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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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는 다고는 하지만 범주가 넓지도 않고 깊이있는 작품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독서 편력 또한 참을 수 없이 가벼웁지 아니한가?
어쨌든 간만에 근대 고전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밀란 쿤데라, 조지 오웰, 움베르토 에코" 등에 도전해 보기로 하고 먼저 제목에서부터 시선을 잡아 끄는 체코의 세계적인 문학가 "밀란 쿤데라" 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부터 손에 잡았다.
이 책의 제목은 참으로 낯이 익다...
1984년에 출간된 이래 전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인용되었고, 도서,회화,영화,예술 등 다양한 파생 분야에 있어서도 적극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어구이기 때문이다.
일단 손에 잡기는 쉬웠으나 절대 쉽게 읽히는 책도 아니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임에도 1인칭과 3인칭의 시점 변환이 제멋대로이고, (연애+정치+역사+철학)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려는 작가의 욕심 때문인지 복잡하게 얽힌 사건과 이념들이 소용돌이 쳐서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기에 망정이지 집에서 혼자 읽었더라면 다른 사람들 눈을 신경쓰지 않고 책을 찢어 던졌을 지도 모른다 ㅡ.,ㅡ
(원래 "움베르토 에코"를 먼저 시도했으나 "푸코의 진자"를 10페이지 읽고 집어 던졌음을 참회한다 ㅠ.,ㅠ)
1. 참을 수 없는 존재: 사랑과 소유
원래 소설상의 주인공은 "토마스, 테레사" 부부와 "사비나, 프란츠"의 4명으로 볼 수 있고, 그들의 관계는 "사랑"을 빙자한 "소유, 회피, 불륜, 자유" 등으로 설명되는 육체적, 정신적 혼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은 가장 먼저 "사랑의 대상과 그 행위"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 소설의 양식을 "연애 소설"이라고 판단하게 만든다.
프라하의 잘나가는 이혼남 외과의사 "토마스" 는 자유 연애를 표방하며 많은 여자들과 관계를 하고, 자신의 연애관을 존중해주는 Cool한 애인 "사비나" 라는 여자도 있다.
그러던 중에 잠깐 들린 시골에서 만난 웨이트리스 처녀 "테레사"가 무작정 프라하로 "토마스" 를 찾아오고, 둘은 동거를 하게 되면서 서로에게 가까워 지고...부담을 느껴 피하기도 하고...외도로 인해 힘들어 하고...소유하기 위해 몸부림 치기도 한다.
화가인 "사비나" 또한 "토마스" 와의 연애를 즐기면서 "프란츠" 라는 저명한 학자를 불륜에 끌어들이고 다시 떠나기도 하는 등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유로운 성관계" 와 "의존과 피의존의 이성관계" 의 울타리를 서로 오고가며 "사랑" 이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을 이어 나간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관념은 "꿈 과 망상" 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토마스"와 "테레사"의 관계는 바람둥이 토마스가 수심명의 벌거벗은 여자들을 무릎꿇려 놓고 노래를 시키거나 유혹하라고 시켜서 마음에 안들면 죽여버리는 꿈으로 구체화되고, 매일 밤 "토마스"의 머리에서 나는 낯선 여자의 성기 냄새에 몸서리 치는 "테레사" 는 그런 상상 속에서 "토마스"에게 선택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까봐 고통에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 고통은 소설의 마지막, 그들이 늙고 삶을 마감할 즈음까지도 계속 반복되고 최후의 순간이 되어서야 "테레사" 는 그런 의심과 소유욕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된다.
"사비나" 는 엄격했던 아버지와 고위 공직자였던 외조부에 대한 이성상을 옛애인인 "토마스" 와 현재 애인인 "프란츠"에게 대입하여 비교하고 즐기기를 좋아하고, 어느 한명의 남자에게 정착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자유연애자인 "토마스" 와는 그 정신적, 육체적 교류를 계속 이어 나아갈 수 있었지만, "사비나" 때문에 건실하고 부유한 가정에서 일탈하여 바람을 피게 되는 저명한 학자 "프란츠"는 정신적 공황을 느끼게 된다.
"프란츠"는 부유한 집안의 딸과 결혼도 하고 직업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어린시절 변형된 그의 어머니상으로 인해 "플라톤의 여성의 이데아"를 찾고자하는 잠재의식이 있었고, 그것이 "사비나" 와의 외도로 폭발되자 그녀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고 잘보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여자 "사비나" 는 "프란츠" 를 떠나 프랑스, 미국으로 떠나고, 남겨진 "프란츠"는 부자인 부인도 아니고 외도의 대상인 "사비나" 도 아닌 자신이 강의하는 대학의 못생긴 어린 학생과 다시 바람을 피우게 된다.
자, 그럼 4명의 남녀가 주장하고 보여주는 "사랑"의 가치는 정리가 되는가?
흠...난 잘 모르겠다.
@.,@
다만 직접적으로 주제의식이 표출되어진 부분을 책에서 인용해 보자.
-인생의 드라마는 언제나 무게의 메타포로 표현될 수 있다. 어떤 짐이 누구의 어깨 위에 떨어졌다고 말한다. 사람은 그 짐을 지고 갈 수 있기도 하고 혹은 지고 갈 수 없기도 하다. 짐의 무게에 쓰러지고, 그것에 대항해 싸우고, 지거나 이기거나 한다.
그런데 사비나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아무 일도...그녀는 한 남자를 떠났다. 그를 떠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그가 그녀를 박해 했던가? 그가 보복을 했던가? 아니...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이다. 사비나의 어깨 위에 떨어진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2. 참을 수 없는 존재: 전쟁과 삶의 가치
소설의 배경은 소련의 침공이 시작되는 체코의 프라하인데, 그래서 1991년에 명배우인 "줄리엣 비노쉬, 다니엘 데이 루이스" 주연으로 영화화 되었을 때는 역사적인 이 사건의 이름을 따서 "프라하의 봄" 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었다.
소련군에 의해 점령당한 프라하의 모습과 점차적으로 그들의 지배에 적응해 가는 사회의 모습을 그려줌과 동시에 그 역사의 소용돌이의 중앙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등장인물들을 얽혀들게 해 놓아서 작가는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면서 존재론적인 고민을 서술해 나간다.
"테레사" 는 사진가가 되어 전쟁의 양상을 사진에 담고, 스위스로 도망갔던 "토마스" 는 "테레사" 를 찾아 다시 돌아온 프라하에서 돌연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글을 잡지에 기고하여 병원에서도 쫒겨나고 비밀경찰들에게 감시당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그 이전까지는 자신만을 생각하던 외과전문의 "토마스"는 그 사건으로 인해 병원과 사회에서 배제되는 과정을 통해 병원장, 형사, 편집인 들에게 타협과 회유의 선택을 강요 받는다.
그가 편하고 존경받고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창문닦이가 되면서 선택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 이었을까?
작가는 여기서 난데없이 "똥"을 등장시킨다.
"똥" 의 더럽고 하찮음을 "하느님" 이라는 가장 고귀하고 손댈 수 없는 존재에 대입시킴 으로써 무게의 천칭을 비교하는 것이다.
"하느님도 똥을 싼다" 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존재의 가치는 어떻게 되는가?
하느님은 고귀하니까 그 똥도 고귀한 것인가?
똥은 더러운 것이니까 똥싼 하느님은 더러운 것인가?
여기서 다시 저자가 서술한 책의 부분을 인용해 보자.
-보헤미아의 역사와 유럽의 역사란 개별적인 인간의 삶과 똑같이 가벼운 존재이다.
그것은 참을 수 없이 가벼운...깃털처럼 가벼운...휘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내일이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아...
아무리 정리를 해보려고 해도 나 자신조차 소설을 100% 이해하고 있지 못하니 제대로 안되네...
역시 책은 직접 읽어 보고 각자가 느껴봐야 하니까 다들 이 책 한번 끝까지 읽어보고 저와 함께 토론해 봅시다.
마지막 또한 소설에 등장하는 어구로 끝맺음 해 보겠다.
작가가 이 세상과 사람들을 움직이는 일종의 정언명령으로 나타낸 말.
"그렇게 할 수 밖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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