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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7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2008년 11월 20일 empas.com의 "블로그 라이프" 선정글입니다).

본인의 친누나인 김선영양은 고등학교때 부터 서클과 동호회를 통해 연극을 해 왔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취미로 연극을 계속해 왔는데, 이렇듯 연극을 사랑하는 아마츄어 사회인 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 바로 "생활 연극 네트워크"이다.

서울 양재동에 연습실과 소극장을 갖춰놓고 연습생이나 교육생을 받는 등, 나름대로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고 현재 5기까지 배출이 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땡이(본인의 누나 애칭)도 대학 졸업한 후에 연극을 계속할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벌써 몇년째 활동 중이다.

근데 3개월 후에 땡이가 미국 유학을 가게 되면서 이번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굳이 찾아가서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다.

이번 공연은 2008년 11월 15~16일 양일간 양재동의 <생연 스튜디오>에서 벌어졌고~
2시간 30분 동안 6개의 단막극을 보여주는 "단막극 페스티벌"이었다.

기승전결 없이 6개의 작품이 차례대로 공연되다 보니까 흐름이 끊기고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그럼 연극에 조예가 깊지는 못하지만 간단히 평을 해 보겠다.

<이 세상의 마지막 밤>

-극본: 레이브래드 버리.
-출연: 이승하, 김선영.
-평가: 극본★★★★ 연기★★★★
-단 2명이 부부로 등장해 지구상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종말을 맞이하기 전에 불안해 하는 개인의 심리와 뭔가 의미있는 것을 나누고 싶은 부부간의 사랑...그리고 약간의 유모어가 공존하는 잘 만들어진 극본이었던 것 같다.
본인의 누나가 여주인공으로 나왔는데, 사실 나는 누나가 연극 공연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근데 매우 침착하게 잘 하는 것 같았고, 벌써 10년 넘게 하다보니 배우 티가 나는 것 같았다...
2명의 대화가 전부인 공연에서 호흡도 잘 맞고...^^

<기억>

-극본: 박연주.
-출연: 이나경, 박희범, 이은미, 이하나
-평가: 극본★★ 연기★★☆
-극본 자체가 노산, 기형아, 낙태...등의 자극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scene의 전환이 너무 갑작스럽고 행간에 생략된 부분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웠다.
뭔가 작가가 훌륭한 소재로 대단한 작품을 쓰고 싶었으나 너무 평이한 흐름이 나온데다가 글쓰기 능력의 한계인지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눈에 많이 거슬렸다.
또한 그런 자극적인 경험과 기억에 괴로워하는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도 자연스럽지 못하게 경직된 상태의 히스테릭한 모습들로 보여서 아쉬웠다.

<무엇이 그들의 입을 열게 했는가>

-극본: 정슬기.
-출연: 이지온, 김인수, 인은미, 강주현, 김성수.
-평가: 극본★★★★ 연기★★★★☆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4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와서 설전을 벌이는 것이 플롯인데, 여기서 등장인물이 추가될 때 마다 새로운 화두가 제시되고 그것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주장하며 말다툼을 하는 것이다.
이때 4명의 개인이 서로 일관된 우호, 적대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의 의견에 동조하고, 친구의 의견에 반대하며 비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연출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극심한 감정의 고조와 갈등의 표출이 있지는 않지만 이러한 호흡이 잘 맞는 “상황극” 성격의 연극을 나는 좋아한다.
영화에서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박수칠 때 떠나라”같은 이런 형식을 차용한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았었고, 사실 연극이 원조인 “라이어”라는 작품도 영화로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어쨌든 배우들도 대사와 호흡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는지 그 많은 대사를 실수 없이 잘 해내었고, 4명이서 서로 어긋남 없이 훌륭한 호흡을 보여주어서 매우 만족한 작품이었다.

<목각>

-극본: 김부용.
-출연: 윤승훈, 이고운.
-평가: 극본★★★ 연기★★★★
-아마도 가장 연극다운 연극이 아니었나 싶다.
조각가로 나오는 남자 혼자서 극의 95% 이상을 끌고 나가야 하는 매우 부담되는 연극이었다.
하지만 흐름의 설정을 보이지 않는 기자와 인터뷰 하는 형식을 취해서 부드럽게 화제가 이어지게 했으며, 주인공이 방대한 양의 대사를 혼자 이끌어 가면서도 중간 중간에 관객의 웃음을 이끌어 내는 상황적 유모어를 하나씩 던져 주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다만 후반부의 갈등 표출에 있어서 약간의 개연성 상실과 함께 부자연스러운 연결로 인해 배우의 좋은 연기가 조금은 손상된 느낌이다.

<낙원>

-극본: 이하진.
-출연: 박희범, 최선영.
-평가: 극본★★★★★ 연기★★★★☆
-이번 단막극 페스티벌에 상을 준다면 “극본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은 이 작품이 받아야 할 것이다.
일단 극본 자체가 매우 독창적이고 완성도도 높았으며 훌륭했다(땡이도 작가를 “천재”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찬했다).
전쟁이 일어난 세상에서 작은 동굴로 도망쳐와 숨은 2명의 남녀가 주인공인데, 안전한 공간으로서의 동굴이 밀폐된 공간으로서의 공포감으로 발전하여 사람을 미쳐가게 만드는 광기를 그린 작품인데 매우 적절한 전개와 연출에 덧붙여서 주인공들...특히 여자 주인공의 미친 연기가 매우 훌륭해서 감탄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강추!!!

<시들어버린 여자>

-극본: 박연주.
-출연: 임진, 김경희, 김인수.
-평가: 극본★★☆ 연기★★★★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 답게 무대 장치나 스케일도 크고 가장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한 작품이었다.
특히 여주인공을 맡은 나이든 여가수 역의 배우의 노래와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아마츄어 답지 않은 관록과 연륜이 감정을 타고 전해진달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본 자체는 너무 실망이었다.
시작부터 시작해서 너무 뻔한 갈등 구조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주제, 결말은 연극 자체에 대한 흥미를 빼앗아 버렸다.
매우 지루해진 연극에서 그나마 관객의 관심을 잃지 않게 한 것은 역시 배우들이었다.
약간은 어색한 듯한 연기의 조연, 오버하면서 섹시함을 뿌리는 젊은 여자, 과장된 폭력과 계산된 웃음은 그나마 지루함을 덮어둘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달까?



뭔가...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것저것 욕만 해 댄 것 같네...

어쨌든 오랜만에 연극을 보게 되어 즐거웠고, 무엇보다 누나 땡이의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수고했다, 땡아~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