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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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19일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금요일에 시사회가 당첨되어 “미쓰 홍당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가 없이 갔기 때문에(공짜니까!!!) 별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 시작 2분 경과 후 즈음엔 “호...이것 봐라?” 라는 급호감이 가기 시작하더니~
영화를 보는 내내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눈물나게 낄낄대며 웃어 제끼고, 답답함에 가슴을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알고보면 이 영화는 “박찬욱”이 제작, 각본을 쓴 것 만으로도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 영화이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지...
이 영화에 대한 관람평은 대부분 “개쓰래기...”라는 평이 일반적이다.
심지어는 Review 들을 보면 “영화 보다가 중간에 나가는 관객이 이렇게 많은 영화는 참 오랜만...” 이라는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인생패배자의 따뜻한 드라마 라던가, 귀여운 캐릭터의 깜찍발랄 이라던가, 감동적인 결말...같은 것을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초반부터 몰아치는 싸이코 캐릭터들의 속사포 같은 4차원 대사와 말도 안되는 설정들은 무방비상태의 관객에겐 상당히 큰 거부감과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이런 형식의 영화나 공연에 대한 경험이 한번씩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런 상황을 반가워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이 영화는 “시츄에이션 상황극” 이란 장르에 맞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막장 꼬인 상황의 극한을 보여주던 “라이어”라는 연극과 영화가 있었고...
깜찍발랄한 캐릭터의 이중성을 작은 공간, 적은 인원으로 잘 보여준 “달콤,살벌한 연인”도 있었고...
프랑스 영화인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를 각색한 “죽어도 해피엔딩”도 있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시작하여 연쇄적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주요 캐릭터들의 개성있는 대응, 행동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래와 같다.
1. 개연성.
영화가 계속해서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그것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 사건들이 앞뒤 상황에 비추어 설득력 있게 관객에게 납득이 가고 거부감 없이 몰두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미쓰 홍당무”는 그리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라서 후하게 점수를 쳐주는 것 같긴 하지만...
위의 단점은 “독특한 캐릭터”라는 설정으로 예측불가능성을 거부감이 아닌 웃음으로 넘어가게 해준다.
(이 부분은 뒤에 또 얘기해 보자).
2. 연속성과 단절성.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건 속에서 관객들이 얼마나 잘 따라오는지...
그 호흡을 잘 체크해서 기승전결을 짜고, 편집을 해야 한다.
상황극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만큼 짧은 순간에는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지만, 계속 반복되어 이어지는 긴장상황에 대해서 관객은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그 상황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할 경우 “단절성”이 눈에 띠게 두드러져 보이게 되고 심지어는 원작자의 목적인 “긴장감”이 아닌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이 많아지게 된다.
특히 “미쓰 홍당무”에서는 다른 영화보다는 조금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학교->영어선생집->전산실->밸리댄스연습실->고깃집->러브호텔->영어회회실->축제공연장)
이러한 각 씬에서의 상황이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 상에서도 “영어회화실” 씬 같은 무리한 설정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입봉 감독인 “이경미” 감독의 연출력 부족일 수도 있는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3. 캐릭터로 승부.
이러한 복잡하고 일견 말도 안되는 상황들의 연속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주인공, 혹은 연기자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관객의 포용력이 가변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극중 “공효진”씨는 빨간 얼굴, 곱슬머리, 부르튼 입술...등의 외형적 설정 이외에 중증의 정신과적 망상증과 함께 이상한 피해의식, 강한 아집에서 나오는 괴상한 행동력...등을 통해 상황을 납득시킨다.
(와...공효진씨 연기 정말 잘 하더라!!! 옥션 CF에서 나오던 예쁜 모습은 다 사라지고 원조 찌질이 연기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순진한 얼굴의 변태인 영어선생 “황우슬혜”나, 애어른 같은 왕따 어린이 “서우” 또한 여러 가지 의외성으로 도움을 준다.
더군다나 이런 캐릭터들은 영화에 조미료를 치는 “웃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4. 그래도 빛나는 부분.
“상황극”이라는 설정상 주체와 객체의 상반되는 반응, 생각의 차이, 화면의 아이러니...등이 매우 중요하게 주제의식을 전달하기도 하고 웃음을 준다.
이런 점에 있어서 보통의 영화라면 화해와 감동으로 끝맺음 되었을 클라이막스의 “축제씬”은 정말 최고였다.
주인공들은 웃으며 최고의 기분으로 공연을 한다.
음악은 아름다우며, 화면 또한 슬로우 컷으로 배우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여준다.
하지만...그 뒤로 날아드는 관객들의 물병, 밀가루, 계란...등의 물건과 야유는 정말 상황적 아이러니가 주는 웃음의 극한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가 그려지는 세계 자체의 4차원성을 조금씩 아껴 보여주는 설정 또한 재미있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나 원불교 학교에서나 입을 듯한 까만 한복을 입고 매일 아침 명상의 방송을 하는 교장선생님...
만화에서나 튀어 나올 듯한 체육실에 숨어있던 음울한 여중생...
전신 기브스를 하고서도 SEX가 가능하다고 우기는 부모와 그걸 의심하는 딸...
정신과적 고민을 “안면홍조증”이라는 핑계로 피부과 의사를 괴롭히는 상황...
학교에서 먹고 자는 주인공과, 밤새 학교 전산실에서 음란채팅을 하다가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마주치는데...서로 아무 신경도 안 쓰는 장면...
모두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박찬욱, 봉준호”같은 유명 감독들의 까메오 출연은 잠깐 어이없는 웃음을 안겨 준다.
몇 가지 일반적이지 않는 부분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나는 배꼽을 잡고 눈물을 참으며 재미있게 보았다.
괜히 영화 보다가 부스럭 거리면서 나가지 말고, 본인의 성향을 곰곰이 생각해 본 후에 영화표를 사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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