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2006년 9월 21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지뇽‘s Tribute 시리즈 그 첫 번째 작가인 “후루야 미노루”의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이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포복절도의 변태 개그 만화 “이나중 탁구부”의 회고 시간이었는데, 그것은 “후루야 미노루”라는 작가의 혜성 같은 등장과 함께 그 충격을 전하기 위해서는 빼 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개그 만화가”라는 지울 수 없는 독자들의 낙인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바로 지금의 그의 모습이다.

때문에 그가 최종진화적으로 완성된 “성장 만화가”가 되기까지 그렸던 일련의 개그 만화들, 이를 테면 “크레이지 군단”, “얼토당토”, “그린 힐”등은 이번 Tribute 시간에 다루지 않겠다.
(물론 이 작품들도 나름대로 훌륭한 퀄리티를 가진 명작이며 물론 우리 집에 단행본이 모두 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그야말로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그간에 뿌리깊게 박혀 있던 “후루야 미노루”라는 작가에 대한 인식이 뿌리째 뽑힘과 동시에 “성장만화”라는 장르의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된 획기적인 작품.
바로 “두더지”이다.

“두더지” 2001년 작품이다.

그간 많은 성장 만화가 있었고 그것들은 대게 “학교 생활” 내지는 “운동”이나 기타 주인공이 발산하고나 무언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소재가 존재해 왔다.
“NA”에서는 권투가 그렇고, “홀리 랜드”에서는 격투기가 그렇고...

아직 만화에 대한 인식이 낮은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사주신 100권짜리 세계명작소설집 중에서 어린이들이 “로빈슨 크루소”나 “15소년 표류기”를 먼저 뽑아 들 듯이 성장만화에 있어서도 디테일 하거나 평범함 속의 한줄기 빛을 보여주는 작품에 대해 냉담하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폭주족이나 양아치는 시대에 뒤떨어진 유행이 되어 버렸고 왕따와 이지매가 판치는 세상에서 일본 성장만화의 주류는 “평범함”에 주목하게 된다.
위에 예를 든 몇몇 만화도 모두 “평범한” 소년, 소녀가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자신을 내보아려는 노력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후루야 미노루”는 거기서 한술 더 떠서 “평범함”을 뛰어넘어 “절망”의 수준에 선 인간에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지를 역설하여 보여주려고 한다.
성장만화의 또 하나의 진화인 것이다.

주인공인 “스미다”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유료 낚시터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사는 중학교 3학년 소년이다.
그는 어떻게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지 않고, 또 자기에게도 그런 일이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라며 사는 평범한 이기주의자이다.

그는 “평범함” 젖어 안일하게 사는 인간을 증오하고 “꿈”이라던가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고 사는 인간을 경멸한다.

그의 주위를 채우고 있는 주요인물 3명중에 하나인 “쇼조” 비겁하고 돈 밖에 모르는 왕따인데 “스미다”가 경멸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이다.
또 한명인 “키이치”는 평범한 고교생으로 만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노력하는 학생인데 결국 만화잡지의 공모에 당선하여 50만엔을 받게 된다.
“스미다”는 “키이치”에게 인생은 결국 돈이라는 논리로 그의 순진함을 깨부수지만 결국은 그의 정상적이고 조그마한 꿈을 가지고 사는 그를 부러워하는 캐릭터다.
마지막 인물인 “치야자와”는 왠지 삐뚤어져 있지만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스미다”를 좋아하고 그를 어두운 그의 세계에서 구해조고자 발버둥 치는 여자이다.

이런 와중에 자신의 작은 이기적인 세계를 지켜가던 “스미다”의 어머니가 애인과 함께 집을 나가버리는 일이 일어나고, 돈 한푼 없이 남겨진 중학교 3학년인 “스미다”는 혼자 남겨진다.

애써 태연한 척 하던 그이지만 또한 어리기도 한 그였기에 많이 흔들리게 되는데 마침 찾아온 이혼한 전 아버지(벌레같은 인간으로 가끔 찾아와서 엄마랑 sex를 하거나 돈이나 뜯어가는 놈)을 자신의 처지에 대한 원인으로 여겨 벽돌로 쳐서 죽여버린다.

...

그렇다, 그는 더 이상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중학교 3학년의 살인자가 된 것이다.

이 설정 하에서 이 만화는 더 이상 “좀 비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철학적 성장만화”가 아니게 된다.

살인에 대한 책임에 고민하던 “스미다”는 자신이 자살하기까지의 1년의 시간을 유예로 두고 자신의 옛 아버지 같은 인간 쓰래기들을 찾아 죽이기로 결심하고 매일 식칼을 숨겨 들고서 거리를 헤매이며 나쁜 놈을 찾는다.

하지만 뉴스에선 언제나 흉악범과 나쁜 놈이 나오지만 어디를 둘러봐도 그렇게 죽일 만큼 나쁜 놈은 찾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도 친구들은 계속 찾아와주고, 계속해서 사랑을 해 왔던 “치야자와”는 어떻게든 그를 보통의 평범한 소년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1년이 흐르고 “스미다”는 결국 아무도 죽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살인사건에 대해 알게 된 “치야자와”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치야자와”는 “스미다”의 애를 임신했던 것이고, 그를 자수시켜 죄의 댓가를 치루고 나오는 것만이 그가 다시 한번 평범한 인생을 자신과 시작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스미다”는 자수를 하기로 하고 하루의 시간을 벌어 “치야자와”와 마지막 밤을 보내며 “평범한 미래의 삶”에 대해 그려보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는 자살한다.


-----------------------------------------------

이상이 “두더지”의 내용에 대한 나의 주관이 다분히 개입된 개략이다.

이런 단순한 “스토리”의 감동도 중요하지만 왜 “후루야 미노루”가 뛰어난 작가인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작품 속의 여러 장치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먼저 작품의 제목인 “두더지”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만화 속에서 “스미다”는 언제나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괴상한 생김새의 “괴물”을 목격한다.
그것은 언제나 바라보기만 할 뿐 무슨 말을 하지도 않지만 “스미다”는 그 존재감을 느끼고 생각한다.

첫째, 이 “두더지”는 “주시자” 또는 “방관자”의 시각으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스미다”가 스스로가 말하는 대로 얼마나 평범한 삶을 사는지를 지켜보는 것임과 동시에 “절대자” 내지는 “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스미다”는 “난 신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저 앞에 있는 선생님이라면 나는 그것에 들키지 않게 책상에 납작 엎드려 살거야”라도 말하는 것이 작가의 반증일 것이다.

둘째, 또 다른 “두더지”의 의미는 바로 “스미다” 자신의 또 다른 인격, 내지는 “자신의 양심”이다.

자신의 절망에 부딪혔을 때 괴물을 보고 내뱉는 말들은 언제나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으며, 그는 그것을 행동에 옮긴다.

그리고 마지막 자살하기 전, 그는 “치야자와”와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그녀의 작지만 소박한 둘만의 꿈을 듣고 이런 생각을 한다.

“한순간, 그런 보통의 미래를...진짜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결국 특별한 놈 따위는 없는 거 아닐까? 비교해 보자, 먼 세상의 얘기가 아니잖아. 내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더지는 마지막으로 나타나고, 스미다가 묻는다.

-스미다: “역시...안되는 건가? 아무리 해도 무리야?”

자신도 이런 평범한 삶으로 돌아올 수 있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자 두더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연다.

-두더지: “...... 그거야 정해진 거잖아...”

-스미다: “그런가?...정해진 거란 말이지...”

그리고 스미다는 자살한다...


이 만화의 1권을 손에 들었을 때 먼저 “후루야 미노루”의 변신에 놀라 얼떨결에 책장을 넘겼는데, 4권까지 읽어가는 동안 대사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의 의미가 생각나 계속해서 1권부터 뒤적이며 보게 되었다.

평범하게 사는거...
그거 정말 어려운 거다.


“후루야 미노루”, 다음 세 번째 시간에서 진정한 “평범한 삶”에 대한 고찰이 배어나오는 명작 “시가테라”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