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지, 음악을 소유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구분이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순간 200기가가 넘는 파일, 2500장의 앨범, 30000곡에 달하는 수집을 했지만 다 들어보지도 못했고 자주 듣는 노래에만 손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여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락음악 위주로만 듣다가 어느 순간 시부야계 일렉트로니카도 들어보고 영국이나 미국의 R&B도 들어보고 하다가...어느 순간 이해도 안되고 지겹게만 느껴지던 Jazz에도 살짝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유명한 스탠다드를 찝적 거리다가 그 깊이를 따라잡기가 어렵고 장벽이 느껴져서 한국의 재즈 가수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어느덧 "나윤선" 씨와 "웅산" 씨의 열렬한 팬이 되고 말았다.
18세에 비구니가 되어 출가했다가 음악의 길에 빠져 한국보단 일본에서, 세계에서 유명한 재즈 보컬리스트가 된 "웅산" 씨의 족적을 쫒다 보니 2010년 제작된 한국 재즈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를 보게 되었다.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브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이라는 유명한 음악 영화가 있지 않은가?
본토가 아닌 영국에서 쿠바음악을 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담백한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 의 형식 역시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어 실존인물의 인터뷰와 회상장면, 그리고 공연장면이 어우러져 시간과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아래 오렌지색 부분은 영화 소개글 전문)
국내 최초로 재즈이론을 연구해온 ‘이판근연구실’이 철거된다는 소식과 함께 지금은 은퇴한 트럼펫의 대가 강대관을 찾아 동료들이 경북 봉화의 어느 마을로 여행길에 오른다. 겨울날, 탁주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추억을 나누던 사람들은 악기를 하나 둘 꺼내 들고, 즉흥연주를 시작한다. 이들이 바로 험난한 인생여정을 걸어왔지만 ‘음악을 잘 하면 사람이 된다’며 웃어 보이는 한국 재즈 1세대의 거장들. 나이 80이 다 되어가지만 재즈에 관해서는 넘치는 의욕과 포부를 드러내며 꿈을 향해 여전히 갈 길이 바쁜 청춘들이다. 음악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을 품고 오늘도 재즈를 연주하는 그들을 위해 후배 뮤지션들이 뜻을 모아 헌정 기념공연을 준비하고, 마침내 한자리에 모인 재즈 1세대들의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공연이 시작되는데…
영화제 소개글. 한국 재즈 1세대에 대한 기록 다큐 영화. 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활동해 온 한국 재즈 1세대 장인들의 예술과 인생을 주제로 했다. 50년대 이후 주한미군부대의 무대에서 활동하며 재즈를 배우기 시작한 한국재즈 1세대 연주자들의 이야기. 노환으로 치아를 거의 상실하여 고향으로 내려가 있는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을 찾아 동료 연주자들이 여행길에 오른다. 그즈음, 한국에서 최초로 재즈 이론을 가르쳤던 이판근 선생의 연구실이 재개발로 인해 철거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젊은 재즈 칼럼니스트와 연주자들은 선배들을 기리기 위한 헌정음반제작과 콘서트를 기획한다. 이 영화는 그 몇 개월간의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물론 나는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5~60년대부터 미8군 뒷골목에서 싸게 산 LP판으로 재즈를 배우고 연주하던 분들이니 한국 재즈의 산 증인이시고, 전설이신 분들이 많이 등장하신다.
국내 유일의 재즈연구소가 재개발 때문에 철거되는 데도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현실...
한둘씩 가난한 현실 속에서 외롭게 삶을 떠나는 나이든 음악가들...
그들이 과거를 회상하고, 현실의 비참함에 소고하며 마지막 헌정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지고 영화의 막바지에는 근 수십년래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캐스팅으로 펼쳐지는 재즈 공연 실황이 보여진다.
물론 나는 객원 보컬로 참여한 "웅산" 씨 때문에 보게 되었지만...
나이든 얼굴과 주름진 손으로 연주하는 할아버지들을 보다보니 왜 내눈에 눈물이...
이제 한국에서 돈이 안되는 재즈는 죽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웅산, 나윤선" 씨 같은 분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안심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음악, 특히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이 영화를 찾아 보세요~~~
(P.S: 나는 "웅산" 씨 노래들 중에서 한국에서 발매된 음반으로는 가장 완벽한 블루스 음반이라는 "The Blues" 앨범 중에서 "청량리 블루스" 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 내가 청량리에 살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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