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일러성 문구가 있으니 주의하세요)
지난 금요일, 별 생각 없이 유희열 씨의 음악 프로를 보려고 TV를 틀었다가 대체 편성된 이 영화를 만나게 되었다.
애써 찾아서 볼 만큼 내 취향의 영화는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이 머무는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할 용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여성, 가족, 퀴어, 로드 무비...
이 모든 것이 비벼져서 여성 감독이 만든 서정적인 화면과 두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로 아름다운 색깔을 늘어 놓지만, 결코 20대 이상 남자들에게 어필 할만한 소재와 전개는 아니다.
좋은 가족간의 화해와 이해를 찾아가는 곡절이 될 수도 있었고,
여성들만 등장하는 영화에 반전을 주며 퀴어의 종착역을 찾을 수도 있었고,
길을 떠나면서 겪는 일들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씨줄 날줄을 엮어내는 로드 무비가 될 수도 있었는데...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서 입봉작을 처음 식탁에 내어 놓은 젊은 신인 여자 감독의 입장에서는 Olive TV 같은 채널에서 평가 하듯이 구석구석의 화면과 숨은 의미의 조각들과 연출의 의도...들을 파악하고 평가해 주기를 원했겠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두 남매의 대비적인 성격과 설정 자체가 "델마와 루이스" 라거나 한국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과 같은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큰 아쉬움 이다.
그리고 감독의 입장에서는 편의상 삭제하거나 대체 시켰어도 충분할 만한 부분들의 디테일이 영화를 예쁘고 풍부하게 해주기는 하지만, 그 필요성과 관객이 느끼는 수용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여성 감독의 아이덴티티 인가...아니면 꼭 필요한 부분임을 내가 무시하고 있는 것인가...
"부지영" 감독님, 다른 작품도 많이 만들어 주세요~!
어쨌든 영화 상에서 캐릭터를 잘 살려 준 두 여배우 "공효진, 신민아" 씨의 연기는 매우 좋았는데, 저예산 독립영화의 한계상 절대 출연하기 힘든 탑 레벨의 배우 두명이 적극 참여하여 이만한 활약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더 고맙기도 하다.
몇몇 평가절하된 배우들이 연기력을 인정 받는 답시고 평소엔 쳐다 보지도 않던 독립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공효진" 씨는 "미쓰 홍당무,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할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의 저예산 영화들에 자주 출연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매우 호감이 가고 있었다.
이 영화에선 너무 타이피컬한 캐릭터 때문에 별다른 활약을 할 여지가 적기는 했지만 "신민아" 씨의 도회적이고 차가운 역할과 대비되어서 그런지 시소의 균형을 잘 잡는 느낌이다.
결론을 내자면 볼 생각도 없었고 기대도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만족했지만, 요 몇일 갑자기 많이 보이는 이 영화에 대한 찬양 포스팅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니, 보실 분들은 마음을 가볍게 하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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