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늙었나 보다...
십수년전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 웃고, 울고, 감동 벅차 하던 꼬맹이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이젠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나, 헛점은 없는가...따위나 생각하고 있으니 이런 인생 패배자 같으니라구!!!
어쨌든 물리적 시간을 거치며 생리학적 성장을 거친 나는 순순히 디즈니의 유혹에 넘어가진 않는다!
지금의 디즈니 영화는 100년전의 단순한 동심과 순수성에 기반하지 않는다.
예전 동화에 기반한 순수한 기획은 사라지고 그것을 가장한 돈 놀음에 다름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간 발전 없이 빚만 늘어가던 디즈니는 사업성 마저 사라져서 영화사 브에나비스타를 일본 자본의 상징, Sony 픽쳐스에 팔게 된다.
이젠 대기업 자본의 손에서 수익을 창출해야만 하는 디즈니는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세계의 어린이을 현혹시켜야 했고, 기술의 진보는 그것을 가능케 했다.
다만 캐릭터의 자가당착에 빠져 답보상태인 그들의 창조성은 스스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대기업식 하청시스템의 발전인지는 모르겠지만 Pixar라는 창작 집단과 손을 잡게 된다.
그리고 그 성공은...내가 4년전에 썼던 글에서 밝혀지듯 대단한 것이었다.
(당시 "흥행의 재구성"이라는 책을 읽고 썼던 글이 있었다)
<Pixar studio Filmograph>
-1995년 토이스토리: 3억5810만달러.
-1998년 벅스라이프: 3억5790만달러.
-1999년 토이스토리2: 4억8570만달러.
-2001년 몬스터주식회사: 5억2890만달러.
-2003년 니모를 찾아서: 8억6500만달러.
-2004년 인크레더블: 6억2129만달러.
보통 1억달러가 헐리웃 흥행의 확답이라고 한다면, Pixar는 만들어낸 모든 작품을 히트시켰을 뿐만 아니라 6작품을 통해 30억 6000만 달러(한화 3조원이 넘는다)를 벌어들여 평균 한작품당 5억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남겼기 때문에 디즈니와 Sony의 선택은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작금의 모든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모두 Pixar에서 만들어 내고 있는데, 새로운 경쟁자인 Dream works등이 생기면서 경쟁은 심해지게 되고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게 된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선 이젠 창의력의 방향이 복합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동화에서 벗어나 동물, 장난감, 괴물...등의 의인화를 거쳐 드디어는 로보트와 자동차등 별개 다 의인화되어 주인공이 되는 마당이니 더이상 창조의 방향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쨌든 그래서 나아간 방향이 역시 "인간"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한다.
"인크레더블"에서 가능성을 보았듯이, 굳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작은 울타리 안에서 머리를 쥐어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신 Pixar가 찾은 것은 휴먼 스토리라고 보인다.
이번 영화로 Pixar는 1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이미 "아카데미"의 장편 애니메이션상, OST상, 각본상...등을 수상한 그들...
이미 편당 제작비의 20배 정도는 수익을 올리는 마이다스의 손인 그들...
이미 총수익은 작은 나라의 한해 예산 정도는 되는 그들...
이미 세계를 제패한 그들...
그 완성판이 바로 이번 10번째 애니메이션인 "UP"이다.
이 영화에는 (Disney + Pixar + Sony) 의 목적과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모든 요소가 총 망라되어 있다.
1. Disney의 향수.
-고전적인 애니메이션의 목표 관객은 당연히 어린이들, 그것도 전세계의 어린이들이다.
때문에 인종차별, 살인, 강간...등이 등장해서는 안되는 목가적인 형태여야 한다.
그래서 항상 동물, 어린이, 요정...등이 등장해야 하는 것이며 그들은 "미키마우스, 도널드덕"이 그랬듯이 인간과 동격이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칼 프레드릭슨"을 귀찮게 하지만 밉지 않은 조연인 야생탐사대원 꼬마 "러셀"이 등장하고, 그들의 모험에 따르는 말하는 개 "더그"와 커다란 희귀새 "케빈"이 등장한다.
2. Pixar의 발전.
Pixar와 Disney가 항상 공통된 주제로 삼은 것은 "모험"이다.
장남감이 주인공이든, 벌레가 주인공이든, 물고기가 주인공이든 그들은 모험을 떠난다.
모험은 어린이에게 희망이자 어른들에겐 향수이다.
보다 많은 관객을 아우르기 위해 성인 관객에게 신경을 쓰게 되면서 단순한 "가족영화"를 벗어난 독특한 형태의 "멀티 타겟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것 같다.
어린이에겐 동화적 작화와 동물들을 보여주고, 어른들에겐 셈세한 그래픽과 사랑, 슬픔, 가족애...등을 느낄 수 있는 건덕지들을 잘 섞어 놓은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한쪽으로 치우치면 겁나 유치해지기 마련이고, 반대쪽으로 치우치면 같잖게 무거워져서 애들이 이해를 못하게 된다.
영화 초반 "칼 프레드릭슨"과 그의 부인의 아름답고도 애절한 스토리는 순식간에 나같은 시니컬한 어른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게 전개된 도입부가 끝나면서 바로 8살의 "러셀"이 등장하면서 풍선을 타고 모험에 나서기 때문에 어린이들 또한 지루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는 "더그', "케빈"등 화려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나와 시도 때도 없이 웃겨 주기 때문에 영화 끝까지 다같이 즐길수 있다.
정말 잘된 기획과 연출이 아닐 수 없는데, 게다가 "러셀"의 이혼에 의한 편모 가정사에 대한 부분이 언급되고 마지막 엔딩과 엔딩크레딧에서 행복한 "칼"과 "러셀"의 모습은 해체된 가정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어서 마냥 기획성으로 보일 뻔한 영화를 감동적으로 끝맺음 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보지는 못했지만 Pixar 최초로 3D 제작을 한 것 또한 새로운 시도이자 발전으로 볼 수 있겠다.
3. Sony의 상업적 의도.
"니모를 찾아서"의 천문학적 흥행과 "라따뚜이"의 아카데미상...
하지만 그들의 오너인 Sony는 영광과 명예만을 위해 움직이는 회사가 아니다.
영화 산업이라는게 그리 수익성이 높은 산업은 아니고, 한편 대박나면 엄청난 돈을 벌지만, 10편 만들면 1,2편 성공할까...싶은 확률 때문에 도박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Sony Pictures는 "디즈니, 브에나비스타, 터치스톤, 미라맥스, 콜럼비아..."등을 아우르는 거대 제작사가 되다 보니까 살림이 커진 탓도 있다.
막말로 Sony pictures의 경우 "스파이더맨"과 "캐리비안의 해적"이 아니었다면 망했다고들 하니까..
그런 점에서 만드는 영화마다 100% 흥행에 성공하고 최소 5억달러를 벌어다주는 Pixar는 효자가 아닐 수 없다.
"UP"이 2009년 칸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며 월드 프리미어를 갖게 된 것도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런 좋은 영화는 흥행에도 성공을 해야 다음에 또 볼 기회가 생기니까 좋은 일이라고 해 두자.
또 영화 자체 얘기 보다는 사설이 길었는데, 결론은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니까 다들 꼭 보시라~ 는 말이다^^.
(p.s: 나는 일반 상영관에서 봤는데, 가능하다면 3D 상영관에서, 그것도 한국말 더빙판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한국말 더빙판의 경우 의외로 "이순재"씨의 "칼"에 대한 싱크로율이 120% 발휘되어 훨씬 재밌고 감동적이라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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