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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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7일 작성된 글입니다).
드디어 보았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몇 주를 재미없는 영화들 속에서 기다렸던가...
옛날 "쉬리"가 개봉하던 날, 표를 구할 수가 없던 나는 평소 친분이 있던 동네 극장(씨네하우스)의 상영기사 아저씨를 무작정 찾아갔고, 결국은 공짜로 개봉 날 마지막 회를 맨 앞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당시의 충격과 감동, 벅찬 가슴이 나를 기다리게 했고, 나의 기대감을 한없이 자라나게 했으며, 오늘...다시금 만난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앞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예매율이 역사상 최고 라지만, 다행히 지방의 소도시인 원주의 극장은 지정좌석도 아닌 곳이었으므로 당연히 표가 있었고, 나는 계속 문앞에 서 있다가 가운데 줄 가운데 자리를 맡음으로써 내 자신이 영화에 대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갖추었다.
영화는 대단했고, 재밌었다.
계속 이런 감상적인 얘기만 하다보면 글이 끝이 없을 것 같으므로 영화 자체에 대해 조금은 냉정해진 마음으로 얘기를 해 보야야겠다.
대게 전쟁영화를 판단하는데 꼭 거론되는 것은 "얼마나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는가"와 "주제의식이 무엇인가"이다.
나의 이야기도 이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이야기하겠다.
먼저 이야기할 점은 영화 표현에서의 사실성이다.
내가 봤을 때 "태극기..."는 한국 영화 사상 가장 훌륭한 세트와 소품들을 보여 주었고, 그 촬영 또한 흠 잡을 수 없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간혹 "Saving Private Ryan"이나 최근 유명한 "Band of Brothers"같은 영화를 예로 들며 까다로운 입맛을 과시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대안이 없는 비판은 개소리"라는 것이다.
위의 외국영화들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1000억~1500억 정도(1억2000만 달러)가 투입된 그야말로 헐리우드 영화이다.
그에 반해 "태극기..."는 140억 정도로 약 1/10의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의 스텝들도 물론 실제 탱크와 미그기를 가져다가 촬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그들은 실제로 캐터필러가 돌아가는 탱크를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도저히 손으로 만들어서 하늘을 날게 할 수 없는 비행기는 전세계 최고의 IT국가인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프로그래머들의 손으로 만든 CG로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사실 "쉬리"에서 폭파 장면은 지금 봐도 쓴 웃음이 나지만...)
당신이라면 "베스트극장"같은 단편 드라마 제작비로 "반지의 제왕"같은 영화 만들라고 시킨다면 시도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완벽에 가까운 화면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난 당연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촬영에 있어서도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감독의 시도 또한 얼마나 가까이에서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는지가 느껴지는 구도와 거리였다.
거칠게 내쉬는 주인공들의 숨결조차 느껴지는 듯한 거리에서 튀는 살점과 흙가루 사이로 뛰어 다니는 핸드 헬드 카메라의 렌즈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릴 때면, 전쟁의 한가운데에 웅크리고 엎드려 얼굴 가득 피를 뒤집어쓴 채로 벌벌 떨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진다.
그리고 가장 확실한 타이밍...
촬영장의 총에서 튀는 불꽃에 이어 맞는 사람의 튀는 핏방울까지 아주 잘 맞고 있었다.
그리고 간혹(특히 여자들이) 무슨 총알이 레이져처럼 나가냐고 어이없는 불평을 하는데...
실제로 일정 구경 이상의 탄환은 카메라가 아닌 실제 눈으로 봐도 "선"으로 이어지듯 보일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안타깝다.
또한 시대적 배경을 위한 조명과 필터의 사용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이 쏘는 총이 단발의 칼빈이라는 것에 이따금 생각나는 1950년이 아니라...
영화 내내 망막을 투과해 뇌에 맺히는 영상 모두가 50년도의 색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
최근의 전쟁 영화에 있어서 "이데올로기"가 어떻고...하는 구태의연한 색깔 구분에 의한 애국심에의 호소는 먹히지도 않고, 제작자들도 그런 건 만들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념과 시대에 따른 개인적인 고민과 혼란...그렇게 진지하게 나가거나 아예 코믹하게 그리거나 하면 모를까...(no man's land라는 영화처럼 말이다. 아님 한국의 JSA라도...)
그렇다면 최근에 먹히는 전쟁 method는 무엇일까?
보다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고, 그것의 배경으로서 전쟁은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Saving Private Ryan과 Band of Brothers에서는 제목에서도 알 듯이 "동료애"가 가장 큰 주제이다(공교롭게도 모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만들었다^^).
We were soldiers에서는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생명과 남겨진 가족의 슬픔...
어디에도 이 갈리는 이념 대립과 맹목적인 미움은 없다.
오히려 목을 겨눈 총검 앞에 서로 죽이는 것을 망설이는 인간적인 장면이 눈에 오래 남는걸...
"태극기..."에서의 주제를 나에게 말해보라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가족의 삶"이라는 큰 주제아래 "전장에서 교차, 교감하는 두 형제의 서로 다른 삶의 의미"...라고나 할까? ^^;;
누가 공산당이 미워서 전쟁에 나갔을까...끌려 나간거지...
그것은 주인공 준태와 준석의 가족이 50년대 전쟁에 치여버린 우리네 가족들에 대한 대표성을 갖게 하며, 준태가 오로지 동생 준석 때문에 목숨을 걸며 또 국군과 인민군을 가리지 않는 것에서 느낄 수 있다.
준태를 움직인 것은 애국심도, 공명심도 아닌 단순한 형이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 뿐이었으니까...
얘기가 자꾸 길어지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말을 안하고 넘어갈 수 없다.
"장동건" 형님은 그야말로 이젠 연기파 배우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깎은 듯한 외모로 말아먹은 영화가 많지만...잘생긴 얼굴을 버리고 출연했던 "친구"나 "해안선"같은 영화에서 이미 그의 노력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이것이 개런티만 높은 어린 후배 연기자들이 본 받아야 할 것이다.
(솔직히 "태극기..."가 개봉하기까지 "헤피 에로 X마스, 내사랑 싸X지, 그녀를 모르면 X첩"같은 쓰레기같은 영화들 때문에 얼마나 짜증났는지 모른다 ㅜ.,ㅡ)
"원빈"또한 이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아주 잘 연기했다.
처음의 나약하고 앳된...그리고 순수한 학생 준석에서, 점점 변해가는 형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표현하는...전쟁동안 한층 성숙해진 청년의 모습을 아주 잘 연기했다.
한때 얼굴만 그럴 듯 할 뿐, 연기도 못 해서 대사 한마디 없이 출연해야 했던 그로서는 정말 대단한 발전이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최민식, 김수로"등의 명배우들이 우정출연했고, 요즘 최고의 코믹연기로 많은 영화에 감초 역할을 하고 있는 "공형진"이 이 영화에서도 간간히 웃음을 주는 일등병으로 출연해 인상깊었다.
일전의 "실미도"는 보고 난 후에 가슴이 먹먹하게 꽉 막히는 듯 했다.
이번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보고 난 후 가슴이 찡 하게 울리는 영화였다.
"실미도"는 솔직히 1000만명이 볼 영화가 아니다.
충분히 좋은 영화긴 하지만 그 흥행성은 단지 설날 연휴와 이슈성에 기인한 입소문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극히 제한된 관객층에 어필하는...또한 남성적인 색깔뿐이 영화라고 평가한다.
그에 반해 "태극기 휘날리며"는 그 의미와 소재로 봤을 때 보다 다양한 연령층과 남,여를 불문하고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1달만 빨리 개봉했었더라면...이라는 상상도 해 본다.
하지만 다행이다...
1달을 사이로 두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좋은 한국 영화를 두 편 모두 볼 수 있을테니까...^^
정말로 오랜만에 만원 인파로 가득 찬 원주 시골동네 극장만큼이나 좋은 영화를 봤다는 포만감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아래의 오랜지색 부분은 퍼온 영화 스토리입니다)
1950년 6월.. 서울 종로거리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진태’(장동건)는 힘든 생활 속에도 약혼녀 ‘영신’(이은주)과의 결혼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 ‘진석’(원빈)의 대학진학을 위해 언제나 활기차고 밝은 생활을 해 나간다.
6월의 어느 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호외가 배포되면서 평화롭기만 하던 서울은 순식간에 싸이렌 소리와 폭발음, 그리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해진다. 이에 , 남쪽으로 피난을 결정한 ‘진태’는 ‘영신’과 가족들을 데리고 수많은 피난행렬에 동참하지만, 피난열차를 타기 위해 도착한 대구역사에서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말려들고 만다.
만 18세로 징집 대상이었던 ‘진석’은 군인들에 의해 강제로 군용열차에 오르게고 ‘진석’을 되 찾기 위해 열차에 뛰어오른 ‘진태’ 또한 징집이 되어 군용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평온한 일상에서 피 튀기는 전쟁터로 내 몰린 ‘진태’와 ‘진석’은 훈련받을 시간조차 없이 국군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 방어선으로 실전 투입이 되고 동생과 같은 소대에 배치된 ‘진태’는 동생의 징집해제를 위해 대대장을 만난다. 대대장과의 면담후 동생의 제대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된 ‘진태’는 그 무엇보다 동생의 생존을 위해 총을 들며 영웅이 되기를 자처하는데…
‘진태’의 혁혁한 전과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는데 성공한 국군은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북진을 시작한다. 애국 이념도 민주 사상도 없이 오직, 동생의 생존을 위한다는 이유 하나로 전쟁영웅이 되어가고 있는 ‘진태’와 전쟁을 통해 스스로 강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진석’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 평양으로 향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운명의 덫이 그들 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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