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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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작성된 글입니다).
동일 소재, 2개의 다른 결과물을 비교하는 글을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한참 그런 일에 재미를 느낀 때가 있었는데, 일단 주관적인 애매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절상 혹은 절하 하기에는 여러 작품들에 미안함을 느낄 만큼 내 지식과 감성이 조그마 했기에 몇 번 하다가 그만 두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교가 되면 나보고 어쩌라구~
열흘 전 즈음에 서울의 모처...
굉장히 큰 체육경기를 위한 hall이었다.
사실 나는 가수 김장훈씨의 콘서트인 줄 알고 갔다.
하지만 알고보니 “크로싱”이라는 한국 영화의 시사회장이었다.
시사회에서 가수가 나와서 30분이나 노래 하는 것도 처음 봤지만, 이런 대규모 시사회의 의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좋은 의도의 영화이기에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려고 했으나, 이 영화의 기획자와 감독과 배우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 했다.
10만명이 보는 전국 시사회를 열겠다고?
“Cry with us"라는 표어로 동정심을 유발해 보겠다고?
민감한 소재와 작위적 소품과 준비된 최루탄으로 울려 보겠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이 영화에 안 가져줄까 걱정이 되었나?
관객들이 자기네 영화를 이해 못 할까봐 걱정이 되었나?
바보들이 울어야 할 타이밍을 못 잡을까 걱정이 되었나?
이 영화가 12세미만 관람가이긴 하지만 유아용 영화가 아닌 이상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런 쓸데없는 행동들이 이 영화의 작품으로서의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 부족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 뿐일까?
일단 이 영화가 그들의 기획의도에 딱 맞는 조각구성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물음표)를 붙여 주겠다.
감독인 “김태균”씨의 열정적인 추진력으로 영화가 만들어 졌고, “차인표”씨도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비장함이 못내 씁쓸한 것은 왜일까?
전작만 가지고 평가하긴 미안하기도 하고 좀 잔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김태균”감독은 데뷔작인 “박봉곤 가출사건”의 오오라를 잃어버리고 “화산고”, “늑대의 유혹”, “백만장자의 첫사랑” 같은 쓰래기영화(내 주관적 기준에), 즉 초짜 입봉 감독이 어쩔 수 없이 만들었다면 이해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중견(?)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엉망인 영화들을 자랑스레 필모그래피에 올려놓고 있다.
Junk food같은 가벼운 인터넷 소설들을 영화로 그래도 옮겨 놓던 감독이 어느날 갑자기 엄청난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진지한 팩큐맨터리 같은 영화를 가지고 나와서 “제발 같이 울자~”라고 말하면 쉽게 손을 내밀 관객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은 차인표씨의 어색하지만 진지하고 비웃을 수 없는 연기에 조차 너무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만을 전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처럼 담백하게 연출했다”라고 말해놓고 홍보는 “Cry with us"라니 너무 표리부동하지 않은가?
각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스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탈북자들의 현실과 그들의 경험을 1/10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갑자기 차인표네 가족이 왜 어려워 졌는지,
잘 먹고 살던 차인표의 부인이 난데없이 폐결핵에 걸리는지,
차인표가 왜 갑자기 외국 공사관에 뛰어들게 되는지,
브로커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아들을 찾아 냈는지,
이러한 여러 가지 연결 고리들이 삭제되어 있어 영화가 각본의 부실인지 편집의 실수인지 애매한 부족함을 노출시키게 한다.
그리고 혼자 정처없이 헤메이는 아들을 그렇게 쉽게 찾아(내가 보기엔) 데려오더니, 결말에선 왜 굳이 그런 선택을 보여줘서 눈물을 짜 내게 하는 것인가?
여기서 비교되는 것이 “안판석”감독의 “국경의 남쪽”이다.
사실 “국경의 남쪽”은 상업적으로 평가하자면 망한 영화이다.
“안판석”감독 또한 TV 연출자였지 장편영화를 찍은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평가절하 당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트렌디 드라마 경력과 “하얀거탑”같은 명작 드라마의 아우라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경의 남쪽”은 “크로싱”처럼 대놓고 북한의 찌질하고 처절한 현실을 보여주진 않지만 “탈북자”로서의 삶은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하나원에서의 일과 생소한 남한 생활,
북한에 남겨두고 온 사람을 찾기 위해 브로커를 고용하지만 사기당하는 일,
결국 세월과 삶에 사랑을 잊고 현실에 적응하며 남한 여자와 결혼하는 일,
다시 만난 북한의 옛 연인과의 어색한 해후와 이별...
이러한 일들이 "국경의 남쪽"에서 훨씬 현실적으로, 그리고 "크로싱"의 "김태균"감독이 했던 말처럼 "담백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뭐, “크로싱”이 이렇게 나에게 욕먹을 이유는 없지만...
그만큼 안타까워서 이다.
어찌하다보니 몇몇 탈북자 분들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분들이 “크로싱”을 보면서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안타까움을 해소해 준다고 생각하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크로싱” 제작진이 지금처럼 영화 자체로만 홍보를 하지 않고 대놓고 “탈북자 인터뷰” 형식의 광고를 내 보내고, “Cry With Us"라는 구호를 억지 주입 시키며 홍보를 해 댄다면...
과연 당사자인 탈북자들이 고마워할 것 같은가?
오히려 배신당하고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쨌든 시사회 가서 공짜로 영화도 보고 김장훈씨 미니 콘서트도 봐 놓고, 너무 욕만 해 댄 것 같지만...
젠장, 차인표씨...
왜 시사회에서 배우가 노래를 하고 그래요...
어쨌든 좋은 취지 때문에라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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