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10일 작성된 글입니다).
좌익, 우익, 중도...이데올로기는 쓰레기통에 갔다.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인 시대가 왔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던 N.EX.T라는 그룹의 “The age of no god" 이라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느 시기에나 어느 장소에서나 좌파, 우파, 급진 개혁, 보수 온건...이런 개념, 사상, 생각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개방적이며 느껴지지 않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언제나 절대 옳은 가치란 존재할 수 없으니까...
(대체로 난 인간의 존엄성...같은 것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
어쨌든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매우 오래 전에 본 미국 영화 한편과, 바로 얼마 전에 보게 된 일본 영화 한편 때문이다.
극단적인 생각은 항상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어 지고, 그것은 언제나 “폭력”이라는 수단에 의해 인지된다...는 것이 두 영화, 그리고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먼저 이야기할 1998년작 American History X는 미국의 백인우월주의자들에 관한 영화이다.
에드워드 노튼, 에드워드 펄롱...등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했으며 그 내용 또한 훌륭했기에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영화에서 에드워드 노튼은 DOC(실제로는 KKK단 이겠지만^^;;)라는 백인 우월주의자 그룹, 네오 나치의 리더이다.
skin head에 근육을 자랑하던 이 친구는 자신의 차를 훔치려던 흑인 두명을 동생이 보는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는 범인을 총으로 쏴 죽인다.
그는 매우 당당했으며, 그의 동생은 그런 형을 동경하게 된다.
하지만 감옥에 간 그는 같은 백인에게 상처받고, 백인이라고 더 나을 것은 없으며...다 쓰잘데기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글로 쓰니까 너무 단순해 보이는데, 그 과정과 표현은 꼭 영화를 봐야 안다).
동생은 형이 감옥에 가 있는 동안 형을 본받기 위해서 히틀러를 추종하고, 작은 네오 나치로 커 간다.
감옥에서 나온 형은 이런 동생을 DOC에서 빼내오기 위해 애쓰고,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장면에서 형제는 자신들의 방에 붙어있는 영웅(백인, 나치)들의 사진을 몽땅 뜯어 버린다.
...
American History X은 국내 개봉도 했었고, 내용은 아래에 나와 있으니 읽어보면 더 잘 이해가 될거다.
하지만 이제 얘기할 일본영화인 凶氣の櫻(흉기의 사쿠라)는 국내 개봉을 안했고, 개봉 계획도 없으며, 자료를 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최대한 자세히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래 오랜지 색 부분은 내가 다분히 주관적으로 쓴 영화 내용이니 절대 토를 달거나 퍼가지 마시길...^^;;)
현재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 젊은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야마구치“는 친구 2명과 함께 ”네오 토죠”라는 그룹을 만들어 도쿄의 밤을 정화하려 한다.
그 방법이란 삶에 대한 목적이나 의식 없이 범죄와 방황으로 물든 길거리 청소년(?)들을 무조건 잡아서 패는 것이다.
무작정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도 하고 이데올로기를 갈고 닦아 스스로 무정부주의자임을 자처하게 되지만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고 친구들마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진 않다.
도쿄 시부야를 통솔하는 “네오 토죠“를 눈여겨 봐둔 야쿠자 효우도파는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동차도 주고 술도 사주고...하지만 야마구치는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야쿠자들은 음모를 꾸며 ”네오 토죠”가 상대편 야쿠자패에 싸움을 걸게 만든다.
야쿠자를 동경했던 친구 한명은 야마구치를 죽이라는 효우도의 말에 거역했다가 병신이 되고, 킬러를 동경했던 한 친구는 자고 일어나보니 조직의 킬러의 죄를 뒤집어 쓰고 교도소에 가게 된다.
친구들의 몰락과 스스로의 사상에 대한 의심, 바뀌지 않는 사회, 결국 폭력은 수단이 도리 수 밖에 없다고 절규하는 야마구치는 오야붕에게 받은 검으로 효우도를 치러 가고...
더 이상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영화를 보실 분을 위해 말할 수 없다.
어쨌든 凶氣の櫻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매우 난해하고 복합적인 것이다.
가볍게 받아들이려면 배경음악으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Hip Hop 음악에 맞춰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청춘 영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본 내 생각은 “역시 무르익은 생각, 사상은 없다...폭력은 단지 수단일 뿐, 목적을 넘어설 순 없다...” 정도 이다.
어디서나 그렇겠지만 급진, 좌익의 꿈틀대는 행동력을 폭력이라 본다면 보수, 우익의 지키려는 생각이 만들어낸 아집과 오만, 권력과 힘은 또 다른 폭력이다.
일본 야쿠자의 역사는 무지 오래되었고 그만큼 깊은 뿌리 덕에 정치 권력에 놀아나지 않고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많은 야쿠자 구미들은 당시의 권력과 긴밀했고, 몇몇의 오야붕들은 일본 우익진영의 거두가 되기도 했었다.
이런 상관관계의 축약판이 凶氣の櫻이 아닐까 한다.
그러면서도 신랄한 현재 비판 의식을 가진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X 까지 마라, 어줍잖은 사상으로 사는 세상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이것은 2가지 편린으로 이해해 볼 수 있는데 일단 그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젊은이, 시부야, 도쿄, 일본... 그리고 어수룩하고 자신들에게 맞지 않는 사상이 있으면 바로 무자비하게 꺾어버리는 폭력의 야쿠자 세계... 이 두가지 세상이 위의 말을 하고 싶은 감독의 주제의식 아닐까?...싶다^^;;
(영화에서 야쿠자 중간보스가 야마구치와 이데올로기에 대해 얘기하다가 말문이 막히는 모습은 진짜 웃기다^^)
또한 위의 American history X에서의 내용도 따지고 보면 그렇다.
제국주의의 일익인 미국에서 파시즘, 나치즘, 백인 우월의식...이런 것들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무의미 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점점 "팍스 아메리카나" 를 향해 가는 미국의 현주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사들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유로 이 영화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폭력은 나쁘다!!!^^
으음...
또 얘기를 하다보니 너무 엉뚱한 데로 샌데다가 앞뒤가 안 맞네...^^;;
배우에 대한 얘기도 잔뜩 하고 싶지만 이건 나중에 하고...
그럼 凶氣の櫻 보고싶은 분은 저를 찾으세요~
"Though passion may have strained...we must not break our bonds of affection."
"뒤틀린 열정으로 인해서 사랑의 끈이 끊겨선 안된다"
-from American History X
난 항상 화가 나 있었지. 무슨 짓을 해도 풀리지 않았어...
형 데릭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모임인 DOC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가 죽고나서 부터였어. 형은 분노와 증오로 들 떠 있었지. 형의 분노는 풍요의 땅 미국에서 기생하는 유색인종에게로 폭발해버렸지. 혐오스러운 존재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며 우리들을 향해 연설하는 형의 모습은 근사했어.
나도 형처럼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형이 차를 훔치려던 흑인 두 놈을 순식간에 죽여버린 그날 밤을 잊을 수가 없어. 무서움에 떨고 있는 나와는 달리 형은 당당하고 침착했어.
나도 형처럼 주목받는 영웅이 되고 싶어...
형이 감옥에 있는 동안 나는 형의 뒤를 따르기로 했어. DOC의 지도자는 나에게 유색인종은 모두 다 백인의 적이라고 했어. 우리는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없어. 나도 형처럼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 그래서 난 작문시간에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했지.
학교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발칵 뒤집혔어. 스위니 선생은 나를 불러 형 데릭에 대한 리포트를 다시 제출하라며 리포트 제목까지 정해줬지. <아메리칸 히스토리 X>에 대해서.
나에게 네가 있다는 건 행운이야...
3년 후, 형 데릭이 드디어 출감을 했어, 그는 여전히 DOC의 리더이고 영웅이야. 우리는 그를 중심으로 다시 힘을 집결하려고 했지. 하지만 내 기대는 순식간에 무너졌어. DOC의 지도자를 폭행하고 심지어 우리에게까지 총을 겨눴어.
자신은 이제 옛날의 데릭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며, 난 그런 형이 미웠어. 우린 백인들의 영웅이 될 수 있는데, 형은 나의 기대를 저버렸어.
이제 돌아가려 해요. 쉽진 않겠지만 우린 함께니까요...
형이 감옥에서 겪은 끔찍한 일은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지. 백인들이 형을 폭행했다는 거. 형은 정말 변한 것 같았어. 형의 모습은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지. 형에게 아픔을 준 그 모든 것들이 갑자기 싫어졌어.
집으로 돌아온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벽에 붙은 우상의 잔영들을 하나씩 떼어 내기 시작했지. 형과 나 사이에 있던 알 수 없는 절망과 증오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어.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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