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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15일 작성된 글입니다).
(2008년 9월 empas.com에서 Best review로 선정되어 5만원의 상금을 받은 글입니다).

내가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명인 “가네시로 카즈키”의 신작소설이 8월말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린 시절 TV에서 하는 만화영화 “메칸더V"를 보기위해 설레이는 마음으로 땀에 흠뻑 젖는 것도 모르고 한여름 태양빛 아래를 미친 듯이 뛰어 집으로 향하던...

머릿속은 단순히 단 한 가지 생각과 희망에 가득 차 주변의 풍경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달려갈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나름대로 “상식”이라는 “개념”을 탑재한 문화체험자로서 “좋은 영화는 극장에서, 좋은 책은 손에 들고”라는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더 발전하여, 좋아하는 감독이 만들고,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영화는 개봉일날 극장에서 봐 주고, 존경하고 사랑하던 작가의 책은 서점에서 초판본 정도는 구매해 주어야 한다는 진일보한 적극적 주동 참여의식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가슴떨리는 설레임을 안고 향한 근처에서 가장 큰 서점에서 “영화처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에 섬에 있을 때 기다리던 책이 서울에선 이미 발간되어 베스트셀러인데 전남에서 가장 크다는 광주에는 아직 책이 풀리지 않아 보지 못해 안달한 경험이 있었다.

근데 지금은 서울에 있는데도 오프라인에서 좋아하는 책을 사서 보기는 여전히 힘들고, 결국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바람에 택배 배송에 필요한 2일의 기간동안 또 안달복달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사설이 길었다.

이번 “영화처럼”은 2년만에 나온 “가네시로 카즈키”의 신작이다.

그간 그의 소설은 “시리즈” 개념은 아니었지만 “더 좀비스”라는 청소년 단체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 나아가는 모험 활극식의 작품들이 연이어 발표되어 왔었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그의 팬들이 그런 흐름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번 작품도 그런 통쾌한 활극이 아닐까...하는 기대감과 함께또 그런 내용이겠지?”라는 약간의 푸념 또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소설은 독자적인 내용을 가진 5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마치 그의 초기작인 “연애소설”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각자 살아 움직이는 약동감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져 있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책의 말미를 향해 거침없이 손이 움직여지게 하는 마력이 있다.

소설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직접적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각 소제목으로 제시된 영화와 관련된 테마들이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삶을 통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제목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을 직접 본 경험이 있다면 등장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생각하는 바, 행하는 행동, 이야기의 결말 까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보다 깊이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 했듯이 이 책은 영화감상문이나 비평책이 아니라 소설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5개의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테마가 다르므로 최소한 그것이라도 catch하려고 노력해 보고 역발상으로 아직 보지 못한 그 영화가 무슨 내용일지 추측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다.

아니면 나중에 그 영화를 찾아서 보고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고...

무엇보다 5개의 이야기를 관통하여 결말을 멋지게 장식하는 “로마의 휴일”은 꼭 찾아보길 권한다.

정말 “추억, 화해, 결말” 이런 것들을 잘 끝맺음 하기에 좋은 영화를 고른 것 같다.

책 내용에 대한 부분은 직접 보고 느낀 사람과 술 한잔 하면서 나누고 싶은 얘기이므로 별로 글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기다려온 무언가에게서 기대이상의 보답을 받게 된 흐뭇한 기분을 “숙제하는 듯한 독서감상문”을 쓰느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책 소개 홈페이지에서 퍼온 글로 대신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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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태양은 가득히>
“역시 주인공은 아버지가 없는 게 좋아!”
사랑보다 진한 두 친구의우정이야기

이야기 둘 <정무문>
“사람에게는, 하늘이 정해 준 역할이란 게 있는 거야.”
남편의 자살 후 세상과 싸우기로 하는 아내의정의이야기

이야기 셋 <프랭키와 자니>
그녀가 내 뺨을 후려 갈겼다. “너, 나 좋아하는 거니?”
탈출을 꿈꾸는 두 고등학생의사랑이야기

이야기 넷 <페일 라이더>
<툼 레이더>의 안젤리나 졸리인가? 하지만 헬맷 속에서 나타난 건,
둥글넓적한 얼굴에 뽀글뽀글 파마를 한 중년 아줌마였다.
오토바이와 가죽 재킷으로 무장한 아줌마의 화끈한복수이야기

이야기 다섯 <사랑의 샘>
지금은 실패해도 좋아. 정답을 알아낼 때까지 우린 할머니를 위해
영화를 상영할 거다. 마침내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는 그 날은,
감동적인 영화의 한 장면이 우리 집안에도 찾아왔으면 한다.
할머니를 위해 뭉친 손자들의웃음과 감동’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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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덤으로 내가 밑줄 친 부분도 덧붙일까 한다.

-나는 그날 이제 막 사귄 친구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직 어리고 자신의 상처를 품기에도 벅찼기 때문에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상대에게 말을 건넬 여유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어중간한 구원의 말은 원하지 않았다. 서로의 상처를 덮어줄 수 없다면 아파하는 것을 보지 않아도 되도록 그의 곁을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극장의 어둠 속에서 우린 재일 조선인도, 재일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지. 그러니까 음...이런거야. 불이 꺼지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볼 수 있을까, 이번에는 또 어떤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이 우리의 머리와 몸 속에서 점점 부풀잖아. 그러다 불이 완전히 꺼지면 “팡!”하고 터져버리지. 그때 우리란 인간도 함께 터져서 없어지고, 어둠 그 자체가 되는거야. 그 다음은 스크린에 비치는 빛에 동화되면 그만이지. 그럼 우린 스크린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이 될 수 있어, 개똥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거지. 그래서 극장의 어둠 속에 있을 때는 신나고 가슴이 설레는 것 아닐까?

-보호자를 놓쳐버린 어린 미아는 처음에는 불안해 어쩔 줄 모르다가 엉엉 울면서 보호자를 부르고, 그러다 끝내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 내버려 둔 것을 원망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타난 보호자에게 그 원망을 터뜨린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리란 것을 아는 미아는 어쩌면 좋을까? 간단하다. 당황하지 말고, 울지 말고, 원망도 하지 말고,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 한걸음 내디뎌야 한다.

가을을 맞아 책 한권 읽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