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7일 작성된 글입니다).
아...
해마다 이맘때쯤...
꼭 개강 첫 주말엔 기분이 꿀꿀해서 잠을 못이룬다.
왠지 모르게 가슴은 답답하고...머리는 멍~하고...몸은 무겁고...
그냥 흐르는 의식을 붙잡아 두고 싶지 않을때...
작년엔 새벽동안 4편의 영화를 봤던 것 같지만...올해엔 나도 나이가 있는지라 2편을 보니 이젠 쉬어야 할 때라고, 멜라토닌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몸이 요구하고 있다.
오늘은 자막을 읽을 기분이 아니므로 한국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그다지 눈에 띄는 신작이 없어서 그동안 보려고 보려고 벼르다가 못보고 있던 영화들을 보았다.
국화꽃 향기와 ...ing라는 영화이다.
(오늘은 평소처럼 감독이나 배우 따위에 대해 얘기할 힘이 없으므로 그냥 느낀 대로 편하게 얘기하련다~)
일면 두 영화는 아무 연관도 없는 영화 같지만, 그 주제에 있어서는 한가지인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한사람...여주인공의 죽음이 예견되어 있고, 영화의 주제는 남겨지게 될 사람들의 사랑이 담긴 준비 의식...그리고 아픔을 그리고 있다.
다만 다른 점을 몇가지 찾으라면...
일단 두 영화는 모두 매우 서정적인 화면과 일면 현실과 동 떨어진 세상을 묘사하고 있어 마치 잘 쓰여진 소설이나 구성이 뛰어난 순정 만화를 보는 듯 하다.
(실제로 "국화꽃향기"는 소설이 원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대상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국화꽃 향기는 한때 한국 영화계가 질타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전형적인 최루성 멜로의 흉내를 내면서 20대 이상 청장년층에게 어필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관객의 추억을 끄집어 내어 영화에 동화되게 하는 요즈음의 영화들(클래식 같은 영화)의 형식을 빌려 대학 생활부터의 만남을 설정하고, 전개 또한 "결혼"을 한 후에 사별해야만 하는 아픔을 매우 애절하게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축소된 몇몇개의 에피소드만을 영화 내내 계속 울궈먹는 것은 조금 짜증이 났지만...
어쨌든 최신 유행 답게 무조건 눈물을 짜내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세련된 연기로 아픔과 슬픔을 숨기고 담아내어 새삼 장진영과 박해일의 연기에 감탄하게 했다.
반면에 ...ing는 철저하게 10대를 대상으로 한 영화이다.
주인공 소녀는 선천적인 기형에다가 후천적인 여러 병으로 인해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살지만, 그의 어머니는 홀어머니임에도 미인에 훌륭한 레스토랑을 소유한 부유한 귀부인으로서 주인공의 환경은 비교적 부유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라는 사랑의 관계,비극적 운명에 마음을 닫았다가 사라에 눈뜨고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여주인공, 남자 주인공은 잘생긴 카메라맨, 돈으로 매수되었다가 깨닿는 진실한 사랑...
구성에 있어서는 절묘한 개연성으로 짜여져 있지만 그 내용은 10대 여중, 고생들이 한번쯤 꿈구고...주변에서 만화나 할리퀸 같은 문고판 소설에서 쉽게 볼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다만 그만큼의 섬세하고 소소한 사랑의 묘사가 조금은 기분 좋게 해 주었다.
영화를 볼 때에는 언제나 "준비"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준비라는 것은 내용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보아야 할 영화에 대한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액션 영화를 볼 때에는 모든 생각을 날려버릴 준비가...공포 영화를 볼 때에는 놀랄 준비가...그리고 사랑 영화를 볼 때에는 그것이 어떠한 닭살 돋는 것이든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이든 동감할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말도 안되네..."라던가 웃긴 영화를 보고 나서 짜증을 낸다면 나는 영화의 관객이 아니라 초대받지 못한 시비쟁이로서 결국 영화에게 지고 마는 것이다.
오늘의 나도 이런 영화들을 좀 더 폭~ 빠져서 볼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
나이가 들고...학년이 높아지고...새벽을 밝아오고...
자기도 싫고 깨어있기도 싫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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