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대하고 본 영화는 아니다.
물론 “용서받지 못한 자”와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를 두 번 재패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남편에 못지 않는 화려한 연기경력을 가지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 그리고 이름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배우인 “존 말코비치”를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재미야 있겠지만 소재나 시점이 내 기호와는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그다지 땡기진 않았다.
그것도 화창한 일요일 오후에, 남자 둘이서 보기에는...
영화가 너무 진지하고 우울했다.
어쨌든 아카데미 시리즈이니만큼 일단 올해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부분을 살펴 보자.
-여우주연상: 안젤리나 졸리.
-촬영상: 톰 스턴.
-미술감독상: 제임스 무라카미, 개리 페티스.
음...
영화의 화려한 면면을 보았을 때, 너무나도 초라한 성적이다.
명감독, 명배우, 최고의 스텦들이 동원된 영화 치고는 성과가 너무 작은데, 특히 어느 면에서는 아카데미보다 인정받고 있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조차 이 작품은 철저하게 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쓸쓸해 보인다.
특히 골든 글로브에서는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 음악상”으로 총4개부분 최다수상작인 “슬럼독 밀리어내어”에 밀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명함도 못 내밀었고, 노미네이트되었던 “안젤리나 졸리” 또한 수상도 못했으며, 많은 부분 후보에 올랐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또한 감독인 “데이빗 핀쳐”도, 배우인 “브래드 핏트”도 헛물만 켰다.
부부가 나란히 골든글로브에서 수모를 겪은 것도 모자라서 부인은 아카데미에서도 홀대를 받고 있다.
전혀 예상도 못하던 “케이트 윈슬렛”이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여우주연상을, 또 다른 영화로 여우조연상까지 휩쓸어 버리면서 “안젤리나 졸리”를 듣보잡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속이 상할만도 한데, 남편도 상을 못타고...
근데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보아왔던 액션영화에서의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보다는 초기의 “처음 만나는 자유” 라던가 이번 “체인질링”같은 드라마 영화에서의 그녀의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애를 6명이나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이번 영화에서 완전 어머니의 모습을 빙의시킨듯한 연기는...정말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근데 애를 많이 나아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너무 많은 주름은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켰는데, 특히 클로즈 업 장면이 많은 데다가 눈물 흘리는 씬이 많아서 더욱 늙은 모습이 두드러 졌던 것 같다.
어쨌든 이번에 남편이나 부인이나 아카데미에선 꼭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웃긴 건 2번의 아카데미 수상 경력이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골든글로브는 커녕 이번 아카데미에서도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한참 슬럼프에 빠져 초기의 감성을 잃었던 “데니 보일”이 “슬럼독 밀리어내어”로 골든글로브를 휩쓴데다가, 이번에 아카데미도 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패착을 분석해 보자면 아래와 같은 한마디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같다.
“욕심쟁이 할아버지의 쓸데 없는 고집이 좋은 영화를 망쳤다.”
그는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에 사로잡혀 관객과 비평가에게 부담을 안겨주었다.
일단 구성과 연출에서 보면 마치 장르가 없는 듣보잡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드라마물-> 초반 애기 잃어버리고 고군분투하는 엄마의 모습
-슬래셔 공포물-> 연쇄살인마의 등장과 도끼살인 모습
-싸이코 스릴러 공포물->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고통받는 모습
-법정 스릴러물-> 경찰에 대한 민사소송과 살인마에 대한 형사재판의 2개의 재판이 병렬등장.
이런 많은 내용을 2시간30분에 달하는 긴 시간동안 꾸깃꾸깃 우겨넣어 보여주니 영화가 감명깊고 재밌기는 한데 정체불명의 영화를 대하면서 오는 불안감과 거부감 같은 것이 계속해서 짜증나게 했다.
실화가 베이스가 되었다지만 또 극적 결말을 배제하고 너무 자세하게 에필로그까지 보여주려는 노력 때문에 또 후반 30여분은 지겹기만 하고...
또한 물론 개인적인 능력은 훌륭하다지만 굳이 음악까지 감독이 직접 만들어 들려줄 필요까진...
어쨌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능력을 한껏 발휘한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리 깔끔하다거나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긴 힘들겠다.
그래도 최소한 최근 극장 상영작 중에서는 가장 볼만한 영화이니 진지한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권해주고 싶다.
이번 아카데미에선 꼭 “여우주연상” 하나라도 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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