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0.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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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많은 스포일러가 적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송강호의 성기와 김옥빈의 가슴이 충격적일 정도로 한국 영화계와 관객들의 머리는 광우병 걸린 소의 뇌 마냥 구멍 뻥뻥 뚫린 스폰지가 되어버렸나?
이미 이 시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이자 자신의 머리속을 화면으로 구성하는데 첫째 가라면 서러워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있는데 단편적인 성기와 가슴에 집착하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사람들은 80년대 전씨새끼가 3S 정책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던 시절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
고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이전의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 비하면 선연한 피와 노골적인 노출 말고는 매우 순화되어 표현되어지고 있는데, 이걸 가지고 기분 더럽다느니...짜증난다느니...하는 소리를 하면 왜 돈내고 영화를 보러 왔냐고 되묻고 싶다.
박찬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최고 수준의 자본을 끌어들여놓고 자기 X 꼴리는대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초강력 파워를 자랑하는 권력자이다.
그의 현재의 위치는 바로 나와 당신, 우리 관객들이 만들어 준 것임을 잊어선 안된다.
이제와서 그를 비난할 거라면 초기작인 "복수는 나의것"에서 살벌한 칼질과 메스질은 어째놓고 이제와서 뒷통수냐?
"올드보이"에서 금지된 근친상간은 칸영화제에서 상탔으니까 온통 호평 일색으로 환영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자칭 박찬욱의 팬이라는 당신은 "복수는 나의것"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여인의 신음소리를 SEX할 때 나는 신음 소리인줄 알고 옆방에 귀기울이는 꼬맹이들의 모습을 잡아주는 박찬욱을 잊었단 말인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 "박쥐"는 그간 원작 비틀기에 이어 청출어람의 작품을 곧잘 만들어 냈던 박찬욱 감독의 재기가 또 한번 빛을 발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상의 "김해숙-신하균-김옥빈"의 관계는 원작소설에서 그대로 차용해 온 것이며, 그 안의 "테레즈=김옥빈"의 감춰진 성욕과 금기에 대한 갈망, 타락에 대한 강한 염원은 영화상에사 박찬욱이 창조해낸 "신부=송강호"와의 불륜과 타락에 의해 더욱 충격적이고 처절하게 그려진다.
또한 박찬욱 특유의 위트있는 비틀기에 의해 원작에선 단순히 바람피는 상대였던 남자를 "신부"라는 직업을 부여하여 "불륜-살인"에 대한 금기에 대한 반발과 타락, 그리고 끊임없는 고뇌의 단서를 공고히 한다.
또한 거기서 또 한번 비틀어서 "신부"라는 성직에 정면으로 반하는 캐릭터인 "뱀파이어"라는 막다른 골목을 준비한다.
차후 이는 "신부=송강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테레즈=김옥빈"에게까지 연관되어 영화의 본질적 주제인 "금기-타락-고뇌"의 라인을 이어간다.
사실 흡혈, 살인, 섹스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신부=송강호"만이 계속 타이틀 롤을 이끌고 있다면 버거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반부부터 뱀파이어가 된 "테레즈=김옥빈"의 끝을 모르는 광기는 지루해지는 극에 등장인물간의 긴장감과 함께 관객들에게도 지루해하지 말라는 메세지를 강하게 밖아 넣는다.
결국 "성직자, 뱀파이어"라는 2가지 소재가 원작에 첨가되면서 본 영화는 플롯과 구성, 전개에 있어서 엄청난 짜임새와 개연성, 흥미도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역시 배우들의 소름돋는 연기는 눈을 감아도 자꾸 떠올라서 생각할 수록 초절정 고수인 감독에게 눌리지 않고 멋진 연기를 보여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아직은 단순한 감정선에 극단적 표출정도밖에 인상을 주지 못하고 예쁜 외모로만 알려진 "김옥빈"은 자신의 틀을 깨고 싶은 의도를 이 영화에서 120% 달성했다고 본다.
과감한 노출도 그렇지만 "송강호, 김해숙"등 대배우들과 같은 화면에서 눌리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그리 잘 살려 연기한 것을 보면 나이를 헛 먹진 않은 것 같다.
(일전의 경솔한 발언등을 봤을때 이젠 좀 어른이 되어간다고 볼까?)
그리고 "김해숙" 선생님...
초반 큰 인상 없는 조연에서 중반 이후 CVA로 쓰러지고 나서 오히려 대사가 없어지고 두 눈만으로 연기를 하는 동안에 몇번이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눈매와 눈동자의 움직임 만으로 그렇게 많은 감정과 함축된 말을 전달해 주고, 관객들에게 선명한 피, 더러운 성기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는 공포와 충격을 안겨주다니...
이 작품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는 바로 그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화면의 구도, 배치, 편집, 색감 등에서 타인과 다른 차원을 보여주던 박찬욱 감독은 자신의 장점에서 한층 더 발전되어서 계속해서 한국이지만 한국이 아닌 듯하고 과거 "팀 버튼"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듯한 신선함을 계속 유지한 다는 점에서 칭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별명인 "봉테일"을 따라 가려는지 영화상의 작은 부분도 매우 디테일하게 표현하여 확실히 자기 입으로 마스터피스라고 칭할만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설마...고물 라디오 상표가 motorola일 줄이야...)
또한 각색에 직접 참여하여 만들어낸 중의법과 화자와 대상이 엇갈리는 시니컬한 코메디 감각이 뭍어나는 마작 테이블 씬이라던지...식물인간 환자 병실에서의 SEX씬이라던지...삶을 포기한 주인공의 죽어있는 성기가 나오는 씬이라던지...
(거기서 송강호의 성기가 발기되어 있었다면 의미 전달에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죽어있는 성기 또한 감독의 의도가 어느정도 반영되어 있지 않은가...고민해 볼 일이다.)
멋진 장면이 매우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박찬욱 감독의 팬이라는 입장에서는 매우 재미있게 보았고,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앞전의 "친절한 금자씨, 사이보그라도 괜찮아"에 비하면 얼마나 멋진 작품인가!!!
어쨌든 서두에 언급한 이유 때문에 보러 가거나, 보고 나서 짜증낼 분들은 참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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