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로, 에로 영화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포르노나 야동은 볼수 있지만...)
기쁨, 슬픔, 감동, 연민...등은 인류 공통의 감정으로 다가갈 수 있지만, "사랑" 에 대해서 만큼은 50억 인구가 각자의 경험과 각자의 마음 속에 다르게 기억하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의 사랑 이야기, 남의 애정 행각에는 별다른 관심도, 감동도 없다.
그런 면에서 멜로나 로맨틱 코메디의 간지러움과 식상함에서 벗어나고 좀 더 본질적이고 본능적으로 사랑을 화면에 담아내는 "봉만대" 감독의 스타일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케이스라서 새로웠다.
한국의 잘만 킹!!!
"나인 하프 위크, 투 문 정션, 와일드 오키드" 등의 고급 성애 영화(?)의 창시자이자 권위자인 "잘만 킹" 과 비견된다고 방송인 "김구라" 가 말하고 다니는데, 사실 이 말보다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없을것 같기도 하다.
"아티스트 봉만대" 에서 봉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결하다.
"니들이 에로를 알아?"
"막 밑에서 찍고 다리 벌리면 될것 같지? 그럴라면 뽀르노를 찍지"
이런 대사에서 봉감독의 에로 영화 장르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 노골적 표현에 대한 거부와 차별성을 나타내고자 한다.
이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인데, 막나가는 섹스 장면만 나오는 뽀르노와 다르려면 스토리 라인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극영화의 스토리에 중점을 두자니 에로 영화의 특성이 안나타 나게 되고, 러브씬에서 최대한 사실적이고 섬세한 표현을 이루어 내야 뽀르노와 다르면서도 에로의 성적 자극을 이끌어 낼 수 있으니...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봉만대 감독의 2000년대 초반의 작품들을 보면 ("아파바"를 보았다) 나름의 스토리를 이어나가면서 꽤 길고 다양한 앵글의 섹스 장면을 보여주는데, 아직은 조악한 연출과 조잡한 연기,소품 등을 보자니..결국은 보통의 성인용 비디오물 그 이상의 결과물은 되지 못한 것 같다.
다만 그는 예전에 극단 생활을 했었고, 연극 하는 사람이라면 소싯적에 한번씩은 해본다는 "방황하는 별들" 이라는 작품으로 지방 연극제 수상 경력도 있는 사람이다.
수편의 저예산 영화를 거쳐 2000년대 후반 충무로의 상업 영화 자본으로 만들기 시작한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잎" 에서 위에서 언급한 시도들을 잘 표현하려고 하였으나 성공적이지는 못 했던 것 같다.
심지어 에로를 버리고 연출가로서의 본분에만 충실했던 상업영화 "신데렐라"는, "도지원, 신세경" 등의 배우들과 작업하여 나름대로 훌륭한 결과물이 나왔는데도 흥행에는 실패 했다.
이렇듯 그의 영화 연기와 감독 연출에 대한 능력은 의심 받을 수준은 아니며, 에로와 상업영화와의 선을 조절하려는 시도 또한 의미있는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극장 관객들은 에로를 외면하고 멜로 영화를 찾았으며, 남성 관객들은 성에 안차는 에로 보다는 야동을 찾았다.
그것이 상업영화감독 "봉만대" 의 성적표 이고, 평론가들은 5점 이상도 안주는 연출가이자 매니아들의 욕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형편 이었다.
근데 이상한 곳에서 그의 포텐이 터졌다고 보이는 것이 바로 TV 영화이다.
케이블 TV에서 상영 목적으로 만든 2005년작 "동상이몽" 과, 2011년작 "TV 방자전" 은 그 작품성과 흥행에서 동시에 성공을 하였다.
이것은 봉감독의 열정의 에로가 극장 영화의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서 좀 더 자유롭게 꽃 피웠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내 생각에는 "돈주고 보기 아까운 감독의 영화인데, TV에서 공짜로 보니까 생각보다 재미있고 야하다" 라는 결론이라고 본다,
돈주고 보는 관객과 공짜로 보는 시청자의 차이??? 라고나 할까...
어쨌든 봉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 로 돌아오자.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영화 속의 또 다른 영화가 촬영되고 있으며, 일종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절대 에로영화로만은 볼 수 없는 구성의 참신함이 있다.
스토리 또한 일반 영화에서 모자란 에로 장면을 찍기 위해 고용된 에로 전문 감독...이라는 기발한 착상이 돋보인다.
또한 연극제 연기상 수상 경력의 "봉만대" 감독이 직접 주연으로 출연하며, 에로 배우, 누드 모델...등의 딱지를 벗고자 연기를 하지만 또 그 섹시함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여배우 "곽현화, 성은, 이파니" 등과 열연을 펼친다.
극중 조감독으로 나오는 "이선호", 남자주연배우로 나오는 "여현수" 는 "TV 방자전" 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배우들이라 그런지 영화에 잘 녹아 있다.
까메오 격의 조연으로 출연한 실제 유명 감독인 "임필성" 감독도 대따 웃기고ㅋㅋ
시나리오는 영화의 제목과 같이 아티스트, 에로 영화의 감독 으로서의 "봉만대" 감독을 조명하는 내용인데, 이 짧은 영화에서 충무로에서 에로장르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배우들이 에로 출연을 얼마나 싫어하고 부끄러워 하는지 부터 시작해서, 열악한 영화 촬영 현장, 한국 관객과 투자자의 보수성...등을 잘 담아 내었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는 주인공 "봉만대" 가 직접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에로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싱 넘치는 태도와 자신감 있는 연출...그리고 결국 외면 당하고 버림받게 되는 에로 장면의 가치...더불어 되돌아 오는 자괴감과 허무함...
이러한 것들은 아마 봉감독이 한국에서 20여년간 에로 영화를 연출하면서 느낀 감정일 텐데...그것이 잘 녹아 있고 관객에게 잘 전달 된다.
잘 만든 영화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이 영화는 다큐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감동 받을 만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봉감독 이름에 야한 장면만 기대하면서 본 마니아 들은 실망할 정도의 노출이니...
결과적으로 상업적 성공과 에로 마니아의 지지를 둘다 만족시지 못하는 것은 어쩔수 없나 보다.
정식 감상평 게시판이 아닌 곳에서 보이는 "아티스트 봉만대" 검색 결과는 대부분 "곽현화 가슴 진짜냐...수술한거 아니냐...대역 아니냐..." 가 전부라는 아스트랄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라고 추천하고 싶다.
비슷한 경로를 찾아서 극장개봉 상업영화를 만들었으나 작품성, 흥행성 말아먹은 "방성웅" 감독의 "마법의 성" 같은 경우에 "구본승, 강예빈, 이주현" 등의 유명배우들을 써놓고도 조악한 에로 비디오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최근 2011년작인 "완벽한 파트너" 의 "박헌수" 감독의 경우에 "김영호, 김혜선, 윤채이" 등의 유명배우들을 데리고 매우 자극적이면서도 가볍게, 그리고 질척거리지 않게 세련된 상업 에로영화를 만들어 낸 경우라고 보여진다.
"완벽한 파트너" 의 경우, 난 매우 높게 평가하는 영화인데 일부 관객들은 크로스 섹스, 등장인물들의 나이차이, 항문 성애 등의 이유로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이 많으나...위에서 말한 에로와 내러티브가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좋은 예라고 생각하고 한번 볼만 하다.
어쨌든 "아티스트 봉만대" 는 좋은 영화이고, "봉만대" 는 위대하다.
그리고 "완벽한 파트너" 도 한번 보시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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