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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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8 에 작성한 글입니다).
일본만화의 무서움은 그것이 단순한 그림동화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일본만화(이후 속칭 "망가"로 표현)는 긴 역사와 함께 그 독자층의 연령 확대가 자연스레 이루어져 왔으며 그것을 당당한 하나의 문화로서 대해왔기 때문에 그 완성도는 어떤 명작 소설보다도 완벽하며, 그 구성은 그 어떤 명작 영화보다도 완벽하고, 그 그림은 어떤 아그리파 데생 보다도 훌륭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독자들은 계속 만화를 보고 싶고, 만화가들은 그런 수요층을 잃고 싶지 않기에 좀더 성인시각의 화두를 찾게 된다.
따라서 공상적인 판타지, 소소한 사랑이야기, 활기찬 스포츠 만화는 소년만화로 내려가고, 보다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접근이 많은 회사원과 장년층을 끌어들이게 된다.
예를 들자면 20년째 연재되고 있는 회사원의 이야기(시마과장)이라든가, 일본 정치, 미국 정치의 한복판을 그린 망가(정치9단,이글)라든가, 소방수(긴급출동911), 무용수(스바루, 스완), 연극배우(유리가면), 외판원(좋은 사람), 택배원(딩동댕동 택배맨), 경찰관...수많은 직업군에 있어서 그 생활상의 디테일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이것은 진짜 그 직업군에 종사했던 사람이 직접 만화를 그린다거나, 혹은 실제 종사자에게 감수를 부탁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이런 면은 전문직종에서 두드러지는데, 가장 많은 망가가 탄생한 것이 "의학"관련 분야이다.
그 옛날 데츠카 오사무라는 전설의 인물이 남긴 "Black jack"을 시작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슈퍼닥터 K", "Dr.노구치, 그리고 요즘에 갑자기 많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헬로우 블랙잭", "Dr.코토의 진료소", "의룡"등부터 시작해서 "비뇨기과 닷컴"같은 말도 안되는 코믹만화도 있고, "메이지 침술명인"같은 고대 민간의료를 다룬 만화도 있으며, 간호사의 일상을 그린 "간호사의 일"이란 만화도 있어서 정말 헤아릴 수가 없다.
오늘 소개할 만화는 위에서 무지하게 길게 말한 "사실성"을 가장 잘 묘사한 의학만화인 "헬로우 블랙잭"이다.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원제는 "Say hello to BLACK JACK"이다. 이것은 작가와 만화의 주인공인 사이토가 전설의 만화속에서 당당하게 세상에 맞선 천재 외과의사인 BLACK JACK에게 바치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이 만화는 발매가 시작된지 아직 1년여 밖에 안되었고 현재 단행본 5권까지 밖에 발매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일본 문화관광청의 "문화미디어상"(맞나? ^^;)을 수상하였고, 일본내 총 판매량은 500만권을 넘어섰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데에는 자극에 둔감해진 현대인들에게 파고드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그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사실성"이라는 것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인 "사이토"는 시골출신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2000만엔(약2억)의 빚을 지면서 일본 최고의 의대인 에이로쿠 의대에 입학, 졸업하게 된다.
고생했지만 힘차게 인턴이 된 사이토는 실제 임상에서 접하게 되는 일본의 의료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며, 절규하게 된다.
이것이 간략한 스토리 이다.
일본과 한국은 매우 독특한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역사에 기인하며, 전 세계에서도 독특한 두 나라가 되어 있다.
의사 과잉, 포화 상태인 나라이지만 소아과 ,신생아실 같은 곳에는 의사가 모자라고, 돈을 벌기 위해서 교통 사고 환자만 받는가 하면 암환자에게 신약치료를 감행하는 비정한 의료계...
교수에게 잘못 찍히면 영원히 의사로서 살아갈수 없는 권위적인 의국세계, 출신 대학이 좌우하는 의사임용, 임상의가 아닌 연구의가 병원교수를 맡고 있는 현실, 말도 안되는 저임금으로 막노동에 가까운 하루 16시간의 일을 해야하는 더러운 인턴생활...
이 모든 것이 정말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물론 흥미 유발을 위해 조금은 과장이 되었을 수도 있으나, 작가는 "일본의학연구소"의 감수를 받았고, 또한 각종 조사, 앙케이트 자료들을 인용하여 그 현실을 낱낱히 공개하고 있다.
이 만화를 보게 되면 자신이 의학도인게 절망스럽고, 병원에 남는 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지도 모른다.
굳이 "한국과는 다르겠지..."라고 자위해 봐도,
굳이 "한방병원은 다르겠지..."라고 자위해 봐도,
접하는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으음...
너무 비관적인 현실만 얘기한것 같으니 본연의 취지로 돌아와 왜 의학도가 이 만화를 봐야 하는지 얘기를 해보자.
(흥분해서 글이 너무 길어지네^^;;)
1. 임상 각 과의 특성을 알수 있다.
인턴의 생활은 수료 기간동안 각과를 한번씩 경험하는 "로테이션 방식"과, 특정 과에서 레지던트까지 가는 "스트레이트 방식"이 있다.
이 만화의 배경이 되는 "에이로쿠 대학병원"은 로테이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때문에 주인공은 내과, 외과, NICU(신생아실), 소아과, 종양내과...등의 임상 각과를 순회하며 과마다 하는 일과 구성, 생활, 문제점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되도록 자세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의학을 공부하는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병원에 갈때 어디로 가야할지 걱정부터 되는 많은 일반인들에게 의학 상식을 전해줄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나다.
왜냐하면 기존의 의학만화들은 대부분이 특정 과의 전문의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고, 그중 대부분은 "외과의" 이다.
때문에 에피소드 중심의 스토리 전개상 편중된 방향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만화에서는 보다 다양한 시각이 주인공을 제외한 의학 세계에서 제공된다.
2. "의사"라는 직업을 알수 있다.
병원 교수와 각 과에서 인턴을 통솔하는 담당의는 전문의로서의 변화 단계를 보여준다.
모두가 전부 처음부터 냉혹하고, 무관심하며, 돈만 밝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각 과의 특성상 변화하게 되는 의사의 단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또한 다양한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개성있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다.
3. 역시 "휴먼드라마"이다!
주인공은 좌절하게 되는 의료계에 맞서 일어선다.
병원과 교수를 무시하고 환자를 살리려고 발버둥 치고, 버려지는 태아를 위해 법까지 공부하며 발버둥친다.
자신이 왕따가 되고, 지친 몸과 생활고에 자빠져도...
그래도 소신을 잃지 않고 있던 의사가 있고, 아타까워 하던 간호사들의 도움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어주는 환자가 있다...
이상으로 길고 긴 글을 마칠까 한다.
이 만화는 한국에 단행본 5권까지 발매되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만화가 연재되던 "YOUNG JUMP"라는 한국 만화 잡지가 경기 침체로 폐간되어 단행본 출간마져 위태롭다는 것인데...
워낙에 인기있는 만화니 동네 어느 대여점에 가도 있을 겁니다.
귀찮으시면 지뇽이 방에 오시면 빳빳한 새책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ㅠ.,ㅜ) 방학, 좋은 만화와 함께 마무리 하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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