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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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6~700page 씩 3권 구성이니 왠만한 소설책 분량으로 대여섯권 정도를 훌쩍 넘어선다.
게다가 나는 일본 소설가 중에서 "무라카미 류"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진도를 나가기도 힘들었던 것도 이유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긴 시간에 걸쳐 읽은 책인데, 혹자는 4권이 발매될 지도 모른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볼까...하다가 내 생각에는 3권의 결말이 이 소설의 끝이라고 판단되어 그냥 감상평을 쓰기로 했다.
영화와는 다르게 신경쓸 분류가 많지 않으므로 그냥 시작해 본다.
1. 소설 구성과 설정.
뭐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해변의 카프카" 에 비하면 훨씬 특이하고 환상적인 이 소설의 설정은 그 설명과 서술에서도 깊고 자세해 졌다.
4권이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3권 완결이라고 단정짓고 말을 해 본다면 그 구성은 3가지로 이해해 볼 수 있다.
(1) 1권은 4,5,6월, 2권은 7,8,9월, 3권은 10,11,12월로 이어지는 시간구성.
(2) 1권 아오마메, 2권 덴고, 3권 우시카와 권두 삽화로 대변되는 권별구성.
(3) 아오마메, 덴고, 우시카와 3명의 인물명이 챕터별 소제목이 되는 인물구성.
사실 구성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은 (인물 & 시간) 이라는 소설상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축을 확인하는 중요한 절차일 수도 있다.
결국 기나긴 소설의 구성은 3명의 직접적인 서술자들이 1984년의 4~12월 간에 벌어진 일을 각자의 관점에서 주인공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을 오가면서 전달하는 형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2. 세계관의 이해.
일종의 환상 소설 처럼 이 소설의 세계는 현 시점의 이 행성이 아닌 듯한 느낌을 주인공들과 독자 모두 느끼고 있다.
현세상과 환상세계와의 구분으로 명확히 제시되는 단서는 "2개의 달" 이다.
달이 1개이면 현실세계, 달이 2개이면 환상 세계라는 말인데, 사실 어느 시점에서 세계 자체가 변해버리기 때문에 인지감각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지만 공통된 세계로 편입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2개의 달이 뜨는 세상은 액자식 구성(소설상의 소설)로 등장하는 "공기 번데기" 라는 소설에 비교적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간단히 작가의 설정을 말하라면 세계의 이전부터 존재했던 "리틀피플"이 공기번데기를 통해 "마더(엄마)"를 복제한 "도터(딸)"을 만들어 리시버와 퍼시버로 사용하여 신의 목소리를 전한다...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손댈 부분이 없으니 각자 책을 읽어보시오~)
이 사실을 인지하면 달이 2개인 세계, 모르면 달이 1개인 세계라는 말인데 여기까지가 공통적인 인지 부분이다.
그럼 앞서 말한대로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세계 인식을 살펴 보자.
소설 상에서 가장 주된 행동을 하고 세계관에 깊게 개입되는 인물은 아무래도 1권 표지모델인 "아오마메" 일 것이다.
그녀는 가장 먼저 달이 2개인 세계를 인지하게 되고, 부지불식간에 "선구"에 깊게 관련되고, 심지어 "마더 & 도터"의 관계까지 성립된다.
그녀가 이상 세계를 감지하였을 때 이 괴상한 세상에 붙인 이름이 "1Q84" 이다.
단순히 소설상의 시기가 1984년이고,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풀리지 않기 때문에 Question의 Q를 붙여 1Q84라고 한 것이다.
1권에서도 언급이 되지만 사실 "조지 오웰"이 1950년에 30여년 후의 세상을 디스토피아로 그린 "1984년"에서 차용해온 것인데, "무라카미 하루키" 조차 책의 제목을 "1Q84"로 지은 것으로 볼 때 "조지 오웰" 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한 것 같다.
전체주의 상에서 디스토피아를 그린 "1984년" 과는 그다지 큰 연관성을 보이긴 어렵지만 "조지 오웰"이 그리는 스탈린 체제의 러시아 공산주의는 "1Q84" 상의 코뮌 공동체 교단인 "선구" 의 원형으로 보인다.
그렇게 따지면 "선구" 혹은 "리틀피플"이 "빅 브라더" 가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것은 "1Q84"를 이해하는 데에는 중요하지 않은 듯, 작가는 제목을 붙인 이후에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두번째 주인공인 "덴고"가 인식하는 이상 세계는 "고양이마을" 이다.
아버지가 입원한 요양원이 있는 시골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읽은 또 하나의 액자식 구성(소설 속의 소설) 책인 "고양이마을" 에서 따온 것인데, 직접 "공기번데기"를 썼으면서도 아직 2개의 달이 뜨는 세계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덴고" 는 요양원이 있는 마을에서 실제로 "아오마메"를 감싸고 있는 공기번데기를 보게 되고,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간호사를 통해 고양이마을에서 나가야 한다는 일을 주지 받는다.
"덴고"가 고양이 마을에 있는 동안에는 NHK 수금원이었던 아버지가 병상에 신체를 남겨둔채 유체이탈? 도플갱어? 도터? 어쨌든 또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아오마메, 후카에리, 우시카와" 등의 주요 인물들을 찾아 다니는데, "덴고"가 고양이 마을을 떠나면서는 아버지는 죽고 NHK 수금원도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2개의 달을 확인한 시점 부터는 "아오마메"와 교차점이 생기면서 소설의 결말이 그려지는 것이다.
세번째 주인공인 "우시카와"는 일반인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2개의 달이 뜨는 세상을 목도한 인물이다.
전체 세상이 1Q84년으로 바뀐 시점에서 다른 어떤 사람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아오마메, 덴고"를 쫒고 있던 그는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게 되어 결국 2개의 달을 보게 된다.
사법시험을 통과한 변호사였던 냉철한 "우시카와"는 논리가 무너지고 사고가 기능을 멈추는 이 세계에 대해 강한 이질감을 느끼고 의욕 상실과 함께 과거 회귀로의 갈망만이 남게 된다.
그가 바라본 세계는 "존재할 수 없는 비논리적 세상" 라는 것인데, 다른 2명의 주인공인 "아오마메, 덴고"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함께 탈출을 하지만, "우시카와"는 그 좌절감에 빠진 사이에 벗어나지 못하고 사라진다.
여기서는 설정에 대해 메모한 부분만 쓰는 거니까 내용에 대한 더 자세한 부분은 각자 책을 읽고 생각해 보시길...
3. 불친절한 자뻑 작가.
이제 작가에 대해서 말해 보고자 하는데, 일단 그의 불필요한 수사 사용에 대한 나의 짜증을 부르짖고 싶다.
뭐, 만년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 씨는 음식, 와인, 음악...등에 있어서 자신의 취미와 감각을 책이나 에세이 기고글 같은 형식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왔고 대중들은 나름 그런 것들을 인정해 왔다.
초기의 그의 소설은 오히려 담백했을지 모르겠지만, 근작들에 있어서는 그러한 작가의 생활들이 무의식중에...혹은 의도적으로 소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소설 상에서 여러 인물들에게 주요한 테마가 되는 음악인 "신포니에타" 정도는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왜 여주인공이 맨날 "준코 시마다" 정장이나 "찰스 쥬르당" 구두에 집착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그녀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라고 보긴 하지만 그것을 굳이 상표까지 들먹이며 20여회나 서술해야 했을까...
등장인물의 성격을 나타내게 위해서라곤 하지만 굳이 그들이 매 끼니마다 무엇을 먹는 지를 장문에 걸쳐 서술할 필요는 없지 않나?
치즈에 크래커를 먹든, 주먹밥이나 레토르트 식품을 먹든, 튀김우동을 먹든, 하이네켄 생맥주를 마시든, 하이볼 칵테일을 마시든...
나중에는 "간단한 식사를 했다" 이외에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부분에서도 작가의 친절한 상황 설명은 빛을 발한다.
게다가 중요 사건이 모두 일어난 2권 후반 부터는 사건 전개는 멈추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심리적인 확인과 재확인 과정만이 나열되는데, 이 부분 또한 중첩되고 반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굳이 이렇게 늘여서 쓸 필요가 있었나...싶은 짜증이 몰려왔다.
결과적으로 총 2000 페이지가 넘는 초장편 소설의 대장정 속에서 내 판단에 20% 정도는 들어내도 소설의 내용 전개와 의미 전달에는 큰 손해는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오랜만에 유명 작가의 장편 소설을 읽는 충실한 시간을 보내서 뿌듯하긴 하지만, 그 시간 투자의 댓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요즘엔 이 책 읽지 않은 사람 만나기가 더 어려운 세상이긴 하지만 아직 안 읽어 본 사람은 시대에 뒤쳐지기 싫은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읽어봃 필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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