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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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7일 작성된 글입니다).
물론 극장에서 보고 싶었다.
그런대로 영화에 관심이 많고, 국내 개봉작은 대부분 찾아보고, 영화잡지 2개정도는 간혹 보는...
그런 나에게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의 이름은 가슴을 떨리게 했고, 윌 스미스 의 캐스팅은 확신을 가지게 했고, 미국 박스 오피스 성적은 기다림의 보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섬에 있다.
뉴욕에 홀로 남겨진 로버트 네빌 박사처럼,
나도 혼자 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기대가 커서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이다.
뭐, 워낙에 유명한 영화이고,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테니까 나는 그냥 내가 유념하여 보고 느낀 점만 쓰겠다.
1. 사건의 발단, 병원체의 존재.
이 영화에서 인류가 변종되는 원인으로 암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된 병원체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암, cancer는 종양의 일종으로 인체 내에 생성되는 악성 이생성체를 통칭한다.
이것들은 놀랄만한 발병력, 증식력, 잠식력, 전이력으로 인체를 좀먹어 간다.
치료제로 개발된 병원체는 아마도 이런 악성 종양의 공격하는 원리일 것이다.
기존의 항암제로 종양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인위적으로 방사선등을 이용해 종양을 죽이는 방식의 치료라면 인체가 변성할 리가 없다.
아마도 이 치료제는 악성 종양을 공격하여 말살, 완치시키는 원리였을 텐데 이것이 인간의 뇌(정신)의 마비와 신체의 변성을 가져오는 것이 아닐 까 생각된다.
원작 소설에서도 이 변성된 존재에 대한 호칭은 “Night seeker"로 되어있다.
이것은 zombie 도 아니고 vampire도 아니다.
그들이 이성이 상실되고 신체능력이 향상되고 호전적이 되는...좀비로서의 일반적인 성질 이외에 다른 좀비 영화와 구별되게 “밤에만 활동하는”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좀비와 흡혈귀의 중간존재인 새로운 괴물, “Night seeker”라는 호칭의 존재가 탄생된 것이다.
(dark seeker 였나...살짝 헷깔리네^^;;)
기독교적인 세계관에서 생명의 상징인 피를 마신다는 것 이외에 유치하게 십자가, 마늘, 은을 싫어하지 않더라도 가장 특징적인 사도관이 “嫌光性”, 즉 햇빛을 싫어하고 닿으면 죽는다는 성질이다.
벌써 수십년 전에 쓰여진 원작 소설은 zombie라는 컬트적인 괴물이 등장하기 전에 기존의 협소한 오컬트 지식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그것이 Virus 내지는 병원체로 인해 발생한 괴물이라는 점은 역시 20세기 세계관의 한계를 말해준다.
동물과 인간의 돌연변이로 인한 괴물 재앙 영화, 바이러스로 인한 대량 살상의 재해 영화, 생체실험이나 군대, 거대기업의 검은 손에 의해 태어난 괴물들...
이런 것들은 20세기 과학기술의 현격한 발달에 대한 경종의 의미로 수없이 대두되었다.
그만큼 식상하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21세기 인간 변성은 다른 점에 주목한다.
바로 인간의 “감정”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좀비 영화인 “28일후”의 경우 “분노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
그리고 괴물은 등장하지 않지만 미래사회를 다크메시아를 그린 “Equilibrium"에서는 인간의 감정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보고 기쁨,슬픔등 모든 감정을 배제하려는 세계가 나온다.
그래, “인간이 멸망하는 것은 인간 자신 때문”이라는 명제가 요즘의 대세라는 말이다.
뭐 원작소설이 있다는 측면에서 설정의 태생적인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이미 2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을 다시 영화로 만들 것이었으면 뭔가 좀 색다른 면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2. 외로움에 관한 영화.
세기말적인 영화나 좀비영화에 있어서 옛날에는 기껏해야 동네 정도가 괴물에 둘러싸이거나 했는데 요즘 영화는 기본적으로 “세계가 모두 이 꼬라지 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28일후”도 그렇고, “나는 전설이다” 또한 세계가 멸망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고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고 인간은 사라진...
폐허가 된 세계, 그리고 도시의 칙칙한 비쥬얼.
이런 것들을 시각적으로 장시간 노출시켜 화면 가득 괴물이 등장하는 보통의 하드코어 몬스터물과는 차별적인 공포감을 부각시킨다.
텅 빈 폐허 속에 홀로 남은 주인공.
“나는 전설이다”를 액션 블록버스터로 착각하고 본 사람들은 반드시 실망했을 것이다.
영화의 중반까지 괴물의 등장이나 윌스미스의 활약, 뻥뻥 터지는 파괴...이런 것은 없다.
마네킹에 말을 걸고, DVD를 혼자 빌려보고, 유일한 친구인 개를 찾기 위해 식을 땀을 흘리는 주인공...
별다른 대사나 독백, 혹은 BGM없이 보여주는 그 장면만으로 감독은 유일한 단 한사람의 감정을 여러 측면에서 보여주려고 했고, 배경과 배우는 모두 훌륭하게 역할을 다했다.
Shrek DVD의 대사를 외워서 따라하고, 개를 찾기 위해 어두운 건물 안을 헤매일 때의 윌스미스의 눈빛과 땀 한방울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약과 같았다.
솔직히 뉴욕시를 폭파시키는 것은 CG로 하면 쉽지만, 이렇게 거대한 도시에 홀로 남은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은 실제로 뉴욕 시내를 장소섭외하고 교통통제해서 찍어야 하는 것이라 뻥뻥 터지는 다른 블록버스터보다 촬영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3.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
TV의 영화 프로그램이나 가판대의 영화 잡지나 모두 상징성을 가지고 등장하는 “밥 말리”의 말을 인용하여 영화를 정의하려고 한다.
“세상의 악은 쉬지 않는데 내가 어찌 쉴 수 있단 말인가?”
뭐, 좋은 말이고...음악도 좋고...주인공의 입장과 합치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과도한 인용이 아니었나 싶다.
오히려 감독의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네빌 박사가 혼자 너무 많이 봐서 대사를 외워버린 “Shrek" DVD의 대사가 더 적절할 것 같다.
생존자인 안나와 이든을 만난 네빌박사는 어색함을 없애려고 DVD를 보고 있던 이든에게 슈렉과 동키의 성대모사를 들려준다.
무척이나 공허하고...애처로운 눈빛으로...
“이 괴물, 오우거야!!!”
“숲에는 괴물이 가득하니까 나랑 같이 있던가...”
제대로 대사가 기억나진 않지만 상황과 시점과 감정이 일치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왠지 슈렉에 나오는 말이 아니라 네빌 박사가 안나,이든에게...혹은 어딘지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에게 건네는 말이 아닐까 싶다.
4. 결론은 왜 그래?
3번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와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감독이 의도하는 결말과 제시하는 단서는 무엇이 있는가.
원작 소설은 굉장히 암울하고 비관적이라고 한다.
나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결말도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하고...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에 생존자 안나가 등장하면서 난데없이 “희망”을 강제부여한다.
분명히 모든 통신은 두절되었고, 주인공인 로버트 네빌 박사만이 라디오로(그것도 모든 주파수로) “생존자는 뉴욕으로 오시오”라는 방송을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나타난 안나는 생존자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다고 거기로 가자고 한다.
더 웃긴건 그 여자는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배타고 왔다고 자기 입으로 말한다.
근데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냐고...뉴욕에서 혼자 몇 년째 사는 네빌 박사도 듣지 못한 것을...
그런 어색함을 가리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희망을 +시키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때 안나가 하는 말이라는 것이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어이 상실...
만약 이것이 결말의 해피엔딩에 연결된 포석이라면 정말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에 대한 실망이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은 전작인 “콘스탄틴”에서 완벽에 가깝게 세기말적인 세계관과 그에 맞는 비쥬얼, 독창적인 생각과 내용을 보여주었던 감독이다.
물론 이번 “나는 전설이다”가 워너 브라더스에서 나온 영화 월드 와이드 릴리즈인데다가, 12세 관람가이긴 하지만...
너무 했다.
5. 그래도 칭찬할 부분.
감독이 원했던 방향이 여실히 드러난 초반부의 시퀀스는 나도 대 만족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루하다...언제 괴물 나오냐...언제 싸우냐...그랬지만 나는 그 장면의 외로움이 더 슬펐고, 그 장면의 공포가 더 소름 돋았다.
그리고 최대한 CG를 자제하고 실제 배경을 쓰려고 노력한 점 또한 훌륭하다.
기존의 “투모로우”같은 영화에서 얼어붙은 도시 같은 CG로 떡칠된 모습이 아니라 좋았고, “28일후”에 나왔던 칙칙하다 못해 잿빛에 가까운 런던의 폐허와는 다르게 주인공의 감정과 대비되면서 인류의 현재를 느끼게 해주듯 약간 오렌지빛이 도는 석양이 비추는 뉴욕의 모습은 전혀 색다르게 다가왔다.
또 괴물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조연, “dark seeker"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를 본 한국 영화관객들은 대부분 “재미 더럽게 없다, 돈 아깝다, 결말이 허무하다”등의 반응인데 비해서 미국등 기존의 호러, 슬래셔, 괴물 영화가 많았던 나라에서는 나름대로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다른 좀비 영화들이 다 뜯어진 옷에 피나 줄줄 흘리면서 소리나 질러댈 때...
이 영화는 배우의 눈썹 움직임까지도 잡을 수 있다는 motion capture만으로도 모자라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을 고용하여 일일이 손으로 괴물의 디테일을 완성했다고 한다.
그 어두칙칙하면서 투명한 피부색...그 사이로 보이는 핏줄....퀭한 눈빛...푸석푸석한 주름 하나까지...
어쨌든 나름 깔끔한 괴물이었지만 무서웠다.
아...
별로 기대만큼 재밌게 보진 않았는데 글을 쓰다보니 또 너무 길어져 버렸다.
어쨌든 굳이 권하지는 않을테니 보고 싶은 사람만 보도록.
괜히 봐 놓고 욕하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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