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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아...너무 오랫동안 글을 안썼네요.
방학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바빴든요.

뭐, 이런 거 쓴다고 볼 사람도 없지만, 이제 1년 남은 대학생활을 위하여 정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한동안은 내 청춘을 빛냈던 만화들에 관한 글만 쓸 예정입니다.

이유는 뭐 내 학생시절을 정리하는 것이 가장 크겠고...
사실 영화에 관한 프리뷰, 리뷰는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데다가 모두 저보다 잘 쓴 글들이지요.
하지만 만화에 대해서는 평론가라는 직업도 없고, 주관적인 판단은 커녕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곳조차 전무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문에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한명으로서 제가 재밌었던 만화라도 알리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반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만화는 “WORST"이다.

이 만화는 속히 말하는 “학원폭력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는 내용 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단순한 싸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대의 청소년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불량학생”이라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의 주변인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다.
그것이 훌륭한 점이다.
그럼 내가 느낀 좋은 점을 알아보자.

1. “최강”은 “최고”에게 질 수밖에 없다.
-이 만화의 배경은 “스즈란 고교”, 속칭 “까마귀 고교”라고 불리우는 고등학교인데 온 동네의 깡패들이 입학하는 곳이라 도시에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곳에서는 “가장 강한 자가 법”이라는 규율이 있는데 여기까지는 일반 학원폭력만화와 별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수많은 등장인물과 계속해서 이어지는 싸움 속에서 단순한 “강함”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들은 말한다.

예를 드는 것이 이해하기 가장 빠르겠는데, 도쿄 제일의 싸움꾼이지만 폭력만 앞세워 주변에 사람이 없는 폭군 “쿠즈가미 다츠오”와 “보우야 하루미치”가 싸울 때 부하인 “제튼”이 말한다.

“너희 형님은 틀림없이 최강이겠지, 하지만 겨우 ”최강“ 가지고 ”최고“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보우야“는 자기가 강하기 때문에 대장이 되어달라는 친구들과 학생들을 부담스러워 하고, 절대 패거리나 단체를 만들지도, 또 힘으로 억압하거나 통솔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 단순한 강함만이 아니라 우정과 정의를 생각하는 자가 가장 강한 자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이젠 아랫도리도 두둑할 나이잖아!”
-또 중요한 점은 10대에 잘못 나가기 쉬운 점을 바로잡아 준다는 것이다.
만화에서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싸움이나 일삼고, 공부도 못하는 사회악으로 그려지지만 그들은 “남자”로서 알아야 할 정의, 신의, 우정 등을 지켜나간다.

큰 패거리 내의 배신과 복수,
다수가 달려들어 한사람을 패는 것,
무기나 비겁한 수를 쓰는 것...
등을 주인공들은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간다.

또 예를 들자면 “칠흑의 전갈”이라는 길거리 갱단이 떼로 몰려다니며 무차별적으로 행인과 학생들을 폭행하고 도망다니자 주인공인 “츠키시마 하나”는 외친다.
“이젠 애도 아니고 아랫도리도 두둑할 나이잖아, 그럼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난 도망가지도 떼로 덤비지도 않아, 일대일로 싸우자”

3. “싸우는데 이유는 없어, 한창 피가 끓는 나이에 가만있으면 고여서 썩어버리거든”
-이 만화의 주인공 중에서 약한 자를 괴롭히거나 금품을 갈취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싸움을 일삼는 불량배지만 밤을 새며 아르바이트 해서 언젠가 트럭을 사는 것이 꿈이고, 폭주족의 우두머리지만 라면 집에서 맨날 얻어맞는 알바생들이 주인공인 만화다.

그들이 주먹을 날리는 데에는 사소한 시비도 있겠지만, 불현듯 찾아온 상대에게 한번 씨익~ 웃은 다음 이유를 묻지 않고 주먹을 나누는 것.
그리고 지고 나서 후련해 하는 것.

바로 너무 젊기에 넘쳐나는 혈기를 단순하게 발산하고, 자신을 확인하는 것일 뿐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 돈을 위한 범죄, 이지메와 집단구타...이런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4. “제발 여자친구 좀 소개시켜 줘!!!!!!”
-또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학원폭력물”, 아니 그냥 “학원물”을 통틀어서 100%남자맊에 나오지 않는 만화는 이 만화가 유일하다.

다시 말하면 이 만화에는 단 한명의 여자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자에게 인기있는 캐릭터도 등장하지만 대다수의 남자들은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불쌍한, 보통의 고교생일 뿐이다.
다른 만화처럼 섹시한 여자가 항상 폭주족과 같이 다니거나, 싸움 잘하는 놈이 항상 여자를 끼고 다니거나, 나쁜 놈들이 여자를 XXX 해 버리는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자를 이유로 싸우지도 않고, 스토리에 여자가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는 다분히 남성적인...아니 순수한 “남자 애들”의 만화이다.

5. “죽음”, 그리고 “졸업”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는 폭주족, 폭력배들의 생활을 미화하거나 부추기지 않는다.
차가운 현실로 접근해 거리를 두기도 한다.

폭력배만 모인 탓에 졸업해 봐야 취업도 힘들고, 야쿠자 밑에 들어가거나 죽어서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주인공들은 그런 암울한 미래에서 벗어나고자 꿈을 위해 전진하고, 나아간 후에는 주먹만으로 대화하지는 않는 사회인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그리고 작가가 절대 터부시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주 독자층인 소년들이 충격을 먹을 수 있는 방편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다, 바로 “죽음”이다.
항시 경쾌하고 유머가 있으며 멋지고 세련된 만화에서 그것은 가장 큰 종소리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한참 같이 어울리며 말썽을 부리고 마음이 통했던 친구들이 하나하나 쫌생이같이 돈을 저축하고, 아르바이트에 목숨을 거는 모습에 화가 나서 “스네이크 헤드”라는 집단을 만들어 폭력으로 도시를 장악하려던 “진나이 코헤이”는 결국 주인공들에게 패한 후 뉘우치고 앞을 향해 고개를 들기도 전에 똘마니의 칼에 찔려 죽고 만다.

이것으로 인해 만화속의 주인공들도 많은 것을 느끼고 슬퍼했지만, 그것을 보는 독자들 또한 더 많은 충격과 교훈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6. “나는 왜, 나는 왜...이런 것만 생각하면 끝이 없어. 너는 너, 나는 나야!”
-이 만화에는 멋지고 싸움 잘하는 놈들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싸움도 못하고 맨날 얻어터지고 깡패들 심부름이나 하던 인물도 중요 주인공이다.

“나는 왜 덩치가 크지 않은가, 왜 싸움을 못하나, 머리가 좋지 못하나...”라고 고민하고 비관하고 있는 왜소한 소년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며 “너는 너, 나는 나야. 비교만 하고 있으면 발전할 수 없어” 라고 말해주는 것은 친구들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어른들의 역할이다.

그들은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찾아가고,
굳이 공부나 싸움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게 된다.

제일 약한 주인공인 “토라노스케”는 이런 과정을 거쳐 “볼링”이나 “다트”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친구들과 어른들은 이런 기회를 만들어 그가 최고가 되고 빛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주먹만이 아니라 인간성과 따뜻함으로 싸움꾼 친구들 사이에 섞여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된다.

결국 작가는 이 만화가 깡패들의 재미나, 약한 학생의 판타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변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7. 평범한 작가, 평범한 만화
-이 만화의 작가인 “다카하시 히로시”는 이 이야기의 시작인 “CROWS"로 데뷔해 ”QP", "WORST"로 이어지는 긴 학원폭력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가 그리는 것은 결코 허무맹랑하고 과장되어 있지만은 않다.
현실에 존재하는 폭주족, 깡패, 약한 학생...등을 등장인물로 삼아 그들의 표면적인 것 뿐 아니라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상을 입혀서 그들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살아있는 얘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
그러나 꿈도 없이 방황하다가 맘을 잡고 만화잡지 공모전에 도전하여 입상...
그러나 인기없는 만화가의 소심함과 좌절...
그리고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가...

“다카하시 히로시”는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가장 팬 서비스가 훌륭한 작가 중에 한명이며, 또 가장 제멋대로인 작가 중에 한명이다.

일본 만화책은 단행본이 발간될 때 권두 서문이나, 한 화가 끝나는 중에 작가 근황이나 작가가 직접 쓴 얘기들이 쓰여지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화가들이 아예 쓰지를 않거나 쓸데없는 팬래터 주소, 캐릭터 인기투표, 독자엽서...등으로 때우기 일쑤이다.

하지만 “다카하시“는 자기가 어릴 때부터 방황한 얘기, 만화가로 데뷔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좋아하는 밴드, 좋아하는 만화, 요즘 어디에 홀딱 빠져있다...등의 사소한 얘기까지 정성들여 길게 써 주는 것이다.
(내가 본 만화가 중에서는 “와타나베 준(엠블렘 Take 2)" 이후 최고다.
사실 이런거에 신경쓰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는 하나도 고맙지 않겠지만 난 이런 작가를 만나고, 또 이런 작가의 만화책을 구입할 때마다 너무 고맙다.

때문에 만화를 보는 독자는 “CROWS"”WORST"의 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작가에 대한 친근함을 담아 “다카하시파”라고 말할 뿐이다.



어쨌든 위와 같은 것들이 내가 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다른 만화들과 차별화 되는 훌륭한 점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즈란고교”를 배경으로 하는 이 만화는 25권으로 완간된 “CROWS"에 이어서 현재 ”WORST"라는 이름으로 13권까지 발매중이고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럼 뜨거운 청춘의 만화가 그리운 사람은 당장 서점으로 출발~
(물론 지뇽이네 집에 오면 모두 새책으로 구비되어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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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