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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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28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의지란 무엇인가?
무엇이나 살아있는 생명체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굳이 “의지”라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존재의 이유, 정언명령...” 어쨌든 그러한 이성과 본능을 앞서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대의 이론으로 무생물까지도 포함한다(대체로 인간의 이론이란 자연과학의 100만분의 1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겠지만...^^;;)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주제의식이나 화법 등의 독특하고 심오함으로 인해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은 “기생수”라는 만화가 있다.
(한국에서도 절판이후에 “애장판”이라는 고급 소장용으로 다시 출간되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만화의 시작은 이러한 거대한 “의지”에 대한 고찰과 자신에게 부여된 “정언명령”에 대한 수행과 반성으로 이루어 진다.
어느 날 지구의 50억이나 되는 인간이 서로에게는 물론 지구 자체에게도 해가 된다고 생각한 누군가(神이라고 해두자^^)가 “인간을 죽여라”라고 프로그램된 기생생물을 지구에 보낸다.
그것은 자신이 왜 인간에게 기생하고, 다른 인간을 잡아먹으며, 죽이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의지의 명령에 의해 살육을 계속할 뿐이다.
이 만화가 이러한 괴물과 인간들의 싸움만을 그렸다면 “명작”이라는 칭호가 붙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만화의 훌륭한 점은 치밀한 인물구성과 역할수행에 있다.
먼저 첫째로 기생수들 사이에서 자신들이 누구이며 왜 인간을 죽여야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괴물이 있다.
그는 “인간만은 천적이 없기 때문에 지구상에서 개체수가 너무 늘어났으며, 그 결과 지구의 환경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 인간은 기생수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개체의 천적으로서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라는 결론을 내린다.
...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서 솔직히 충격에 빠졌다.
정말 멋진 한방을 이 만화의 작가가 지구인들에게 날려 주었다고 생각했다!
(작가가 후기에서도 밝혔지만 이 만화가 연재될 당시에는 아직 환경운동이 주목을 받지 못하던 1990년대 초반이었다)
위의 [생각하는 기생수]는 이어서 “인간이나 기생수나 지구에 보내진 생명체다. 공존하기 위한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학교에 가서 사회인류학을 수강하고, 인간의 아기를 임신해서 낳아보고, 인간을 먹지 않고 살기 위해 일반적인 음식물을 먹는 연습을 한다.
두 번째 놀라운 인물은 “시장(市長,Mayer)”이다.
기생수들의 무분별한 살인 충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인간들이 기생수의 존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지식이 뛰어난 기생수를 중심으로 조직체를 구성하여 힘을 모으게 된다(착실한 사회구성의 과정을 보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그 결과로 기생수중의 한명을 시장 후보로 입후보해서 결국은 그가 도시의 시장으로 당선이 된다.
그는 “환경론적 입장”을 고수하며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고양시키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설파한다.
만화의 종반부에 경찰과 육상자위대 군인들이 시 청사를 봉쇄하고 X-ray로 투시하여 기생수들을 말살시킬때, 시장은 죽이러 온 군인들에게 “왜 아직도 알지 못하느냐! 기생수는 인간에게 내려진 경고이며, 지구에게 있어선 해충구제자라는 것을!!!”이라고 마지막 까지 설교하다가 반항하지 않고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었다.
기생수가 아닌 인간이었던 것이다!!!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서 괴물의 존재 이유를 인정하며 스스로 괴물들을 찾아갔고, 괴물들은 그런 인간인 그를 잡아먹지 않고 동료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같은 “의지”를 가지고 같은 “명령”을 수행하는 인간은 그들에게 “먹이”가 아니라 동지였던 것이다.
세 번째 놀라운 점은 “살인마”의 등장이다.
어려서부터 인간을 죽이기를 즐겨온 이 살인마는 살기와 느낌으로 인간과 기생수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경찰로부터 기생수를 구별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지만 시 청사 습격사건때 혼란한 틈을 타서 도주한다.
만화의 마지막에서 그는 다시 등장해서 주인공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내가 인간을 죽이는 것이 잘못한 일이냐! 모든 사회는 弱肉强食의 사회이고 내가 하는 일은 도태된 동물을 죽이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고 인간에게는 그러한 일을 할 개체(천적)이 없기 때문에 기생수가 나타난 것 아닌가? 법이라는 惡 때문에 쓸데없는 인간의 숫자만 늘어나고 있다” 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신이치”와 불완전 융합되어 그의 오른 팔에만 기생하고 있는 기생수 “오른쪽이”를 살펴봐야 겠다.
처음에 신이치는 자신의 팔에 기생수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기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기생수들의 무분별한 살육으로 그의 어머니와 학교 친구들...주변 사람들이 죽기 시작하자 자신과 오른쪽이의 힘을 이용하여 기생수들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여기서 기생수인 “오른쪽이”는 자기의 숙주인 신이치가 위험에 처한다는 전제하에 그에게 힘을 빌려주지만, 보통의 경우 다른 기생수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내가 다른 기생수를 죽이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이는 것과 같은 동족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도 내가 위험하다거나 식량이 필요하다거나 하지도 않는데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은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다” 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평소에 나 자신도 생각해 오던 것이라 너무 공감이 갔다.
인간이 돼지, 소를 먹기 위해 사육하고 도륙하는 것은 괜찮고, 어떤 존재가 인간을 죽이는 것은 잘못이란 말인가?
그것도 자신의 위험이나 배고픔때문이 아니라 창고에 쌓아놓거나 재미를 위해서 사냥하는 행위가 합당한 것 일까?
그리고 이런 자가당착을 계속 일관적으로 유지하려면 차라리 그것이 낫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렇지도 못하기에 지나가던 똥개가 웃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인간에게 가까운 개를 처참하게 죽이고 잡아먹을 수 있느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과연 더 처참하게 사육되고 죽어서 자신의 뱃속으로 들어오는 돼지와 소들에게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가?
돼지나 소는 괜찮고, 개는 안 되는 것인가?
어쨌든 또 쓸데없는 얘기로 흘러 버렸지만 하고 싶은 말은 이 만화에서 “인간”이라는 나의 신분을 지워버리고 정말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당연히 해 볼만한 고민들을 잔뜩 담고 있는 만화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지만 너무도 멋진 대사라 “오른쪽이”의 마지막 말을 올리면서 끝내겠다.
“왜 죽은 동물을 보면 연민이 생기냐구? 그건 인간이 그렇게 한가한 동물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게 바로 인간이 지닌 최대의 강점이라구. 마음에 여유가 있는 생물, 이 얼마나 멋진 일이야!"
어쨌든 최근에 이 만화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너무도 좋은 내용이라 꼭 모두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었다.
방학동안 시간 많은 사람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개인적으로 카프카보다 더한 충격을 느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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