의 발판 아래 全20권으로 완결되는 동안 일반인이었던 주인공이 국회의원, 장관, 나아가서는 총리가 되는 과정을 현재 일본과 세계 정세의 중요한 화두들과 함께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현존하는 정치 만화 가운데에서는 그 완성도가 가장 뛰어나다가 감히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럼 중요한 주제 몇가지를 가지고 이 만화에 대한 심층 해부를 해 보도록 하겠다.
1. 일본 정치체계의 이해- 양원제.
이 만화를 100%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화상에서 친절하게 해설해 주지 않는 일본 정치 체계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일본은 세계의 몇 안되는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상징적인 천황아래에 국회를 꾸리고, 내각을 조직하여 나라를 움직이는 것이다.
국회는 미국식 양원제를 가져왔는데, "양원제"란 국회를 2개로 나누어 서로 보조하게 하는 체제인데 한국과 같이 국회가 하나만 존재하는 "단원제"의 반대말 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어쨌든 일본의 국회는 "참의원" 과 "중의원"의 2개로 나뉘어 있고, 이를 이해하기 쉽게 미국에 대입해 보면 "참의원=상원", "중의원=하원"이 된다.
입법 과정이 (상원->하원)으로 가게 되어 있고, 권한 또한 하원이 크게 되는데, 일본 또한 중의원의 권한이 더 크며 가장 중요한 권한인 "내각불신임안"을 가결하여 "중의원 총해산"이라는 국회 Reset의 중요한 권한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무슨 일이 생겨서 총해산이 되면 바로 국회는 텅~ 비게 되고 전국에서 다시 국회의원 선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참의원은 6년의 임기를 갖는데, 그들은 어떤 일이 생겨도 임기 동안 직무를 수행하므로 총해산과 같은 국회의 공백시 중의원의 역할까지 대행하여 나라의 입법, 통치 체계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한다).
그리고 중의원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여당 총수가 "총리"가 되며, 그 총리는 내각 임명권을 가지고 조각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각 부의 장관을 선임할 수 있게 된다.
자, 잘 줄여서 설명해 보려고 했는데 쉽게 알아 들었을지 모르겠다.
2. (정치-행정-언론) 복합체의 현실화.
현실세계에서 개인의 정의와 힘은 다수에 대항할 수 없고, (입법/행정/사법)의 어느 하나를 손에 넣었다고 하여도 넓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상적인 통치(독재의 가능 근거)의 조건에는 (뛰어난 정치인+유능한 관료+정권친화적 매스컴)이 필요조건으로 여겨지게 되었고, 이것이 가능하게 되면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마음대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되므로 독재의 필수 조건과 다름 아니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의 후퇴와 암묵적 독재가 가능한 이유를 그대로 적용시켜 찾을 수 있다.
(정치인-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대통령 이모씨)
(행정부, 사법부- 각 부처와 독립심을 버리고 권력의 개가 된 검찰, 경찰)
(매스컴- 정권에 절대적으로 충성을 다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
만화상에서는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공통분모는 "도쿄대학 법대" 졸업 동기라는 것이니...마치 현재 한국의 "강남권, 고려대, 소망교회" 라인이 오버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그 친구들중 한명은 출세한 외교부 고위 관료, 또 한명은 일본에서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사의 정치부 국장이다.
이러한 설정은 정치학계의 통치 논리에선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비단 학계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소설, 만화에서 차용하게 된다.
만화에서도 자주 차용되는 "Party" 개념의 공동체인데, 한국이나 일본에선 특히 위의 세가지에 (+조직폭력단 or 야쿠자)가 추가되어 어둠의 세계까지 끌어들이는 극단적 쓰래기 형태를 그리기도 한다.
3. 정치계의 Prince story.
주인공은 원래 정치와는 상관 없는 대기업 과장이었으나, 아버지이자 민정당 영수이고 前건설대신(건설교통부장관)을 지낸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 뒤를 이어 정치계에 발을 딛는 "2세 정치인"이다.
그는 아버지의 선거구인 카고시마에서 그 기반을 이어받지만, 젊고 이상적인 정치 의식으로 자신만의 정책과 공약을 내세워 고난을 겪지만 결국 국회의원, 관방장관, 외교부장관, 총리까지 올라가는 엘리트 정치인의 단계를 착실히 보여준다.
이런 작화적 스토리는 "정치"라는 딱딱한 소재와 지나친 "리얼리즘"으로 쉽게 흥미를 잃어버릴 일반 독자들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책을 붙들게 한다.
또한 "히로가네 켄시"의 마초적인 성격과 일본 사회의 성적 개방성에 근거한 불륜, 섹스스캔들까지 가미해 성인 극화로서의 재미 또한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런 과정과 내용들은 2008년 일본에서 최고의 시청률로 방영되었던 "키무라 타쿠야" 주연의 정치 드라마 "CHANGE"가 거의 그대로 따 왔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4. 거슬리는 일본의 극우 파시즘.
만화상의 주인공 자체는 깨어있는 의식과 깨끗한 신념을 가진 훌륭한 정치가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히로가네 겐시" 라는 작가와 현재 일본의 대외 정책이 맞물려 상당히 보수 극우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 이 만화를 본다면 거슬리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4-1> 적극적 자위권 행사.
2차대전 패전 이후 일본은 자위적 군사행동 이외에 적극적 군사 조직, 이동, 공격, 방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해상자위대의 극단 상황에서의 독자적 자위권 행사라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일본도 군대를 조직하고 적극적 군사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금 제국주의 파시즘의 싹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 문제는 과거에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4-2> 북한에 대한 입장.
예전 일본 정권은 북한의 정치 체제를 인정하고 국가적 혹은 민간적 교류를 인정해 왔으며 일본에선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은 북한 국적의 한국인, 즉 조총련의 생활이 보장받아왔다.
하지만 극우주의자들의 편인 작가는 현재 북한이 얼마나 일본에 위협적인지를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일본이 얼마나 피해를 입고 있는 지를 부각시킨다.
이 만화에서 뿐만 아니라 동일 작가의 다른 만화에서도 북한의 일본인 납치, 영토 침범, 스파이 행위등을 그려서 적대적 감정을 가감없이 내보인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스파이 방지법"이 없기 때문에 일본에 미국이나 북한 등의 밥이 된다는 논리를 펼치는데, 이는 마치 한국의 조중동 등의 매스컴에서 무슨 일만 있으면 북핵 문제등으로 눈을 돌리려는 알량한 수작과 별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어느 나라나 꼴통들은 있다는 것인가!!!
4-3> 일본의 세계 경영.
주인공은 한국의 국무총리와 같은 위치인 "관방장관"에 있을 때나, "외교부대신"의 자리에 있을 때 겉으로는 보기 좋게 "나라의 이익 보다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압권인 장면은 UN 회의에 가서 기조연설을 하는 부분인데, 지네들끼리는 명연설이라고 좋아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얼마나 개소리인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일본은 패전이후 세계 평화에 기여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에 이어 세계2위 경제 대국이니 알아서들 기어라, 우리가 돈 존내 많이 내어 놓았으니까 당연히 UN 안전보장이사회에 일본 자리 하나 내놔라..."
이 쪽바리 새끼들이 뒤질라구...
5. 독자의 대변인, 비서 "니시".
주인공인 "카지 류우스케"가 국회의원이 되고 나아가서 총리가 되기까지 바로 옆에서 수행하는 "니시"라는 이름의 비서가 있다.
그는 좀 어리벙벙 하지만 순수한 정의감을 가진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만화 상에서 그의 역할은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정치 문제나 현황 사건에 대해서 그가 카지에게 보고하거나 문의하면서 내용을 언급하고, 세계 정세 및 일본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는 주인공인 카지가 "니시군, 회담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 세계정세에 대해 설명해 줌세..."라며 친절히 정국을 설명해 준다.
결국 만화상에서 누구든지 "니시"에게 말을 하는 것은 곧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또...
글이 너무 길어졌다.
몇몇 거슬리는 점만 빼면 정말 훌륭한 정치만화의 수작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꼭 한번씩 읽어 보도록!!!
(최근엔 구하기 힘드니까 우리 집에 오면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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