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명을 넘을 영화인가...
이런 논란이 왜 일어나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긴 한데, 그런 것을 논하기엔 너무 지쳐버린 논쟁거리인 것도 분명하다.
"용가리" 의 애국심 마케팅부터 "실미도, 광해, 해운대, 7번방의 선물" 등의 낮은 수준에 대한 말들이 항상 나왔었다.
뭐, 이런 영화들이 1000만을 넘네~마네~ 할 정도로 흥행하지 않았다면 이런 논란도 크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대중 문화인 영화가 예술성과 작품성 만으로 평가받을 필요는 없지만,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이 든다는 것은 수식어로 "국민영화" 라는 타이틀이 붙는다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낯부끄러운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재미없고 이해도 안가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억지로 돈내고 볼 수도 없으니 참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이번 "명량" 의 감독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좋게 봐 줄래야 그럴수가 없다.
기획, 제작, 각본, 감독...을 모두 맡았기 때문에 1500만명이 넘은 시점에서 그는 수백억대 부자가 될 것이다.
흥행 감독이니 그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작 "최종병기 활" 의 표절 논란부터 시작해서 "명량" 의 고증 미비와 마치 "캐리비안의 해적" 을 방불케 하는 선상백병전은 정말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았는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광해, 최종병기 활" 등의 영화가 흥행하고, 단순히 그 흥행성적으로 표절에 대한 면죄부를 "소재 차용" 정도로 무마시켜 주는 영화계도 문제이다.
외국 영화사나 감독들이 미쳤다고 돈 써가면서 원작 판권 사는 것은 아닐텐데, 한국 영화계에선 부끄럽지도 않나보다.
"아포칼립토의 판권을 사서 한국 역사와 환경에 맞게 리메이크 했습니다."
이게 김한민 감독이 관객들에게 했어야 할 말이고, 제작사와 배우들은 "멜 깁슨" 이 만든 그 유명한 영화를 반드시 보았을텐데 "최종병기 활" 을 만들고 거기에 출연했다는 것도 더러운 행태라고 생각한다.
소재와 스토리라인, 호랑이와 카메라 워크까지 그대로 가져다 써놓고 뻔뻔하게...
심지어 2011년 대종상에서 4개부분을 수상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요즘 가요계에도 표절,오마주,차용,도용...등의 논란이 있는데, 먼저 깔끔하게 처리해 놓지 않고 사람들이 모르면 그만이고, 잘 되면 그때 얼버무리면서 사건을 무마 시키려는 작태는 비슷하다.
어쨌든 "명량" 에서는 한국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은 소재이지만 그만큼 식상하기도 한 "이순신" 이라는 소재를 서양식 전투장면으로 찍고, 일본식 양념을 뿌려대서 어찌어찌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데는 성공한 것 같다.
조총으로 저격을 하고, 벙어리가 옷벗어 흔들었더니 다같이 돌아보고, 대장선에서 백병전을 하는데 아무도 안죽어...
아무리 영화지만 적당히 하지...
하지만 역시 그것이 1500만명이 볼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이순신" 이라는 영웅의 후광과 시대적 응원도 있었던 것 같고, 방학철에 가족단위나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고, 심지어는 60,70대 어르신 들도 극장을 찾았다고 하니 영화를 잘만들고 못만들고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보여진다.
이대로 가면 추석까지 스크린 숫자를 유지한다면 한국영화 최초로 2000만 관객수를 찍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근데 "용가리" 때보다 더 낯이 뜨거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진중권씨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에서 굳이 의미를 찾자면, "올드보이" 이후로 주연에서 살짝 비껴나서 침체기를 걸었던 배우 "최민식" 씨가 오랜만에 단독주연으로 나서서 그동안 쌓아두었던 내공을 과하지 않게 내보이며 인생의 마스터피스를 찍었다는 점이다.
영화를 단순 비교를 하자면 재미,완성도.. 모든 면에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이 더 나았지만, "이순신" 캐릭터를 두고 본다면 한 사람의 인생을 끌고와서 폭발시켰던 "김명민" 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말년의 단면적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한 "최민식" 형님이 더 훌륭하게 표현하지 않았나...라고 조심스레 평가해 본다.
마지막으로 어차피 한산도 대첩이나 칠천량 해전을 빼고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인 명량 만을 찍기로 했으면, 액션 판타지가 아니라 KBS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3일" 처럼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봉준호, 이준익" 감독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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