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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09)

그동안 동아리 일로 바빠 글을 못썼는데, 오늘부터 "학원폭력만화" 시리즈의 시작입니다.
"학원폭력만화"라고 한다면 일단 "유치하고, 단순한 내용이고, 엉성한 그림과 황당한 결말..."등의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지만 보고 읽기를 거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 유치의 만화들 중에도 훌륭한 만화 몇편은 존재한다.

그것은 앞으로 시리즈로 글을 쓸 "로쿠데나시 블루스, 상남 2인조, 진짜사나이,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것 같은 저녁, 우물쭈물 하지마..."등이다.

오늘은 그 시작으로 일본 학원 폭력물의 대표작이자, "북두신권"과 마찬가지 이유인 "지나친 폭력성"으로 인해 15년간 단 한번도 정식 출판 된 적이 없다가 최근 출간된 만화인 "로쿠데나시 블루스"이다.
이 만화는 1988년, "북두신권"의 작가 Tetsuo hara의 문하생으로 있던 Morita masanori가 데뷔작으로 그린 연재만화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출판되지 않았으며, 대신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오렌지 블루스, 캠퍼스 블루스, 별볼일 없는 블루스"같은 엄청난 양의 해적판이 발간되었다.
2002년, 첫 발간 15년만에 한국에서 "서울문화사"가 정식출판하여 현재 23권까지 나왔다(물론 우리 집에 모두 있다^^).

그럼 한번도 정식 출판된 적이 없는 만화가 왜 그리 유명한가...또 단순한 쌈박질 만화가 왜 인기있나...등의 이유를 밝혀보자.

이 만화의 시작은 주인공인 "마에다 타이슨"이 도쿄 키치조지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시작한다.
입학하자마자 학교내 권투부와 응원단의 싸움을 해결한 그는, 단순 무식함을 앞세워 학교를 이끌어 나간다.
꿈을 포기하려는 올림픽 기대주 "세이키치"와 "히타나카"등의 권투 선수와 싸움을 통해 우정을 나누고, 오지랖이 넓어 하나 하나 일에 참견하다 보니 얼떨결에 도쿄 4천왕에 손 꼽히게 된다.
이후 4천왕들과의 싸움들 통해 그 인간성을 도쿄 불량배들에게 알리게 되고, 교토에서 올라온 "천도"패거리 100명과 싸우게 될 때엔 4천왕의 앞에서서 일을 해결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인 프로 권투선수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여자친구인 치아키를 인질로 싸움을 거는 비열한 권투선수 "사리"와의 싸움을 끝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3년후 도쿄 고라쿠엔 홀에서는 옛 친구인 "세이키치"와 "타이슨"이 세계 타이틀을 놓고 권투 시합을 벌이면서 이 만화는 끝이 난다.

...
스토리만 들어보면 정말 쌈박질밖에 없는 쓰레기 만화로 보인다.
그럼 다시 중요 포인트를 짚어보자.

1. 타이슨은 "궁극의 사랑의 전사"이다.
여기서 주인공 타이슨은 단순 무식하고 급한 성격의 소유자로 나온다.
하지만 正道를 벗어나지 않는 의지와 어른에 대한 예의, 친구간의 의리등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다.
특히 슬픈 영화를 볼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연민을 자극하는 적의 수작에 넘어가는 바보같음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의 친구들은 타이슨을 위해 목숨이라도 걸 수 있다.
한 일화를 틀자면 도쿄 4천왕의 하나인 시부야 락수이 학원의 "오니즈카"와 싸울때, 오니즈카의 힘에 억눌려 어쩔수 없이 싸우던 락수이 학원 불량배들은 타이슨 친구들이 우정과 의리로 뭉쳐져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는 것을 보고 싸움을 포기하고 스스로 키치조지 사람들의 손에 쓰러짐을 택한다.
그리고 "오니즈카"도 타이슨에게 지고, 타이슨의 쪽팔린 의리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오니즈카"가 "왜 타이슨 같은 놈을 위해 목숨을 거냐"고 묻자 키지조지 사람들은 대답한다.
"이유는 모르지만 타이슨이 이 사람을 지키라고 했으니까 목숨을 걸고 지킬 뿐이다. 타이슨은 단순한 불량배가 아니라 궁극의 사랑의 전사이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면서도 진지하게 이런 닭살 돋는 말을 할수 있게 하는 사람...
그것이 주인공 "타이슨"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다.

2. 타이슨에겐 "프로 복서"라는 꿈이 있다.
타이슨은 공부도 못하고 단순 무식하지만, 어릴 때 부터의 꿈인 "프로 복서"를 향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 힘을 다한다.
(사실 "타이슨"이라는 이름도 자기가 붙인 권투선수 이름이고, 타이슨의 스쿠터의 애칭은 "차베스"이다^^;;).
내용상에 나오는 올림픽 기대주였다가 폭력사건으로 절망에 빠진 "세이키치"를 싸움을 통해 이기고, 결국 복귀하게 하고...
망막 박리로 권투를 포기한 프로 복서 "히타나카" 또한 싸움을 통해 정신을 차리게 하고, 미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떠나게 한다.
또한 타이슨은 자신의 꿈인 "프로 복서"와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려 놀수 있는 "고등학생"의 신분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위기에 처한 동료를 위해 프로 복서 시험을 놓치기도 하지만, 결국은 프로 복서가 되어 세계 타이틀에 도전을 한다.
기타 폭력 만화의 단순히 싸움으로 인정을 받으려는..."짱"이 되려는...내용의 만화와는 다르게 이 만화에는 "꿈을 향해 도전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3. 사실적인 폭력 묘사.
이 만화의 묘미는 최대한 pen만을 사용하여 묘사하는 정밀한 싸움 장면에 있다.
특히 주인공인 타이슨은 권투 지망생이기 때문에 어퍼, 크로스 카운터, 스크류 훅...등을 쓰는데, 화려함은 적지만 그 파워는 충실히 전해지도록 작가는 그려내는 것이다.
이 밖에 싸울때도 무스탕 코트를 입고 싸우는 "오니즈카"의 경우 그야말로 곰을 연상시키는 육중한 파워를 느낄수 있고, 가라데 고수인 "야쿠시지", 나 "에비하라"의 경우 화려한 발차기등이 예술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짜증나는 쓰레기 학원 폭력만화와는 정말 비교되는 것이 이런 점이다.
이런 쓰레기 만화의 특징은 폼잡는(후까시, 가오) 장면만 강조하고 싸우는 장면은 대충 지나가거나, 아니면 말도 안되는 기술들이 난무하여 밀려오는 짜증때문에 책을 덮게 한다.
칼, 각목이 등장하고, 일개 고등학생 주제에 공중에서 99번이나 발차기를 하고...이런 쓰레기 만화에 비하면 "로쿠데나시 블루스"는 예술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4. 어설프지만 진지한 사랑이 있다.
주인공 "타이슨"과 같은 반의 "치아키"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다.
그러나 타이슨은 단순 무식하고...배려라곤 없는 무뚝뚝한 남자의 전형이고, 치아키는 마음이 여려 타이슨이 다치는 싸움을 싫어하는 연약한 여자이다.
심지어는 타이슨의 적이 다치는 것을 보고 슬퍼할 정도의 미련한 여자이다...
멋지고, 예쁘고, 세련되고...그런 사랑만을 그리는 요즘의 만화에 비하면 이런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은 자칫 잔인함 만이 남을 폭력만화에 웃음과 따뜻함을 안겨준다.

1988년...이 만화는 나온지 벌써 15년이나 지난 만화이다.
그러나 지금 봐도 재미있다.
수많은 쓰레기같은 학원 폭력 만화들에 가려져 이런 명작 만화를 놓친다면 정말 아쉬울 것이다.
그럼 당장 만화방으로 직행~~~~!!!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