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11 [책] 피를 마시는 새 (이영도作). 5
  2. 2009.02.11 [책] 눈물을 마시는 새 (이영도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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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작성된 글입니다).

주의 1> 이 글 전체가 모두 심각한 스포일러임에 주의하시오.
주의 2> 이 글은 A4용지 글자크기 10으로 총16장에 달하는 매우 긴 글입니다.

 
벌써 몇 달의 시간을 “이영도”라는 작가에게 빠져 보냈다.

“드래곤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폴라리스 랩소디”...

이젠 그의 세밀한 묘사와 함께 보여주는 설명 없는 행동과 대사 위주의 서술도 친밀하게 느껴진다.

이번에 글을 쓸 “피를 마시는 새(이하 피마새)”는 얼마 전에 글을 쓴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의 후속편에 해당하는 소설로 양장본 8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사실 세계관이나 설정에 대한 부분은 이전의 “눈마새”의 독서감상평에서 A4용지 14장 분량의 논평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고 작가의 주제와 소설의 내용에 대한 부분에 관한 주관적 관념만을 서술하겠다.

(이전의 글에서 너무 정력을 소모한 나머지 긴 글을 쓰는데 지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무슨 미친 짓이냐고 걱정을 해서 앞으로 글을 좀 짧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이번 글도 쓰고 보니 어느덧 A4 16장... @.,@)

 

1. 제국의 성립과 유지.

“피마새”의 세계는 “눈마새”의 대호왕 사모페이”가 남부의 나가들을 정복한 후로 30~50년이 지난 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천년 전에 사라진 고대 아라짓 왕국 이후에 최초로 “제국”이라는 개념으로 여러 왕국, 부족들이 통합되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제국이라는 통치 개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많은 무리수 가 있었을텐데, 작가는 “눈마새”에서 이미 노출되었던 여러 가지 독특한 소재들을 이용하여 그런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1-1. 하늘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물고기인 하늘치는 묘사된 그 크기가 거의 산맥이나 도시에 비견될 만 하다.

“눈마새”의 막바지에 드디어 하늘치의 등 위로 오르는 데 성공한 인간들은 그 등위에 도시를 건설하고 제국의 수도 로 삼는다.

이로 인해 행성 전체를 아우르는 제국의 범주에서 수도인 “하늘누리”는 어느 한 지역에 묶여있지 않고 하늘을 날아서 제국의 하늘 어디에나 이동하여 머무를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의 봉건 영주제도 하에서의 지방에 대한 견제와 동시에 사회,문화,물류의 쏠림 현상을 막는 다면적 역할이 가능 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수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천재지변에 대해서도 안전할 수 있고, 수천년동안 죽은 하늘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수명 또한 무한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후에 말하게 될 1만6000년동안의 “인류 구원 계획”에 꼭 필요한 기함 이 된다.

그리고 그 거대한 크기와 이동성 때문에 소설상의 세계에서는 그 존재 자체가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황제가 가진 행정수도 “하늘누리”공격형 하늘치 “말리”이외에도 공격을 위한 무기로서 하늘치를 소유하려는 자들이 당연히 생겨나게 되고, 드디어는 하늘치의 비밀이 밝혀진 시점에서 “이이타 규리하”에 의해 최초로 일반인이 하늘치를 소유하게 된다(이름은 “소리”라고 함).

그러나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하늘치의 정치적 위치 보다는 그것을 유산으로 남기고 간 제5종족, 즉 “빛의 종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늘치의 존재는 원래 제5종족이 약속의 시간이 왔을 때 다른 4종족의 후손들을 이끌기 위해 남겨둔 유산의 정수이다.

단순히 하늘을 나는 능력 이외에 가장 중요한 능력인 “무한한 가능성”을 유심히 보아야 하는데, 처음에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계단”이라는 물질적 성취를 이루면서 그 존재를 알아채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주체인 인간의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의 보통 인간은 상상력의 한계 때문에 “환상계단”조차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제국 역사상 천재로 기록되는 최초의 인물인 “라수 규리하”“환상계단” 뿐만 아니라 “환상벽”이라는 예언장치도 만들어 내었고, 하늘치가 인간의 의지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실 또한 밝혀 내었으며, 이런 내용을 “천경비록”이라는 책에 남겨두어 “아실”“제이어 솔한”, “이이타 규리하”가 하늘치를 움직이는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하지만 “라수 규리하” 이후로 가장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으면서 동시에 “바보”라고 불리울 정도로 엉뚱한 일을 많이 벌이던 규리하백작 “정우 규리하”와 제국의 율형부사 “사라말 아이솔”의 2명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또 다른 방향으로의 하늘치의 “상상력의 가능성의 무한함”을 증명하고 이용해 내었다.

“정우 규리하”는 최초로 “환상계단”을 물질적 한계에서 벗어나게 하여 하늘을 날아다닐수 있게 되었으며, “사라말 아이솔”은 상상력을 물리적단계의 최고조로 발전시켜 “환상근육”을 만들어 자신의 힘을 인간을 넘어서는 초인의 경지로 만들어 인간 최초로 레콘을 때려죽인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하늘치는 “빛의 종족의 선물”인데, 그 제5종족은 행성상에 남아있지 않고 모두 사라졌다.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제이어 솔한”이 하늘치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그것을 “정신의 단계”에 적용 하여 육체의 한계와 시간의 한계를 벗어난 정신의 상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신적 존재가 되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위의 사실에서 추론해 본다면 하늘치는 제5종족의 능력의 정수이며, 그것을 이용하면 제5종족과 같은 최고의 정신단계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위에서 실명을 언급한 천재들이 말하는 대로 “하늘치는 약속의 시간이 되면 인간에게로 내려와야 하는데, 억지로 사람들이 하늘치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시간이 어그러졌다”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결론을 내리자면 하늘치의 존재는 제국 성립과 1만6000년의 통치에 꼭 필요한 존재임과 동시에 소설상에서 드러나는 모든 가능성과 실체들에 대한 전제로서도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1-2. 사어(蛇語).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라는 천재가 단시간내에 제국을 조직, 단결시키고 통치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나가들의 원거리 통신수단인 “사어”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특수한 나가의 초능력인 “정신억압”을 통해 뱀을 움직여 제국 어디에든 뱀단지가 있는 곳에는 실시간으로 황제의 의지와 뜻,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사어는 나가만이 부릴 수 있는데 그 숫자가 적은 데다가, 제국의 대부분을 이루는 북부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나가들이 활동할 수가 없다.

따라서 황제가 소수의 뱀부리미 나가들을 하늘누리의 “세번째 방”이라는 방에서 난로를 피우면서 데리고 다니면서 자신의 명령을 제국의 여러 도시로 보내고, 도시에서는 사어를 보기만 할 뿐 자신들의 의사를 역으로 황제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는 단점을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수단 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는 정말로 귀중한 것인데, 예를 들자면 원시시대에 초고속 FTTH 광랜이 깔려있는 것 같은 느낌?

어쨌든 드넓은 제국에서 “하늘치”를 통해 거리의 개념을 소멸시키고, “사어”를 통해서 절차와 수단의 소멸을 가능케 한 원시제의 계획은 10여년만에 제국의 체계를 완성시키고 그것을 넘어서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안정성 마저 후손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하지만 위의 2가지에 절대적 의존성을 가진 제국의 내구성은 마치 유리로 만든 성과 같기 때문에, 소설의 중반부에 하늘누리를 잃게 되고, 그에 따른 황제의 사어를 전할 수 없게 된 제국은 그야말로 사분오열...난장판이 되어버리고 만다.


1-3.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

“눈마새”에서 화신의 한명으로 등장했던 유아 상태의 그리미가 성장한 후에 “대호왕 사모페이”의 은퇴후 황위를 물려받은 이가 “원시제”이다.

“눈마새”에서 화신으로 등장한 4명 모두 비범한 자들 이었는데 그 중에서 현생에서 소멸한 “케이건”“치우”를 제외하고 “그리미”“타이모”는 모두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역할을 했다.

특히 그미리는 고금에 다시 없은 천재로 등장하는데, 소설의 초,중반에는 단순히 10여년의 짧은 생애 동안에 제국의 성립과 안정을 해 내었다는 초인적인 능력을 말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등장하는 “인류 구원 계획(이건 그냥 내가 부르는 명칭)”을 입안했다는 점에서 그는 신(神)격이 되어 버렸다.

어쨌든 그리미 마케로우가 없었다면 제국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2. 주제- 정치, 그리고 합의점 없는 대립.

 2-1. 개인의 주제에서 다수의 문제로...

“눈마새”의 주제는 “제왕론”이었다고 저번 글에서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4마리 형제 새”에 대한 전설 중에서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해석과 더불어 그 시기를 살던 사람들에게 끊이지 않았던 논제였기 때문이고, 스스로 죽고자 하는 왕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어떤 왕이 되는 가에 대한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지만 이번 “피마새”에서는 완성된 제국 내에서 종족 혹은 집단으로 대표되는 다수들의 갈등이 문제가 된다.


2-2. 서약지지파.

가장 먼저 제국과 황제에 대한 반기를 드는 집단은 “서약지지파”이다.

정치적 체계가 잡히면서 어느 사회에나 있는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존재하게 된다.

그 당연한 이치 속에서 전통있는 지방인 규리하의 변경백(백작의 지위)인 “아이저 규리하”를 필두로 한 “서약지지파”는 단순히 지배자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다는 당연한 일에서 출발한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오히려 충성에 대한 담보를 스스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배자 입장에서는 매우 기뻐할만 한 일이다.

그러나 “치천제 이라세오날”은 그들의 충성에 대한 명문화를 거부하고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다는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섬멸을 명한다.

굳이 충성을 맹세 하겠다는 “피지배자”
굳이 충성이 필요 없다 “지배자”...

이런 이상한 이유 때문에 계속되는 피바람이 불게 된다.


2-3. 분리주의자.

이것은 “레콘”이라는 종족 전체의 문제인데, 최후의 대장장이의 딸인 “타이모”가 쥐딤에서 주창하였던 것이다.

당시 쥐딤에서 수천의 레콘이 모여 발기하였는데, 주된 내용은 레콘이라는 종족의 특성에 기인한다.

이미 밝혀져 있다시피 레콘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성격 을 가지고 있고 평생을 자신만의 숙원을 이루기 위해 살기 때문에 결코 다른 사람, 레콘들과 연합하거나 집단을 이룰 수 없다.

“눈마새”의 초기에는 나는 이것을 작가가 소설속의 세계관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만 생각했었다.

다른 모든 종족의 능력과 힘을 뛰어넘는 절대적 강함을 가진 종족이 뭉치게 된다면, 너무 극강한 힘이 한쪽에 몰리게 되어 세계가 구성될 수 없다.

“물”을 싫어한다는 약점은 이미 여러차례의 실례를 통해 레콘이 극복 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때문에 이 최강종족에 대한 페널티로서 “개인주의”를 안겨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한대의 탱크도 보병 1개중대를 이기진 못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 법칙조차도 “피마새”의 세계에선 흔들리게 되는데 바로 “분리주의”의 태동 때문이다.

현재의 제국은 “레콘,나가,인간,도깨비”의 4개 종족을 모두 묶는 초종족적 집단인데, 레콘을 제외한 다른 3개 종족은 원래 집단 정치체제를 이루고 살고 있었기 때문에 제국의 체제에 거부감이 없었지만, 레콘만은 뼛속 깊은 개인주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모일 수가 없다는 점에서 분리주의는 출발한다.

따라서 “타이모”는 일단 제국의 테두리 바깥에서 레콘끼리의 공동체를 꾸려서 집단에 대한 경험을 쌓은 후에 다시 제국에 레콘에 편입되어야 한다는 “제국으로부터의 레콘의 분리”를 제창하게 된다.

하지만 지성과 인격은 종족적 본능을 앞서지 못한다.

사실 “타이모”는 이런 비스무레한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그것을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하고 주장하며 레콘들을 끌어모으지 않았다.

이것은 “타이모”을 따라다니던 천재 인간 소녀...“아실”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실”은 레콘 속에서 자라났고, “타이모”를 따라다니며 그녀의 사고를 훔쳤는데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레콘의 눈높이에서 그 사상을 발전시켜 “레콘의 분리주의”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밝힌다...

그것이 레콘 자신이 아닌 인간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에 매우 아이러니컬한 상황인데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 허점을 놓치고 있었다.

그러나 또한 소설속의 인물인 발케네의 공작 “락토 빌파”는 목적은 다르지만 그 또한 레콘의 집단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리주의”가 레콘의 사상이 아닌 인간 “아실”의 혼자만의 생각이라는 결론을 독자에게 안겨준다.
(그는 레콘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가 아니라 레콘을 집단화 시켜 군대를 만드려는 목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분리주의” 또한 공고한 제국의 체제를 부정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였기 때문에 “치천제 이라세오날”은 대장군에게 명령하여 쥐딤에 모인 레콘을 모두 죽이거나 “절망도”라는 섬으로 유배보내게 한다.


2-4. 피지배자가 원치 않는 지배자의 오지랖.
(인간이 원치 않는 인간의 구원).

이 부분이 아마 “피마새”를 관통하는 문제임과 동시에 주제의식이 될 것이다.

제국 역사상 최고의 천재였던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는 자신의 뛰어난 지식과 함께 제5종족의 선물인 하늘치의 무한한 능력을 이용하여 현생 인류가 멸망에 이르게 되는 시간과 그 희생자의 숫자를 계산해 내게 된다.

1만6000년의 시간이 흐를 때 까지 인간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과 다툼을 통해 500조의 인명이 희생되는 것이다.

최초로 제국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지만 제국의 약한 내구성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던 원시제는 거의 영생에 가까운 1만6000년의 시간동안 제국을 효과적으로 통치하면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경악할만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행정수도의 역할을 하는 하늘치인 “하늘누리” 이외에 제2의 전투형 하늘치인 “말리”를 건조하여 空대地 무기를 탑재함과 동시에 심장을 적출하여 불사의 능력을 가진 나가(“아라짓 전사”라는 별명으로 불리운다)들을 냉동하여 보관하고 있다가 제국이 위험에 쳐했을 때 “말리”와 함께 불사의 나가들이 나타나서 위기를 바로잡고 다시 냉동상태로 돌아가 대기한다는 계획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1만6000년의 시간 동안 제국을 통치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계획한 것은 “원시제”였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치천제 이라세오날”인데, 그렇다고 “원시제”가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냐...하면 그것은 아니다.

“원시제”는 “치천제”를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원시제는 고금에 다시 없을 천재였지만 천명이 짧아 수명이 20년이 안 되었다...이건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하겠다.)

어쨌든 소설 종반에 밝혀지는 이 계획(음모)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소설을 경악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일종의 “성악설”에 기반을 둔 이 계획은 그 목적은 옳은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방해되는 모든 인간들을 죽여버리는 수단의 잔인함, 거의 영생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인간을 통치하겠다는 광오함, 피지배자인 인간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보호라는 논리적 취약점...

이러한 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향과 방법으로 거부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다.

 

 

3. 변화의 움직임.

 3-1> 발케네 가문.

“피마새”에서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봉건영주 가문으로, 선대인 “락토 빌파”부터 시작하여 현세의 “스카리 빌파”에 이르기 까지 황제에 반항하며 반란을 일으킬 생각만 하고 있다.

그들은 황제의 “인류 구원 계획”을 알기 이전부터 제국과 황제의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본의 아니게 제국과 세상의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바보인 “스카리”와 달리 연륜과 총명함이 있었던 “락토”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제국을 관찰하고 “아실”의 분리주의까지 독탐한 끝에 자신의 “레콘 군대”를 만들어 내어 제국에 도전을 하는데, 레콘이라는 종족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클 것이다.

또한 “눈마새”의 시대에 있었던 나가와의 전쟁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발케네의 선조들은 “대호왕 사모페이”와 도깨비 성주 “바우 머리돌”의 은혜로 얻은 3개의 “도깨비 감투”가 있었는데, 완전한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이 비현실적인 아이템으로 인해 발케네는 수없이 많은 위기를 이겨내고 수많은 음모에 휩싸이게 되어 제국 역사에 중요한 부분에서 빼 놓을 수 없게 된다.

 

3-2> 가짜레콘.

이 역시 “아실”이 만든 개념인데, 레콘의 가장 큰 특징인 “개인주의”와 “숙원추구”를 저버린 레콘들을 말한다.

“락토 빌파”가 만든 “레콘 군대”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포착되는 레콘들의 집단 형성은 레콘 종족의 존재의의에 큰 위협이 되는데, 정작 레콘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므로 그 위험성이 더욱 크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종반에 나타나는 의존형 레콘...“뭄토”로 대표되는 “숙원이 없는 레콘”은 그런 예의 대표가 되는데, 개인주의의 자존심과 숙원추구의 목적의식이 결여된 그는 “가짜레콘”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후에 그는 그런 “숙원 결여” 때문에 황제인 “치천제 이라세오날”“정신억압”에 가장 쉽게 조종당하는데, 황제의 “정신억압”은 원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하고자 하는 일이 없는 “뭄토”는 황제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되고, 종내에는 나무로 변태한 황제의 새로운 몸, 신체로서 목숨을 내 놓게 된다.

또한 “레콘이 레콘이 아니게 된다”는 말의 해석처럼, 물에 빠지고도 멀쩡한 레콘들이 늘어나고, 개인의 숙원이 아닌 사회와 세상을 위한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들이 나타나는 점은 분명 레콘세계 전체의 변화를 대변하는 것이다.

 

3-3> 칼리도의 백작, 황제의 대장군, 제국 유일의 만병장...“엘시 에더리”.

어찌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는 칼리도의 백작이며, 황제의 대장군이며, 제국에서 유일하게 1만명의 인원을 어떤 이유에서건 마음대로 징집하여 부려먹을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가진 1인이다.

한마디로 황제 이하 지상 최고위의 인물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는 젊고 유능하며 검술이 뛰어난 군인이며 사리가 분명하고 국수급의 바둑실력을 자랑하는 뛰어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황제의 무한한 지지와 사랑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질투의 의구심을 가지게 하고, “엘시 에더리” 자신 또한 그점에 대해 부담감과 함께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명의 인간에 대한 다양한 시각에 의한 평가가 엇갈리게 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황제는 자신이 1만6000년간 시간을 초월한 막후의 지배자가 되는 대신에 현세의 황제의 자리를 능력있고 자질이 훌륭한 인간에게 넘겨주고 싶어하는데, 그 인간이 바로 “엘시 에더리”이기 때문에 그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복종심을 주지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에 보통의 인간들, 대다수의 인간들은 평소에는 엘시에 대한 황제의 편애를 배아파 했지만 제국의 수도인 “하늘누리”와 황제가 한꺼번에 사라져서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그 혼란을 잠재우고 다시 제국을 일으킬 사람은 엘시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같이 공감하였다.

어쨌든 그는 여러모로 훌륭한 인물인데, 황제의 사랑과 군인으로서의 자신의 의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인류 구원 계획”이 밝혀진 시점에서 모든 이들이 황제를 공격하려 할 때에도 쉽게 황제를 배반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우유부단함이 아니라 “강직함”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 한데, 그의 판단과 행동이 보는 이를 답답하게 하긴 하지만 절대 “잘못된 일”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예인 약혼녀 “부냐 헨로”에 대한 일처리에서도 그는 자신의 지위로 얼마든지 죄수 신분의 그녀를 구할 수 있었지만, 제국법을 어긴 죄인을 자신의 손으로 풀어줄 수 는 없다는 판단 때문에 직접 그녀를 구해주지 않고 국가와 황제에게 공훈을 세워서 황제가 그녀를 사면하게 하는...매우 답답한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충실한 대장군이었던 그였지만, 도깨비같은 인간인 “정우 규리하”를 만나면서 그 생각의 자유로움과 “밤의 다섯 번째 딸”의 감화로 인해 생각과 행동의 장벽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다가 황제에 대한 그의 마지막 충성심을 사라지게 하는 촉매로 황제의 정신억압”이라는 절대적 카드가 등장하게 되는 바람에, “황제를 죽이는 일이 아니면 모두 정신억압으로 의심된다”는 논리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래서 그는 황제를 심판하고, 황제를 죽이고, 황제를 살리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3-4. 불을 못 쓰는 도깨비와 도깨비같은 인간.

자신의 본성과 본능에 반하는 매우 이질적인 존재이지만 반면에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즈믄누리 도깨비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생물을 불에 태워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무사장 탈해 머리돌”은 절대 뜨거운 불을 만들 수 없다.

인간이지만 태어나자 마자 즈믄누리로 보내져서 자란 “정우 규리하”는 인간이기 보다는 도깨비의 마음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어설픈 도깨비 두 마리는 떼어놓고 보면 무척 웃긴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지위와 해내는 일들을 본다면 “피마새”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력이 될 것이다.

유순하고 평화적인 이들은 매우 단순하게 “왜 황제 생각대로 해야 하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아무런 윤리적, 도덕적 고민 없이 할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국과 세상의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탈해 머리돌”은 현세계에 존재하는 단 2마리의 용 중에 하나인 “개밥바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한 마리의 용을 상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힘이 된다.

또한 “정우 규리하”는 인간의 몸이지만 도깨비들의 가장 큰 힘이자 신비인 “밤의 5명의 딸” 중에서 5번째 딸의 힘...즉 “꿈”이라는 말도 안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황제가 공포심을 느끼는 단 한명의 존재가 된다.

 

3-5. 변화 그 자체를 의미하는 “용”.

참 존재감이 없지만 간간히 그 존재에 대한 단서를 소설 전개상에서 흩뿌리는 존재가 바로 “용(dragon)”이다.

“눈마새”에서도 나왔지만 “용”은 키우는 사람이 원하는 어떠한 형태로든 자랄 수 있기 때문에 그 무한한 가능성은 곧 무한한 힘이 되고 무한한 공포가 된다.

초반에 2마리의 용이 현세에 존재한다는 단서 이후로 독자들은 계속해서 “용이 어디 있을까? 무엇으로 변했을까? 혹시 저사람 아니야?”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존재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결과로 나타나서 독자들을 경악하게 한다.

그 “가능성”의 “변화” 때문에 세계의 가장 큰 변수인 2마리의 용은 그렇게 상대 진영에서 등장하여 각자의 주인이 원하는 “변화”의 개념으로 변화를 실행한다.

 

 

4. 화자의 변.

황제가 황태자인 “엘시 에더리”를 보좌하기 위해 선물하려고 구상한 차세대 三顧인 세명이 주된 화자가 되는데, 이외에도 소설 상의 다양한 생각들을 대변하는 중요 화자들에 대해 말해 보겠다.

 
4-1. 실패를 원하는 자, “제이어 솔한”.

소설을 이끌어 가면서 가장 독립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적재적소에 등장해 모든 사건에 연루되거나 막후조종을 하면서도 거의 유일하게 황제의 조종(정신억압)을 스스로 벗어나는 인물이다.

혹자들은 “살인기사”, “실패를 위해 일을 벌이는 이상한 사람” 정도로 그를 평가하지만 그는 스스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진 자였고, 그렇기 때문에 황제도 그를 삼고의 한명으로 임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의 뛰어난 두뇌로 황제의 계획을 읽어내고 황제의 계획을 망치기 위해 정신억압을 벗어나 황제에게 도리어 큰 타격을 준다.

그리고 제5의 선민종족이 준 선물인 “하늘치”의 무한한 능력의 비밀을 깨달은 2사람중에 한명이 되어 결국은 제5종족과 같은 빛...즉 정신 차원의 존재로 탈바꿈되어 시공간을 넘나들며 살게 된다.

결국 그의 존재는 황제에게 반대하여 황제의 목적을 드러내게 하다가, 황제의 손이 되어 움직여서 혼란을 주다가, 황제의 뒷통수를 쳐서 극적 재미를 주다가, 결국은 황제를 뛰어넘어 하늘치의 약속을 이행하는 단 한사람이 되는 것이다.

 

4-2. 장애와 결핍의 천재, “아실”.

그녀는 작고 힘없으며 애꾸눈의 소녀이다.

분리주의의 시초인 “타이모”를 따라다니다가 레콘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간이 되었고, 그 천재성으로 레콘도 생각해 내지 못한 레콘의 독립, 즉 “분리주의”를 완성해 낸다.

쥐딤에서의 사건에서 타이모와 레콘들을 잃고 자신도 장애인이 된 이 불쌍한 소녀는 “황제사냥꾼 지멘”과 함께 단 둘이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제국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치룬다.

타이모의 죽음 때문에 황제를 증오했지만, 그 뛰어난 머리로 황제의 계획을 알아챈 이후에는 자신을 지탱하던 “증오”를 잃고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캐릭터가 된다.

종반에는 지독하게 비관적이고 수동적이 되는 존재이지만, 그녀는 세계에서 단 한명, 스스로의 지식과 힘으로 “하늘치”를 움직인 사람이었으며, “제이어 솔한”이 나아가게 되는 정신적 단계에 대해서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천재로 하늘치의 목적과 비밀을 아는 단 2사람중의 한명이었다.

그는 “락토 빌파”, “황제”, “레콘” “제이어 솔한”등의 인물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끌어냄과 동시에 스스로 이 소설 상의 개념들에 대해 설명하고 보여준다.

“분리주의”를 정의하고, “하늘치”를 움직이며, “황제의 계획”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녀가 갑작스레 “증오”를 잃고 비관적인 천사가 되는 것에 대한 독자의 상실감은 그녀가 “나늬”라고 불리운다는 점에서 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종족을 뛰어넘어 모든 이에게 예쁘게 보인다는 전설의 미녀 “나늬”는 애꾸눈의 작고 더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세상과 맞서고 있었던 것이다.

 

4-3. 죽어서도 제국을 생각한 태위, “팔리탐 지소우”.

사실 “팔리탐”은 태위의 이름이 아니라 그의 영이 들어간 군령자의 이름이고, 태위의 이름은 “레이헬 라보”인데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팔리탐”의 이름을 써야 맞다고 본다.

“눈마새”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군령자는 죽어가는 다른 사람의 영을 자신의 몸에 거두어 들일수 있기 때문에, 군령자의 몸에는 여러 개의 영이 공존할 수 있다.

“팔리탐”은 발케네공 “락토 빌파”부터 “스카리 빌파”까지 빌파 가문에 충성을 바치는 가신일 뿐이지만, 그의 능력은 대단한 것이다.

허황된 빌파 가문의 꿈인 “레콘 군대”를 만든 것도 그의 힘이고, 멍청한 주군을 지키기 위해 “엘시, 정우, 심지어는 황제”와 맞서 싸운 용감한 사람이기도 하다.

더군다다 그의 몸에는 죽은 태위의 정신이 있어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가장 명확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황제가 “황태자 엘시”에게 주려 했던 3명의 삼고중에서 마지막 한명이며, 3명중에 유일하게 끝까지 황제에게 충성을 다한 인물이기도 한데, 특히 하늘누리와 황제가 사라진 기간 동안에 제국의 위기를 여러차례 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그는 황제와 제국의 영원한 제1의 공적인 발케네 공작 가문의 가신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그의 번뇌와 후회 등의 아이러닉한 상황은 참 가슴 아프기도 하다.

 

4-4. 운명을 개척한 돌아이, “사라말 아이솔”.

행동으로써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제국의 “율형부사”라는 사법권의 최고지위인 법무부장관 정도의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하늘누리에서 황제를 보좌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발케네 전투에서 하늘누리가 빙해 아래로 추락하고 황제가 실종되면서 고난의 여행을 하던 도중 자신을 보호하던 레콘 “아트밀”과 우정을 나누고 황제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나간 후 최초로 황제에게 도전하는 인간이 된다.

“인간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권”황제 단 한사람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고 결정하고, 율형부사의 권한을 이용하여 황제를 고소하고 심판하겠다고 황제 면전에다 대고 말한 용감한 인간이다.

그는 원래 좀 엉뚱하고 바보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의 천재끼를 감추기 위한 기행이었다기 보다는 원래 천성이 그런 자유스러운 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의 그런 순수함과 자유스러움은 “하늘치의 가능성”을 최고조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했는데, 그는 제국 최초로 “환상계단”이 물리적으로 인간의 몸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으며, 그 “환상근육”의 힘을 황제의 군대와 싸울 때 스스로 입증하여 인간 최초로 레콘을 때려죽인 사람으로 기록된다.

결국 황제(용)에게 불태워져 죽은 최초이자 마지막 인간으로 남는 기록도 세우지만, 황제에게 도전했던 그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을 귀감시키게 된다.

 

4-5. 용 A.K.A 황제 치천제 이라세오날.

사실 이 소설 상의 최고의 반전은 죽었던 황제와 하늘치가 되돌아오는 장면이 아니라 “황제는 용(dragon) 이었다”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마지막 용인 “아스화리탈”의 포자가 2개 남겨져서 하나는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에게 보내지고, 나머지 하나는 즈믄누리의 도깨비 성주 ”바우 머리돌“에게 보내졌다는 단서가 등장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 용들이 도대체 무엇으로 변했고 언제 등장할 지 고민하게 된다.

전편인 “눈마새”에서도 밝혀졌듯이,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식물이다)은 그것을 키우는 주인의 생각대로 자라나게 되는데, 그 엄청난 가능성의 무한함 때문에 가공할 존재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 2마리의 용 중에서 한 마리가 황제라고 밝혀지는데...

그 충격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다(차라리 “엘시 에더리” 였다면 이해가 갔을지도...).

이전에 “원시제 그리미 마케로우”가 어떻게 차기 황제인 “치천제 이라세오날”을 만들기 위해 남부의 나가들의 도시로 가서 심장적출을 했는지 내용이 너무 자세하게 등장하는 데다가, 나가 특유의 “니름”도 할 수 있고, 온도에 민감한 나가의 특성까지 가지고 있으니...

대부분의 독자들은 당연히 황제는 “나가”라고 생각했지, 감히 의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일한 단서는 황제가 하늘에서 “아실”과 싸울 때 “황제는 왜 혼자 하늘치를 움직이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으로 제시되는데, 그 점은 작가가 “황제는 행성상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5가지의 종족에 속하지 않는 식물이기 때문에 하늘치는 그의 명령을 듣지 않는다”라는 친절한 설명을 해주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어쨌든 그는 식물이지만 “원시제”“나가”를 상상하며 키웠기 때문에 완벽한 “나가”의 외모와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천재였던 “원시제”의 바람대로 냉철한 천재 통치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이루어 내게 된다.

또한 식물이므로 자유의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그 생각과 행동은 주인이었던 “원시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며, 때문에 “원시제”의 계획인 “인류 구원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하게 된다.

용은 자신이 믿었던 “엘시 에더리”를 포함한 “세명의 삼고”의 배반, 또한 모든 사람들의 적대행위가 계속되자 그는 용의 武力으로 그와 원시제의 신념을 관철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 또한 범상한 인물은 아니었듯이, “성악설”에 근거한 원시제의 유지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인간 스스로는 지킬 수 없었던 “한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에 납득하고 스스로를 불태워 자폭하게 된다.
(물론 “엘시 에더리”에 의해 죽지는 않고 그의 하늘치 “말리”와 함께 우주를 유랑하게 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반대하고 없애야 한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하게 된 계기에는 “정신억압”이라는 개념이 꼭 등장해야 한다.

“정신억압”은 원래 “나가”들의 특징으로 훌륭한 능력을 가진 나가 조차도 기껏해야 동물 정도를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원시제”에 의해 “최고의 나가”로 만들어진 용은 인간마저도 정신억압으로 마음 먹은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러 가지 정황에서 밝혀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던지 그것이 자신의 의지인지, 아니면 황제의 정신억압에 의해 행해지는 것인지 의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과, 주위 사람들과, 황제와...세상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던 “엘시 에더리”마저도 황제를 죽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황제를 죽인다”는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황제에게 정신억압 당하고 있을 확률이 높으므로, 그 명제에 반하기 위해서는 황제를 죽이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소설의 막바지에 “짐은 그런 식으로 정신억압하지 않는다”는 황제의 말에 의해 용은 다만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하는 데에만 정신억압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 “정신억압”의 가능성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음모의 소재로 소설을 이끌어 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그 충격도 매우 컸다.

어쨌든 “성악설”에 입각하여 “모든 인간은 서로 싸우고 죽이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광오한 생각은 “원시제”“치천제”오지랖 넓은 참견이었다고 작가에 의해 결론지어 지는 것으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마무리된다.

또한 용이 아닌 “황제로서의 이라세오날”을 보면 그는 “인류 구원 계획”을 시도함에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정하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민다.

즉, 자신은 어차피 “만들어진 생명체”이기 때문에 명예와 공명심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나 “말리”에 숨어 세상을 관조할 뿐 역사의 전면에는 나서지 않으며, 대신 야사가 아닌 역사의 전면을 이어나갈 신황조(엘시 에더리 황조)의 탄생에 누가 되거나 방해가 될 만한 인간들을 모두 죽이고 그 피의 값을 본인의 몫으로, 즉 악명만을  가지고 죽을 생각을 한다.

여기서 다시 “눈마새”“피마새”를 관통하는 “네 마리의 형제 새”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살지. 누구도 내놓고 싶지 않는 귀중한 것을 마시니.

하지만 그 피비린내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하지 않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피를 마시는 새”는 바로 황제인 “치천제 이라세오날”을 말함이다.

그는 남부의 나가들을 섬멸하고, 참람되게 칭왕을 한 “지키멜 퍼스”를 처벌하고, “서약지지파”의 이름으로 반왕하는 규리하를 정벌하며, 언젠가는 황제의 뒷통수를 치게 될 발케네를 초토화 시킨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이 흘린 피를 마시고, 모든 인간들이 퍼붇는 악명을 스스로 안고 사라지려 한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1만600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동족도 아닌 생물들을 살리겠다고 외로운 여행을 해야만 한다.

이러한 자기희생적인 아집은 주체자의 입장에서는 성스럽고 고귀한 정신이겠지만, 알다시피 곁에서 보기에는 독단에 사로잡힌 독재자의 횡포로 밖에 평가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
간단히 쓴다고 해 놓고는 또 A4 16장이구나!!!

너무 긴 작품이어서 읽느라 힘이 좀 들었고, 이 글을 쓰는데도 2일이나 걸렸다.

어쨌든 그만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에 별로 억울한 마음은 안 든다.

 
그럼 다음에 또 이영도의 세계에서 빠져 나왔을 때 글로 만납시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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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3일 작성된 글입니다).

흠...
허...
참...
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내가 수없이 되뇌였던 감탄사였다.
 
이전의 “드래곤라자”에서 소설가 “이영도”에 대한 무한 신뢰감을 마음속에 형성하게 된 지뇽군은 그의 연작에 도전하고자 동일세계의 시리즈로 이어지는 “새” 시리즈 중에서 앞편인 “눈물을 마시는 새”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근데 이건 뭐...후...
 
왜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엄청난 후회에 몸서리를 칠 정도로 이 책은 재미있었다.
 
아니, 그냥 “재미있었다” 정도의 어구로 표현하기에는 이 소설에게 너무 미안하다.
 
“내가 철이 들고 나서 지난 10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2번째로 재미있는 책”
이정도 평가도 살짝 민망할 정도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니만큼 글이 또 무한정 길어질 지도 모르지만, 그간 많은 독자들과 네티즌들이 이 소설에 대한 감상, 리뷰등을 블로그나 팬사이트에 올려 놓았으므로 소설 내용이나 줄거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 보다는 내가 주의깊게 보고, 신경써서 기억하려던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적어 보겠다.
 
(이 아래 부분은 A4지 11매 분량의 매우 긴 글이며, 심각한 스포일러가 내재되어 있음을 밝히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일취월장 이영도.
 
1-1>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두다”.
 
사실 “눈물을 마시는 새”의 설정과 세계관, 줄거리 등...훌륭한 점은 매우 많지만 내가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작가 “이영도”에 대한 평가이다.
 
앞서 “드래곤라자”의 감상평을 쓸 때에도 말 했었지만 “이영도”씨의 글쓰기 능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온라인 연재라는 특성상 주기성, 단절성, 흥미상실....등의 수많은 페널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만의 독자들을 매일 밤 컴퓨터 화면 앞에 붙들어 놓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미있고 신기한 소재와 내용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소스들을 “얼마나 잘 풀어 내느냐”가 최대 관건인 것이다.
 
매 회차마다 지루하지 않고, 앞뒤 끊김이 없으며, 전후의 사건이 이어지고, 섣부른 흥미유발은 지양하지만, 매번 개연성 있는 장면들이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그런 “독자의 눈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1-2> “지루한 선생님이 아니라 현명한 작가가 되다”
 
하지만 이런 점은 “드래곤 라자” 때부터 내가 했던 말이고, 이번 소설에서 다시 느낀 점은 그의 글솜씨에 대한 깊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번 소설은 하나의 행성(?)에서 5가지의 종족이 수천년동안 이어지는 서사를 4편의 중기 구분 下에 30여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내용을 병렬 선도하는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며...지루해지기 쉬운 글이었다.
 
사실 워낙 새로운 것을 도입하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답시고 불필요한 설명과 지루한 강의가 난무하는 것이 대부분의 역사, 무협, 판타지 소설의 한계였다.
 
(설정에 대해서는 따로 얘기하겠지만)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에서 역사나 세계관 및 등장인물에 대한 3인칭 작가적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가능한한 사건의 전개 속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다.
 
글을 좀 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홑개의 사건도 아니고 수천년의 역사와 여러 종족의 이야기들, 현실세계에선 볼 수 없는 생명체, 환경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독자들에게 부족함 없이 전달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적당한 선에서 “독자의 상상”을 유도하는 해결책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이 소설만의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었다.
 
알다시피 이 소설은 “온라인 연재 소설”이다.
 
작가 혼자 칩거하여 완성물을 뚝딱 내 놓은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을 작가와 독자가 서로 호흡하며 불완전성을 메꾸고, 궁금증을 해소해 가면서 상호간의 Feed Back을 통해 완성한 허점 없이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3>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관”
 
사실 장르 문학으로서의 “판타지 문학”은 서양(특히 영국)과 일본이 원류이고 주류이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그 장르를 가져와 발전시키면서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몇가지 세계관을 이식 수혈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지도를 보여주면서 새로운 세계인 것처럼 시작하지만 책을 열어보면 비슷한 유럽 중세를 묘사하는 듯한 환경에 드래곤과 마법이 존재하고, 기사, 엘프, 드워프가 뛰어다니면 전설을 쫒는 식상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런 정형성 안에서도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내게 처음 판타지 문학의 재미를 안겨준 “하얀 로냐프의 강” 같은 작품은 이러한 정형성 내에서 작은 세계의 단조로운 구성을 가지고 얼마나 큰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남겨줄 수 있는 지를 보여준 명작이었으니까...
 
하지만 판타지 문학의 최대 장점은 “현실세계에 없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에 대한 무한한 포용성임은 누구도 반론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차후 한국형 판타지의 중흥기가 오면서 “묵향” 같은 독특한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간 식상함에 질려있던 독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게 된다.
(한국은 기존의 무협소설의 토대가 있었기에 무협과 판타지가 합쳐진 형태의 소설과 만화가 많이 등장하였다).
 
“이영도”초기작이 정형화된 판타지 세계 안에서 “드래곤라자”“퓨쳐워커”를 통해 등장했다면, 중기작인 “눈물을 마시는 새” 부터는 전혀 색다른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번 소설의 세계는 하나의 행성 전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5개의 종족이 등장하며, 수천년의 역사와 현재의 사건들 속에서 수십명의 등장인물이 나오고, 환경, 생활, 전투, 도구, 생식...등에 있어서 모두 새로운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근데 이런 식으로 “와~~~정말 훌륭하게 별세계를 창조해 냈구나!!!”라고 감탄을 하면 꼭 아래와 같이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에게~이건 어디어디서 배껴온거 아냐?”
“너무 새로운 것만 만들다보니 허점이 많은거 아냐?”
“에이...이정도는 나도 만들겠다.”
”은하영웅전설“이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 같은 작품은 아예 우주가 배경인데 그럼 ”다나카 요시키“ ”마모루 나가노“가 더 천재겠네?”
 
내가 한마디만 하겠다.
 
“그런 창조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구성해 내고, 모든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게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p.s>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피드백을 통해서인지 몰라도 설정상의 허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작가에 대해 3 page에 걸쳐 떠들어 댔으니 이젠 작품 자체에 대해 말해보자.
 
1-4> “묘사의 달인이 되다”.
 
이건 이 책을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 같다.
 
환경과 장면에 대한 묘사가 매우 발전하여 사실적이지만 감정적이고, 짧지만 시각적 구현성이 뛰어난 글을 보여주고 있다.
 
전투 장면에서의 현실감과 처절함이 눈을 사로잡는다면, 등장인물들의 주관적 시야에 대한 객관적 설명 또한 매우 구체적이며, 객체의 사유에 대한 감정 전달 또한 매우 민감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레콘, 용, 도깨비, 나가” 등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독자들이 하등의 어려움 없이 머릿속에 이미지화 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감히 “이청준”씨나 “황석영”씨에 비견해 볼 정도로 훌륭하다.
 
 
 
2. 설정과 세계 속으로...
 
2-1> 특이한 종족구성.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소설에 대한 말을 시작할 수가 없다.
 
소설 상의 세계에는 5가지 종족이 살고 있다.
 
인간- 행성의 북쪽에 살고 있으며 보통의 인간을 생각하면 맞다. 약점 투성이이다. 때문에 옛부터 "왕"을 중심으로 모여 단결하고 적들에 맞서 싸우며 자신들을 지킨다.
 
나가- 행성의 남쪽에 살고 있는 변온동물, 피부에 비늘이 덮여있고 눈의 시계는 가시광선이 아니라 열을 감지하는 적외선식이다. 성인이 되면 심장을 적출하여 불사신이 된다.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온도에 민감하며 북쪽의 저온에 약하다.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신언어인 "니름"을 통해 의사소통을 한다.
 
레콘- 닭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3m에 이르는 큰 키와 큰 덩치로, 전투적이고 호전적이라서 행성 상에서 거의 무적이다. 약점은 물이다. 인생을 숙원사업에 메달리거나 결혼을 하거나, 둘중의 하나만 하게 되어 있다. 행성 최강의 생명체이지만 각자 개인적인 일에 몰두하기 때문에 무리짓지 못하여 행성을 지배한다거나 하지는 못한다.
 
도깨비- 한국의 도깨비와 외형과 개념이 같다. 불을 다룰 줄 알고 죽은 다음에도 “어르신”이라는 유령 형태로 현실세계에 존재하게 되므로 두 번 사는 것과 같다. 약점은 붉은 피 이다. 모든 도깨비가 불을 다룰 줄 알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행성을 재패할 수도 있지만, 본성이 착하고 싸움을 싫어하며 결정적으로 "피"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폭력을 쓰지 않는다. 장난이 심하고 감정이 풍부하다.
 
제5의 종족- 최고의 선민종족으로 나머지 4가지 종족을 위해 "하늘치"라는 유산을 남겨두고 행성상에서 사라졌다. 그들이 남긴 오점, 더러운 부분들이 “두억시니”라는 지적능력이 결여된 무정형 괴물들로 행성상에 버려졌다.
 
2-2> 동양의 五行과 五運六氣에 서양의 4원소설을 합치다.
 
위에서 말한 5종족의 외형은 서로 다른 독창성을 보이고 있지만 서로의 상생, 상극 관계는 매우 명확하여 행성 상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작가가 의도하고 조사한 후에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양학문적 지식에 근거하여 생각해보면 자연계의 相生과 相剋을 통해 균형을 유지하는 五行학설과 딱 맞아 떨어지고, 그것을 기존의 판타지적 세계관에서 등장하던 “엠페도클레스”가 주장했던 서양의 4원소설에 입각해 설명해도 거의 일치하게 된다.
 
인간- “어디에도 없는 신”은 바람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바람,공기”이며, 오운육기상 厥陰風木에 해당되므로 이것은 오행에서 “木”의 성질로 결정된다. 金克木하므로 제5종족만이 인간을 이길 수 있었으나 사라졌으므로 이후 하늘치를 인간이 갖게 된다. 木克土하므로 레콘을 다스릴 수 있다.
 
나가- "발자국 없는 여신“은 물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물“이며, 오행상의 ”水“가 되며, 오운육기상 太陽寒水에 속한다. 土克水하므로 비록 불사신인 나가라 하더라도 지상 최강 생명체인 레콘에게는 질 수 밖에 없다. 水克火하므로 일반적으로 도깨비에게 강한데, 단 한번 위기에 몰린 도깨비가 계곡 전체를 불태워버린 적이 있어서 섵불리 도깨비를 대하지 못하게 되었다.
 
레콘- “모든 이보다 낮은 여신”은 땅을 가져서 축지법등을 쓰므로 서양 4원소설에서 “흙”이며, 이것은 오행상의 “土”와 같고, 오운육기상 太陰濕土에 속한다. 木克土하므로 인간이 레콘을 이용하고 다스릴 수 있으며, 土克水하므로 불사의 생명체인 나가를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이다. 너무 비현실적인 강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가의 상징인 “물”을 무서워한다는 설정이 페널티로 붙게 된 것 같다.
 
도깨비- “자신을 죽이는 신”은 불을 다루므로 서양 4원소설의 “불”이며, 이것은 오행상의 “火”와 같고, 오운육기상 少陽相火이다. 水克火하므로 나가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왔는데, 이는 도깨비가 천성이 착하고 싸움을 싫어해서 인 듯 하다. 긴 역사 속에서 단 한번 물을 이길 정도의 불로 한 계곡에서 나가들을 불에 태워 몰살시킨 적이 있으나 원래는 피를 무서워하는 페널티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생명체를 죽이지 못한다. 火克金하므로 원래 제5종족을 이길 수 있었을 텐데 제5종족에 관한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알 수 없다.
 
제5 종족- “자신을 보지 못하는 신”은 빛을 다루는데 서양 4원소설상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오행상의 “金”에 속하고, 오운육기상의 陽明燥金이다. 공개된 정보가 없다.
 
위에서 보다시피 기존의 五行상에서의 설명을 거의 일치하나 相生,相剋에 있어서는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이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강함을 소유한 “레콘”과 불을 소유하여 마음만 먹으면 어떤 존재든 이길 수 있는 “도깨비”에게 그들의 불공평한 장점을 100% 이용하지 못하도록 각각 페널티를 안겨 주었기 때문에 생기는 오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3> 神의 존재와 법칙.
 
소설의 초반부 동안에는 현재의 시점에서 서로 원한 관계나 영토 전쟁과 같은 사소한 개념에 의해 내용이 전개된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몇몇 단어로만 존재하던 “신”이 본격적인 화제로 등장하게 되며, 현실세계에서 신의 몸인 “육체”와 신이 현신한 “화신”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각각의 신은 그들이 주관하는 종족의 성질을 규정하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선물을 준다.
 
“나가”는 물을 다룰 수 있게 되고, “도깨비”는 불을 다룰 수 있으며, “레콘”은 최후의 대장간에서 최고의 무기를 얻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그들의 신인 “어디에도 없는 신”과 함께 대원칙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그 대원칙은 “변화와 흐름”이다.
 
다시 잠깐 소설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중반에 신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나가”의 2차 대확장 전쟁으로 인한 “인간,레콘,도깨비”의 위기상황으로 설명되어 진다.
 
“나가”가 자신들의 신인 “발자국 없는 여신”을 감금하고, 그 여신의 힘을 훔쳐서 물을 다루는 힘으로 세상의 기온을 바꾸어 북쪽세상으로 쳐들어 왔기 때문에, 다른 신들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연합군에게 힘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종반부에서 밝혀지는 대 반전으로 인해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다.
 
신의 힘을 훔치고, 신을 불러내고, 전쟁을 일으킨 모든 일들이 사실은 “신들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원래 세상은 항상 변화하고 세월은 흘러가야 하는데 1천년 동안 살아있는 인간인 “케이건 드라카”가 인간의 신인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이 되어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1천년간 세상에는 영토,종족,국가,언어...등의 변화가 없이 정체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신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신들이 자신들의 종족을 이용해 전쟁을 일으키고 “어디에도 없는 신”의 화신인 “케이건 드라카”를 죽임으로써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고 한 것이다.
 
여기서 소설 초반부부터 계속 등장하는 세상의 법칙인 “셋이서 나머지 하나를 상대한다”라는 법칙이 설명된다.
 
소설 전체에 있어서 “나가를 죽이는 데에는 나머지 3종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개념으로 통용되던 말이 사실은 “하나의 신을 죽이려면 나머지 3명의 신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이런 개념이 “신”들이 존재하게 된 현실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3> 소설 구성상 특별하게 만들어진 존재들.
 
이런 전세계에 걸친, 신계까지 포함한, 멸망을 향한 전쟁을 설명하는 계획을 실현시키는 데에 있어서, 혹은 긴 역사와 말도 않되는 설정의 허점을 메꾸기 위하여 등장하는 존재들이 있다.
 
“군령자”는 한명의 사람이 여러 혼백을 흡수하여 자신의 몸에서 유지시키는 것으로 이 소설상에 등장하는 단 한명의 군령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수많은 말도 안되는 부분을 구체화, 합리화 시키고 있다.
 
“정신억압자”는 동물, 사물에 대한 정신을 억압하고 조작하는 자이다.
 
“하늘치”는 처음에는 신비한 세계의 장식품 쯤으로 등장하였으나, 사실은 제5종족이 세상을 떠나면서 후세의 나머지 4종족에게 남긴 유물이자 선물이자 지식이다.
 
따지고 보면 “천공의 성 라퓨타”“스프리건”의 “노아의 방주” 등등의 개념과 비슷한 것 같다.
 
“도깨비” 라는 종족 자체는 소설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먼저 “불”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조종하는 나가”에 대항하는 주체는 도깨비가 된다.
 
사실 5종족 중에서 神의 화신이 아닌 일반인이 속성의 힘을 사용하는 경우는 “도깨비”“나가” 단 두 종족 뿐이다.
 
그리고 화신을 찾는 일에 있어서 조언을 주고 도구를 주는 행동으로써 일을 간소화 하면서 의구심을 원천봉쇄하는 도깨비의 대장인 “바우”는 다음과 같은 법칙으로 모든 일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즈믄누리에 사는 바우성주의 결정은 언제나 옳다”.
 
그리고 도깨비만의 도구인 “딱정벌레”는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이동수단으로써 편리성을 제공하고, “도깨비감투”는 전쟁에서 활약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매우 처절하고 가슴 아픈 이 소설 상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를 지닌 인물이 바로 “도깨비”이다.
 
그들의 인사말인 “좋은 꿈 꾸셨습니까?” 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더불어 동양에서도 한국에만 존재하는 존재로서 도깨비불, 감투, 씨름...등을 언급하여 친근함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소설 자체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이외에 “나늬”“보늬”는 모든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전설상의 미녀를 말하는데, 사실 이는 전설상의 인물이 아니라 신이 인간에게 준...어느 세대에나 존재하는 한명을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용”“용인”의 존재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몇 안되는 비이성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열세한 쪽에 주어지는 merit와 같은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소설 전개상 있어서는 안될 일종의 반칙 같은 캐릭터 들인데, 그들로 인해 소설이 더 풍족해 지고 재미있어 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동물체인 “용”이 사실은 식물에서 자라며 포자생식을 하고, 그 식물의 뿌리를 먹은 사람이 “용인”이 된다는 설정은 굉장히 놀라운 개념이었다.
 
3. 주제에 대하여.
 
3-1>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의 의미.
 
원래 세상에는 “아라짓 왕국”“키탈저 사냥꾼”이 존재했었지만 나가의 침략과 세월의 흐름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라짓 왕국”의 역사와 예언은 “판사이 6형제탑”에 쓰여진 선문답 같은 문구들로 나타내어 진다.
 
반면 정치성을 띠지 않은 소집합체였던 “키탈저 사냥꾼”은 활자가 아닌 전설이나 노래등으로 남아있다.
 
 
그중에 4마리의 형제 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이 소설의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하 분홍색 부분은 소설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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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의 형제 새가 있소. 네 형제의 식성은 모두 달랐소.
물을 마시는 새와 피를 마시는 새, 독약을 마시는 새, 그리고 눈물을 마시는 새가 있었소.
그 중 가장 오래 사는 것은 피를 마시는 새요.
가장 빨리 죽는 새는 뭐겠소?"
 
"독약을 마시는 새!"
 
고함을 지른 티나한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케이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을 마시는 새요."
 
티나한은 벼슬을 곤두세웠고 륜은 살짝 웃었다.
피라는 말에 진저리를 치던 비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마시면 죽는 겁니까?"
 
"그렇소. 피를 마시는 새가 가장 오래 사는 건,
몸 밖으로 절대로 흘리고 싶어하지 않는 귀중한 것은 마시기 때문이지.
반대로 눈물은 몸 밖으로 흘려보내는 거요.
얼마나 몸에 해로우면 몸 밖으로 흘려보내겠소?
그런 해로운 것은 마시면 오래 못 사는 것이 당연하오. 하지만..."
 
"하지만?"
 
"눈물을 마시는 새가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고 하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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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주제는 “제왕론”
 
소설상에서 “왕”이 사라져 혼란에 빠진 인간세계에는 수많은 “제왕병 환자”들이 스스로를 왕이라고 칭하며 세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낸다.
 
그런 수많은 제왕병 환자들을 만나면서 사람들은 도대체 “왕”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왜 사라졌고,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궁금해 하게 된다.
 
그때 1천년을 살아온 주인공인 “케이건 드라카”는 이런 말을 한다.
 
-"왕이 도대체 뭐죠?"
-"눈물을 마시는 새요."
-"네?"
-"왕은 눈물을 마시는 새요. 가장 화려하고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빨리 죽소."
 
그렇다, “왕”은 그 이름과 지위 때문에 가장 빛나고 위대하지만...
 
그가 다스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슬프고...
 
그렇기에 가장 빨리 죽는 것이다.
 
소설 상에서 수백년간 왕이 없던 인간세계에서 “나가”의 제2차 대확장전쟁에 의한 침략을 받게 된 사람들은 “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여기서 “인간,도깨비,레콘”의 연합군의 왕으로 추대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나가”이다.
 
그 “나가”는 자신의 동족들이 세상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의미로 반대편인 연합군의 왕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냐고...그 사실이 밝혀지면 가장 먼저 죽을 것이라고...
말리지만 그 “나가”는 왕으로서 연합군을 이끈다.
 
동족을 죽이기 때문에 “나가”에게도 미움을 받고...
종족상 연합군의 적인 “나가”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연합군에게 밝혀지면 죽는다...
 
사실 소설 상에서 가장 많이 우는 생명체는 감정을 가진 인간도 아니고, 감성이 풍부한 도깨비도 아니다.
 
변온동물 이면서 불사신이기에 감정이 메마른 "나가"...
"나가""사모 페이"가 흘리는 銀淚(은빛 눈물)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이것은 종족을 뛰어넘어 얼마나 자애롭고 헌신적이며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도발 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눈물을 마시는 새”가 “왕”이 되어 나타내는 의미는 아래와 같다.
 
-왕이기 때문에 가장 빛나고 아름답지다.
-왕은 백성들의 눈물을 마시기 때문에 가장 슬프며 가장 먼저 죽을 수 밖에 없다.
-백성들은 자신의 눈물을 왕이 다 마셔버렸기 때문에 더 잔인해 질 수 있다.
 
후작인 “피를 마시는 새”에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피를 마시기 때문에 가장 오래 살지만, 그 고약한 냄새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 왕이 등장한다.
 
결국 작가가 “눈물을 마시는 새”“피를 마시는 새”의 두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왕”이라는 존재에 대한 상반되는 철학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3-3> “화해”를 위한 존재 “나늬”.
 
이렇게 되면 소설의 막바지까지 독자들은 “왕”이 이 소설상에서 차지하는 중대한 분량에 치여서 “왕”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의 끝으로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 “왕을 찾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전제되어 있었다.
 
그 선물이 바로 “나늬”라는 것은 소설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밝혀진다.
 
“나늬”종족을 초월한 모든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전설상의 미인이다.
 
이 “나늬”는 연합군의 왕이 되는 “사모 페이”로 볼 수도 있지만, 작가가 내세운 “나늬”는 언제부턴가 가끔 소설에 나와 엉뚱한 짓을 하여 독자들을 미소 짓게 만든 “데오늬 달비”라는 소녀였다.
 
그녀는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지나치게 단순화된 머리와 행동으로 엉뚱한 행동을 자주 하고, 항상 이리 저리 달리는 일을 좋아하고, 자주 넘어져서 주변 사람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귀여운 소녀이다.
 
이 소녀는 처음에 연합군의 부위 역할로 활약하다가 “나가”군에 포로로 잡힌 이후에는 어느새 나가들에게 융화되어 오히려 “나가”들이 달비를 걱정하고 따르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가”들은 그들의 적인 달비를 쫒아가서 죽음을 피하게 된다.
 
결국은 “나늬”의 존재는 모든 종족을 아우르는 친화적 존재임과 동시에, 각 종족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신화적 존재인 셈이다.
 
소설상에서 주인공들이나 주변 사람들은 “데오늬 달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지 않고, 그녀가 “나늬”라는 사실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그녀를 “나늬”로 내세워 소설에 대한 주관적 주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생각한 바도 많았고,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어쨌든 오랜만에 정신없이 즐겁게 책을 읽게 해준 “눈물을 마시는 새”에 대한 감상평을 마치겠다.
 
이 책 안 읽어 본 사람이랑은 안 놀거니까, 꼭 찾아서 읽어보셈~
 
(위의 사진은 인터넷 상에서 퍼온 사진임을 밝힙니다.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원작자께서 기분나빠 하신다면 연락받는 대로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Posted by Dream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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