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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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영화 개봉 전부터 말이 하도 많아서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는 공산이 컸었다.
자고로 "재난영화"라 함은 "개연성, 사실성, 스케일" 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흥행을 판가름내는 관건이다.
사실 이 영화의 소재인 "쓰나미"로 본다면 위의 요건에서 그리 욕먹을 만한 부분은 없을 것이다.
일단 한번 살펴보자!
1. 개연성.
한반도 자체는 해양성이라기 보다는 대륙성 지형과 기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의 섬 처럼 해양 재난에 휩싸일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쓰나미, 해일등의 돌발적 해양 재앙의 원인이 지진이 되는데, 판구조의 끝자리에 있는 일본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그나마 최소한의 개연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근데 대마도 해역에서 진앙이 생긴다면 그 짧은 대한해협을 통과해 오는 파고가 과연 해운대를 뒤덮을 만큼의 파괴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예전 "마이클 클라이튼"이라는 천재작가가 쓴 소설 "공포의 제국"에서 인공지진을 일으켜 미국 서부 해안을 물에 잠기게 하려는 음모가 나오는데, 이에서 알수 있듯이 진앙에서 너무 멀면 해일이 소멸되고, 너무 가까우면 파고가 목표치에 미달 되는데 과연 그 계산이 가능한 것인가는 너무 심각하게 영화를 바라보려는 나의 속좁음인가?
2. 사실성을 가장한 정형성.
또한 헐리우드로부터 시작된 재난영화의 공식은 그 캐스팅부터 시작된다.
대부분 오해하는 것이 지진,해일,화재,사고...등의 재난 소재가 먼저 선택되고 그 이후에 각본이 전개된다고 생각하는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어찌보면 재난의 종류는 제일 마지막에 선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헐리웃에서 확립된 재난 각본에 따르면 인물 구성과 그 에피소드만 가지고 소재만 다른 똑같은 재난영화 수십편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1) 전문가.
-항상 재난을 미리 예측하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등장하는데, 초기에 그는 그 영화에서 해당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과 과정에 대해 최대한 빨리 관객과 영화 주인공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역할을 가지게 되는데 최근에는 그 전문가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영웅주의 재난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단테스피크"의 지질학자 "피어스브로스넌", "볼케이노"의 조사관 "타미리 존스", "타워링"의 건축가 "폴 뉴먼", "딥 임팩트"의 천체학소년 "알리야 우드", "인디펜던스데이"의 과학자 "제프 골드블럼", "코어"의 지구물리학자 "아론 에크하트", "투모로우"의 기후학자 "데니스 퀘이드"... 수도 없이 많다.
이 영화에서는 "박중훈"이 이 역할을 맡아 국제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로 등장한다.
사실 "박중훈"은 이 영화에서 전문가의 역할 이외에 아래 여러가지 역할을 겸임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인데, 감독의 의도인지 아니면 중심 잡기에 실패한 것인지 영화 상에서 너무 미약한 조연으로 나와서 좀 안타까웠다.
(2-2) 해체된 가정과 화해.
- 원래 재난 영화의 목적은 역경을 이겨내는 영웅주의와 눈물 나게 하는 가족애를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분노의 역류"의 "커트러셀-윌리암 볼드윈" 형제,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 가정, "딥임팩트"의 여성앵커 "티아 레오니"의 가정, "투모로우"의 "데니스 퀘이드" 가정, "단테스피크"의 "린다 해밀턴" 가정... 역시 너무나 많다.
"해운대" 에서는 2개의 붕괴 가정이 나오는데, 첫째는 "박중훈(김휘)"의 가정이고 나머지 하나는 "설경구(만식)"의 가정이다.
"박중훈"은 이혼한 아내(엄정화)와 딸이 해운대로 오게 되면서 위기의 순간에 가정을 구하고 가족을 재구성 하게 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헐리우드 각본에 충실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에서 "박중훈"의 역할은 크지 않은데, 그 이유는 또 하나의 가족인 "설경구"네 식구 때문이다.
원한과 사랑이 뒤얽힌 "설경구-하지원" 이외에 반대만 하는 어머니, 원수처럼 지내는 작은아버지까지...골고루 뒤죽박죽인 이 가족의 재난 극복과 화해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따라가기 때문에 "박중훈"은 조연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직접적으로 "쓰나미"와 관계가 없는 에피소드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영화 중반을 넘어서야 "쓰나미"가 등장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무지 지루해 하는 상황이 발생되었음이 안타깝다.
(2-3) 영웅탄생.
-두말하면 잔소리 겠지만, 재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Hero이다.
예전의 고전주의 재난 영화에서는 역경을 이겨낸 영웅이 생존자, 가족들과 평온해진 세계를 바라보며 아름답게 끝맺음 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런 해피 엔딩 속에서 "자기희생"을 통해 재난을 막은 주인공들이 등장하기 시작해서 새로운 감동을 주기 시작한다.
아직도 보면 눈물이 나는 "아마겟돈"의 "브루스 윌리스"를 기억하는가?
이 영화에서도 "설경구"의 동생이자 해양구조대 대원으로 나오는 "이민기"의 존재가 바로 그러하다.
영화 진행 내내 별 비중 없는 조연으로 소소한 사랑 에피소드를 이어나가던 그는, 영화 종반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을 구해내게 된다.
참...진부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위의 영화 포스터 또한 "이민기, 강예원"이 등장하는 걸로 선택했다^^.
자...
이제 위의 3가지 공식은 정해져 있으니까 재난 소재를 지진,해일,화재,폭발...뭘로 할지만 정하면 영화 한편이 뚝~딱~ 완성되겠지?
3. 스케일.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 것 같다.
사실 감독의 의도는 "재난의 사실적인 구현"이 아니라 "해운대라는 특정 장소의 특정 인물들이 재난에 맞부딛혀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이해된다.
그렇지 않다면 가장 중요한 "쓰나미"의 등장이 왜 영화 중반이 지나서야 나오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요구는 재난의 스케일과 사실적 구현에 맞추어져 있으니 그것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임에 틀림없다.
재현 불가능한 부분 때문에 CG를 쓸수 밖에 없는데, 그걸 위해 헐리우드 특수효과팀을 불렀다...
근데 비싼 비용을 주고 CG칠을 했으나 결과는...ㅡ.,ㅡ
개봉 전에 시사회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결과물에 대한 의심이 일기 시작했고, 개봉 후에도 조잡한 화면과 2009년 후반기 개봉 예정인 헐리웃 재난영화 "롤렌드 에머리히" 감독의 "2012"의 예고편과 비교하여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었다.
헐리웃팀의 최근작인 "투모로우"보다 많은 CG장면을 썼다는데...
분량이나 질에 있어서 좀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성공이라고 보긴 힘들 것 같다.
4. 한국, 부산, 사투리의 잔재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본 이유는 한국 토착화된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 덕분일 것이다.
해운대라는 장소의 특성을 피서철 100만 인파와 버무림과 동시에 원양어선과 횟집등의 일을 하는 주인공들, 그리고 부산사람들의 야구사랑을 보여주는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장면과 "이대호 선수"의 출연까지...
그리고 "설경구, 박중훈, 엄정화, 하지원" 등의 대배우등의 출연도 그렇지만, 조연급인 "김인권, 이민기"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원래 "김인권"씨 연기야 정평이 났지만 역시 이런 날백수 껄렁한 연기에 경상도 사투리까지 버무려지니 정말 제대로였다.
또한 무뚝뚝하고 순진한 경상도 남자의 매력을 잘 보여준 "이민기"씨의 연기 또한 매우 인상 깊었고...
영화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긴 힘들지만, 그래도 여름 피서철에 시원하게 볼만한 영화는 된다고 생각하니 극장에서 봐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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