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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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때 처음 본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어린 마음에 충격을 주는 영화였다.
총 4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그 내용도 그렇지만 거칠지만 짜임새있는 연출과 너무 리얼해 정신이 없는 액션으로 인해 눈을 뗄수가 없는 영화였다.
아마도 내 10대에 이렇게 충격을 준 영화는 “스파이크 리“감독의 ”Do the right thing(똑바로 살아라)“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로 나는 “류승완”이라는 감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는 누구처럼 외국 유학을 다녀오지도 않았고, 체계적인 영화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어릴 적부터 이소룡을 동경해 영화를 접하다가 충무로의 바닥부터 기어올라온 그야말로 헐리우드 키드...
아니 충무로 키드인 것이다.
그의 이러한 경력은 지난번 Kill Bill의 쿠엔틴 타란티노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나도 스물스물 그의 손을 잡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내가 초,중,고 10대 시절을 보낸 곳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극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이 많은 곳은 당연히 종로나 충무로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아니다.
서울 논현동, 신사동, 압구정동을 잇는 라인에는 옛날 씨네하우스, 브로드웨이 극장부터 시작해서 오즈, 뤼미에르, 시네플러스, 시네시티...그리고 지금은 난타 전용 극장이 되어버린 키네마라는 극장까지...
이 많은 극장들이 도산대로를 끼고 존재하고 있었고, 나는 옛날부터 돈이 있으면 정문으로...돈이 없으면 친구들과 개구멍으로 들어가 영화를 봤었다.
(그러다가 중2때 씨네하우스라는 극장에서 “퀴즈 쑈"라는 영화를 보기위해 화재 대피 비상문으로 들어가다가 들켜서 혼쭐이 난 기억이 있다^^;;)
이런 씨네마 키드였던 어린 시절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에게 예술적 완성도나 심미적 아름다움, 철학적 주제...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수많은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좋아하는 가를 자신을 반추하여 알게 되었고, 어떻게 만들었기에 어설프고 부족해 보이는가에 대해 나름대로 觀이 서게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그들이 만든 영화에서 자신들의 만족이자 성공의 열쇠로써 극단적인 무언가를 보여주려 한다.
짬뽕영화를 지양하는 명확한 목적성...
과장된 움직임을 버린 사실적인 액션...
배우의 명성보다 연기력에 승부를 거는 과감성...
그리고 절대적인 자신감...
이런 것들이 감독으로서 관객에게 제시하는 그들의 어린 시절이다.
물론 나도 이 점들에 대해서 많은 부분 공감을 하고, 따라서 그들의 영화를 좋아한다.
지난 토요일, 개봉 2일째에 마침 서울에서 보게된 이 영화는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류승완 감독이 메이져로 데뷔한 첫 작품인 “피도 눈물도 없이”의 흥행 실패로 인해 그가 이번 “아라한...”에서는 대중성을 의식해 만들었다는 얘기를 한다.
맞는 얘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몇 십억이나 되는 투자금을 짊어지고 흥행성을 무시할수 있는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사람들 뿐이다.
류승완은 분명히 전번 영화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그가 생각해온 것, 보여주고자 하는 것에 변화를 주진 않았다.
그가 가장 좋아라~하는 무협 액션 영화에 배우와 영화를 살릴 수 있는 양념으로 밝은 분위기와 유머를 조금 첨가한 것 뿐이다.
류승완 감독이 그의 머릿속의 그림을 표현할 場을 마련하게 된 데에는 “정두홍”이라는 사람과의 만남이 절대적인 행운이었다.
MATRIX가 “원화평”이라는 무술감독이 있기에 만들어 졌듯이,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에서도 그가 생각하는 리얼하고 정교한 액션들이 “정두홍”씨의 존재로 인해 가능해 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서양 격투 영화의 과장된 움직임도 사라졌고, 홍콩 무협 영화 같은 겉멋도 많이 사라졌다.
대신에 좀 더 많은 황당함이 추가되었지만...^^;;
어쨌든 이 영화는 기존의 액션 영화에서 탈피한 유쾌함과 시원함이 있다.
그것은 화면 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의 대사, 특히 류승범의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자칫 허황되고 유치해지기 쉬운 영화의 내용을 현실감 있게 잡아주며, 또한 웃음짓게 만든다.
(이건 영화를 꼭 봐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음...하지만 스토리에 있어서 구시대적인 선악구조의 설정은 좀 진부해 보였다는 점이 지적해야 할만한 단 하나의 단점일까?
요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류승범”이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앞으로 딱 한 작품, 한편의 영화를 더 찍은 후에 판단해 보려고 한다.
그는 아직 미숙하지만 보석의 원석같은 잠재력이 있고, 지금 스스로가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지금, 그를 어줍잖은 눈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덤으로 그동안 많은 무협지를 읽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참 즐거운 영화가 될 수 있다.
그동안 책이나 만화에는 많이 등장했지만, 영화에는 등장하지 못했던 황당 무개한...
장풍이나 경공술, 점혈법, 혈도법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매우 신기하고 통쾌하지만...
“어라? 대추, 천돌, 승장혈을 짚었는데 몸이 마비가 되네?”라는 바보같은 한의대생의 지식은 영화관 밖에 내려두고 영화를 봤으면 한다.
그래야 이 영화를 100% 즐길 수 있지 않을까? ^^
어째 영화랑 상관없는 얘기만 잔뜩 늘어놓은 것 같지만...
보고나서 후회할 영화는 아니니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류승완 감독을 또 보게 되지...
아래는 퍼온 영화 스토리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3년..
고성능 카메라폰과 MP3, 디지털카메라, 펜티엄 4, X-게임, 화상채팅과
혼전동거가 젊은이들을 사로잡던 바로 지금의 서울 도심 한복판........
마천루 속에 거하는 ‘절대내공’ 생활도인들 고층 빌딩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유리를 닦는 청소부,
무거운 보따리를 자유자재로 이고 다니는 할머니, 아무도 모르게 거대한 도심 속에 평화를 유지하는 도인들이 살고 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기를 갈고 닦은 생활 도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는 이들의 활약이 세상을 평화롭게 이끌고 있다는데...
‘열혈순경’ 상환과 ‘아라치’ 의진 자신의 힘을 나쁜 곳에 쓰는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어 순경이 된 철부지 상환.그러나 조직폭력배의 발아래 무릎 꿇어야 하는 비굴한 순경이 그의 현실이었다
어느 날, 좌절한 그에게 갑자기 다가온 사람들. “자네는 마루치가 될 재목이야! 장풍도 가르쳐 준다니까?” 그들의 이름은 칠선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라치’ 의진과의 첫만남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평범한 순경, ‘마루치’가 되고 싶다?!? 이상한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는 없지만, ‘아라치’라는 예쁜 소녀 의진의 말에 상환은 ‘마루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가르쳐 주겠다던 장풍과 공중부양은 뒤로 하고, 부황 뜨고, 청소하기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그즈음 칠선들에 의해 봉해진 절대악 ‘흑운’이 봉인에서 풀려나고... 세상은 그 어느때보다 ‘마루치’의 탄생을 기다리는데....
과연 평범한 청년 상환은 ‘아라치’와 힘을 합쳐 세상과 평화로운 기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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