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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향수가 있는 소설이다.

2006년 보았던 영화중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당시 매우 컬트적인 연출과 함께 배우 명계남씨의 열연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었고, 그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길게 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내 미니홈피에 "스크랩 해갑니다" 라는 답글이 달렸는데 이름이 많이 낯이 익다...싶었다.

바로 "손님은 왕이다"의 감독 "오기현"씨가 직접 내 미니홈피를 방문하여 감상평을 스크랩해 간 것이다!!!

어쨌든 영화도 무척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때 오기현 감독님과의 인연(?)이 가슴 깊이 남아 있었다.

그 영화에서 주연인 "명계남"씨는 왕년의 명배우로 등장하는데, 그때 그의 회고 장면은 내가 기억하기로 영화 "초록물고기"의 장면과 연극 "콘트라베이스"의 포스터...였다.

그리고 그때 그 낡아서 덜렁거리는 "콘트라베이스" 연극 포스터가 왜그리 망막 뒷면에 선연히 남아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위의 사진은 책의 표지 보다는 꼭 명계남씨의 연극 포스터를 사용하고 싶어서 힘들게 찾아내었다).

어쨌든 그런 추억이 있었기 때문에 한가한 틈을 타서 "콘트라베이스" 책을 손에 잡았고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소설 자체는 매우 짧은 편이고, 주인공 한명이 독백(굳이 따지자면 관객들에게도 들리므로 방백이라고 해야겠다)의 형식으로 이끌어가기 때문에 읽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공인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워낙 소심하고 맥주까지 마신데다가 신세한탄, 연애비관...등 중구난방으로 화제를 던져대기 때문에 좀 산만하긴 하다.

이 모노드라마를 연극으로 옮긴다면 단 한명의 출연자인 주인공은 2시간이 넘는 시간을 혼자서 관객들의 집중력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으려 애써야 할테니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연극계를 떠나 광고,영화계에 몸 담았던 "명계남"씨는 1995년이었나...다시 연극계로 돌아와 "콘트라베이스"라는 작품을 연출,연기한다.

사실 별로 유명 배우는 아니었지만, 워낙 좋은 극본을 만났고, 심기일전한 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연극은 많은 환호를 받았었다.

그리고 또 잠시 그는 정치계로 외도를 하고...

2006년에 다시 연극계로 돌아왔을때, 그가 들고 나온 작품 또한 이 "콘트라베이스"였다.

그에게는 이 작품은 배우 명계남의 초심을 지켜주는 노스텔지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한국에서 "콘트라베이스"배우 "명계남"의 삶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소설이자 극본이자 연극일 것이다.


그리고 잠깐 다시 앞에서 언급했던 인연에 대해 말을 늘어 놓자면, 1996년 당시 매일 명계남씨의 공연을 보러 오던 청년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매표소에서 돈을 안받고 들여보내줄 정도였다고 한다.

연극 공연 마지막날 명계남씨에게 "콘트라베이스" 책을 내밀면서 사인과 함께 명계남의 필모그래피를 모은 비디오테잎을 건넸고, 미국으로 영화공부를 위한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7년후 명계남을 모델로 한 "명배우 죽이기"라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사를 찾았고, 그것이 바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영화로 우리를 찾아오게 되는데, 그 청년이 바로 감독 "오기현"이다.

당시 명계남씨를 위한 영화라는 말들 때문에 영화사나 감독, 배우 모두 부담이 되었을텐데, 사실 어느정도 맞는 말이니 애써 변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쨌든 "콘트라베이스"는 소설 자체로도 가치가 높지만, 다시한번 명계남씨가 연극무대로 돌아온다면...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독백을 담담히 듣고 싶다.

영화 "손님은 왕이다"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주인공들은 2007년 2월의 어느날 연극 "콘트라베이스"를 보러 가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나의 "명계남"과 "콘트라베이스"의 마지막 에필로그 또한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