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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외수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그의 책에 손이 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마치 그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꿈이나 어릴 때의 기억 때문에 몽환적이고 어스무레한 무언가를 찾아 헤메이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이 소설은 그의 중기작품 정도 되는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 특유의 정신적 서술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제목인 "벽오금학도" 자체가 이미 "황금빛 학이 노니는 벽오동나무 그림"이라는 충분히 그런 신비로운 냄새를 풍기고 있는데, 도가사상에 기반한 선계에 대한 그리움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가 자신의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기 위해 들고 나오는 무기는 항상 "비교대조"이다.

주인공의 가난하지만 청정했던 성장 단계를 서술하면서 현대시점의(1980년대) 억압적인 정치적 분위기, 물질만능주의, 미국숭상 사회 등을 넌지시 끌어와 비교한다.

그리고 순박하고 총명한 주인공과 수양 깊은 스님, 은거한 수묵화가, 신통력을 가진 걸인...등을 전형적인 금전적 속물, 권력지향적 주변 인물들과 비교한다.

그런 서술 방법을 견지하면서 그가 노리는 점은 분명히 알겠으나, 너무 적나라하여 단순하게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세계에 대한 비판 아닌 비판을 하면서 사실 그것에 대한 적대의식이나 개선의지 같은 것은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짜증나는 일이고 안타까운 점이다.

결국 그가 찾는 결론은 항상 "현실도피"이다.

옛날부터 나라의 위기가 있든,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있든 경치 좋은 곳에 숨어 안빈낙도 하며 道에 관하여 논하기나 즐기는 현학청담파 적인 mind가 글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1980년대 위험한 정치적인 상황에서 학생들의 데모 때문에 세상이 시끌시끌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찰에게 끌려가고, 대학교가 휴강하고...하는 것들을 그냥 "세상이 시끄러운 것 쯤"으로 얼렁뚱땅 넘기려 한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대학교가 휴교하자 하는 일은 탑골공원 계단에 앉아 하루종일 노인, 걸인들을 보며 자신을 현실세계에서 탈출시켜 선계의 세계로 인도해줄 사람을 찾는 일이다.

이런 XXX같은 놈이 있나...

물론 소설 주제나 이외수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읽기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오랜만에 그의 책을 한권 보았으니 또 그의 식상함에 질려서 당분간 그의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언젠가 불현듯 손이 끌릴 때가 있겠지...
쳇...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