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책을 산지는 꽤 되었지만 다른 책들에 밀리고 있다가 4월 5일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에 "꼭 영화 개봉 전에는 보자..."라는 마음으로 주말에 손에 잡았다.

화려한 수상 경력과 그동안 들은 입소문만 해도 이 소설의 가치를 한껏 부풀려 놓았기 때문에 나의 기대 또한 컸었고, 때문에 소설의 중반을 지나는 동안에는 약간의 실망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공개된 소스만큼의 "천재적인" 무엇은 드러나지 않고 그냥 뻔한 라인을 타고 스토리가 진행되었기 때문인데 게다가 결과를 이미 알고 그것을 쫒아가는 구성상 딱히 스릴러와 추리극의 긴장감이 그리 크게 작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종반의 반전에서부터의 충격과 몰입감은 역시 최고라는 생각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었다.

소설 설명에서 적나라하게 공개하듯이 이 소설은 "천재 수학자의 범죄은폐 VS 천재 물리학자의 사건추적" 이 주요 내용이다.

사실 2005년작인 소설의 원작년도로 보았을 때 미국의 유명한 TV 범죄 추리 시리즈인 "Numbers"에서 천재 수학자가 FBI인 형을 도와 사건을 해결한다든가...하는 순수학문의 천재가 그 논리성과 천재성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다는 포멧은 이미 공개되어진 때이다.

심지어 일본에서도 "갈릴레오"라고 하는 천재 과학자의 사건 해결을 다룬 TV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둔 후에, 그 드라마 출연진이 거의 그대로 이번 "용의자 X의 헌신"의 영화에도 출연하기 때문에 어이없게도 이 영화를 "갈릴레오"의 후속편 쯤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발매 시점상으로는 거의 선두 격이었지만 추리소설의 성격상 많은 대중에게 노출되지는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TV 드라마에게 관심을 빼앗긴데 이어서 "천재 추리물의 후속작"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이거야 말로 주인공이 나서서 사실을 밝혀야 하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까?
(ㅋㅋ, 여기까진 서론이자 농담이었다^^).

어쨌든 결국은 재미있게 보았다는 말인데, 추리소설에서 내용에 대해 언급하면 그거야말로 스포일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감상문 쓰기가 평소보다 어렵다.

대략의 내용은 중학생 딸과 사는 아름다운 여성 "하나오카 야스코"는 돈이나 뜯으러 오는 전남편 "도미가시 신지"와 실갱이를 하다가 딸과 함께 그를 살해하게 되고, 옆방에 살던 "이시가미"라는 고등학교 수학선생이 천재적인 두뇌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야스코 모녀를 보호하려 하고, 경찰인 "구사나기"는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 마나부" 와 함께 사건의 진의를 쫒는다...는 내용이다.

사건의 전모와 범인은 모두 소설 초반부에 공개되는데, 따라서 이후의 전개가 약간 지루한 감도 있다.

두 천재로 등장하는 범죄자 "이시가미"와 추적자 "유가와"의 천재성이 별다르게 드러나지 않고 가끔 선문답 같은 대화만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드러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뜻 지나가는 그들의 대화에서 소설 이해에 대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살해"를 가장 저급하고 무논리적인 행위로 치부하는 자의식 강한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는 3월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 두 모녀의 모든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경찰의 추적을 따돌릴 수단을 마련한다.

하지만 그것은 "이시가미"의 여려겹의 덫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에 경찰을 비롯한 일반인은 그것을 밝혀내지 못하고 "이시가미"의 미로에 빠져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시가미"의 예상 밖의 경우로 또 다른 천재, 대학 동창으로 유일하게 서로를 이해했었고 평생의 라이벌로 생각했던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한다.

그때 어느 정도 미래를 예감했던 것일까?

"이시가미""유가와"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고, "유가와""인간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든 사람이 더 대단하다, 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런 문제를 낸 사람에게 경의를 가져야 한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결국 "이시가미"의 트릭을 밝혀낸 시점에서 "유가와"는 그것을 경찰에게 밝히지 못하고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이런 천재를 살인자로 만들어 세상에서 버려야만 하는가...

2.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어려운가?

이 또한 "이시가미"의 질문이다.

그는 살인 피해자의 사체 조작과 모녀의 알리바이 조작을 꾸며 경찰 대응의 몇수 앞까지 내다보고 사건을 지배한다.

모든 사람들은 "이시가와" 단 한사람이 만든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그 단서들과 알리바이의 진위를 가리는데 힘을 다한다.

하지만 "유가와"는 천재로서의 동질성일까...그만큼 "이시가미"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쨌든 경찰과는 다른 방향으로 독자적으로 사건을 추적해가고, 그 시작은 "이시가미"에 대한 동경이었다.

출제자의 진의를 파악한 시점에서 "유가와"미로 밖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스스로 답을 찾아 내놓게 된다.

3. 선입견의 맹점을 찌른다- 기하학 문제 같지만 사실은 함수 문제였다.

이 역시 "이시가미"가 한 말인데 그는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이기 때문에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에 대해 이런 말을 한 것이고, 결국 "유가와"가 결정적으로 "이시가미"의 트릭에 대한 갈피를 잡게 된 발언이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하나오가 야스코"의 전남편인 "도미가시 신지"이기 때문에, 제1용의자인 "야스코"의 행적과 알리바이, 인간관계에 대해서 경찰의 수사는 집중된다.

여기서 몇번 실제로 경찰의 입에서 "가장 확인하기 쉬운 장소지만 가장 밝혀내기 어려운 장소인 극장"이라는 단서를 대놓고 경찰에게 제공한다.

또한 사건 현장에 버려져 있던 새 자전거는 피해자의 지문까지 뭍어있고, 곁에는 다 태우지 못한 옷가지가 남아있다.

이런 물적 증거와 알리바이가 눈에 보이는데 경찰은 다른 의심을 받아들일 수가 없게된다(선입견의 벽에 갇혀버린 것이다).

"가장 어중간한 알리바이"라고 표현되는 이것들은 이유를 알기 힘들기 때문에 "무너뜨리고 싶어도 무너뜨릴 수 없는 단서"이기 때문에 경찰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천재 "이시가미"는 경찰이 "선입견"이라는 덫에 빠져 덥썩~! 물고 놓지 않을 미끼를 던지고 그것을 살~살~ 밀고 당기면서 하나하나 시점에 맞게 던져주어서 경찰이 그 쪽만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것은 알리바이에 트릭을 쓴 것 처럼 해보이고, 사실은 시체의 신원을 숨기는 데에 트릭을 쓴 고차원적인 이중트릭이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천재 "유가와"는 그 미로 밖에서 사건을 보고 결국 "살인 사건 속의 살인 사건"의 존재에 대해 감을 잡기 시작한다.

이것은 "선입견의 맹점을 찌른다"는 이시가미의 속성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4. 이세상에 쓸모없는 톱니바퀴는 없다, 그 사용법 또한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음...사실 이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여기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면 바로 소설의 반전에 대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어쨌든 이 말은 "유가와""이시가미"에게 한 말로, 이 말을 들은 직후 "이시가미"는 더이상 사건의 은폐가 아닌 전면 수용의 자세로 바꾸어 자수를 결심하게 되는 말이다.

"유가와"가 이 말을 한 이유는 중의적으로 3가지 정도로 생각되어 질 수 있다.

첫째"나는 너의 트릭을 모두 알아냈다"라는 의미로 "이시가미"에게 암시를 주기 위한 것이다.

둘째는 명백하게 "유가와"가 밝힌 뜻 풀이 대로 "가치없이 죽임을 당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라는 점을 주지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셋째"너의 천재성은 이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뭐, 순전히 내 생각이니 말도 안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이 소설은 요즘의 "싸이코패스"에 근간을 둔 무차별 살인과 가치관의 파괴 등의 지저분하고 머리아픈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헌신"이라는 단어에서 암시하듯이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싶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고 가슴을 때려 눈물 짓게 한다.

다음달에 영화가 개봉한다니까 원작 소설과 비교해서 어떤지 꼭 한번 봐야겠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