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ALIEN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다.
초딩때인 1986년 ALIENS(시리즈2편) 이 개봉하고 큰 인기를 끌게 되자 이후 ALIEN(시리즈1편)이 개봉했고, 어린 나는 TV에서 해준 ALIEN을 보고 덜덜~ 떨며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딩 6학년때, 대망의 ALIEN3가 개봉하게 되고, 너무너무 보고싶었던 나는 사촌형과 강남의 브로드웨이 극장까지 걸어가서 표를 샀지만, 19금 영화라는 이유로 입장을 안시켜 줘서 울면서 집에 왔던 씁쓸한 추억도 있고...^^;;
어쨌든 그랬던 내가, 다시 돌아온 ALIEN의 아버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지 않을 수 없었고, 역시 개봉일 디지털 3D로 감상하고 왔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매우 재미있었고, 만족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의 헛점과 떡밥 난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사실 SF영화에서 그러한 친절함을 바라는 것은 좀 과한 요구 이다.
상상에서 출발하는 SF 소설과 영화에서 독자와 관객의 요구를 만족시켜 가면서 작품을 만들수는 없고, 가장 높게 평가받는 작품들 또한 작가와 감독의 독자적인 시각과 사고가 만들어낸 편협한 결과물 들이다.
마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처럼 말이다.
기본적으로 관객들의 눈이 높아진 까닭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의 실망감은 "ALIEN" 에 대한 향수 때문인 것 같다.
애초에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 이라는 식으로 알려진 탓이지만 향후 "리들리 스콧" 은 이 영화가 에일리언 시리즈와이 연관성이 없다고 말하였다.
사실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은 "인류 기원에 대한 탐구와 우주 탐험" 이지, 결코 "미확인 우주생명체와의 사투" 가 아니란 말이다.
따라서 감독과 작가는 굳이 에일리언 시리즈에 사고의 한계를 붙잡힐 필요 없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영화의 독창성이나 완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감독 또한...관객 또한...
ALIEN의 굴레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사진은 내가 대충 짜집기 한 것인데, "프로메테우스" 에서 인류 기원에 가장 중요한 단서이자 등장인물이 되는 "엔지니어" 라는 외계인은 사실 1979년 "ALIEN" 에서 등장했던 "스페이스 쟈키" 라는 외계인과 동일하다.
사진을 구하지 못했는데, 실제 우주괴물인 "에일리언 = 제노모프" 또한 "프로메테우스" 종반부에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프로메테우스" 에서의 시간이 "ALIEN" 에서의 시간보다 30년 정도가 빠르고, 도착한 행성도 LV-223 과 LV-426 으로 다르지만, 등장하는 외계인은 같은 것이다.
넓디 넓은 우주에 외계인이 "엔지니어 = 스페이스쟈키" 한 종족 뿐이겠는가?
그리고 ALIEN 1편에서 스페이스 쟈키들이 타고 있던 원 고리 모양의 우주선은 같은 LV-426을 배경으로 하는 ALIEN 2편에서도 등장하며, 이번 "프로메테우스" 에서 종반부에 이륙하는 우주선 또한 같은 모양이다.
아마도 감독과 작가가 독자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쓰는 와중에 ALIEN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등장시킨 것 같은데, 이러한 과도한 친절(?) 때문에 관객들은 더 혼란스럽고 실망감이 커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ALIEN 이 등장하느냐, 시리즈의 연장선이냐...이런 것 보다는 "인류 기원과 우주인과의 상관관계" 가 더 중요한데 사람들은 다른 기대와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한참 후에야 창조론이니...진화론이니...외계문명설이니...따지고 있으니 좀 문제가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 작성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작가가 바로 TV시리즈 "LOST" 로 유명한 "데이먼 린델로프" 인 것이다!!!
이 대표적인 "떡밥 생산 유포 파괴자" 는 이번에도 괴상한 설정과 불친절한 묘사로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영화를 지루해 하거나 짜증내 하는 관객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또 따라서 이 영화는 흥행에 그다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하나 긍정적인 기대가 있다면, 향후 몇년 후가 되었든 간에 "감독판" 이 발매될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그것을 본다면 아마 영화 각본이나 설정의 완성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져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역작이라며 개봉했으나 재미없다고 개무시 당했던 "킹덤 오브 헤븐"은 향후 감독판에서 30분 분량이 추가되면서 중세 액션 영화의 바이블이자 마스터피스로 극찬을 받은바 있다.
그리고 "ALIEN" 역시 1979년에 25년이 지난 후인 2003년에 감독판이 발매되는데, 웃기게도 감독판 임에도 4분이 추가되고 5분이 삭제되었으니...매우 어이없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으로써 시리즈 2,3에서 보일법한 장면도 추가되고 스토리 이해와 제노모프에 대한 파악이 쉬워졌다.
아마도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미 다양한 내용과 결말에 대한 추가 컷을 찍어 놓았을 것이고, 그것이 1년 후가 될지 3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감독판"은 나올 것이다!!!
어쨌든 ALIEN 시리즈의 광팬인 나는 이 영화를 그 영향에서 한발 물러나서 바라 보려고 노력했고, 그 안에서 충분한 가치를 찾았다.
일단 한국의 봉테일 "봉준호" 는 쨉도 안되는 디테일과 미쟝센을 자랑하는 "리들리 스콧" 은 최첨단 CG의 시대에 역행해 90%에 가까운 실사 세트 촬영을 해냄 으로써 대단히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인 비쥬얼을 보여준다.
"제임스 카메룬" 이 FULL CG 를 사용해서 CG에 인간 움직임을 덧씌워 "아바타"를 만들었다면, "리들리 스콧" 은 완전한 실사에 섬세한 덧칠 같은 붓터치로만 CG를 사용해서 이질감과 뭉개짐을 지양하였다.
그리고 전체 미술과 특수효과는 30년 전과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스페이스 쟈키, 제노모프, 에일리언" 등을 디자인 했었던 "H.R 기거" 의 그로데스크 한 외골격 생명체와 원시 생태 내부같은 우주선 디자인들...
이런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너무 좋았다.
어차피 볼 사람은 예매해 가면서 볼테고, 안볼 사람은 보지도 않고 씹어 댈 테니까 내용이나 스포일러는 줄이고 그냥 내가 좋게 본 점만 써 보았다.
나는 빨리 보려는 마음에 디지털 3D 로 보았는데, 그나마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비쥬얼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꼭 IMAX 3D로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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