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영화였기에 개봉일 전에 매일 CGV 어플로 예매가 풀리는지 확인해 가며 예매해서 결국 개봉일에 300석 상영관 H열 한가운데 혼자 앉아서 보고 왔다.
내가 사는 지역에 IMAX 상영관이 없어서 그나마 가장 스크린이 큰 상영관에서 보았는데, 나를 비롯한 관객들의 눈이 높아진 것인가...일단 나와 주변의 평가는 "예상보다 못하다" 는 것이 중론이다.
우린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는 감독 이름이 만들어낸 후광효과에 현혹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동 감독의 "인썸니아" 때도 이런 기분을 느꼈었고, 한국의 "최동훈" 감독 또한 "전우치" 에서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해 주었지...
어쨌든 놀란 감독과 동생은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진지하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보여지는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거대한 스케일과 압도하는 스토리와 생각할 여지를 남겨주는 놀란 감독의 이전 영화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게 아닐까?
그리고 최근 개봉해서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주며 SF 우주 영화 중에서 가장 사실적이고 압도적인 화면을 보여주었던 "그래비티" 가 선보인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록 해외 시사회에서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을 먼저 접해서 "내쇼널 지오그래피" 혹은 "BBC 다큐멘터리" 를 본다는 각오로 극장을 찾기는 했지만...이건 좀 지루했다.
사실 영화 상에서 우주의 모습과 블랙홀의 구현 등의 볼거리 등은 169분...즉 2시간 50분이나 되는 상영 시간 중에서 10분도 보여지지 않는데, 사실 후반부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냄새가 조금 나면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를 떠오르게 한다는 말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
그 10여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량은 지구와 우주선 안에서의 장면들이 보여지는데, 여기서의 스토리 진행 또한 좀 진부한 감이 있다.
"콘택트, 이벤트 호라이즌, 미션 투 마스, 선샤인, 팬도럼..." 등의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고, 특히나 밋밋한 시나리오 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긴장감을 고조 시키는 "맷 데이먼" 씬에서도 그 전개가 앞서 말한 영화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너무나도 식상했다.
...정말 실망했다.
아니겠지..설마...에이...어????
이건 각본의 문제이니, 동생인 "조나단 놀란" 의 책임 이라고 봐야 할까?
애초에 지구의 위기로 우주로 떠난다는 설정 부터가 진부했고, 그 진행도 여타의 우주 SF영화와 같다면, 거기에 "인류의 기원을 찾아" 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프로메테우스" 나 "스타게이트" 같은 영화보다 참신함이 떨어지니...시대를 역행하는 것 아닌가!!
결국은 시각적인 면에서도 그다지 큰 놀라움은 없었고, 시나리오 또한 좀 진부한 느낌이었는데 그걸 3시간 가까이 보아야 하다니!!!
물론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거나 재미있었다는 관객도 있겠지만, 영화 내내 화장실 들락 거리는 사람들과 여기 저기 핸드폰 불빛이 보이던 것을 생각하면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 임에는 분명하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빠돌이로서 그의 모든 영화를 본 나 조차도 지루한데...쩝...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그래비티" 의 상영시간을 최근 상업영화 중에서 이례적으로 매우 짧은 90분...1시간 30분으로 줄인 것은 정말 대단한 결정 이었다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된다.
결론은 "그래비티" 만큼의 충격도 없고, "인셉션, 다크나이트" 만큼의 감동도 없었다.
첨언을 하자면, 영화 보기 전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시고 꼭 화장실에 갔다가 들어가시고, 물이나 음료수는 많이 마시지 마세요...
169분...2시간 49분짜리 영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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