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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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24일 작성된 글입니다).
나는 20살이 넘어서면서 자취를 시작하고, TV의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에 7년 가까이를 TV 없이 살았고 별로 불편함이 없었다.
이것은 퍼스컴 오타쿠인 나의 특성상 뉴스는 “프레시안”이나 “오마이뉴스”를 이용하고, 문화적 기갈은 2시간 이내로 완전한 기승전결을 보여주는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적한 섬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멈춰있는 시계의 시침을 움직이기 위하여 월화, 수목, 주말 드라마를 같이 근무하는 형들과 함께 보게 되었고, 유명하다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드라마도 몇편 보게 되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10~50여 편의 긴 구성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하나를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아야 하기 때문에 그간 멀리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에 집중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좋은 시간 때우기 수단이 될 수 있는데, 특히 일본 드라마는 다양한 소재와 10~11화의 짧은 구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던 와중에 일본에서 2007년 4분기에 방영된 드라마인 SP(Security Police)를 알게 되었다.
보통의 일드 팬이라면 주인공인 “오카다 준이치”(인기 그룹인 V6의 멤버) 때문에 급 호감이 갔겠지만, 영화를 볼 때도 감독과 원작,각본을 중요시 하는 습관 덕에 작가를 확인하던 나는 “카네시로 카즈키”라는 이름을 본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카네시로 카즈키”
내가 “무라카미 류”이후로 한 작가의 모든 소설을 완독하게 만든 훌륭한 소설가!!!
“Revolution NO.3", "연애소설”, "GO", "플라이 대디, 플라이”, “SPEED"까지 그의 모든 소설을 손에 땀을 쥐고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미 그의 작품중 “GO"와 ”플라이 대디, 플라이“가 영화와 되었고, ”SPEED"는 만화로 만들어 졌지만, 이번 “SP"가 특별한 것은 그가 소설이 아니라 드라마를 위해 쓴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결국 2008년 3월에 소설로 발간되었지만^^).
어쨌든 그간의 그의 작품들에 비해서 경쾌함과 유머러스함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사회적 갈등을 주인공 개인의 처지를 통해 비틀고 풀어내는 특유의 긴박감 넘치는 구성은 여전하다.
내가 거의 쓰지 않는 드라마에 관한 글이므로 이젠 드라마에 대해 얘기해 보자.
1. 일본 경찰 체계의 이해.
그 유명한 드라마, 영화인 “춤추는 대수사선”에서도 언급되듯이 일본 경찰체계는 “캐리어”라고 부르는 고시를 통한 관리직 경찰과 “현장”이라 불리우는 일반 형사계와 순경계가 있다.
한 집단 내에서 두 계층간의 갈등과 반목이 여러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소재로 사용되었는데, 그것은 사실 관료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볼 정도로 만연된 문제이다.
어쨌든 이 드라마에서도 경시청 경호4과에 속한 계장 오카다 이하 주인공인 이노우에가 속한 집단 또한 일반 “현장”소속이다.
그들은 요인 경호 임무중에 능동적으로 사리 판단을 하고 상황에 대처하지만, 위에서 관리하는 캐리어들은 그들의 과잉충성(?)이 달갑지 않고, 열심히 하며 일을 키우는 그들을 귀찮아 한다.
특히 뒤로 갈수록 나타나는 정경유착이나 고위 관료, 정치권과의 연관성 때문에 밑에서 일하는 현장 요원들은 영문도 모르고 사건을 종결하기도 하고, 쓸데 없는 일에 동원되기도 한다.
사실 앞서 말했다 시피 이런 소재는 그간 많은 매체에서 소재로 다루어 왔으나 “카네시로 카즈키”가 특별한 점은 그 갈등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부하게 드러난 소재...특히 현실에서도 어쩔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너무 질질 끌고 간다면 드라마는 지루해지게 마련이고, 그 심각성이 만성화되어 시청자들도 질리게 된다.
그래서 작가는 동경대 법대 졸업, 캐리어 출신이지만 현장에서 경호4과 계장을 맡고 있는 “오카다”를 등장시켜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 오카다 계장에 대해서만 한정시켜 등장시킨다.
이 드라마의 연출자가 “춤추는 대수사선”의 “모토히로 카츠유키”여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데 익숙할텐데, “춤추는...”의 “무로이”와 “SP"의 ”오카다“가 비슷한 Role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2. SP라는 분야의 이해와 한계.
일본에서는 형사물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 졌다.
한국에서의 형사물은 “형사들이 사랑하는 이야기”지만, 미국,일본등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전문적으로 그 직업에 접근하기 때문에 흥미도가 급상승하게 된다.
그런 형사물 중에서도 이 작품이 특별한 것은 Security Police(SP) 라는 “경호과”의 일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사설 경호회사도 있지만, 국가의 녹을 먹는 경찰 공무원으로서의 SP는 국정에 관련된 요인의 경호, 중요 사건의 참고인 보호 등 주로 나라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경시청” 소속이지만 수사권과 구속권이 없다.
다만 “움직이는 벽”으로서 보호해야할 대상을 지키는 것만이 허락될 뿐이다.
이 답답한 점 때문에 SP 요원들은 임무 수행중에 많은 위험을 만나고, 권한 확대에 대해 상부에 진언하지만 묵살될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주인공인 신참 SP 요원, “이노우에”의 존재이다.
(아래 3번에 연결)
3. 특별한 SP, 주인공 “이노우에”
뻔한 형사물 드라마라 하더라도 뭔가 시청률을 집중시킬만한 주인공이 필요한 법이다.
“춤추는 대수사선”의 유머러스한 형사, “죠시데카 여형사”의 철두철미한 강철같은 여형사, “시효경찰”의 끈질긴 성격...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성격적인 면을 벗어나서 아예 주인공에게 “특수능력”을 부여한다.
어릴 적 끔찍한 경험을 겪은 주인공은 뇌 내의 특성물질이 과잉분비되어 일반인보다 감각이 예민해져서 시각, 청각, 후각이 무지하게 예민하고, 특히 “殺氣”에 대해 엄청난 민감도를 가지기 때문에 “SP"라는 직업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굉장히 돋보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기존의 “카네시로 카즈키”의 명랑 소설에서 보여지는 소영웅적 Title Role로 여길 수도 있지만, 나는 사실 그것보다는 좀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특수 능력 때문에 주인공 “이노우에”는 암살자, 테러리스트가 요인에게 공격을 가하기 전에 발견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SP는 수사권, 구속권이 없기 때문에 범죄자가 요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를 할 때 막을 수는 있지만, 미리 수사하여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자를 찾거나 잡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노우에”는 본인의 능력을 이용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범죄자들을 잡고, 구속시킨다.
경호과 계장인 “오카다”가 말하듯이 SP가 범죄자를 잡는 것은 “전대미문”이기 때문에 경호과에서도 당황해 하고, “오카다”는 이런 능력을 발휘하면 경호의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노우에”를 방임하는 편이고, 상부에서는 이런 행동들이 SP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억압하려고 하게 된다.
“오카다” 계장은 캐리어 출신이면서도 현장에서 일하면서 경호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특출난 능력으로 혼자 튀는 것을 옆에서 견제하면서 키워주는 훌륭한 상사의 역할을 한다.
결론 짓자면 “이노우에”의 특별한 능력은 일종의 초능력으로 진지한 드라마 흐름에서 벗어나 괴질감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것이 이 드라마의 현실문제와 주제의식을 부각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하면서도 여러 장치들로 인하여 Over하지 않게 해주는 중요 소재 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4. 관통하는 스토리.
1화에는 SP에 대한 간접 설명과 주인공에 대한 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가지만, 이후 드라마는 총 4개의 굵직한 Episode를 가지고 가게 된다.
이런 옴니버스 구성에 있어서는 드라마가 통일성과 구심점을 잃어버려서 시청자들이 집중력을 잃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여타의 일본 드라마와 같이 11화 완결을 결정해 놓았고, 그 사이에 4개의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것이 커다란 起承轉結의 흐름에 맞추어 완결되도록 짜여있다.
그리고 그 이음새는 드라마 중간 중간에 간혹 주인공인 “이노우에”와 경호4과 계장인 “오카다”의 회상 장면에서 등장하는 “아사다 암살 사건”에 대한 기억이 맡고 있다.
“이노우에”가 어릴 때 그의 부모는 정치인 “아사다”의 회견장에서 “아사다”를 노린 괴한의 칼에 찔려 죽게 되고, “이노우에”는 그때의 충격으로 초능력을 얻고 SP가 되며, "오카다“는 다 암살 현장에 있다가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본 드라마의 Episode 4가 “총리 아사다 경호”사건을 향해 달려가서 대망의 끝맺음을 짖게 된다.
자신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이슈가 필요해서 자신을 노린 암살기도를 스스로 주문한 “아사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훗날 SP의 계장이 된 정의감 투철한 “오카다”계장.
그 사건에서 양친을 잃고 이런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SP가 된 “이노우에”
이 3명과 그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맞부딪히는 것이 결말인 Episode4-3화(11화)이다.
5.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이 작품은 아마 “카네시로 카즈키”가 쓴 작품중에 가장 우울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오해하지 말기를...).
하지만 현실의 찜찜함을 남기는 불편한 결말이다.
5-1. “이노우에”의 결말.
“아사다 총리 암살사건”의 범죄자는 끝까지 총리를 보호하는 “이노우에”를 보고 말한다.
“그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나에게 살인을 시켰고, 너희 부모를 죽였어. 그런데 그놈을 보호하고 싶어?”
여기서 “이노우에”는 복수의 대상인 “오사다”와 SP인 자신이 지켜야 하는 대상인 “오사다”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결국 SP로서의 임무를 택한다.
이것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싱거운 것이 사실이지만, 작가로서는 당연한 결말이다.
“세상은 더럽지만 나까지 더러울 수는 없다, 나는 내가 맡은 바를 다할 뿐이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고, 경찰,범죄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제의식일 것이다.
5-2. 거대 권력의 손바닥.
내 생각에 “아사다”는 마지막까지도 테러를 이용한 지지율 상승을 노린 비열한 놈이다.
Episode4에서 “아사다”를 노린 테러는 3가지 방향에서 몰려오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3가지 중에서 2가지는 “아사다”가 스스로 사주한 것임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3가지중 나머지 1가지가 그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돌출되어서 문제였지...
어쨌든 이 사건도 경시청 내에서 암살자와 연계되던 이사관이 자살하면서 억지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너무도 친절하게도 이사관이 자살한 건물에서 암살자집단의 차가 떠나는 모습이 보이므로 결국 이것도 권력의 상층부에서 이사관 한명의 사망(자살로 위장된)으로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움직임의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수사하던 공안요원들도 “귀찮다”라는 표현으로 더 이상의 수사를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 한다.
그래...조낸 씁쓸하지만 이것이 세상이고, 이것이 정말 현실적인 결말이지...
5-3. “오카다”의 결말.
경호4과 계장인 “오카다”는 캐리어이지만 현장에서 일하며 언제나 경호과의 발전과 위상 확립, 권한 확대...등을 위해 일하는 정의로운 경찰로 그려진다.
그리고 언제나 상부에게 찍히고 거부당하고 이용당하고...그런 안쓰러운 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최종화인 11화 마지막 3분...
그곳에서 또다른 음모의 꼬리가 살며시 나온다.
아무도 몰랐어야 할 움직임들이지만 주인공인 “이노우에”의 특수능력 때문에 살며시 언급되는 경찰청의 움직임...
그래, “오카다”는 바보가 아니었던 것이다.
윗선인 권력자들도 바보는 아니고...
젠장...
세상에 정의가 어디있나?
결국 다 힘있고 돈있는 놈들 손에서 놀아나는 거지, 뭐...
어쨌든 간만에 굉장한 몰입도로 주말을 투자해서 완결까지 본 드라마였다.
무척 재미있지만 우울한...
마치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같은 느낌이랄까?
드라마이지만 작가인 “카네시로 카즈키” 때문에 쓴 글이라 연출이나 연기에 대한 내용은 생략하겠다.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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