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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 중에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소설인 "공중그네"를 읽고 매우 실망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이라부"라는 괴짜 의사의 괴상한 처방으로 치유한다는 그 소설은 뚜렷한 개연성도, 흥분되는 재미도, 따뜻한 결말도 결여된...

단지 "설정만으로 상을 받게 해준 전형적인 일본식 얕은 깊이의 결과물" 이라고 판단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된 2권 짜리 본격 장편 소설인 "남쪽으로 튀어"를 보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남쪽으로 튀어" 는 기본적으로 반사회적인 주장을 "개인 대 사회" 의 양태로 펼쳐내는 진지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예전에 내가 그렇게 짜증났던 "일본식 적당한 가벼운 유머" 로 그 주제를 잘 포장했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은 독자층을 전공투(6~70년대 일본의 사회주의 투쟁) 세대를 모르는 일본의 청소년, 청년층으로 잡고 있는 듯 하다.

그런 내용을 독자에게 편하게 이입시기키 위하여 작가는 "지로"라는 초등학교 6학년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소설의 초반부에는 일종의 "성장소설" 의 형식을 차용하여 21세기 현대 사회의 작은 가정에서 "좌익 반사회 운동"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을 대변한다.

"지로" 의 아버지 "우에하라" 는 오키나와 미군 전투기 방화사건 등 전설적인 투사임과 동시에 좌익 운동권 지도자의 오른팔로 혁혁한 공을 세워 2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공안경찰의 감시를 받는 열혈 운동권 인사이다.

세금 및 국민연금 납세 거부 등, 일본 정부 및 나아가서는 "국가" 라는 체제 자체에 대한 완강한 거부의사를 온 몸으로 밝히는 투사이다.

하지만 "우에하라" 는 이른바 "내홍" 이라는 좌익 운동권 내부의 지배층 갈등 및 폭력 사태에 염증을 느끼고 사회에 대한 반항을 "단체에 숨은 한명" 이 아니라 "체제에 대항하는 한명의 개인" 의 자격으로 당당히 나서기 때문에 21세기 투사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한다.

예를 들면 다시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우에하라"를 이용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좌익 인사들을 두들겨 패서 돌려보내고, 규탄하기 위해서 찾아온 우익 인사들과는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 "혼자 싸우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투사요!!!" 라고 의기투합 하는 장면들 에서는 "좌익 VS 우익" 의 쓸데없는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니라 "개인의 주관에 의해 행동하는 아나키스트" 로서의 모습이 21세기 투쟁의 새방향을 제시한다고 판단되었다.

특히 소설의 2권 분량은 일본 남쪽의 섬인 오키나와 군도의 이리오모테 섬에서 투기 자본에 대한 자연,환경,전통 보호 운동을 하게 되는 내용이 나오는데, 거기에서는 국가와 체제에서 파생된 새로운 적으로서 등장하는 "기업, 자본가" 에 대한 분노를 통해 (냉전->반정부) 투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사회 문제와 방향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고리타분한 내용 같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소설은 일종의 "개그 소설" 이다.

작가는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끝까지 유머러스한 논조를 잃지 않기 때문에 긴 글을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점은 내가 일본 작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네시로 카즈키" 와 비슷하기 때문에 더 좋았다.

어쨌든 원래 싫어했던 작가 였지만 이 작품을 통해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좋아하게 되었으니 좋은 기회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Posted by Dream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