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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3일 작성된 글입니다).

흠...
허...
참...
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수없이 되뇌였던 감탄사였다.
 
이전의 “드래곤라자”에서 소설가 “이영도”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마음속에 형성하게 된 지뇽군은 그의 연작에 도전하고자 동일세계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새” 시리즈 중에서 앞편인 “눈물을 마시는 새”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근데 이건 뭐...후...
 
왜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엄청난 후회에 몸서리를 칠 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었다.
 
아니, 그냥 “재미있었다” 정도의 어구로 표현하기에는 이 소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철이 들고 나서 지난 10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2번째로 재미있는 책”
이정도 평가도 살짝 민망할 정도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니만큼 글이 또 무한정 길어질 지도 모르지만, 그간 많은 독자들과 네티즌들이 이 소설에 대한 감상, 리뷰등을 블로그나 팬사이트에 올려 놓았으므로 소설 내용이나 줄거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 보다는 내가 주의깊게 보고, 신경써서 기억하려던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적어 보겠다.
 
(이 아래 부분은 A4지 11매 분량의 매우 긴 글이며, 심각한 스포일러가 내재되어 있음을 밝히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일취월장 이영도.
 
1-1>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두다”.
 
사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설정과 세계관, 줄거리 등...훌륭한 점은 매우 많지만 내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작가 “이영도”에 대한 평가이다.
 
앞서 “드래곤라자”의 감상평을 쓸 때에도 말 했었지만 “이영도”씨의 글쓰기 능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온라인 연재라는 특성상 주기성, 단절성, 흥미상실....등의 수많은 페널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의 독자들을 매일 밤 컴퓨터 화면 앞에 붙들어 놓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미있고 신기한 소재와 내용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소스들을 “얼마나 잘 풀어 내느냐”가 최대 관건인 것이다.
 
매 회차마다 지루하지 않고, 앞뒤 끊김이 없으며, 전후의 사건이 이어지고, 섣부른 흥미유발은 지양하지만, 매번 개연성 있는 장면들이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그런 “독자의 눈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1-2> “지루한 선생님이 아니라 현명한 작가가 되다”
 
하지만 이런 점은 “드래곤 라자” 때부터 내가 했던 말이고, 이번 소설에서 다시 느낀 점은 그의 글솜씨에 대한 깊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번 소설은 하나의 행성(?)에서 5가지의 종족이 수천년동안 이어지는 서사를 4편의 중기 구분 下에 30여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내용을 병렬 선도하는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며...지루해지기 쉬운 글이었다.
 
사실 워낙 새로운 것을 도입하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답시고 불필요한 설명과 지루한 강의가 난무하는 것이 대부분의 역사, 무협, 판타지 소설의 한계였다.
 
(설정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겠지만)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역사나 세계관 및 등장인물에 대한 3인칭 작가적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능한한 사건의 전개 속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글을 좀 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홑개의 사건도 아니고 수천년의 역사와 여러 종족의 이야기들, 현실세계에선 볼 수 없는 생명체, 환경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독자들에게 부족함 없이 전달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당한 선에서 “독자의 상상”을 유도하는 해결책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 소설만의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었다.
 
알다시피 이 소설은 “온라인 연재 소설”이다.
 
작가 혼자 칩거하여 완성물을 뚝딱 내 놓은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작가와 독자가 서로 호흡하며 불완전성을 메꾸고, 궁금증을 해소해 가면서 상호간의 Feed Back을 통해 완성한 허점 없이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3>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관”
 
사실 장르 문학으로서의 “판타지 문학”은 서양(특히 영국)과 일본이 원류이고 주류이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그 장르를 가져와 발전시키면서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몇가지 세계관을 이식 수혈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지도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세계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책을 열어보면 비슷한 유럽 중세를 묘사하는 듯한 환경에 드래곤과 마법이 존재하고, 기사, 엘프, 드워프가 뛰어다니면 전설을 쫒는 식상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정형성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내게 처음 판타지 문학의 재미를 안겨준 “하얀 로냐프의 강” 같은 작품은 이러한 정형성 내에서 작은 세계의 단조로운 구성을 가지고 얼마나 큰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남겨줄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명작이었으니까...
 
하지만 판타지 문학의 최대 장점은 “현실세계에 없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에 대한 무한한 포용성임은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차후 한국형 판타지의 중흥기가 오면서 “묵향” 같은 독특한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간 식상함에 질려있던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된다.
(한국은 기존의 무협소설의 토대가 있었기에 무협과 판타지가 합쳐진 형태의 소설과 만화가 많이 등장하였다).
 
“이영도”초기작이 정형화된 판타지 세계 안에서 “드래곤라자”“퓨쳐워커”를 통해 등장했다면, 중기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부터는 전혀 색다른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번 소설의 세계는 하나의 행성 전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5개의 종족이 등장하며, 수천년의 역사와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수십명의 등장인물이 나오고, 환경, 생활, 전투, 도구, 생식...등에 있어서 모두 새로운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와~~~정말 훌륭하게 별세계를 창조해 냈구나!!!”라고 감탄을 하면 꼭 아래와 같이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게~이건 어디어디서 배껴온거 아냐?”
“너무 새로운 것만 만들다보니 허점이 많은거 아냐?”
“에이...이정도는 나도 만들겠다.”
”은하영웅전설“이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같은 작품은 아예 우주가 배경인데 그럼 ”다나카 요시키“ ”마모루 나가노“가 더 천재겠네?”
 
내가 한마디만 하겠다.
 
“그런 창조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구성해 내고,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p.s>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피드백을 통해서인지 몰라도 설정상의 허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작가에 대해 3 page에 걸쳐 떠들어 댔으니 이젠 작품 자체에 대해 말해보자.
 
1-4> “묘사의 달인이 되다”.
 
이건 이 책을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환경과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매우 발전하여 사실적이지만 감정적이고, 짧지만 시각적 구현성이 뛰어난 글을 보여주고 있다.
 
전투 장면에서의 현실감과 처절함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등장인물들의 주관적 시야에 대한 객관적 설명 또한 매우 구체적이며, 객체의 사유에 대한 감정 전달 또한 매우 민감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레콘, 용, 도깨비, 나가” 등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독자들이 하등의 어려움 없이 머릿속에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감히 “이청준”씨나 “황석영”씨에 비견해 볼 정도로 훌륭하다.
 
 
 
2. 설정과 세계 속으로...
 
2-1> 특이한 종족구성.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소설에 대한 말을 시작할 수가 없다.
 
소설 상의 세계에는 5가지 종족이 살고 있다.
 
인간- 행성의 북쪽에 살고 있으며 보통의 인간을 생각하면 맞다. 약점 투성이이다. 때문에 옛부터 "왕"을 중심으로 모여 단결하고 적들에 맞서 싸우며 자신들을 지킨다.
 
나가- 행성의 남쪽에 살고 있는 변온동물, 피부에 비늘이 덮여있고 눈의 시계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식이다. 성인이 되면 심장을 적출하여 불사신이 된다.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하며 북쪽의 저온에 약하다.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신언어인 "니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레콘- 닭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3m에 이르는 큰 키와 큰 덩치로, 전투적이고 호전적이라서 행성 상에서 거의 무적이다. 약점은 물이다. 인생을 숙원사업에 메달리거나 결혼을 하거나, 둘중의 하나만 하게 되어 있다. 행성 최강의 생명체이지만 각자 개인적인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무리짓지 못하여 행성을 지배한다거나 하지는 못한다.
 
도깨비- 한국의 도깨비와 외형과 개념이 같다. 불을 다룰 줄 알고 죽은 다음에도 “어르신”이라는 유령 형태로 현실세계에 존재하게 되므로 두 번 사는 것과 같다. 약점은 붉은 피 이다. 모든 도깨비가 불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행성을 재패할 수도 있지만, 본성이 착하고 싸움을 싫어하며 결정적으로 "피"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폭력을 쓰지 않는다. 장난이 심하고 감정이 풍부하다.
 
제5의 종족- 최고의 선민종족으로 나머지 4가지 종족을 위해 "하늘치"라는 유산을 남겨두고 행성상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남긴 오점, 더러운 부분들이 “두억시니”라는 지적능력이 결여된 무정형 괴물들로 행성상에 버려졌다.
 
2-2> 동양의 五行과 五運六氣에 서양의 4원소설을 합치다.
 
위에서 말한 5종족의 외형은 서로 다른 독창성을 보이고 있지만 서로의 상생, 상극 관계는 매우 명확하여 행성 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작가가 의도하고 조사한 후에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양학문적 지식에 근거하여 생각해보면 자연계의 相生과 相剋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五行학설과 딱 맞아 떨어지고, 그것을 기존의 판타지적 세계관에서 등장하던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했던 서양의 4원소설에 입각해 설명해도 거의 일치하게 된다.
 
인간- “어디에도 없는 신”은 바람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바람,공기”이며, 오운육기상 厥陰風木에 해당되므로 이것은 오행에서 “木”의 성질로 결정된다. 金克木하므로 제5종족만이 인간을 이길 수 있었으나 사라졌으므로 이후 하늘치를 인간이 갖게 된다. 木克土하므로 레콘을 다스릴 수 있다.
 
나가- "발자국 없는 여신“은 물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물“이며, 오행상의 ”水“가 되며, 오운육기상 太陽寒水에 속한다. 土克水하므로 비록 불사신인 나가라 하더라도 지상 최강 생명체인 레콘에게는 질 수 밖에 없다. 水克火하므로 일반적으로 도깨비에게 강한데, 단 한번 위기에 몰린 도깨비가 계곡 전체를 불태워버린 적이 있어서 섵불리 도깨비를 대하지 못하게 되었다.
 
레콘-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땅을 가져서 축지법등을 쓰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흙”이며, 이것은 오행상의 “土”와 같고, 오운육기상 太陰濕土에 속한다. 木克土하므로 인간이 레콘을 이용하고 다스릴 수 있으며, 土克水하므로 불사의 생명체인 나가를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너무 비현실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가의 상징인 “물”을 무서워한다는 설정이 페널티로 붙게 된 것 같다.
 
도깨비- “자신을 죽이는 신”은 불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의 “불”이며, 이것은 오행상의 “火”와 같고, 오운육기상 少陽相火이다. 水克火하므로 나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는 도깨비가 천성이 착하고 싸움을 싫어해서 인 듯 하다. 긴 역사 속에서 단 한번 물을 이길 정도의 불로 한 계곡에서 나가들을 불에 태워 몰살시킨 적이 있으나 원래는 피를 무서워하는 페널티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생명체를 죽이지 못한다. 火克金하므로 원래 제5종족을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제5종족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알 수 없다.
 
제5 종족-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은 빛을 다루는데 서양 4원소설상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오행상의 “金”에 속하고, 오운육기상의 陽明燥金이다. 공개된 정보가 없다.
 
위에서 보다시피 기존의 五行상에서의 설명을 거의 일치하나 相生,相剋에 있어서는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이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강함을 소유한 “레콘”과 불을 소유하여 마음만 먹으면 어떤 존재든 이길 수 있는 “도깨비”에게 그들의 불공평한 장점을 100% 이용하지 못하도록 각각 페널티를 안겨 주었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3> 神의 존재와 법칙.
 
소설의 초반부 동안에는 현재의 시점에서 서로 원한 관계나 영토 전쟁과 같은 사소한 개념에 의해 내용이 전개된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몇몇 단어로만 존재하던 “신”이 본격적인 화제로 등장하게 되며, 현실세계에서 신의 몸인 “육체”와 신이 현신한 “화신”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각각의 신은 그들이 주관하는 종족의 성질을 규정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선물을 준다.
 
“나가”는 물을 다룰 수 있게 되고, “도깨비”는 불을 다룰 수 있으며, “레콘”은 최후의 대장간에서 최고의 무기를 얻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그들의 신인 “어디에도 없는 신”과 함께 대원칙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그 대원칙은 “변화와 흐름”이다.
 
다시 잠깐 소설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중반에 신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나가”의 2차 대확장 전쟁으로 인한 “인간,레콘,도깨비”의 위기상황으로 설명되어 진다.
 
“나가”가 자신들의 신인 “발자국 없는 여신”을 감금하고, 그 여신의 힘을 훔쳐서 물을 다루는 힘으로 세상의 기온을 바꾸어 북쪽세상으로 쳐들어 왔기 때문에, 다른 신들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연합군에게 힘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종반부에서 밝혀지는 대 반전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
 
신의 힘을 훔치고, 신을 불러내고, 전쟁을 일으킨 모든 일들이 사실은 “신들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원래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세월은 흘러가야 하는데 1천년 동안 살아있는 인간인 “케이건 드라카”가 인간의 신인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 되어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1천년간 세상에는 영토,종족,국가,언어...등의 변화가 없이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신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신들이 자신들의 종족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고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인 “케이건 드라카”를 죽임으로써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한 것이다.
 
여기서 소설 초반부부터 계속 등장하는 세상의 법칙인 “셋이서 나머지 하나를 상대한다”라는 법칙이 설명된다.
 
소설 전체에 있어서 “나가를 죽이는 데에는 나머지 3종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개념으로 통용되던 말이 사실은 “하나의 신을 죽이려면 나머지 3명의 신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개념이 “신”들이 존재하게 된 현실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3> 소설 구성상 특별하게 만들어진 존재들.
 
이런 전세계에 걸친, 신계까지 포함한, 멸망을 향한 전쟁을 설명하는 계획을 실현시키는 데에 있어서, 혹은 긴 역사와 말도 않되는 설정의 허점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하는 존재들이 있다.
 
“군령자”는 한명의 사람이 여러 혼백을 흡수하여 자신의 몸에서 유지시키는 것으로 이 소설상에 등장하는 단 한명의 군령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수많은 말도 안되는 부분을 구체화, 합리화 시키고 있다.
 
“정신억압자”는 동물, 사물에 대한 정신을 억압하고 조작하는 자이다.
 
“하늘치”는 처음에는 신비한 세계의 장식품 쯤으로 등장하였으나, 사실은 제5종족이 세상을 떠나면서 후세의 나머지 4종족에게 남긴 유물이자 선물이자 지식이다.
 
따지고 보면 “천공의 성 라퓨타”“스프리건”의 “노아의 방주” 등등의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도깨비” 라는 종족 자체는 소설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먼저 “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조종하는 나가”에 대항하는 주체는 도깨비가 된다.
 
사실 5종족 중에서 神의 화신이 아닌 일반인이 속성의 힘을 사용하는 경우는 “도깨비”“나가” 단 두 종족 뿐이다.
 
그리고 화신을 찾는 일에 있어서 조언을 주고 도구를 주는 행동으로써 일을 간소화 하면서 의구심을 원천봉쇄하는 도깨비의 대장인 “바우”는 다음과 같은 법칙으로 모든 일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즈믄누리에 사는 바우성주의 결정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도깨비만의 도구인 “딱정벌레”는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으로써 편리성을 제공하고, “도깨비감투”는 전쟁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매우 처절하고 가슴 아픈 이 소설 상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를 지닌 인물이 바로 “도깨비”이다.
 
그들의 인사말인 “좋은 꿈 꾸셨습니까?” 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더불어 동양에서도 한국에만 존재하는 존재로서 도깨비불, 감투, 씨름...등을 언급하여 친근함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소설 자체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이외에 “나늬”“보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전설상의 미녀를 말하는데, 사실 이는 전설상의 인물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준...어느 세대에나 존재하는 한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용”“용인”의 존재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비이성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열세한 쪽에 주어지는 merit와 같은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소설 전개상 있어서는 안될 일종의 반칙 같은 캐릭터 들인데, 그들로 인해 소설이 더 풍족해 지고 재미있어 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동물체인 “용”이 사실은 식물에서 자라며 포자생식을 하고, 그 식물의 뿌리를 먹은 사람이 “용인”이 된다는 설정은 굉장히 놀라운 개념이었다.
 
3. 주제에 대하여.
 
3-1>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의미.
 
원래 세상에는 “아라짓 왕국”“키탈저 사냥꾼”이 존재했었지만 나가의 침략과 세월의 흐름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라짓 왕국”의 역사와 예언은 “판사이 6형제탑”에 쓰여진 선문답 같은 문구들로 나타내어 진다.
 
반면 정치성을 띠지 않은 소집합체였던 “키탈저 사냥꾼”은 활자가 아닌 전설이나 노래등으로 남아있다.
 
 
그중에 4마리의 형제 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이 소설의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하 분홍색 부분은 소설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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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요."
 
티나한은 벼슬을 곤두세웠고 륜은 살짝 웃었다.
피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던 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은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은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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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주제는 “제왕론”
 
소설상에서 “왕”이 사라져 혼란에 빠진 인간세계에는 수많은 “제왕병 환자”들이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며 세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그런 수많은 제왕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은 도대체 “왕”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왜 사라졌고,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궁금해 하게 된다.
 
그때 1천년을 살아온 주인공인 “케이건 드라카”는 이런 말을 한다.
 
-"왕이 도대체 뭐죠?"
-"눈물을 마시는 새요."
-"네?"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소."
 
그렇다, “왕”은 그 이름과 지위 때문에 가장 빛나고 위대하지만...
 
그가 다스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슬프고...
 
그렇기에 가장 빨리 죽는 것이다.
 
소설 상에서 수백년간 왕이 없던 인간세계에서 “나가”의 제2차 대확장전쟁에 의한 침략을 받게 된 사람들은 “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서 “인간,도깨비,레콘”의 연합군의 왕으로 추대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나가”이다.
 
그 “나가”는 자신의 동족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의미로 반대편인 연합군의 왕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냐고...그 사실이 밝혀지면 가장 먼저 죽을 것이라고...
말리지만 그 “나가”는 왕으로서 연합군을 이끈다.
 
동족을 죽이기 때문에 “나가”에게도 미움을 받고...
종족상 연합군의 적인 “나가”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연합군에게 밝혀지면 죽는다...
 
사실 소설 상에서 가장 많이 우는 생명체는 감정을 가진 인간도 아니고, 감성이 풍부한 도깨비도 아니다.
 
변온동물 이면서 불사신이기에 감정이 메마른 "나가"...
"나가""사모 페이"가 흘리는 銀淚(은빛 눈물)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종족을 뛰어넘어 얼마나 자애롭고 헌신적이며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도발 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눈물을 마시는 새”가 “왕”이 되어 나타내는 의미는 아래와 같다.
 
-왕이기 때문에 가장 빛나고 아름답지다.
-왕은 백성들의 눈물을 마시기 때문에 가장 슬프며 가장 먼저 죽을 수 밖에 없다.
-백성들은 자신의 눈물을 왕이 다 마셔버렸기 때문에 더 잔인해 질 수 있다.
 
후작인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피를 마시기 때문에 가장 오래 살지만, 그 고약한 냄새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왕이 등장한다.
 
결국 작가가 “눈물을 마시는 새”“피를 마시는 새”의 두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왕”이라는 존재에 대한 상반되는 철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3-3> “화해”를 위한 존재 “나늬”.
 
이렇게 되면 소설의 막바지까지 독자들은 “왕”이 이 소설상에서 차지하는 중대한 분량에 치여서 “왕”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의 끝으로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왕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전제되어 있었다.
 
그 선물이 바로 “나늬”라는 것은 소설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밝혀진다.
 
“나늬”종족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전설상의 미인이다.
 
이 “나늬”는 연합군의 왕이 되는 “사모 페이”로 볼 수도 있지만, 작가가 내세운 “나늬”는 언제부턴가 가끔 소설에 나와 엉뚱한 짓을 하여 독자들을 미소 짓게 만든 “데오늬 달비”라는 소녀였다.
 
그녀는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단순화된 머리와 행동으로 엉뚱한 행동을 자주 하고, 항상 이리 저리 달리는 일을 좋아하고, 자주 넘어져서 주변 사람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귀여운 소녀이다.
 
이 소녀는 처음에 연합군의 부위 역할로 활약하다가 “나가”군에 포로로 잡힌 이후에는 어느새 나가들에게 융화되어 오히려 “나가”들이 달비를 걱정하고 따르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가”들은 그들의 적인 달비를 쫒아가서 죽음을 피하게 된다.
 
결국은 “나늬”의 존재는 모든 종족을 아우르는 친화적 존재임과 동시에, 각 종족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신화적 존재인 셈이다.
 
소설상에서 주인공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데오늬 달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그녀가 “나늬”라는 사실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그녀를 “나늬”로 내세워 소설에 대한 주관적 주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 바도 많았고,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어쨌든 오랜만에 정신없이 즐겁게 책을 읽게 해준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감상평을 마치겠다.
 
이 책 안 읽어 본 사람이랑은 안 놀거니까, 꼭 찾아서 읽어보셈~
 
(위의 사진은 인터넷 상에서 퍼온 사진임을 밝힙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원작자께서 기분나빠 하신다면 연락받는 대로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