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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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해도 고전만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히 있다.
물론 당장 손이 가기 쉬운 것은 라이트노블이나 무협지,환타지 소설 같은 책이지만 남들이 좋다고 하고 권장하는 것은 최소한 읽어봐야만 알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저번에 말했듯이 고전에 대한 지식이 얇팍한 나는 나이 30 넘어서나마 다시금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부끄럽지만).
어쨌든 고른 것이 비교적 근시대에 명작을 써낸 "조지 오웰"의 책인데, 사는 김에 "동물농장, 1984"를 동시에 샀다.
단순한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상황과 역사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유명한 작품으로 전세계의 사랑을 받았으나 사실 어려운 책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결국 읽어본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작가가 바로 "조지 오웰" 이다.
마치 한국에서 비슷한 현세비판(?) 소설인 "조세희"씨의 명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직접 읽어본 사람 만나기가 어렵듯이...
따지고 보면 그는 영국인인데 인도 태생이고, 미얀마,프랑스,스페인 등에서 생활하거나 전쟁에 참전하며 여러나라의 모습을 살펴보는데, "민주적 사회주의"를 신념으로 삼고 글을 쓰게 된다.
책이 출간되던 상황은 1940년대의 유럽인데, 사실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민감한 소재였기 때문에 그의 책은 쉽게 출판의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
책의 내용이 소비에트연방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체제, 이탈리아 전체주의에 대한 맹렬한 비판이었기 때문인데, 사실 대놓고 비판하는 풍자라기 보다는 센스있게 현재시점에 얽매이지 않고 동물을 등장시켜 우의적으로 희화하 시킨 점에서 볼 때 "우화"라는 장르가 더 맞는 것 같다.
영국의 한 농장에서 어느 날 "인간은 생산은 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유일한 동물" 이라는 생각과 함께 인간의 지배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한 나이들고 현명한 돼지는 농장의 동물들에게 "잉글랜드의 짐승들" 이라는 노래를 들려주며 "모든 동물,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말을 해주고 죽는다.
남겨진 동물들은 그나마 동물중에 똑똑하다는 돼지들을 중심으로 "동물주의" 라는 사상을 완성하고 인간인 농장주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드디어는 농장을 점령하고 그들만의 "동물농장"을 만들어 자급자족하며 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아주 이상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보여주는데 돼지,소,말,양,닭 등의 모든 동물들이 모두 평등하게 "동물 7계명" 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그 바탕에는 "인간으로 부터의 위협" 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인간의 위협이 없어지고 동물들만의 세상이 된 상황에서 동물들을 이끌던 돼지들 사이에서 알력이 생겨나고 결국은 "나폴레옹" 이라는 돼지 한마리가 동물들을 지배하게 된다.
"나폴레옹"은 멍청한 동물들을 속이면서 돼지들만을 위한 정책과 복지를 시행하는데, 그 꼴이 "독재자" 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아주 분통이 터질 일이다.
-주민책동- 가장 머리 나쁜 양들을 이용하여 토론회의때 의사결정 방해, "두발은 나쁘고 네발은 좋다"라는 문구로 머리나쁜 동물들을 세뇌시킴.
-여론조작- 말빨좋은 돼지 "스퀼레"는 동물들에게 "너희가 오해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 라고 선전하고 다님.
-무력통치- 9마리의 개를 친위대로 삼아 반항하는 동물들을 위협함.
-자아비판- 멍청한 동물들에게 기억을 날조하여 이용해 먹고 자아비판을 통해 사형시킴.
-우민화정책- 7계명조작, 기억날조, 풍차건설의 반복노동 및 성과 포장으로 관심을 집중시킴.
-계급사회- 평등주의는 버리고 동물을 이끄는 돼지가 우선, 그중에서도 "나폴레옹"은 지도자로 우상화.
-주적설정1- 반대하는 동물들에겐 "존즈씨가 돌아온다!!!" 라는 흑색선전으로 불만을 원천봉쇄.
-주적설정2- 그래도 나오는 불만은 희생양인 경쟁자 돼지 "스노볼" 때문 이라고 거짓선전.
대략 살펴보기만 해도 나치의 "괴벨스"의 선전전략이나, "스탈린"의 우민통치,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우상화 독재정치...등이 보이지 않는가?
심지어는 극동아시아 변방의 한국이라는 후진국에서 지도자가 "오해다!!" 드립 치는 거나...경찰,검찰 시켜서 권력 유지하는 거나...매스컴과 연계하여 여론 조작하는 거나...대운하,4대강으로 국민들 현혹시키는 거나...천안함,남북통일 드립으로 위기감 조성하는 거나...경제,사회문제는 "놈현 때문이다" 라고 핑계대는 꼬라지 까지...
어쩜 이렇게 수십년전 꼴통들이 하는 짓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은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
(심지어는 이 상황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더 어이가 없다, 국민성이 동물농장에 나오는 닭이나 양떼 처럼 멍청해서 그런가?)
더 자세하게 볼 것도 없이 "동물 7계명"이 어떻게 변질되는 지만 살펴보면 "조지 오웰"이 생각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기본적 원형과 "변질된 독재 계급적 사회주의"의 차이를 확연히 알수 있다.
1. 두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인간과의 거래를 시작으로 친목도모까지 꾀함, 나중에는 돼지가 직립보행하며 두발동물이 됨.
2. 네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자는 모두 친구이다.
->동지인 "스노볼, 복서" 등을 축출하거나 팔아버린다.
3.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된다.
->돼지들은 인간을 흉내내기 위해 옷을 입고 직립보행을 시도한다.
4.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서는 안된다.
->돼지들은 지도하느라 힘드니까 침대에서 잔다.
5.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된다.
->돼지들만 향락을 위해 술을 마시고 제조,구입까지 한다.
6.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여선 안된다.
->자아비판을 통해 많은 동물을 죽이고, 병든 말 "복서"는 도축업자에게 팔아버림.
7.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돼지에게만 훈장과 계급을 주고, 나폴레옹은 지도자, 대통령을 자칭함.
작은 농장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전세계 어느 곳에서 작은 사회든 큰 국가든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이 "소련, 북한,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밝혀졌다.
동물을 의인화 하면서 풍자미를 극대화한 작가는 주된 등장인물인 "돼지"를 통해 "권력의 맛을 본 독재자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탐욕에 물들게 된다" 라는 사실을 신랄하게 보여주는데, 최종장에서 결국 인간 농장주들과 같이 술을 마시고 카드게임을 하며 어울리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누가 인간이고 누가 돼지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라는 문구는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여주는 것과 같다.
"동물농장엔 하급동물들이 있고, 인간들에겐 다스려야할 하급계층이 있다" 라는 말을 지껄이는 인간이 바로 돼지와 같은 탐욕스런 동물일 테니까...
사실 건전한 사회주의의 변모와 변절에 대해 논의하자면 사상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 텐데, 120쪽 분량의 단편 소설을 통해 이렇게 알기 쉽게 그 과정을 서술하고 문제의식을 전한다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운이 길어서 읽는 중에도 그렇고,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나고 고민할 것을 남겨주는...여운이 긴 책인 것 같다.
이런 책이야 말로 고전이고 명작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라는 감탄어린 평가를 납득하게 해줬달까?
다만 조금 불만이 있다면 적나라한 비판 뒤에 책임론이나 대안제시가 없다는 점이다.
과연 "평등"을 모토로 했던 사상이 변모해 가는 것이 "탐욕스런 독재자 개인" 과 "멍청한 다수의 시민들" 중에서 누구의 책임이며 그렇다면 어떻게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인가?
뭐, 화두제시및 사상환기 정도에 작가의 목적이 있다면 더이상 추궁할 말은 없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짧은 단편 이니까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꼭 찾아서 읽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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